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Dweller RAW novel - Chapter (28)
서예진에게 오늘은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도대체 정체가 뭐야?’
평소처럼 식량을 찾기 위해 생쥐들을 사방팔방으로 풀어놓았었다.
그런데 그 중 전포역 지하상가를 헤매던 생쥐 한 마리에게서 공포를 느끼고 그 즉시 감각을 공유했다.
그런 그녀의 눈앞에 충격적인 장면이 펼쳐졌다.
‘오크들을 학살하는 사람들이라니.’
오크가 사람들을 학살하는 건 봤어도 그 반대의 경우는 오늘 처음 봤다.
곰으로 변하는 여자.
몸을 빛나게 만드는 여자.
갑옷을 소환하는 남자.
화살에 희미한 빛을 담는 여자.
순간이동을 하는 남자.
까마귀를 다루는 남자.
특히 곰으로 변하는 여자의 존재감이 압도적이었다.
거기다 그냥 창을 들고 싸우는 남자의 모습도 심상치 않았다. 딱히 특별한 능력을 사용하진 않았지만, 한 눈에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어쩌면 전원이 각성자···.’
지금까지 생존자 집단을 수도 없이 발견해왔다.
대부분이 평범한 사람들이었고, 만약 각성자가 포함되어 있더라도 겨우 한 명 포함된 경우가 전부였다.
모든 이들이 각성자로 이루어진 파티라니 말이 안 되는 확률이었다.
‘그게 가능해?’
그러나 진정한 충격은 지금부터가 진짜 시작이었다.
그들의 뒤를 따라 전포역에서 빠져나왔을 때였다.
“거기로 간다!”
“몰아!”
“끼긱―!”
서예진은 그 장면을 보고 잠시 멍해졌다.
‘저건 또 뭐야?’
인간들이 고블린을 사냥하고 있었다.
‘무슨···?’
지난 한 달간 사람들이 고블린과 전투를 벌이는 장면이야 수도 없이 봐왔다.
하지만 그것들은 대부분 생존을 위한 투쟁이었다. 사냥하는 쪽은 오히려 고블린들 쪽이었고, 인간들은 그에 대항하기 위해 전투를 벌였다.
그런데 지금 눈앞에 펼쳐지고 있는 장면은 정반대였다.
“죽여!”
“끼이이익―!”
무리를 이룬 인간들이 조직적으로 고블린들을 사냥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체계적으로 고블린들을 막다른 곳으로 몰았고, 무자비하게 공격했다.
그 모습이 너무나도 익숙해 보였다.
벌써 몇 번이나 겪은 일이라는 듯이.
사람들이 들고 있는 무기도 다양했다.
망치, 식칼, 골프채, 알루미늄 배트 등.
흔하게 구할 수 있는 것들부터 시작해서 드물게 창이나 활을 들고 있는 사람들도 있었다.
‘오크들이 들고 있는 창이다.’
소수의 남자들이 들고 있는 건 오크들이 주로 애용하는 병기인 글레이브가 분명했다.
저들이 오크들을 사냥해서 얻은 것 같지는 않았다. 그만큼 강력해보이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헌터님들이다!”
“덕수야!”
그들이 오크들을 학살하던 파티를 향해 아는 척을 해왔다.
오크를 학살하던 파티도 자연스럽게 인사를 받아줬다.
‘같은 그룹이었나.’
그렇다면 저들이 오크들의 창을 가지고 있는 것도 말이 된다.
“아저씨! 이것 좀 가져가세요! 아직 창 없으신 분들 많죠? 나눠가지세요!”
그들은 전리품으로 들고 있던 오크의 글레이브를 사람들에게 나눠주기 시작했다.
‘역시.’
글레이브를 나눠주고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 그들이 걸어가는 방향에는 거대한 아파트 단지가 있는 곳이었다.
이제야 조금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저 각성자 파티는 대형 생존자 무리의 리더였던 거야.’
각성자 8명이 모여 만든 생존자무리라니.
대충 생각해봐도 최소 몇 천 명 이상의 생존자들이 있는 게 분명했다.
각성자의 비율이 천 명 중에 한 명 정도 있을까 말까였으니까.
‘합류하는 게 좋을까?’
슬슬 그녀 혼자만의 힘으로 모두를 책임지는 것이 어려워지고 있었다.
수천 명 규모의 대형 생존자 쉘터를 운영한다는 것은 식수나 식량이 충만한 것일 테지.
그렇다면 충분히 접촉할 가치가 있었다.
‘내 능력이라면 충분히 어필 가능해.’
그녀가 이끌고 있는 생존자 서른 명 정도는 충분히 받아줄 것이다.
서예진도 자신에게 그 정도 가치가 있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그 전에 조금 살펴보도록 할까.’
글레이브를 나눠주고 난 뒤, 다시 아파트 단지로 향하는 각성자 파티의 뒤를 조심스레 따라갔다.
서예진은 아파트 단지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또 다시 충격적인 장면과 마주해야 했다.
“꺄하하!”
“간다아!”
“엄마! 여기 좀 보세요!”
서예진은 지금 자신이 보고 있는 광경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헷갈릴 지경이었다.
‘놀이터에서 애들이 놀고 있다고?’
물론 세상이 망하기 전에야 어딜 가나 흔하게 볼 수 있는 광경이긴 했다.
그런데 지금은 사방 천지에 몬스터들이 활개치고 있는 세상이었다.
‘도대체 여긴···.’
지금 여기가 자신이 지난 한달 간 겪어온 세상과 같은 세상이라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그때였다.
“예진아.”
익숙한 목소리에 생쥐와의 감각 공유를 해제하고 눈을 떴다.
“무슨 일이야 정수 오빠?”
“이제 정말 한계인 것 같다. 제일 중요한 물이 다 떨어졌어. 우리 어떡하지?”
서예진은 헛웃음을 지었다.
방금까지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놀고 있는 광경을 봤었는데, 지금 자신들은 건물 지하실에 숨어서 마실 물 걱정이나 하고 있다니.
동화 속 세상에서 갑작스레 차가운 현실 바닥으로 내동댕이쳐졌다.
‘고민하는 게 바보였어.’
덕분에 마음을 굳힐 수 있었다.
눈치를 보던 한정수가 말했다.
“미안. 면목이 없다. 이렇게 항상 너에게 의지만 하고.”
서예진은 한정수의 말에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그런 거 아니야. 어떻게든 활로가 보일 것 같거든.”
“활로?”“응. 자세한 건 나중에 말해줄 테니까 우선 사람들에게 준비하라고 해줘.”
“무슨 준비?”
“밖으로 나갈 준비.”
한정수는 두 눈을 커다랗게 뜨며 되물었다.
“밖? 밖으로 나간다고?”
“그래. 그게 아니면 여기서 다 같이 말라 죽을 작정이야?”
“그건 아니지만···.”
“살고 싶으면 잔소리 말고 준비하라고 전해둬.”
“···알겠어.”
서예진은 한정수가 나가는 것을 확인하고는 다시 눈을 감고 능력을 발휘했다.
한정수와의 대화 때문에 각성자 파티를 놓치고 말았지만, 그들이 어디로 들어갔는지 정도는 알기 쉬웠다.
사람들이 제일 많이 왔다갔다하는 곳이 있었기 때문이다.
‘왜 이 건물에만 사람이 이렇게 많지?’
몰래 들어가려고 대기 중인데 좀처럼 틈이 나질 않았다.
그렇게 한참을 기다리다가 드디어 기회가 찾아왔다.
‘지금!’
서예진의 명령을 받은 생쥐가 앙증맞은 팔다리를 놀리며 아파트 안으로 들어가려던 그 순간.
퍽!
찍―!
투명한 벽에 머리를 박은 생쥐가 그대로 튕겨져 나왔다.
그리고 눈앞에 이상한 창이 나타났다.
[출입 불가.]‘······이건 또 뭐야?’
혼란스러워하던 그때.
[시민권을 획득하시겠습니까?] [예 / 아니오]침입자를 차단하는 벽과 시민권.
그리고 여기서 조금 떨어진 놀이터에서 한가롭게 놀고 있는 아이들과 부모들.
그것들의 맥락을 파악한 순간, 서예진은 거칠게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예! 예! 무조건 예!”
사람들을 보호하는 능력자가 이곳에 있는 게 분명했다.
그 사람을 중심으로 뭉쳐진 게 분명하다.
이 시민권은 그 사람의 보호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자격인 것 같았고.
띠링!
[시민권을 획득하셨습니다.]된 걸까?
서예진은 조심스럽게 생쥐를 아파트 안으로 들여보냈다.
이번에는 그를 막는 투명한 벽은 느껴지지 않았다.
그러나 아파트 안쪽으로 들어가자마자 사람과 마주쳤다.
“생쥐다!”
“꺄아아악!”
무슨 이유에서인지 그녀의 예상보다 1층에는 사람이 많았고, 다급하게 도망쳐야만 했다.
“도망친다!”
“잡아!”
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이 생쥐를 잡기위해 난리를 쳐댔다.
‘이크!’
재빨리 비상구 쪽으로 도망간 생쥐는 사력을 다해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그렇게 비상계단을 통해 2층으로 진입한 순간.
‘!!’
생각지도 못한 광경이 펼쳐졌다.
트레드밀, 벤치프레스, 체스트프레스, 시티드로우 등등 수많은 운동기구로 가득 차 있었다.
그리고 그것보다 더 놀라운 것은 천장에서 환하게 빛나는 LED 전구와 헬스장 전체에 배경음악처럼 깔려있는 신나는 음악 소리.
♪♬―♩―!
‘이건···.’
마치 시간 여행을 한 것 같았다.
세상이 망하기 전의 어딘가의 헬스장에 들어와 버린 듯한 기분.
전혀 상상하지도 못한 풍경이어서 지금 자신이 보고 있는 게 꿈이 아닌가 여겨질 정도였다.
그 순간.
콰직!
“윽!”
갑작스런 충격과 함께 감각 공유가 강제로 끊어졌다.
누군가 그곳에 있는 생쥐를 잡았다는 뜻이었다.
‘아으. 머리야.’
덕분에 깨질 듯 한 두통이 느껴졌지만, 그럼에도 입가에 웃음꽃이 피어났다.
“하하, 하하하하!”
살 길을 찾았다!
‘문제는 어떻게 거기까지 가냐는 건데···.’
이곳은 서면이었다.
현실적으로 그곳까지는 너무 멀었다.
예전에는 걸어서 겨우 십오 분 남짓 걸리는 거리였겠지만, 지금은 아니다.
‘몬스터 밭을 뚫고 가야 하니까.’
생쥐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자신을 포함한 몇 명 정도는 이동할 수 있기는 할 것이다.
하지만 서른 명이 넘어가는 인원을 모두 데려가는 것은 무리였다.
무조건 전멸하고 만다.
‘어떻게든 전포역까지만 가면 되는데.’
거기서부터는 몬스터가 거의 없었다.
아마도 그 각성자 파티가 모조리 정리한 거겠지.
그러니까 거기까지만 어떻게든 가면 아파트까지 가는 길은 활짝 열려 있는 셈이다.
‘역시 그 방법 밖에 없나.’
그동안 생쥐들을 이용해 꾸준히 정찰해 왔기 때문에 이 주변 사정은 빠삭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서른 명의 생존자를 데리고 안전하게 전포역까지 가는 방법.
딱 한 가지 존재하기는 했다.
‘지하철 선로를 이용하면 되긴 하는데.’
생쥐들을 통해서 알아낸 바에 의하면 서면역 안쪽에는 의외로 몬스터가 별로 없었다.
그러나 몬스터가 적은 데에는 전부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서면역에는 그 〈괴물〉이 있으니까.’
그놈에 대해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온몸에 소름이 오소소 돋았다.
그 정도로 두려운 대상이었다.
고블린이나 오크 따위와는 비교도 안 되는 괴물이었으니까.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가능성이 있어.’
놈도 결국은 생물이었다.
잠에 빠진 틈을 노린다면 충분히 해볼 만할 것 같았다.
어차피 놈과 싸우는 게 목적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저 몰래 빠져나갈 수만 있으면 된다.
‘생쥐들을 잘 활용하면 어떻게든 될 거야.’
***
‘헉?’
헬스장에서 최형준에게 밟혀 죽는 생쥐를 보고 가슴이 철렁했다.
서예진이 생쥐로 변한 것인 줄 알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길들여진 생쥐(Lv. 2)을 사냥하셨습니다.] [소량의 경험치를 획득합니다.] [집구석 절대자의 지갑에 1,416 원이 입금되었습니다.]‘음?’
다행히 그런 것은 아니었나보다.
시민 관리 창을 확인해보니 아직 멀쩡히 서예진의 이름이 나타나 있었다.
‘휴.’
그녀의 각성 능력을 보니 사건의 전말을 파악할 수 있었다.
생쥐의 여왕 (A 등급)
그녀와 마주한 모든 생쥐들은 여왕에게 충성을 맹세한다.
한 번 길들여진 생쥐는 수족처럼 부릴 수 있으며, 감각을 공유할 수 있다.
‘생쥐를 조종하고 있었던 거군.’
그렇다는 건 직접적인 접촉이 아니었다는 건데 이런 경우에도 시민권 제안 가능하다는 점은 또 흥미로웠다.
그때였다.
“응?”
거실 창문 밖으로 반가운 놈의 모습이 보였다.
‘저건?’
어찌 보면 나를 구원해줬다고도 할 수 있는 놈.
물론 저 놈이 그렇다는 건 아니었다.
저 놈의 종이 그렇다는 것이지.
‘켈리칸.’
무슨 우리집 근처에 켈리칸 놈들만의 약속된 모임 장소라도 있는 것일까.
벌써 이번이 세 번째 등장이었다.
‘뭐, 그 덕분에 내가 살았지만.’
처음 찾아온 녀석이 아니었다면 나는 아무것도 못 해보고 말라죽었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켈리칸들에게는 약간의 고마움을 느꼈다.
그런데 이번에는 놈의 시선이 나에게 향해 있지 않았다.
놈은 사냥꾼의 눈으로 아래쪽 놀이터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무래도 놀이터에서 놀고 있는 일반 시민들을 노리는 것 같았다.
‘그렇게는 안 되지. 보이지 않는 손.’
내 몸에서부터 빠져나온 투명한 손이 거실창문을 거칠게 열어젖히고는 곧바로 놈을 향해 뻗어나갔다.
덥석!
-케에엑!?
녀석의 날개 한 쪽을 잡고 이쪽을 향해 거칠게 끌어당겼다.
쿠웅!
[허가 받지 않은 대상이 출입을 시도합니다.]놈은 투명한 벽에 몸을 비비며 내 손아귀에서 빠져나가기 위해 안간힘을 써댔다.
나는 그런 놈을 보며 중얼거렸다.
“반갑다.”
-케에에에엑―!
“가신소환, 하동건.”
슈슉
“음?”
갑작스럽게 소환된 하동건은 거실 창문에 버둥거리고 있는 켈리칸을 보고는 말했다.
“처리하면 됩니까?”
“네, 부탁드립니다.”
나는 상점에서 보급용 창 하나를 사서 하동건에게 넘겼다.
푹!
하동건은 신속하게 창을 찔러 버둥거리는 켈리칸의 목을 따버렸다.
[켈리칸(Lv. 25)을 사냥하셨습니다.] [경험치를 획득합니다.] [집구석 절대자의 지갑에 38,567,987 원이 입금되었습니다.] [스킬 레벨이 상승하였습니다.]레벨업과 동시에.
지이잉―
‘으윽.’
집구석 영역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며 양옆에 있던 두 개의 동을 순식간에 집어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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