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Dweller RAW novel - Chapter (51)
다음 날 아침, 할아버지에게 제일 먼저 부모님의 소식을 전했다.
방법은 간단했다.
동영상을 찍은 스마트폰을 그쪽으로 전달하기만 하면 됐다.
‘스마트 폰을 이런 식으로 써먹게 될 줄이야!’
그동안 비싼 시계 역할만 해준다고 생각했었는데, 100만 원짜리 디지털카메라가 되어준 것이다.
부모님의 생존을 확인한 할아버지는 뛸 듯이 기뻐하셨고, 할머니의 옆에서 우리들의 동영상을 몇 번이나 틀어주셨다.
“재현아. 우리도 할아버지 할머니 영상을 볼 수는 없을까?”
“찍어달라고 할게요.”
하동건이 찍어준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영상을 보고는 엄마는 눈물을 흘리셨다.
“곧 만나실 수 있을 거예요.”
별채가 완공되면 절대자의 문 스킬로 할아버지가 계신 본가로 넘어갈 수 있게 된다.
하동건 파티에게는 공사가 끝나는 동안만 본가를 거점으로 몬스터 사냥을 해주기를 부탁했다.
그 이유는 시간 때문이었다.
‘그런 효과가 있을 줄이야!’
[‘별채’ 건설 현장에 [기사] 칭호를 가진 가신이 세 명 함께합니다. 건설 효율을 50% 증가시킵니다.]하동건, 오언주, 김다정 세 명이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건설 효율을 높여주었다.
원래 일주일이 걸리는 별채 건설이 닷새면 완공된다는 뜻이었다.
게다가 어제 있었던 몬스터 웨이브로 인해 본가 근처에 몬스터 숫자가 엄청나게 늘어나 있는 상태였다.
몬스터들의 레벨도 그렇고 여기 돌아와서 사냥을 이어나가는 것 보다는 그곳에서 사냥하는 편이 효율이 몇 배는 더 좋았다.
‘이제 여기는 사냥하려면 1km는 걸어가야만 하니까’
집구석 선포 영역이 반경 1km로 늘어난 이후 시민들의 사냥 빈도가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영역이 늘어났다는 것을 모르는 시민들이 평소 사냥하던 장소에서 길을 헤매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곳은 이미 집구석 영역에 편입된 상태로, 남아 있던 고블린들은 어제 레벨업과 함께 모두 죽었다.
[다빈씨.] [네, 재현님.] [사람들에게 공지해주셨으면 하는 게 있어요.] [네, 말씀하세요.] [우선 영역이 늘어났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설명해주세요. 이제 사냥을 위해서는 서면역 너머까지 나가야 할 겁니다.]중요한 일은 이것뿐만이 아니었다.
[그리고 구호팀을 신설해주세요.] [구호팀이요?] [네. 영역 내에 있는 생존자들을 구조할 사람들이 필요합니다.]새롭게 늘어난 영역에는 수천 명에 달하는 생존자들이 존재했다.
그들 중 대부분은 매우 심각한 상황에 처해 있었다.
[시민 강정호가 사망하였습니다.]‘또 한 명 죽었다’
어제부터 벌써 열 명이 넘는 사람이 죽었다.
그것도 안전한 집구석 선포 영역 내에서 말이다.
가장 큰 원인은 역시 식수의 부족이었다. 몬스터 때문에 밖에 나가지 못한 사람들이 집 안에서 탈수 증세로 죽어가고 있는 것이다.
절대자의 눈을 활용해 상황이 열악한 시민을 발견할 때마다 구호물자를 풀어주고 있었지만, 나 혼자만으로는 역부족이었다.
그나마 아직 의식이 있는 경우에는 구호물자를 지원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했지만, 너무 많은 사람들이 의식마저 잃은 채로 죽어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제 찾아와 의료팀 신설을 요구했던 분들도 구호팀에 넣어주세요. 분명 도움이 될 겁니다.] [네, 알겠습니다.]살릴 수 있는 사람은 최대한 살리고 싶었다.
절대자의 눈을 활용해서 최대한 많은 사람들을 구하고, 필요하다면 절대자의 문을 사용해 직접 찾아가거나 퀘스트 부여를 사용해서라도 치료할 생각이었다.
“재현아. 왜 그렇게 심각한 얼굴을 하고 있니?”
“그게…”
나는 지금 상황을 엄마에게 간단히 설명했다.
사정을 모두 들은 엄마가 말했다.
“그거라면 내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은데.”
“정말요?”
“그럼.”
엄마가 데려온 사람들 중 일부는 김다정과 비슷한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힐’ 또는 ‘케어’ 능력이었는데, 케어의 경우 탈수, 기절, 중독과 같은 상태이상에 탁월한 성능을 지니고 있는 능력이었다.
“그리고 그 의사 분들을 좀 만나봤으면 하는데, 종속의 계약을 맺으면 아마 비슷한 능력을 각성하게 될 거야.”
그것은 엄마의 예상대로였다.
거의 8할 이상이 치료 관련 능력을 각성했다.
하지만 각성한 능력의 등급이 천차만별이기는 했다. 대부분이 D등급 또는 C등급으로 전체적인 수준은 낮은 편이었다.
‘그래도 이것만 해도 큰 도움이 된다.’
실제로 구호팀이 움직이기 시작하자 사태가 빠르게 진정되어 갔다.
서예진이 생존자들을 탐색해서 가장 상태가 심각한 사람들 위주로 구호팀이 투입됐고, 나는 절대자의 눈을 이용해 물자가 필요한 사람들을 지원했다.
정말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하루하루를 보냈다.
사흘밤낮을 고생한 끝에 영역 안에 있는 모든 집을 돌아볼 수 있었다.
그 과정에서 거의 백 명이 넘는 사람들이 죽었지만, 그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을 살려냈다.
‘…끝났다!’
마지막 집까지 확인했을 때, 나는 쓰러지듯 침대에 누웠고 곧바로 기절하듯 잠에 빠져들었다.
한 시간 정도 잤을까, 나를 잠에서 깨운 것은 시스템 알림이었다.
[시민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조건을 만족하는 개체가 집구석 근처에 접근하였습니다.] [시민권을 제의하시겠습니까?]영역이 늘어난 뒤로 계속해서 새로운 시민들이 유입되고 있었다.
덕분에 벌써 시민들의 숫자가 만 명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제의 해’
쏴아아아—
어느새 바깥에 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얼마 안 잤는데도 개운하네!’
일일퀘스트를 통해 들어오는 보상 덕분에 체력이 크게 늘어난 상태였다.
정신력이 늘어난 것도 크게 작용하는 것 같았다.
그때 김다빈의 텔레파시가 전해져왔다.
[재현님.]그 즉시소통의 반지를 사용해 대답했다.
[무슨 일이죠?] [구호팀에서 영역 바깥의 사람들을 구해오겠다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영역 밖이요? 위험할 텐데요.] [저도 말해봤는데, 지금이 골든타임이라고, 반드시 나가야한다고 하네요.]그들이 말하는 바는 이해할 수 있었다.
아파트 단지의 영역을 늘려가던 때는 생존자들의 상태가 지금처럼 심각하지는 않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배를 곯고, 갈증에 시달리고는 있었지만, 심각한 탈수 증세로 죽기 직전인 경우는 잘 없었다.
이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한계에 도달하는 시점이 찾아온 것이다.
골든타임.
말 그대로 다시는 오지 않을 황금 같은 시간이 바로 지금이라고 할 수 있었다.
지금을 넘기게 되면,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게 될 것이다.
앞으로는 영역을 넓히게 되더라도 생존자 보다는 시체를 더 많이 받아들이게 될 거라는 뜻이었다.
‘한 명이라도 더 구하겠다라.’
지금 영역 바깥은 기껏해야 고블린 무리가 전부이던 시절과는 많이 달라진 상태였다.
‘바다에서 몰려온 해양 몬스터들이 여기까지 몰려왔다.’
많은 양은 아니었다.
그러나 하늘에는 청새치들이 날아다니고, 길 위에는 육지 상어가 돌아다녔다.
가끔씩 거대 갑각류들의 모습도 찾아볼 수 있었다.
평범한 사람들은 감히 바깥으로 나갈 생각조차 하기 힘든 환경인 것이다.
놈들이 찾아오고 사냥 팀에서도 사상자가 더러 발생하고 있던 상황이라, 몇 팀을 제외하고는 사냥을 중단시켰다.
그만큼 위험한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목숨 걸고 사람들을 구하러 가야겠다고 나서고 있는 것이다.
대단한 사람들이었다.
‘전직 소방관들이 많아서 그런가’
소방관들 중에는 목숨 바쳐 사람들을 구하겠다는 신념을 가진 사람들이 특히 많았다. 아마 그들이 적극적으로 의견을 낸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마음에 들어’
[다빈씨. 사냥팀을 경호로 붙여드릴 테니 구호팀에게 잠시 기다리라고 해 주세요.] [네, 알겠습니다.]현재 밖에서 다른 사람들을 지키며 움직일 수 있는 팀은 딱 두 팀밖에 없었다.
‘이준혁 팀과 아빠가 이끄는 사냥 팀뿐이다.’
기준은 30레벨 대의 거대 갑각류를 잡을 수 있느냐 없느냐였다.
이준혁의 워터밤은 생각보다 강력해서 갑각류의 갑옷을 박살낼 수 있었고, 아빠도 마찬가지였다.
그때였다.
[자이언트 크랩(Lv. 33)를 사냥하셨습니다.] [경험치를 획득합니다.]‘아빠는 비가 이렇게 쏟아지는 데도 사냥하러 나간 건가’
정산금이 아예 없는 것을 보면 혈족인 아빠가 몬스터를 사냥했다는 뜻이었다.
아빠는 혈족의 힘을 개방한 이후 신체 능력이 비약적으로 상승했다는 것을 알게 된 이후, 사냥에 재미를 붙였다.
솔직히 처음에는 조금 걱정되어 서예진의 생쥐를 붙였는데, 자이언트 크랩의 키틴질 갑옷을 주먹 한 방에 박살내는 모습을 본 뒤로는 걱정을 접었다.
그런데 그때.
[망치 상어(Lv. 25)를 사냥하셨습니다.] [경험치를 획득합니다.] [톱가오리(Lv. 22)를 사냥하셨습니다.] [경험치를 획득합니다.] [청색 꽃게(Lv. 28)을 사냥하셨습니다.] [경험치를 획득합니다.]갑작스레 사냥 메시지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아무리 아빠가 강하다고는 해도 이런 속도로 몬스터를 사냥할 수는 없었다.
이런 것이 가능한 사람은 지금 시점에서는 오직 한 사람.
‘할아버지다’
곧바로 하동건 파티 쪽으로 절대자의 눈을 사용했다.
쏴아아아아
그곳은 장대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콰광!
시간은 대낮이었지만, 먹구름에 뒤덮인 하늘이 토해내는 빛이라고는 번쩍이는 번개뿐이었다.
[무슨 일입니까?]하동건이 대답했다.
“몬스터 웨이브입니다.”
예상대로 또 한 번의 몬스터 웨이브가 펼쳐지고 있었다.
‘이걸로 벌써 세 번째다.’
나흘 전 쯤 처음 나타난 이 현상은 엊그제쯤 한 번 벌어진 것으로 알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총 세 번이나 나타난 것이다.
이번에도 스쳐지나가는 몬스터가 대부분인 것은 같았으나, 평소보다 그 양이 더 많았다.
‘이런 식이면 내륙 쪽에도 계속해서 해양 몬스터들의 비중이 늘어나겠지’
그만큼 평범한 사람들의 생존은 더욱 더 어려워질 것이다.
‘도대체 왜 자꾸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거지?’
쿠드드득!
전방을 바라보니 또 한 번 세계수의 뿌리가 활약하고 있었다.
엄청난 숫자의 바다 괴물들이 이곳을 향해 쏟아지고 있었고, 할아버지가 만들어낸 나무뿌리 벽이 그것을 감당하는 중이었다.
푸욱! 콰직!
몬스터들이 몰려 있는 곳에서 찔리고, 박살나는 소리가 쉼 없이 들려오고 있었다.
쉼 없이 올라오는 경험치 획득 메시지는 덤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몬스터의 양이 많아도 너무 많았다.
쿠구구궁! 콰아아앙!
할아버지가 만들어낸 나무뿌리 벽은 아직 견고했지만, 그 옆을 지키고 있던 콘크리트 건물은 아니었다.
압력을 이기지 못한 콘크리트 건물이 박살나며 빈 공간이 생겨났다.
그 과정에서 생겨난 틈을 비집고 몬스터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왔다.
쐐애애액!
하동건의 창과 김가영의 화살이 제일 먼저 반응했다.
빠져나온 몬스터의 머리와 몸통이 터져나가며 즉사했다.
그러나 시체가 사라지는 만큼 그 사이 틈으로 계속해서 새로운 몬스터들이 삐져나왔다.
“크릉!”
오언주가 수인화하며 다가올 전투에 대비했지만, 그녀에게 차례가 돌아오지는 않았다.
나무뿌리 벽의 뒤쪽에 대기하고 있던 나무 거인들이 나서기 시작한 것이다.
콰직! 푸욱!
나무 거인들에게서 뻗어 나온 촉수들이 흘러나온 몬스터들을 꿰어 꼼짝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아직 살아 있는 놈들이 버둥거리는 동안 나무뿌리가 확장하여 구멍을 완전히 메워버렸다.
그렇게 할아버지의 압도적인 힘으로 균형이 유지되던 어느 순간이었다.
콰르르릉!
화려한 번개 아래에 무언가 거대한 것이 꿈틀거렸다.
‘응?’
처음에는 단순히 착각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러나.
콰르르르릉!
다음 번개가 번쩍이는 순간 똑똑히 볼 수 있었다.
‘….저게 뭐야?’
놈은 아주 먼 거리에서 이곳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비도오고 어두운 하늘이라 그림자 밖에 보이지 않았지만, 이 거리에서도 보인다는 것은 놈의 덩치가 얼마나 거대한지를 간접적으로 말해주고 있었다.
그런데.
‘사라졌다?’
일순간에 놈의 모습이 사라져버렸다.
그래서 처음에는 단순히 착각이었노라 생각했다.
그러나.
쿠구구구구―
땅이 진동했다.
콰과과과과!!
진동은 점점 더 커지더니 땅을 부수고, 건물을 무너뜨리기 시작했다.
멀리 보이는 아파트가 지진을 이기지 못하고 옆으로 넘어지는 광경이 보였다.
콰아아아앙!
거대한 폭발음과 함께 더욱 강력해진 진동이 절정에 이르렀을 때,
콰직!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의 땅이 크게 부풀어 오르는 것이 보였다.
콰과과광!
여드름이 터지듯이 콘크리트 바닥이 터져나가고 그곳에서 두꺼운 흙기둥이 솟았다.
과광!
비에 젖은 흙들이 떨어져 나가고, 그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것은 백색(白色)의 비늘로 가득한 거대한 머리였다.
거대한 파충류의 눈이 하동건 파티와 할아버지를 무심하게 내려다보고 있었다.
「백룡(Lv. 63)」
괴물의 등장이었다.
> [Episode 11] 조우 (7)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