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Dweller RAW novel - Chapter (53)
짧은 해후를 나누고 할아버지는 일을 하러 간다며 옥상으로 올라가셨다.
옥상에는 이전보다 다양한 식물들이 가득했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집 전체를 둘러싸고 있는 세계수 줄기의 모습이었다.
햇볕이 옥상에 닿는 구조라는 게 신기할 정도였다.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어요?”
“어떻게 지내긴”
우우웅—
“잘 지냈지.”
할아버지는 초록빛 생명력을 사방으로 퍼트렸다.
아무래도 단수가 되었다보니 물 대신 생명력을 공급하고 있는 듯 했다.
그런 할아버지를 향해 말했다.
“할아버지 신기한 거 보여드릴까요?”
“으응?”
할아버지가 만들어 놓은 작은 텃밭 중 하나를 향해서 손을 뻗었다.
그곳에는 평소 텃밭에 물을 공급하던 호스가 있었는데, 한동안 물이 공급되지 않아 빼빼 메말라 있던 놈이었다.
그런데 그곳에서 물줄기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어때요 할아버지?”
그것을 본 할아버지가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물탱크의 물을 쓰고 있는 거냐? 아서라, 화장실 쓰기도 부족하다.”
본가는 상당히 오래된 집이라 옥상에 물탱크가 존재했다.
그곳을 확인해보니 물이 거의 바닥나 있었다.
가스도 도시가스가 아닌 LPG 가스통을 썼는데, 그건 이미 진즉에 다 쓴 상태였다.
“아니에요, 할아버지.”
나는 허공에 물을 만들어 보이지 않는 손의 손바닥 위에 담아냈다.
“제가 만드는 거예요.”
할아버지는 허공에 떠 있는 물을 유심히 보더니 물었다.
“이기 진짜가?”
“네. 물탱크 가득 채워놨어요. 가스도 마찬가지고요. 전기도 들어올 거예요.”
“그게 다 재혀이 니 능력이라꼬?”
“네. 앞으로는 예전처럼 평범하게 살 수 있어요. 몬스터들이 들이닥치는 일도 없을 거고요.”
“그기 무슨 소리고?”
할아버지에게 내 능력에 대한 것을 간략히 설명해주었다.
더불어 할아버지와 함께하던 사람들에 대한 권한을 모두 할아버지에게 이양하는 작업도 함께 진행했다.
“신뢰도를 높이면 충성도가 열리는데, 이걸 30까지 높이면 가신 등록이라는 걸 할 수 있거든요? 할아버지는 이촌이셔서 총 3명까지 등록 가능해요.”
“음…”
대충 눈치를 보니 시스템을 이해하지 못하신 거 같았다.
아무래도 할아버지에게는 조금 어려운 개념일 것이다. 컴퓨터 게임을 해 보신 것도 아니었고,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것도 아직 익숙하지 않으신 분이었으니까.
‘천천히 가르쳐드리면 할아버지도 익숙해지시겠지!’
다른 건 몰라도 가신 등록 시스템만큼은 확실하게 알려드리고 싶었다.
할아버지는 묵묵히 일과를 수행하고 계셨다.
감을 따고, 상추를 수확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말했다.
“저는 내려가 볼게요.”
“오이야.”
직접 걸어서 내려가도 되지만, 새롭게 얻은 스킬도 시험해볼 겸 절대자의 눈을 활성화시켰다.
그리고 1층 안방을 바라보면서.
‘텔레포트.’
슈슉—
곧바로 엄마와 할머니가 계신 곳으로 이동할 수 있었다.
이동 직후 약간의 어지러움을 제외하고는 아무 이상 없었다.
‘이렇게도 사용되는구나! ‘
절대자의 눈으로 보는 시야로도 텔레포트가 사용 가능하다는 것.
‘활용도가 제법 높겠어!’
절대자의 문 스킬은 문이 있는 곳이라는 제한이 있었지만, 텔레포트는 그런 제한이 없었다. 단지 거리가 멀어지면 그만큼 소모되는 정신력이 증가하는 것뿐이었다.
그동안 열심히 정신력을 높여 놓은 탓인지 텔레포트 한 번으로는 그다지 부담스럽지 않았다.
“엄마.”
“재현아? 옥상에 올라가지 않았어? 할아버지는?”
“위에서 일하고 계셔. 할머니 상태는 좀 어때?”
“그냥 잠든 것처럼 보이는구나. 다행히 혈색도 좋으시고, 어디 안 좋은 데는 없어 보이네”
엄마는 요양병원에서 오랫동안 일하신 만큼 심각한 상태인지 아닌지 정도는 구분할 수 있으셨다. 할아버지의 정기적인 생명력 공급 덕분인지 할머니는 아주 멀쩡하셨다.
“다행이네.”
걱정스런 눈길로 할머니를 간호하는 엄마를 보며 생각했다.
‘엄마의 능력을 얻었다.’
종속의 계약.
엄마의 신뢰도가 100이 되면서 100명의 각성자를 양성해 낼 수 있는 능력을 손에 넣었다.
당장 각성자로 만들 후보들이 주르륵 떠올랐다.
‘충성도가 높은 사람, 사냥에 적극적이었던 사람들.’
그들 중에서도 좋은 능력이 나온 이들을 가신으로 받으면 된다.
‘대체적으로 높은 등급의 능력을 가지고 있던 이들이 가신이 되었을 때 더 높은 레벨과 더 좋은 능력이 나타났으니까.’
스킬창을 확인하며 앞으로의 계획을 세우던 그때, 희미하게 빛나고 있는 목록이 하나 있었다.
환수 소환 (1/10)
‘뭐지?’
확인해 보니.
‘어라?’
[환수 소환] (10,000,000,000원) (활성화)100억 짜리 환수 소환 버튼이 활성화가 되어 있었다.
환수 소환.
이미 삼족오가 가지고 있는 능력을 두 눈으로 확인한 이상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100억이 아깝지 않은 투자였으니까.
‘환수 소환’
[환수 소환 비용으로 10,000,000,000 원이 소모됩니다.]그 직후.
우우웅
은은한 초록빛이 사방으로 퍼져나가며 유려한 곡선을 그렸다.
화려한 문양으로 가득한 마법진이 완성되는 순간.
파아아앗!
초록빛깔의 알이 생겨났다.
꼭 파릇파릇한 잎사귀들로 둘러싸인 듯한 모습이었다.
이내 입사귀들이 점점 벌어지며 그 안에서 무언가 태어났다.
분홍색의 한 떨기 꽃봉오리 같은 옷차림과 날개를 가지고 있는 그것은 요정이었다.
「페어리(fairy) (Lv. 1)」
그것은 작은 입으로 방긋 웃더니 날개를 퍼덕거렸다.
페어리가 날개를 퍼덕거릴 때마다 반짝이는 가루 같은 것이 사방으로 흩날리고 있었다.
이내 작은 몸을 일으킨 그것은 몇 번의 시행착오 끝에 날아오르는 데 성공했다.
내 주위를 맴돌던 그것은 어깨에 안착하더니 두 팔을 벌리고 얼굴을 안아 왔다.
‘귀엽네.’
그때였다.
“크흠.”
문이 열리고 할아버지가 나타났다.
옥상 일을 마치고 내려오신 것이다.
할아버지는 내려오자마자 곧바로 할머니의 상태부터 확인했다.
우우웅
초록빛 생명력을 뻗어 할머니의 몸 전체에 골고루 퍼뜨리던 그 순간.
파르르
잽싸게 그곳으로 날아간 페어리가 할아버지가 뿜어내는 초록빛 기운을 온몸으로 받아내는 것이었다.
“으잉? 이기 뭐꼬?”
[페어리(fairy)의 레벨이 올랐습니다.] [영역 내의 자연 회복율이 100% 증가합니다.]할아버지의 표정이 무섭게 변하려던 찰나.
사르르ᅳ
페어리가 할머니의 위에서 이리저리 날갯짓하며 반짝이는 가루를 흩날렸다.
그 순간, 거짓말처럼 할머니가 눈을 떴다.
“!!!”
할머니는 비몽사몽한 눈으로 할아버지의 흙 묻은 손을 보더니 한 마디 하셨다.
“할배요. 옥상 갔다 오면 손 씻으라고 몇 번을 말했는교…..”
그리고.
“왜 이렇게 잠이….”
입을 가리고 하품을 하던 할머니는 다시 그렇게 잠에 빠져 들었다.
한 박자 늦게.
“할멈! 여보! 정신 좀 차려보소!”
할아버지가 할머니를 다그쳤지만, 할머니는 편안한 얼굴로 숨을 고를 뿐이었다.
그러자 할아버지는 이번에는 페어리를 향해 말을 걸어왔다.
“니가? 니가 한 기제?”
그러더니 페어리를 향해 초록빛 생명력을 퍼부었다.
“한 번만. 한 번만 더 해봐라!”
그러나 페어리는 지쳤다는 듯 기지개를 켜더니 그대로 옆으로 쓰러져 잠을 청했다.
“한 번만 더 해보라캐도!”
“할아버지.”
“으잉?”
“진정하세요.”
흥분한 할아버지를 마주하니 눈가에 고여 있는 물기가 보였다.
그것을 빠르게 훔쳐내는 할아버지를 모른 척 하며 말을 이었다.
“앞으로 이 녀석에게도 정기적으로 생명력을 보급해 주세요. 그러면 페어리의 레벨이 오르면서 할머니가 깨어나는 시간도 점점 길어질 겁니다.”
그리고 언젠간 할머니가 완전히 깨어나실 것이다.
“참말이가?”
“그럼요.”
아무래도 환수 소환은 단순히 랜덤으로 나타나는 것은 아닌 듯 했다.
‘세계수와 연관이 있다.’
그렇다는 것은 다른 환수 소환에도 각자 어떠한 조건이 있다는 소리였다.
그때였다.
[시민 심경택이 사망하였습니다.]아까부터 시민들의 사망 메시지가 조금씩 출몰하고 있었다.
아마도 새롭게 지은 별채에서 받아들이게 된 시민들일 것이다.
아파트 단지가 있는 곳에서는 구호팀이 돌아다니며 사람들을 치료하고 나섰지만, 이곳은 그렇지 않았기 때문이다.
‘앞으로 수 백 명이 더 죽을 거다’
할 수 있다면 여기로 그들을 차출해오고 싶었지만, 현재 구호팀은 영역 밖에 있는 사람들을 구하느라 바쁜 상황이었다.
거기나 여기나 죽어가는 사람들이 있는 것은 똑같았다.
그러나 어디에 있었는지에 따라 생과 사가 갈리고 있었다.
‘이곳뿐만이 아니다.’
아마 지금쯤 전국적으로, 그리고 전세계적으로 사람들이 죽어나가고 있을 것이다.
몬스터에게 죽는 사람, 집 안에 갇혀 굶어 죽는 사람, 몬스터와 싸우다 죽는 사람.
셀 수 없는 숫자가 그렇게 죽어나가고 있을 것이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생긴 것일까’
그동안 항상 머릿속을 맴돌던 의문이었다.
몬스터들은 어째서 나타난 것이며, 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죽어야만 하는가.
그러나 매번 세상은 내게 답을 들려주지 않았다.
‘1차 목표는 달성했다.’
가족들을 구하는 것.
운이 정말 좋았다.
가족 모두가 각성자였던 덕분에 무사히 이 세상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다.
이제는 할머니만 깨어나신다면 완벽하다.
‘2차 목표는..’
세상이 왜 이렇게 변했는지에 대한 질문과 항상 함께하던 물음이 있었다.
나에게 왜 이런 거대한 힘이 주어진 것일까.
하동건, 오언주, 김다정, 서예진 등.
평범한 각성자들에 비해 내가 가진 능력은 너무나도 거대했다.
그나마 내 능력과 비교할 수 있는 것은 할아버지 정도.
그러나 그마저도 내가 가지고 있는 능력과 비교하면 조금씩 부족한 게 사실이었다.
어쩌면 그들이 내 가족이기 때문에 그런 능력이 주어진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있었다.
그렇다면 다시, 나에게 왜 이런 거대한 힘이 주어진 것일까.
계속해서 물었지만, 역시나 세상은 내게 답을 보여주지 않았으며, 나는 스스로 답을 내려야만 했다.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고 했었지!’
추억 속 영화의 유명한 대사였다.
영화 속 주인공에게 전해지던 대사가 아직까지도 기억 속에 남아 있는 것을 보면 저 대사가 나에게도 의미가 컸다는 거겠지.
‘2차 목표는… 조금 부끄럽지만, 우리나라를 구하는 거다!’
솔직히 세계까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처럼 꾸준히 레벨업을 하고, 벌어들인 돈으로 별채를 짓는다면 한국 정도는 내 손으로 어떻게 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적어도 내가 할 수 있는 만큼은’
현재 내가 부여할 수 있는 시민권의 총 인구수는 22만 명.
최소한 이것만큼은 가득 채워야 하지 않을까.
그 중 내가 채워 넣은 인구는 겨우 1만 명에 불과했다.
‘그러고 보니 1만 명을 넘어가면서 직업이란 게 생겼다고 했었지?’
시민들이 직업을 획득 가능하다고 했었는데, 시민 관리창에는 딱히 변화가 없었다.
‘우선 직업 연구소를 건설해야 하는 건가? 건설 모드.’
새롭게 추가된 건설 목록.
-직업 연구소 (2,500,000,000 원)
《직업 연구소》 (Lv. 1)
시민들의 직업을 연구하는 연구소.
연구가 완료된 직업은 시민들이 자율적으로 획득할 수 있다.
현재 연구 가능한 직업
-사냥꾼 : 사냥감의 부산물을 획득한다.
직업 연구소는 따로 넓은 부지를 필요로 하는 듯 했다.
마침 영역 내에 싸이클롭스가 엉망진창으로 다져놓은 평지가 존재했다.
그곳을 기준으로 연구소를 건설하는 이미지를 상상했다.
‘직업 연구소 건설.’
[해당 시설은 건설 기간(7일) 동안 시민 30명을 필요로 합니다.] [건설 기간 동안 거주하는 시민 30명 에게는 하루 일당 20만원이 지급됩니다.] [정말로 설치하시겠습니까?] [예/아니오]아무래도 김다빈에게 말해서 건설 노동자 30명을 구할 필요가 있을 것 같았다.
> [Episode 12] 구원자 (1)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