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Dweller RAW novel - Chapter (35)
♩♬―
[1층입니다.] [문이 열립니다.]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오는 동안 하동건 파티에게 최대한 간략하게 작전 지시를 내렸다.
“다들 이해하셨습니까?”
모두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예!””
우리는 다 함께 1층 현관으로 향했다.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살려주···.”
“엄마아아! 흐아앙!”
“다, 다 죽을 거야!”
그곳에서는 아수라장이 펼쳐지고 있었다.
분명 집구석 영역 안에 포함되어 보호받고 있음에도 사람들은 패닉에 빠져 있었다.
공포에 집어삼켜진 것이다.
쿠우웅―
점점 가까이 다가오는 거인의 발소리.
아파트 건물 사이로 보이는 거대한 덩치의 괴물.
“꺄아아악!”
“이, 이쪽으로 오고 있어!”
놈이 이곳을 향해 다가오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이 죽음의 공포를 느끼기엔 충분했다.
“여기는 제가 해결하겠습니다. 여러분들은 서둘러서 작전 위치로 움직여주세요.”
우리는 세 개의 조로 쪼개져서 움직였다.
오언주를 필두로 하동건, 김다정, 강덕수가 1조.
김가영, 문병호, 김 건이 2조.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와 서예진이 3조였다.
1조와 2조가 작전 위치로 달려 나가는 것을 확인한 나는 패닉에 빠진 시민들을 향해 입을 열었다.
“아아, 여러분. 잠시 주목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리 큰 목소리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이목을 성공적으로 집중시킬 수 있었다.
동시에 내 통제 아래에 있는 모든 세대의 방송 장비를 통해 내 목소리를 송출시켰다.
“현재 거인이 우리 아파트 단지를 향해 접근 중에 있습니다. 군필자 분들은 정문에 모여주시고, 나머지 분들은 아이들을 데리고 지하 주차장으로 피신하여 주십시오.”
최대한 침착한 목소리로 말했다.
마치 이런 일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다시 한 번 말씀드리겠습니다. 현재 거인이 접근 중···.”
태연함을 가장한 덕분이었을까, 아니면 이것도 품위 유지 스킬의 효과인 걸까.
내 목소리가 이어질수록 패닉에서 빠져나오는 사람들이 하나 둘 생겨났다.
“그래! 지하 주차장! 지하 주차장이 있었지!”
“거기로 가면 안전할까?”
“일단 여기 있는 것보다는 낫겠지!”
사람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이들부터 보내세요! 지금 당장 지하주차장으로 가야 합니다!”
일단 목표를 정해주자 사람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여보! 도윤이 데리고 지하 주차장으로 가 있어.”
“당신은요?”
“나는 정문으로 가야지. 군필이잖아.”
“무슨 소리하는 거예요! 당신은 예비군도 끝난 아저씨가 무슨···!”
“잔소리하지 말고, 가! 얼른!”
“······무리하지 마요.”
저 남자처럼 내 명령에 따라 정문으로 모이는 남자들도 있었지만, 모두가 저런 용기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정문에 모인 사람들은 고작 121명.
1200명이 넘는 총원 중에 미성년자의 비율이 꽤 높은 편이라고는 해도, 성인 남성의 숫자만 400명이 넘어간다.
그 중에 군필자가 겨우 백 명 밖에 없다는 것은 말이 안 됐다.
병역의 의무를 가지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군대를 면제 받은 신의 아들이 그렇게 많지는 않을 테니까.
‘도망쳤군.’
수백 명의 사람들이 모르는 척 지하주차장으로 피신한 것이다.
‘겁쟁이 놈들.’
여기 모인 사람들은 바보라서 목숨 걸고 모인 것이 아니었다.
싸우지 않으면 전부 다 죽으리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 아파트 단지를 지키기 위해서 모인 게 아니었다.
소중한 가족을 지키기 위해, 또는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모인 것이다.
심지어 121명 중에는 여자도 8명이나 있었다.
8명 전부 아는 얼굴이었다.
신유라를 포함해서 그녀가 이끄는 팀 6명이 전원이 함께 있었고, 나머지 한 명은 김민호 팀에 소속된 문해리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유혜린이었다.
유혜린을 향해 물었다.
“혜린씨, 군필자셨나요?”
“그건 아닙니다만···.”
“그럼 왜 이곳으로 오셨죠?”
“조금이라도 힘이 되고 싶어서···.”
나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어보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그때 키 작은 남자 한 명이 손을 들고 물었다.
“그, 그런데 저희는 뭘 하면 됩니까?”
그는 백승엽의 동생인 백승민이었다.
그에게 물었다.
“백승엽씨는 어디 계시죠?”
“그건···.”
백승엽과 쌍둥이 일행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도망치셨나 보군요.”
“······.”
그와 동시에 무거운 침묵이 내려앉았다. 도망친 사람들이 있다는 말을 듣고 충격을 먹은 사람들도 몇몇 보였다.
일부는 정문에 온 자신의 결정을 후회하는 것 같기도 했다.
‘솎아낼 필요가 있겠어.’
한 번 더 여지를 주기로 결심한 내가 입을 열었다.
“냉정하게 현 상황을 전달하겠습니다.”
고민에 빠진 이들을 훑어보며 이어 말했다.
“솔직히 저도 저 괴물을 처치할 수 있을지 없을지 확신이 서질 않습니다. 최악의 경우 다 함께 죽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직접적으로 죽음을 입에 올리자 사람들의 눈빛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저는 개인의 선택을 존중하는 편입니다. 지금이라도 도망치고 싶으신 분들이 계신다면, 도망치세요. 붙잡지 않겠습니다.”
나는 등을 돌려 정문을 바라보았다.
“딱 10초만 세겠습니다. 그 이후로는 도망치고 싶어도 도망치실 수 없을 겁니다.”
쿠웅!
그러는 동안에도 거인은 계속해서 이곳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중간 중간에 거대한 건물들을 밀어 넘어뜨리며, 쑥대밭을 만들면서 걸어오는 중이었다.
“10, 9, 8···.”
콰아아아앙!
거인의 손에 의해 부서진 건물의 잔해가 땅바닥과 충돌하며 굉음을 만들어냈다.
거대한 폭발 소리가 들린 직후, 뒤쪽에서 한 남자가 일어서 달려가는 소리가 들렸다.
누군가 한 명이 스타트를 끊자 고민하던 사람들이 하나 둘 움직이기 시작했다.
“···3, 2, 1.”
그렇게 10초를 세고 돌아보니 121명이었던 인원은 101명으로 줄어들어 있었다.
그들의 눈빛은 여전히 흔들리고 있었고, 팔다리도 후들후들 거렸다.
그럼에도 이들은 남아 있었다.
“생각보다 많이 남아주셨네요.”
누군가 그런 말을 했다.
용기란 두려움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두려움 앞에서도 굴하지 않고 행동하는 것이라고.
두려움으로 가득해진 이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용기 있는 사람들이 더 많이 필요했다.
그러므로 나는 이들을 우대할 것이다.
이것은 차별이 아닌, 두려움에 맞서기로 결정한 이들에 대한 정당한 대우였다.
“남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다들 이것을 받아주세요.”
상점에서 101자루의 권총과 실탄을 구입하여 그들에게 지급했다.
“총?”
“진짜 총이야?”
“진짜야, 이거!”
겨우 권총 한 자루일 뿐이었다.
사실상 저것으로 거인을 상대하기에는 턱없이 화력이 부족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얼굴에는 희망이 피어나고 있었다.
“저는 개인의 선택을 존중합니다. 하지만 그 선택에 따라 각자 다른 결과를 맞이하게 될 것입니다.”
[시민 박종찬의 신뢰도가 50을 달성했습니다.] [충성도가 개방됩니다.] [시민 이혁진의 신뢰도가 50을 달성했습니다.] [충성도가 개방됩니다.]······
······
101명의 신뢰도와 충성도 상승 알림이 폭발적으로 쏟아졌다.
걔 중에는 단숨에 충성도 30을 뛰어넘으며 가신 등록의 여건을 만족시킨 이들도 여럿 있었다.
‘여기 있는 이들의 경험치와 정산금 분배율을 100%로 올려.’
시민들의 숫자가 천 명을 넘기며 ‘기본급’ 스킬이 등장한 뒤로 모든 시민들의 경험치와 정산금의 분배율을 0%로 조정했었다.
그러니 이제 여기 있는 101명은 앞으로 몬스터를 사냥할 때, 다른 시민들보다 2배 더 빠르게 성장하고 2배 더 많은 돈을 가져가게 된다는 소리였다.
그때.
-크아아아아악!
거인의 분노에 찬 목소리가 천지를 뒤흔들었다.
‘시작됐군.’
절대자의 눈을 통해 오언주가 있는 1조의 동향을 살폈다.
***
푸욱!
종아리에 창이 박힌 싸이클롭스가 울부짖으며 주변을 살폈다.
하동건은 허공에 생성된 창을 집어 들어 다시 한 번 거인을 향해 던졌다.
우우웅―
스킬로 인해 공격력이 5배 상승한 창은 싸이클롭스의 종아리를 깊숙이 파고들었다.
-크아아아악!
서면역에 있던 킹스네이크를 잡으며 36레벨이 된 하동건이었다. 거기다 김다정의 축복을 받은 상태에서의 창던지기는 거인에게 제법 아찔한 고통을 선사하고 있었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가 한계였다.
그의 창던지기로는 거인의 목숨을 위협할 수는 없었다.
분노한 싸이클롭스의 눈에 하동건이 들어왔다.
놈과 눈이 마주친 하동건이 급히 자리를 피했다. 3층 건물에서 뛰어내린 다음 전속력으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그렇게 건물 숲 속으로 하동건이 사라지자 싸이클롭스가 분노에 찬 포효를 내질렀다.
-으어어어어!
하동건이 사라진 건물 숲을 통째로 짓밟기 위해 걸어가던 그 순간.
푸슉!
이번에는 뒤꿈치 쪽에서 따끔한 통증을 느꼈다.
-아아악!
수인화를 한 오언주가 뒤꿈치를 공격한 것이다.
오언주는 거인의 뒤꿈치에 새긴 상처를 보며 혀를 찼다.
‘너무 얕아.’
겨우 살갗만 도려낸 정도였다.
김다정의 축복을 받은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힘이 부족했다.
하지만 거인의 상처에서 뿜어져 나오는 피를 본 순간.
“크릉!”
그녀의 눈이 벌겋게 변하며 전신의 근육이 부풀어 올랐다.
급격히 상승한 신체능력을 기반으로 다시 한 번 달려들어 발톱을 휘둘렀다.
퍼걱!
이번에는 아까보다 훨씬 더 깊은 상처를 남길 수 있었다.
-크아아아악!
싸이클롭스가 고통에 찬 비명을 질러댔다.
‘한 방 더···!’
상처 안으로 거인의 아킬레스건이 드러나 있었다.
완벽히 끊어내지는 못하더라도 공격하면 거인의 기동력을 효과적으로 제한할 수 있을 터였다.
오언주가 다시 한 번 발톱을 휘두르려는 순간.
부웅!
거인의 발이 엄청난 속도로 올라갔고, 목표를 놓친 그녀의 발톱은 허공을 가로질렀다.
그리고.
콰아아아앙!
올라갈 때보다 더 빠른 속도로 떨어져 내린 발이 오언주가 있던 바닥을 완전히 깨부쉈다.
“커헉···!”
민첩한 움직임으로 간신히 밟히는 것은 면할 수 있었지만, 싸이클롭스의 발 구름에 휘말렸으니 멀쩡할 수는 없었다.
콰아아앙!
포탄처럼 날아간 그녀의 몸이 건물 벽면을 박살내고 들어가서야 겨우 멈췄다.
“크흡!”
싸이클롭스가 오언주를 마무리하려고 다가가던 그때.
번쩍이는 갑옷과 창을 든 강덕수가 거인을 도발했다.
확성기를 사용한 탓에 그의 목소리가 쩌렁쩌렁하게 울려 퍼졌다.
싸이클롭스의 눈에는 번쩍거리는 은빛 창을 들고 있는 강덕수의 모습이 방금 자신에게 창을 던진 하동건을 떠올리게 만들었고, 이번에는 놈을 놓치지 않으리라 다짐한 것 같았다.
놈이 강덕수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쿠우웅―!
도발에 성공한 강덕수가 아파트 정문을 향해 전속력으로 도망치는 동안, 근처에 숨어서 상황을 지켜보던 김다정이 오언주가 날아간 건물을 향해 뛰어가고 있었다.
거기까지 지켜본 나는 권총으로 무장한 101명의 시민들을 향해 말했다.
“다들 준비하세요.”
일렬로 늘어선 시민들이 권총을 든 채로 침을 꿀꺽 삼켰다.
“헉, 허억!”
전력을 다해 뛰어오고 있는 강덕수의 뒤로 잔뜩 성이 난 얼굴의 싸이클롭스가 쩔뚝거리며 달려오고 있었다.
오언주가 만든 뒤꿈치의 상처 덕분에 금세 거리가 좁혀들지는 않았다.
쿠웅― 쿵!
‘온다.’
이번 작전에서 1조가 맡은 역할은 ‘미끼’였다.
놈을 상대하기 위한 최적의 장소로 놈을 유인하는 것이 그들의 역할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1조는 매우 성공적으로 작전을 수행해 주었다.
쿠웅!
강덕수가 보호막 안으로 무사히 들어오고, 싸이클롭스가 정문 바로 앞까지 다가왔을 때.
까악―
김 건의 까마귀, 까망이가 거인의 눈을 향해 돌진했다.
-아악!
기습적인 공격에 눈이 찔린 거인은 그 자리에 멈춰 서서 까망이가 날아가는 방향을 노려봤다.
그 순간.
쐐애애액― 푸슉!
정문 근처의 아파트 옥상에서 대기하고 있던 김가영의 화살이 싸이클롭스의 손을 꿰뚫고 하나 밖에 없는 눈을 정확하게 파고들었다.
-카아아아악!
거인이 두 손으로 눈을 가리며 고개를 뒤로 젖혔다.
비명을 지르는 놈의 입은 커다랗게 벌어져 있었다.
슈슉!
거인의 입 앞에 문병호가 나타났다.
그의 손에는 생쥐 한 마리가 들려 있었고, 싸이클롭스의 목구멍 너머로 생쥐를 집어 던졌다.
‘여기까지는 계획대로다.’
오언주가 리타이어 되는 것은 계획에 없었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퀘스트 완료를 위해, 그리고 전체적인 이익을 위해서라도 그녀에게 막타를 양보하고 싶었지만, 안타깝게도 눈앞에 있는 거인은 그런 여유를 부릴 수 있을만큼 만만한 존재가 아니었다.
‘끝낼 수 있을 때 끝낸다.’
서예진은 미리부터 내 옆에서 가부좌를 튼 채로 생쥐와 감각을 연결하고 있었고, 그 대상은 당연히 싸이클롭스의 목구멍으로 넘어간 놈이었다.
절대자의 눈이 어두컴컴한 거인의 식도를 비추고 있었다.
‘가스 소환.’
창고에 가득 채워 두었던 가스가 싸이클롭스의 식도와 위를 가득 채웠다.
다음 순간, 나는 절대자의 시야로 비친 어둠 속으로 최대한 커다란 불꽃을 이미지 했다.
화륵―
그렇게 피어오른 불꽃은 곧이어.
콰아아아앙!
거대한 폭발의 시발점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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