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Dweller RAW novel - Chapter (40)
김다빈은 어제부터 오늘까지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팀장이라는 직책을 받은 이후 평소 눈여겨보고 있던 열네 명을 고용했다.
김재현이 직접 연결시켜 준 유혜린까지 합쳐서 총 15명의 인원으로 팀을 굴리기 시작한 것이다.
공용시설의 관리감독과 청소 등의 업무는 금방 가르칠 수 있었고, 세 개로 늘어난 공용시설에 사람들이 흩어지면서 업무 강도가 훨씬 수월해졌다.
그렇게 한숨 돌리나 싶었는데 어제는 거인이 나타나서 비상이 걸리더니, 그때부터 신입들이 우수수 쏟아져 들어오면서 그녀를 괴롭히고 있었다.
“그러니까 총 여섯 분이신 거죠?”
“네, 그렇습니다.”
“113동 503호로 가시면 됩니다.”
김다빈은 떠나는 그들의 등을 바라보며 속으로 계산했다.
‘이걸로 503호에 넣은 인원이 49명. 조금 더 밀어 넣을 수 있으려나? 아슬아슬한데.’
새롭게 들어오는 사람들은 모조리 공용 시설에서 수용하고 있었다.
사실 말이 공용 시설이지, 이제는 난민 구호소가 되고 있다고 봐도 무방했다.
수십 명의 사람들이 좁은 방에서 발도 제대로 못 뻗은 채로 자야겠지.
그때였다.
“다빈씨! 6층 정리 끝났어!”
최형준이 그녀에게 찾아와 보고했다.
딱 좋은 타이밍이었다. 마침 503호가 미어터지려 하고 있었으니까.
“수고하셨어요. 이제 110동 4층, 6층, 7층 정리해주시면 돼요.”
“110동. 4층, 6층, 7층. 알았어! 수고!”
“네, 수고하세요.”
최형준이 맡은 역할은 일종의 청소였다.
가구나 쓸데없는 물건들을 치우고 청소를 하는 일이었는데, 그래야 조금이라도 더 많은 사람들을 수용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힘 하나만큼은 장사였던 그였기에 혼자서도 척척 정리를 해내고 있었다.
♩♬―
[21층입니다.] [문이 열립니다.]최형준이 떠나는 것과 동시에 엘리베이터가 도착하며 사람들이 우루루 내렸다.
자꾸만 주변을 둘러보는 저 행동, 아파트 단지 밖에서 찾아온 신입이 분명했다.
“실례합니다. 여기 김다빈씨가 누구신가요?”
역시나 예상대로였다.
“접니다. 새로 들어오신 신입분들이신가요?”
“네. 사실은 어제 찾아왔어야 했는데, 씻고 밥 먹고 하다 보니 시간이 많이 늦어져서요.”
“네? 그게 무슨···.”
신입들이 무슨 수로 씻고 밥을 먹는단 말인가.
그러다 김다빈은 그들이 들고 있는 무기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들은 오크의 창과 활로 무장하고 있었다.
‘그렇다는 건···.’
눈치가 빠른 김다빈은 곧장 대표로 보이는 남자를 향해 물었다.
“재현님을 뵙고 오시는 길인가요?”
“네, 그렇습니다. 다빈씨에게 모르는 걸 물어보라고···.”
이들이 자신이 아니라 김재현을 먼저 만나고 왔다는 것은 그만큼 김재현이 이들을 중요하게 여긴다는 뜻이었다.
그것을 파악한 김다빈은 영업용 미소를 띠우며 물었다.
“어떤 점이 궁금하셨을까요?”
“그게 몬스터를 잡으면 돈이 나온다고 하는데, 그게 무슨 말이죠?”
“말 그대로의 의미입니다. 몬스터를 잡게 되면 돈이 들어오게 되는데, 일종의 포인트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걸 가지고 먹을 것도 사고, 전기나 가스와 같은 자원도 살 수 있지요. 직접 경험해보시는 게 베스트인데, 장비도 준비되어 계시니 밖으로 나가서 직접 몬스터를 사냥해보시는 게 어떨까요?”
남자는 고개를 끄덕거리면서도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얼른 그를 보내고 조금이라도 쉬고 싶었던 김다빈이 물었다.
“더 물어보실 거라도?”
“매점이라는 게 있다던데···.”
“매점은 이름에서부터 알 수 있다시피 물건을 파는 매장입니다. 다만 조금 특별한 게 있다면 최첨단 방식이라고 해야 할까요? 물건을 주문하면 그 자리에서 곧바로 물건이 생성되는 신기한 방식이죠. 일종의 키오스크라고 해야 할까요? 1층에 있으니 몬스터를 잡은 돈을 가지고 직접 가셔서 사용해보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흠. 그렇군요.”
아무래도 남자는 갈 생각이 없는 것 같아 보였다.
김다빈을 뚫어져라 바라보던 그가 손을 내밀며 갑자기 통성명을 했다.
“이준혁이라고 합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다빈씨.”
살면서 지겹도록 받아왔던 게 남자들의 관심이었기에, 김다빈은 곧바로 이준혁의 생각을 읽을 수 있었다.
‘어떻게든 내 손 한 번 잡아보고 싶어서 그러는구나. 하여튼 이놈의 인기란.’
모르는 척 그의 손을 맞잡아주며 말했다.
“반갑습니다, 김다빈이라고 합니다.”
“하하. 또 물어볼 게 있었던 거 같은데···.”
이준혁이 김다빈의 손을 잡은 채로 말을 이어나가던 순간 뒤쪽에서 앙칼진 목소리가 들려왔다.
“준혁 오빠. 몬스터 사냥이나 하러 가자. 늦었어.”
“어? 어어. 그래야지.”
김다빈은 앙칼진 눈매로 자신을 노려보는 여자를 향해 속으로 감사를 표했다.
‘드디어 갔네.’
잠시 의자에 앉아서 눈을 붙이려던 찰나.
“실례합니다. 김다빈씨를 찾아가라고 해서 왔는데요.”
김다빈이 눈을 떠 보니 이번에는 4명 정도의 가족이 그곳에 있었다.
“하아.”
한숨을 내쉰 다음 그들을 불렀다.
“이쪽으로 오세요!”
그렇게 정신없이 업무를 처리하고 있던 와중이었다.
“김 팀장님.”
“앗! 재현님!”
“고생하십니다.”
김재현이 그녀를 찾아왔다.
“고생은요. 다 돈 받아가면서 하는 일인데.”
“그렇게 생각해주시니 감사합니다. 공용시설이 부족하지는 않습니까?”
“아직 좀 넉넉하기는 한데, 지금 속도로 사람들이 유입된다면 금방 부족해질 것 같기는 해요.”
그러자 김재현은 허공에서 노트 하나를 소환하더니 김다빈에게 건네며 말했다.
“여기 새롭게 공용 시설로 사용할 세대의 리스트입니다.”
그곳에는 50채가 넘는 곳의 호수가 적혀 있었다.
김다빈은 두 눈을 크게 뜨며 대답했다.
“이 정도면 당분간 문제없을 것 같아요!”
“다행이네요. 그리고···.”
김재현의 미안해하는 듯한 얼굴 표정에서 무언가 불안감을 느낀 김다빈이 그를 재촉했다.
“편하게 말씀하세요, 재현님.”
“다름이 아니라 유혜린씨를 이틀 동안 빌렸으면 해서요.”
“예···?”
유혜린은 그녀의 팀원들 중에서 유일하게 대부분의 업무를 인수인계 받은 사람이었다.
그러니까 지금 자신이 맡고 있는 이 역할을 대신해 줄 사람은 유혜린 밖에 없다는 말이었다.
‘그 말은···.’
예정된 자신의 미래를 눈치 챈 김다빈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김재현이 평온한 미소를 지으며, 누구보다 잔혹한 말을 내뱉었다.
“그럼 이틀간 잘 부탁드립니다, 김 팀장님.”
“아··· 무, 물론이죠!”
김다빈은 순간 진지하게 고민했다.
그러다 결심한 얼굴로 그를 불렀다.
“재현님.”
“네?”
“···야간 수당 쳐주시면 안 될까요?”
김재현이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2배로 쳐드리겠습니다.”
***
김다빈과의 쇼부를 끝내고 돌아오니 유혜린과 서예진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들어오자 소파에 늘어져 있던 유혜린이 바짝 긴장하며 허리를 꼿꼿이 세웠다.
“잘 쉬고 계셨어요?”
“네.”
“그럼 다시 시작할까요?”
유혜린은 소파에서 일어나 허공으로 두 손을 들어올렸다.
그러자 허공에서 보라색의 독안개가 뭉게뭉게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창고 보관, 독 안개.’
창고의 용량이 100kg이다보니 기체인 독 안개는 생각보다 더 많은 양이 들어갔다.
그러다보니 유혜린의 정신력이 남아나질 않는 것이다.
한 눈에 봐도 유혜린은 무척이나 힘들어 보였다.
‘안 되겠군.’
나는 곧장 가신 관리창을 켜서 유혜린의 레벨을 올렸다.
5천만 원을 투자해야 했지만, 전혀 아깝지 않았다. 지금 나는 수백억의 자산가였으니까.
25였던 레벨이 30레벨이 되는 순간, 제일 먼저 변화를 느낀 유혜린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
“왜 그러시죠?”
“갑자기 힘이 나는 것 같아요.”
독안개의 생성 속도도 아까보다 2배는 더 빨라져 있었다.
‘좋네.’
확실히 정신력과 스킬 숙련도가 확 올라간 모습이었다.
[창고에 보관 가능한 무게를 초과하였습니다.]“됐습니다. 이제 그만 만들어내셔도 좋아요.”
“앗, 네!”
허공에 남은 보라색 안개들은 유혜린의 의지를 따라 점점 희미해지더니 사라졌다.
“그런데 정말 제가 직접 안 가도 괜찮을까요?”
“괜찮습니다. 여기서 계속 독 안개를 만들어주시기만 해도 충분해요.”
사전 작업을 마친 뒤 서예진에게 말했다.
“이제 시작해주세요.”
“넵!”
서예진이 가부좌를 틀고 감각 공유를 실행하자 절대자의 눈에 어두컴컴한 지하실이 보였다.
찐득한 어둠 속에 시체 썩은 내와 허파에 바람이 빠지는 듯 그르렁 거리는 소리로 가득했다.
이곳은 좀비들이 가득한 중앙역 선로 위였다.
‘창고 오픈.’
푸쉬이이―
창고에서 독 안개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한 순간, 생쥐가 선로를 달렸다.
「길들여진 생쥐(Lv. 3)」
아직 진화하지 않은 작은 덩치의 생쥐의 뒤쪽으로 보라색 독안개가 분사되고 있었다.
“우어어어―!”
“크아악!”
좀비들이 독 안개가 뿜어져 나오는 소리에 흥분하여 달려들기 시작했다.
그러나.
“커억―!”
유혜린의 독 안개를 흡입하는 순간 움직임이 눈에 띄게 느려졌다.
독 안개는 기본적으로 마비 독의 기능을 가지고 있었다.
이것을 들이마시게 되면 처음에는 서서히 움직임이 느려지고, 몸을 가누지 못하고 쓰러지게 된다. 그 다음에는 횡경막과 늑간근의 마비로 질식사하게 만드는 종류의 치명적인 마비 독이었다.
독 안개를 들이마신 좀비들이 얼마 지나지 않아 픽픽 쓰러지기 시작했다.
‘좋아. 일단 마비는 통한다.’
일단 기본적으로 시체들이라 독 안개가 통할지 조금 걱정됐었는데, 다행히 마비시키는 데에는 별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좀비들이 죽질 않았다.
‘역시나인가.’
좀비들은 이미 죽어 있는 시체.
숨 좀 오래 못 쉰 걸로 죽거나 하지는 않는 것이다.
하지만 근육이 마비된 것만 해도 큰 성과라고 할 수 있었다.
이럴 때를 대비한 플랜 B가 존재했기 때문이다.
“예진씨. 부탁드릴게요.”
“네!”
어둠 속에 숨어 있던 생쥐 부대가 밖으로 튀어나왔다.
그리고 쓰러진 좀비들의 목을 사정없이 물어뜯기 시작했다.
콰직!
[좀비(Lv. 11)을 사냥하셨습니다.] [경험치를 획득합니다.] [집구석 절대자의 지갑에 120,085 원이 입금되었습니다.] [좀비(Lv. 12)을 사냥하셨습니다.] [경험치를 획득합니다.] [집구석 절대자의 지갑에 212,112 원이 입금되었습니다.]······
······
수십 마리의 생쥐들이 마비 독에 당해 쓰러진 좀비들을 학살하기 시작했다.
우우웅―
좀비들을 사냥하는 과정에서 일부 개체들은 경험치를 획득하여 진화했다.
「길들여진 거대 생쥐(Lv. 7)」
덩치가 거대해진 생쥐들은 더욱 더 거침없이 좀비들의 목을 물어뜯었고, 빠르게 경험치를 습득하기 시작했다.
‘서예진에게 분배해 놓은 경험치를 나눠 먹고 있는 건가?’
기본급 100%에 추가로 100%의 경험치를 분배해 준 상태였다.
생쥐들도 사냥으로 2배의 경험치를 획득하고 있는 셈이다.
그때였다.
좀비의 피를 입에 댄 생쥐들이 괴로워하기 시작했다.
‘뭐지?’
잠시 후, 생쥐들의 명칭이 변화했다.
「길들여진 좀비 생쥐(Lv. 5)」
작은 덩치 그대로 좀비 생쥐로 변한 녀석들도 있었고,
「길들여진 거대 좀비 생쥐(Lv. 9)」
진화해서 바뀐 커다란 덩치를 가진 채로 좀비가 된 생쥐들도 있었다.
‘이거 위험할 뻔 했군.’
보아하니 좀비들의 피에 당하면 좀비화가 진행되는 듯한 모습이었다.
다른 이들은 몰라도 전면에 나서서 발톱과 이빨로 공격을 하는 오언주의 경우, 좀비 바이러스에 감염됐을 가능성이 컸다.
생쥐들을 이용한 전술 덕분에 최악의 경우를 피해갈 수 있었던 것이다.
“어? 이게··· 어라?”
서예진은 당황스러워 하고 있었다.
자신의 귀여운 생쥐들에게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 그녀도 느끼고 있는 것이다.
“좀비로 변한 생쥐들 상태는 좀 어떤가요? 말은 잘 듣나요?”
“네? 어··· 그게 제 명령에는 따르는 것 같은데, 애들이 좀 공격적으로 변한 거 같아요.”
“다행이네요. 그럼 작업을 계속 진행해 볼까요.”
다시 한 번 유혜린의 독가스를 창고 가득 채우고, 서예진의 능력과 절대자의 눈을 활용하여 좀비들을 마비시킨 다음, 좀비로 변한 생쥐들로 마무리.
그런 식으로 일을 진행하니 중앙역에서 자갈치역까지 이어지는 선로에 쌓여 있던 좀비들을 금세 몰살시킬 수 있었다.
그때쯤 하동건 파티는 범내골역 선로에 진입하여 초량역을 향해 달리는 중이었다.
‘순조롭군.’
계획대로 진행되는 작전.
이대로 자갈치역까지 무사히 도착한다면 이제 고지가 머지 않았다.
이번에야 말로 가족들을 구할 수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그때.
[허가 받지 않은 대상이 출입을 시도합니다.]이제는 지겹도록 들려온 알림이었다.
[시민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조건을 만족하는 개체가 집구석 근처에 접근하였습니다.] [시민권을 제의하시겠습니까?]특이한 것은 이번에 찾아온 시민들의 숫자였다.
‘157명?’
어디선가 단체로 숨어있던 생존자들이 온 것인지 그 숫자가 상당했다.
그들이 시민권을 받아들인 그 순간.
[시민의 숫자가 3,000명에 도달했습니다.] [시민들의 숫자가 일정 수준에 도달함에 따라 ‘경제활동인구 지원금’ 스킬을 개방합니다.]{경제활동인구 지원금}
시민들에게 직책을 부여하고, 지원금을 지급합니다. 지원금은 집구석 절대자의 지갑에 있는 현금과는 별도로 지급되는 금액입니다.
※하루 일당
-사원 : 10만 원 (0/300)
-대리 : 15만 원 (0/100)
-과장 : 20만 원 (0/30)
-차장 : 25만 원 (0/10)
-부장 : 30만 원 (0/3)
꽤나 쏠쏠한 스킬이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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