Absolute Dweller RAW novel - Chapter (253)
254화 [Episode 55] 총력전 (2)
B조.
하동건이 대표로 이끄는 부대에는 당연하게도 원년 멤버가 모두 포함되어 있었다.
대표인 하동건을 필두로 김가영, 문병호, 김 건, 강덕수, 오언주, 김다정.
처음으로 가신이 되어 함께 고블린 사냥을 하던 이들이 모두 모인 것이다.
오랜 시간 함께해 왔기에 팀워크는 말할 필요도 없었다.
까악-
김 건이 길들인 까마귀 한 마리가 목을 가다듬더니 말하기 시작했다.
“1시 방향. 3km 지점. 엘프 군세 접근 중.”
김 건의 목소리였다.
하동건이 물었다.
“규모는?”
“나무줄기에 가려진 부분이 많아서 정확한 숫자는 알 수 없어. 최소 5천은 넘어가는 것 같아.”
엘프 5천.
그들이 진입한 차원이 세계수의 심장으로 향하는 메인 스트림 뿌리에 해당한다는 것을 감안할 때, 엘프들의 수준은 결코 낮지 않을 것이다.
지금까지의 경험을 데이터 삼는다면 가장 약한 엘프들도 최소 50레벨은 될 가능성이 컸다.
하나하나가 50레벨에 달하는 군세가 5천.
절대로 무시할 수 없는 규모였다.
그러나 하동건이 이끄는 B조와 비교하면 초라하기 그지없었다.
총원 731명.
모두가 가신들로만 이루어져 있는 만큼 최저 레벨이 60인데다가 1차 한계돌파를 하여 70레벨을 찍은 이들의 숫자만 43명이나 됐다.
사실상 70레벨에 도달한 이들 몇 명만 있어도 50레벨로만 이루어진 5천의 군세 정도는 순식간에 토벌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들이 나서게 될 일은 없었다.
하동건이 입을 열었다.
“올라갈게.”
“오케이.”
그의 선언과 동시에 김 건에게 길들여진 까마귀의 몸이 크게 부풀어 올랐다.
하동건이 까마귀의 등에 올라타자 곧장 하늘 위로 수직 상승했다.
몸으로 나뭇가지들을 뚫어 버리며 빠져나오니, 시야가 탁 트였다.
끊임없이 이어진 초록빛 물결의 저편으로 거대한 나무의 모습이 드러났다.
나무라기보다는 하늘과 땅을 잇는 거대한 기둥처럼 보였다.
하동건은 고개를 들어 위를 바라봤다.
푸른 하늘은 얼핏 보기에 평범해 보였지만, 저곳에는 태양이 없었다.
태양 대신 존재하는 것은 기다랗게 이어진 빛의 향연.
은하수처럼도 보이는 그것의 정체는 세계수의 줄기였다.
‘어마어마하군.’
뿌리 또한 마찬가지였다.
산맥처럼 보이는 저것들이 모두 세계수의 뿌리였다.
지금 눈앞에 있는 놈에 비하면 부산에 있는 세계수의 숲은 어린아이처럼 보일 지경이었다.
단순히 거대하다는 말로는 도저히 표현되질 않는 지경의 크기.
작은 인간에 불과한 하동건에게는 경이롭기 그지없는 광경이었다.
세계수의 크기에 압도되어 있던 그때 김건이 그를 불렀다.
“선배, 저쪽이에요.”
“……그래.”
1시 방향, 3km가 떨어진 지점.
단순히 그것뿐이라면 엘프들을 찾는 것이 어렵지 않았겠지만, 나뭇가지와 나뭇잎 사이에 숨어 있는 엘프들을 찾아내기란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까마귀와 일체화되며 시력이 극대화된 김 건 정도는 되어야 그들을 발견하는 게 가능했다.
그러나 하동건은 2차 한계돌파를 마치고 80레벨에 도달한 상태.
위로 올라갈수록 레벨 하나의 차이가 극명해지는 만큼 하동건이 지닌 힘은 상상을 초월하고 있었다.
인간의 한계를 아득히 뛰어넘은 그의 시야는 멀찍이 떨어진 나뭇잎 사이의 틈으로 엘프들의 움직임을 정확히 포착해 냈다.
‘저기군.’
지이잉
인벤토리에서 창 하나가 소환되어 하동건의 손에 들렸다.
나선형으로 뻗어 나가는 세 개의 창날.
통짜 강철로 만들어진 창대.
그 위에 금빛으로 음각된 화려한 용의 문양.
등장만으로도 강렬한 존재감을 풍기는 그것은 김재현에게 직접 하사받은 아티팩트(Artifact)였다.
일반 시민들이 할 수 있는 인챈트와 달리, 오직 김재현만이 가능한 고급 인챈트를 통해 만들어진 물건으로 무려 레전더리(Legendary) 등급의 옵션이 부여된 창이었다.
상점에 등록하는 것도 불가능해 이 세상에 오로지 하나밖에 없는 걸작.
그 파괴력 또한 미친 수준에 달했다.
화르륵
창을 손에 든 하동건의 전신이 검은 불길에 휩싸였다.
1차 한계돌파 이후 별의 힘 5성이 되면 얻을 수 있는 [개화]였다.
곧이어.
화륵!
하동건의 몸을 휘감은 검은 불꽃이 머리 위와 등 뒤쪽으로 뭉쳐지며 헤일로와 한 쌍의 날개를 만들어 냈다.
까마귀의 날개처럼 검은 천사의 날개.
2차 한계돌파 이후 별의 힘 7성에 도달하며 얻은 [개방].
그 위로.
화르르륵!
김재현이 직접 힘을 불어넣어 주는 ‘강화’까지 더해지자.
촤륵―
하동건의 등 뒤로 총 세 쌍의 검은 날개가 선명하게 드러났다.
그 상태로 한 손에 들고 있던 레전더리 창을 힘껏 던졌다.
하동건의 ‘던지기’ 스킬이 적용되자마자 창 전체를 휘감는 검은 불꽃이 화려하게 피어올랐고, 이내 창의 스킬이 발동되었다.
지이잉―
날아가던 창이 둘로 나뉘었다.
넷, 여덟, 열여섯, 서른둘, 예순넷…….
계속해서 두 개씩 나뉘던 창은 어느새 수백 개의 창이 되었다.
그렇다고 그 힘이 그만큼 나뉜 것도 아니었다.
창 하나하나가 최초에 던져졌던 상태의 폭발적인 에너지를 그대로 머금고 있었다.
그 결과.
콰과과과과과과과광―
그것들이 숲에 내리꽂히며 굉음을 발생시켰다.
화르르륵―
창 하나하나를 휘감고 있던 검은 기운이 폭발하며 숲을 지워 버렸다.
광범위한 지역에 매복하여 B조를 기다리고 있던 엘프 군세.
최소 5천 이상의 규모가 하동건이 던진 창 한 방에 그대로 증발한 것이다.
슈우우욱―
개방된 힘을 갈무리한 하동건이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전진한다.”
레전더리 창을 회수할 필요도 없었다.
귀속 아이템인 그것은 하동건의 의지에 따라 언제든지 인벤토리 안으로 불러오는 게 가능했으니까.
하동건을 필두로 B조는 거침없이 나아갈 수 있었고, 금세 세계수의 중심 뿌리로 이어지는 길을 찾아내 진입했다.
지하로 진입하는 순간부터 김 건의 정찰을 활용하기 어려워진 데다가 사방에서 적들이 쏟아져 나와 그들을 기습해 왔지만, B조의 저력은 만만치 않았다.
김재현의 각종 능력에 의해 버프를 받는 데다, 최소 유일 등급 옵션이 부여된 아이템으로 전신을 도배하고 있는 그들이 약할 수가 없었으니까.
말단 병사조차도 특별한 각성 능력과 60레벨에 도달한 스펙으로 잘 버텨 냈고, 1차 한계돌파를 한 이들은 거침없이 길을 뚫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것은 아무래도 하동건 파티의 원년 멤버들이었다.
빛의 화살로 모든 것을 쓸어버리는 김가영, 투명화된 상태로 적진 한가운데로 들어가 지휘관만을 암살하는 문병호, 수천의 강철 기사단을 부리며 모두를 보호하는 강덕수, 한 마리 짐승이 되어 전장을 휩쓰는 오언주.
거기에 더해 죽기 직전의 상태가 되더라도 손길 한 번으로 소생시켜 버리는 김다정까지.
거침없이 길을 뚫은 그들이 세계수의 심장이 존재하는 구역까지 도달하는 데 걸린 시간은 겨우 반나절에 불과했다.
[B조. 세계수 심장 확보했습니다.]* * *
[B조. 세계수 심장 확보했습니다.]아바타를 그곳으로 보내 심장을 흡수하는 것으로 마무리한 나는 잠시 차원 지도를 확인했다.
우우웅.
차원을 아우르는 거대한 지도가 나타났다.
‘이제 거의 다 왔어.’
비록 활성화가 된 지역의 넓이는 전체 크기에 비하면 초라하기 그지없었지만, 점령이 완료된 지역은 모두 알짜배기 지역들이었다.
세계수의 심장이 존재하는 차원으로 향하는 최단 경로.
차근차근 세계수의 목줄을 확실히 조여 나가고 있는 중이었다.
그에 반해.
‘세계수의 공격은 무작위적이고, 비효율적이다.’
이미 모든 시민을 절대 안정 구역 안으로 대피시킨 상태였다.
여전히 절대 영역 바깥쪽에서 세계수가 깽판을 치고 있지만, 우리 쪽 진영에는 아무런 피해도 입히지 못하고 있었다.
오히려 다른 차원에 원정을 나간 가신 중에서 피해가 나오면 나왔지 지구에서는 단 한 명의 사망자도 없었다.
‘물론, 절대 영역 안쪽의 이야기지만.’
최대한 많은 이들을 구하긴 했지만, 모든 사람을 구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시민권을 거부한 이들도 있었고, 자신들의 힘만으로 살 수 있다며 합류를 거부한 이들도 제법 있었다.
또한, 시민권을 얻었다가 범죄를 일으켜 퇴출된 경우도 있다.
그런 이들은 지금쯤…….
‘모두 죽었겠지.’
현재 지구는 반쯤은 내 영역이 되었고, 반쯤은 세계수의 영역이 되어 버린 상황이었다.
우리 쪽 영역의 하늘 위쪽으로 세계수의 가지가 자라나 있는 것만 봐도 사실상 내 영역을 제외하곤 모두 세계수에 먹혔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그 과정에서 곳곳에 숨어 있던 대부분 생존자가 최후를 맞이했겠지.
‘빌어먹을.’
내가 세계수의 뿌리 차원들을 하나씩 점령해 나가고 있는 것처럼 세계수도 지구를 착실히 뒤덮어 나가고 있었다.
서로의 영역을 땅따먹기하고 있는 셈이다.
지금까지 몇 번이나 시간을 되돌려 가며 최선의 선택을 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이가 죽음을 맞이했다.
[B조 바로 다음 공략 진행해 주세요.]현재는 가신들에서도 피해가 조금씩 커지고 있었다.
세계수의 심장이 존재하는 차원에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엘프들의 수준이 높아지고 있었기 때문에 가신 중에서 가장 약한 축에 속하는 이들부터 하나씩 목숨을 잃는 경우가 많아졌다.
그럴 때마다 시간을 되돌려 ‘가신 소환’을 사용하거나 암석 골렘의 심장을 소모해 [안전지대]를 활성화하며 그들을 보호했다.
또한, 유일 등급 초콜릿을 통해 생명을 연장하여 치료하며 위기를 넘겼다.
그러나 모든 수단을 사용해 가며 그들을 보조하고 있음에도 조금씩 피해가 늘어 가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진을 그만둘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
왜냐하면.
‘조금만 더 늦으면 지구가 끝장난다.’
세계수의 공격은 무작위적이고, 비효율적이었다.
그러나 착실히 한 가지 목적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지구의 생명력을 흡수하여 소모하고, 지구를 박살 내 버리는 것.’
세계수의 힘 상당 부분을 받아들인 지금 세계수의 구조에 대해 상당 부분을 이해하고 있었다.
각 차원에 뻗어 나간 세계수 뿌리의 목적은 하나였다.
뿌리를 내린 행성의 에너지를 흡수하고, 가지와 잎으로는 별의 힘을 흡수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지구와 태양의 에너지를 흡수해 만들어 낸 생명력을 자신의 중심 차원으로 보내는 것이 목적이었다.
그런 세계수의 심장이 지구에 수십 개씩 소환되는 중이다.
그것들은 지구 안쪽으로 깊게 뿌리내리고, 지구의 생명력을 거침없이 흡수하고 있었다.
이대로 시간이 지체된다면, 지구는 세계수 뿌리에 의해 박살 나게 될 것이다.
『……후회하게 될 것이다.』
뒤늦게 내가 세계수와 적대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백룡.
그러나 이미 그는 종속의 계약을 맺은 상태였다.
내 말을 거역할 수 없었고,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모두 실토했다.
덕분에 세계수가 노리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렇게는 안 될 거야. 내가 더 빨리 끝장을 낼 거거든.”
세계수의 뿌리가 지구를 박살 내기 전, 내가 먼저 세계수의 진짜 심장이 존재하는 차원에 닿을 테니까.
[3,000,000,000,000 원이 소모됩니다.] [3,000,000,000,000 원이 소모됩니다.] [5,000,000,000,000 원이 소모됩니다.]……
……
이젠 아주 자기 멋대로 돈을 소모하고 있었다.
대신 그 결과만큼은 누구보다 확실했다.
다른 가신들과는 비교할 수 없는 속도로 빠르게 세계수의 심장을 찾아내고, 공략을 마치고 있는 중이었으니까.
우우웅―!
실시간으로 세계수의 에너지가 시스템 속으로 흡수되었고, 차원 지도의 어두웠던 부분을 밝혀 나갔다.
그리고 드디어.
‘다 왔다.’
활성화된 줄기 하나가 세계수의 중심까지 이어졌다.
‘가신 소환.’
곧바로 다른 차원 공략을 진행 중이던 모든 가신을 지구로 복귀시켰다.
A조, B조, C조가 한자리에 모였다.
그리고.
‘동대문 개방.’
아바타 또한 마찬가지였다.
실로 오랜만에 지구로 돌아왔다.
그리고.
‘차원문 개방.’
나는 그들의 앞에.
지이잉―
세계수의 진짜 심장이 존재하는 차원으로 이어지는 차원문을 열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