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Dweller RAW novel - Chapter (33)
허공에서 피어오른 황금색 빛은 여덟 갈래로 갈라져 아름다운 선을 그려가기 시작했다.
두 개의 선이 만나 완성시킨 동그라미 안으로 여섯 개의 선이 어지럽게 움직이며 화려한 문양을 새겨나가고 있었다.
치직 치지직―
그리고 문양들이 겹쳐지며 만들어낸 빈 공간에서 그림 같은 문양들이 새겨지기 시작했다.
12시 방향부터 시작해서 시계 방향으로 뻗어나가던 그것들이 비어있던 공간들을 가득 채웠을 때.
파아앗!
마법진에서 황금빛이 뿜어져 나오며 농구공 정도 크기의 황금알을 소환해냈다.
그리고.
쩌적
알에 금이 가기 시작하더니 이내 완전히 개방됐다.
그리고 그곳에서 자그마한 무언가가 떨어져 내렸다.
“엇?”
나는 본능적으로 두 손을 뻗어 그것을 받아냈다.
손바닥 안에 들어온 작은 물체에서는 보드라운 감촉이 느껴졌다.
그곳에는 보송보송한 검은 색 솜털 덩어리가 있었다.
녀석이 똘망똘망한 눈으로 나를 올려다봤다.
-삑?
귀여운 아기 새가 그곳에 있었다.
‘절대자의 눈.’
「삼족오(三足烏) (Lv. 1)」
세 발 달린 까마귀 신수.
날 때부터 태양의 힘을 지니고 태어났다. 아직은 성장하지 못해 보호가 필요한 아기 새. 성장하기 위해서는 양질의 태양광을 쬐어주어야 한다.
꼭 검은 병아리 같은 생김새였다.
“안녕?”
-삑!
어색하게 인사하자 녀석이 힘차게 대답해왔다.
“너를 뭐라고 불러야 할까.”
삼족오라고 부르기에는 정이 없으니 이름을 붙여주고 싶었다.
“새까만 까마귀니까 까미 어때?”
-삐빅! 삑!
태어나자마자 어찌나 에너지가 넘쳐나는지 작은 날개를 푸닥거리며 무어라 계속 말을 거는 것 같았다.
어째선지 그 말이 이해가 갔다.
“마음에 든다고?”
-삑!
“다행이네.”
태어나자마자 말이 통하다니 까미 녀석 굉장히 영특했다.
-삐빕!
“배고프다고?”
-삡!
벌레라도 잡아와야하나 고민했지만, 이내 삼족오가 필요로 하는 것은 그런 게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녀석이 떨어지지 않게 신경 쓰면서 조심스레 거실 창가로 이동했다.
그리고 햇살이 들어오는 바닥에 녀석을 조심스레 내려놓았다.
그러자.
-삐이이···
팔자 좋게 늘어지더니 두 눈을 감고, 온몸으로 햇볕을 쬐기 시작했다.
“···팔자 좋구나.”
녀석은 그 자세 그대로 잠을 청했다.
자그마한 녀석이 숨을 고르게 내쉬는 것을 보고 있자니 내 마음까지 평화로워지는 기분이었다.
[삼족오(三足烏)의 레벨이 올랐습니다.] [태양광 발전기의 효율이 100% 증가합니다.]‘음?’
태양빛을 받으며 삼족오의 레벨이 오른 것 까지는 이해가 되는데, 난데없이 태양광 발전기의 효율이 증가하다니?
나는 곧바로 건설 모드에 진입해 태양광 발전기 항목을 확인해 봤다.
《태양광 발전기》
태양광을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시설.
하루 일조량에 따라 8~10만(+100%) 원 치의 전기를 생산하며, 사용되고 남은 잉여 전력은 집구석 절대자의 지갑으로 환급된다.
태양광 발전기가 생산하는 전력량이 2배로 늘어난 것이다.
‘잠깐만 이러면···.’
최근에 새롭게 얻은 10개 동에는 태양광 발전기를 짓지 않은 상태였다.
지원금을 거의 다 썼기 때문이었다.
솔직히 1년은 지나야 3천만 원의 효율을 내는 시설에 생돈 1억 3천을 투자하기는 아까웠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이야기가 다르지.’
까미의 레벨이 오를 때마다 계속해서 효율이 증대한다면 충분한 투자가치가 생긴다.
물론 아직은 확신할 수 없었다.
까미의 레벨이 오를 때마다 발전기 효율이 증가한다고 장담할 수 없었으니까.
그때, 다시 한 번 알람이 나타났다.
[삼족오(三足烏)의 레벨이 올랐습니다.] [태양광 발전기의 효율이 100% 증가합니다.]단숨에 태양광 발전기의 효율이 3배가 됐다.
‘1년에 9천만 원.’
레벨업을 몇 번만 더 해도 투자금 회수하는 속도가 빨라지는 것은 물론, 시간이 지날 때마다 이윤이 늘어나는 셈이었다.
그것을 확인한 나는 망설임 없이 선택했다.
‘10개 동에 전부 태양광 발전기 지어줘.’
띠링!
[태양광 발전기 시설 건설 완료까지 남은 시간]-23시간 59분 59초
건설 모드를 마치고 나오니 까미는 단잠에 빠져 있었다.
까미가 햇볕 아래에서 낮잠을 자는 동안 나는 바쁜 하루를 보냈다.
제일 먼저 남은 스킬 포인트 1개를 어디에 투자할지 정해야 했다.
‘남은 하나로 뭘 올려야하지?’
이제 [+]버튼이 남아 있는 스킬은 세 종류였다.
절대자의 창고, 절대자의 건강, 보이지 않는 손.
‘이 세 개 중에서는 그나마 창고가 제일 나은 데.’
건강은 솔직히 올려봤자 의미가 있나 싶긴 하다.
어차피 나는 안전한 집구석 영역 밖으로 한발자국도 못 나가는 신세였으니까.
여기서 더 건강해진다고 해 봐야 쓸모가 있을까 싶었다.
‘보이지 않는 손도 마찬가지야.’
분명 강력한 능력이긴 했지만, 집구석에서 나가지 못하는데 그게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인가.
집구석 영역 근처에 다가온 몬스터를 제압하는 데에나 쓸 만 할 뿐이었다.
‘그래도 창고는 절대자의 눈과 연계해서 써먹기는 하니까.’
하지만 창고의 레벨을 올린다고 해서 나아질 게 뭐가 있겠는가.
‘그냥 킵해뒀다가 품위 유지 스킬이나 절대자의 눈 스킬 레벨을 올리는 게 낫겠어.’
결론을 내린 나는 곧바로 집을 나섰다.
우선 바로 옆집인 3001호를 찾아가 최형준을 만났다.
“부탁드리고 싶은 일이 있습니다.”
“네, 재현님. 편하게 말씀하세요.”
“10억을 좀 맡아주셨으면 합니다.”
“네?”
세금 징수 스킬에 대해서 고민하면서 내린 결론이었는데, 믿을만한 시민에게 돈을 주고 묵혀둘 경우 이득이 된다는 계산이었다.
처음 증여할 때 10%의 수수료가 들긴 하지만, 그 이후로는 한 달 마다 정기적으로 10%의 이윤을 창출해낼 수 있기 때문이었다.
고민 끝에 정한 10억을 맡길 대상은 바로 최형준이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이름 : 최형준 (Lv. 25) [+]
칭호 : [첫 번째 종]
신뢰도 : 89 충성도 : 98
각성 능력 : 고릴라의 괴력
★퀘스트 부여 』
신뢰도와 충성도 수치가 넘사벽이었기 때문이다.
자주 만나기 때문인지 그만큼 신뢰도와 충성도 수치가 극한까지 늘어나 있었다.
‘이 정도면 믿을만하지.’
나는 곧장 그에게 퀘스트 부여를 통해 10억을 증여했다.
수수료 10%인 1억 원과 퀘스트 기본비용인 3만 원이 소모되었다.
“마, 맙소사···!”
그 순간.
[시민 최형준의 신뢰도가 올라갑니다.] [시민 최형준의 충성도가 올라갑니다.] [시민 최형준의 충성도가 100에 도달했습니다.] [시민 최형준은 이미 가신으로 등록되어 있습니다.] [가신 보유 한계치가 늘어납니다.]최형준이 조심스럽게 물어왔다.
“다, 당연히 안 쓰고 들고 있어야 하는 거겠지요??”
원래는 그렇게 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겨우 이런 것으로 충성도 100을 찍어줄 줄이야.
가신 보유 한계치의 가치를 생각하면 10억을 더 얹어줘도 모자랐다.
“어느 정도는 사용하셔도 무방합니다.”
“저, 정말입니까?!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그 다음으로는 유혜린을 김다빈에게 데려가 소개시켜주었다. 그리고 공용시설 직원에 대한 전권을 김다빈에게 일임했다.
“정말 제가 마음대로 뽑아도 되나요?”
“네. 상관없습니다. 다빈씨가 팀을 만들어보세요. 팀장이시니 주급은 2배로 쳐드리겠습니다.”
[시민 김다빈의 충성도가 올라갑니다.]“감사합니다!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김다빈이 유혜린에게 인수인계하는 것을 지켜보며 잠시 공용시설을 구경했다. 시민들이 바쁘게 움직이는 모습이 보였다.
식당 당번인 이들이 밥을 하고, 줄 서서 화장실을 이용하고 있었다.
‘불편하겠군.’
공용시설이라고는 해도 한때는 일반 가정집이었던 곳이다.
공중화장실처럼 한 번에 많은 사람을 수용하거나 하는 일은 현실적으로 힘들었다.
샤워를 하는 게 시민들 사이에서는 특권으로 인식되고 있을 정도이니 해결책이 필요했다.
‘그렇다고 그냥 줄 수는 없는데.’
그랬다가는 노력해서 전기, 수도, 가스를 획득한 시민들의 사기가 저하될 것이다.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던 찰나 한 가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매점에서 팔수는 없나?’
시험 삼아 항목을 등록해봤다.
[하루 전기 사용권] (10,000 원)‘되네?’
무형의 가치도 등록할 수 있게끔 되어 있었다.
키오스크 방식으로 해당 동수와 호수를 입력하면 자동으로 전기가 공급되는 방식이었다.
‘수도랑 가스도 만들자.’
하루, 일주일, 한 달 이용권으로 나누어서 각각 만원, 3만원, 10만원의 가격으로 판매했다.
‘살 사람은 사겠지.’
나라면 저런 불편한 공용시설을 이용하기보다 어떻게든 돈을 모아서 사용권을 구입하고 싶을 것이다.
‘그리고···.’
그 다음으로 해결할 것은 총기 지급 문제였다.
충성도가 높은 시민들 중에서 총기를 지급할만한 인물들을 추려낼 생각이었다.
생각보다 신뢰도 50을 달성하여 충성도를 개방한 인원이 그리 많지는 않았기 때문에 그리 오래 걸리진 않았다.
‘조건에 부합하는 이들은 죄다 전투인원들이군.’
전투 인원들과는 일부러라도 대면을 시도한 덕분인지 대부분 충성도를 개방한 상태였다.
그 중에서 백승엽도 57의 충성도를 가지고 있었지만, 이놈에게는 권총을 지급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이 놈 성격에 어떻게 될지 뻔하지.’
백승엽에게 권총을 준다면 그것을 가지고 유세나 부리는 모습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이래서 첫인상이 중요한 것이다.
‘그렇게 되면 남은 건 김민호, 남지호, 신유라 정도인가.’
S&W M60을 등록하고 품목화로 생겨난 것들은 죄다 S&W마크가 붙은 리볼버였는데, 그 중에서 M60이 가장 나았다.
‘나중에 따로 만나서 지급하자.’
지금은 세 명 다 영역 밖으로 사냥을 떠난 상태였다.
‘서예진은 바쁜 것 같고···.’
보니까 동료들을 진두지휘하느라 정신없어 보였다.
우선은 2901호에서 대기하고 있는 하동건 파티를 찾아갔다.
♩♬―
[29층입니다.] [문이 열립니다.]절대자의 눈으로 확인해 보니 2902호를 쓰는 김다정과 오언주도 2901호에 모여 있었다.
“그 뱀이 레벨 40이었다고요?”
“네.”
“흐음. 그렇군요···.”
하동건의 대답에 어딘가 씁쓸한 표정을 짓는 오언주의 모습이 보였다.
아마도 그때 보여주었던 퀘스트 내용을 떠올린 거겠지.
철컥.
그때 내가 문을 열고 들어가자, 휴식을 취하고 있던 이들이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나를 반겨주었다.
“오늘도 다들 고생하셨어요. 컨디션은 좀 괜찮으신가요?”
“네~.”
“완전 괜찮습니다.”
“별로 한 것도 없는데요, 뭘.”
장난스럽게 대답하는 이들을 향해 웃어 보이며 말을 이었다.
“서면역에 있던 괴물 덕분에 주변은 몬스터가 없는 청정구역이 됐습니다. 특히 지하철 선로는 더욱 그렇죠.”
현재 서면역은 무주공산이나 마찬가지였다.
주인이었던 킹스네이크가 죽었지만, 아직 그 사실이 널리 퍼지지는 않은 상황.
몬스터들은 평소처럼 서면역을 기피하고 있을 것이다.
“서면역 근처의 범내골, 범일역까지 몬스터는 거의 전무했습니다.”
서예진의 능력으로 이미 확인한 사실이었다.
놈이 1호선 선로에 떡하니 똬리를 틀고 앉아 있기 때문인지 두, 세 정거장 근처에는 몬스터 한 마리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지금이 기회입니다. 다른 몬스터들이 그곳을 차지하기 전에 먼저 움직여야 해요.”
오늘, 유혜린이 울면서 나에게 부탁하는 것을 보고 한 가지 깨달은 것이 있었다.
지금 눈앞에 있는 이들은 목숨을 걸고 내 부탁을 수행하는 중이라는 사실이었다.
그러니까 지금 이들은 내게 목숨을 맡기고 있는 셈이었다.
서예진의 합류로 서면역에 있는 괴물을 미리 알아서 다행이었지, 아니었다면 상당히 위험했을 것이다.
지금 바깥세상은 정말로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곳이었다.
내가 가족의 안전을 바라는 게, 그들을 구하고 싶어 하는 게 욕심이라는 것 정도는 안다.
‘그럼에도.’
이들의 목숨 값이 내 어깨를 무겁게 짓눌렀지만.
“내일, 자갈치역까지 다이렉트로 가주셨으면 합니다.”
나는 포기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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