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Dweller RAW novel - Chapter (57)
항상 있어왔던 고통의 감내 이후에는 언제나 그래왔듯 영역 내의 몬스터들은 경험치로 만들고, 사람들에게는 시민권을 부여했다.
이번 레벨업은 뼈대인 길이 확장되는 것이 아닌 돔 형태의 범위가 넓어지는 것이었기에, 별채의 영역 또한 한 번에 넓어졌다.
여기까지는 일반적인 레벨업 과정과 완전히 동일했다.
한 가지 다른 점은.
[던전이 발견되었습니다.] [최초로 던전을 발견하였습니다.] [보상으로 크리스탈 100개를 획득합니다.]늘어난 영역 안에서 던전이 발견되었다는 것이다.
‘보상으로 크리스탈이 나왔다는 건, 크리스탈과 관련이 있는 곳이라는 이야기인데’
던전이 발견된 지역은 아파트 단지 뒤쪽의 황령산 중턱 부근이었다.
‘이준혁 파티를 보내봐야겠어.’
그를 포함해 그가 이끄는 모든 파티원들과 종속의 계약을 맺으면 충분한 전력이 될 것이다.
영역이 넓어지며 구호팀이 활동하고 있는 반경도 모두 영역 안으로 들어왔으니, 이제는 사냥 팀을 붙여둘 필요가 없었다.
절대자의 눈을 사용해 이준혁 파티를 바라봤다.
그들은 골목길 전체에 넓게 퍼져 있었는데, 갑작스럽게 전투가 끝나버린 듯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아무래도 레벨업 과정에서 새로 편입된 영역 안이다 보니 사냥하던 몬스터가 내 영향력에 의해 쓸려나간 모양이었다.
얼떨떨해하는 이준혁을 향해 말했다.
[준혁씨. 파티원들을 이끌고 저를 찾아와주세요.]“예, 알겠습니다.”
이준혁은 별다른 의문 없이 파티원들을 소집해 아파트 단지로 복귀하기 시작했다.
그들의 동향을 살피는 동안에도 하동건 파티를 향한 시야는 계속해서 유지되고 있었다.
하지만 딱히 내가 도와줄 일이 없었다.
전체적인 능력이 업그레이드 된 하동건 파티는 이제 자력으로도 몬스터 떼를 돌파할 실력을 지니게 된 것이다.
더군다나 그 영역에서 군림하던 우두머리인 트윈 헤드 오우거를 제거했으니 그 이후는 일사천리였다.
하동건 파티는 어느새 한 아파트 단지를 향해 움직이고 있었다.
하동건, 강덕수, 김 건의 가족들이 모여 있다던 그 아파트 단지의 브랜드명이 보였다.
벌써 목적지에 도착한 것이다.
그러나.
“취익!”
아파트 단지 입구로 들어가자마자 그들을 반겨준 것은 생존의 가능성이 아닌 새까만 피부를 가진 오크 떼였다.
그것들은 그냥 오크들과는 차원이 달랐다.
무기라고는 글레이브가 전부였던 전포역의 오크들과는 달리 하나하나가 개성 넘치는 무기를 가지고 있었다.
창, 활, 검, 도, 망치, 도끼 등.
다양한 무기와 더불어 그들의 전신에 수놓아져 있는 붉은 문신들은 한 눈에 봐도 놈들이 보통 몬스터가 아니라는 것을 말해주었다.
더불어 그들의 레벨은.
「블랙 오크(Lv. 31)」
가장 약한 오크조차 30레벨 초반, 전포역의 우두머리였던 오크 족장보다도 강력한 레벨이었고,
「블랙 오크 전사(Lv. 35)」
갑옷을 갖추어 입은 오크들의 레벨은 그보다 한 술 더 뜨고 있었다.
게다가.
“취익?”
“취익!”
그 숫자가 자꾸만 늘어나는 중이었다.
정문 바로 앞에 있는 지하 주차장에서 쏟아져 나온 블랙 오크들의 숫자만 수십 마리가 넘어가고 있었다.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자명했다.
빠득
바로, 이곳에 남아 있는 생존자가 거의 없을 거라는 것.
그리고 그것은 하동건, 강덕수, 김 건의 가족들이 모두 저 괴물들에게 죽임을 당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소리였다.
“일어나라!”
강덕수의 분노에 찬 외침 속에서 강철의 기사 10기가 솟아났다.
“저것들을 쳐죽여!”
기사들은 명령을 충실히 이행했다.
서걱!
용감하게 돌격한 기사들이 블랙 오크들을 향해 할버드를 휘둘렀다.
“크웍!”
[블랙 오크(Lv. 31)를 사냥하셨습니다.] [블랙 오크(Lv. 32)를 사냥하셨습니다.]실제로 그것들의 용감한 돌격은 성과를 만들어냈다.
말단 오크 두 마리를 잡아내는 데 성공했으니까.
그러나.
“취익!”
콰직! 콰가각!
뒤이어 나선 블랙 오크 전사들에게 맥을 못 추고 나가 떨어졌다.
그들의 할버드는 블랙 오크 전사들의 갑옷을 뚫지 못했지만, 블랙 오크 전사들의 공격은 은빛 갑옷을 우그러뜨렸다.
지금까지의 몬스터들과는 전혀 다른 결과.
그만큼 놈들이 강력하다는 뜻이었다.
‘어쩐지 이 주변만 몬스터들이 깨끗하더라니’
그 많던 해양 몬스터가 이 근처에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 게 이상하다 싶었는데, 저것들에게 모조리 사냥당한 듯 했다.
한 차례 공방을 주고받은 강철 기산단과 오크 무리는 서로를 견제하며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그때였다.
콰아아아앙!
검은 기운을 머금은 창이 오크들의 중심에 떨어지며 대폭발을 일으켰다.
하동건이 무미건조한 눈으로 그 모습을 바라보며 조용히 읊조렸다.
—
“전투 개시”
전투의 개막을 알린 폭발과 함께 난전이 시작되었다.
가장 적극적인 것은 역시나 하동건, 강덕수, 김건 세 사람이었다.
타앙!
김 건의 권총이 계속해서 불을 내뿜었고, 강철의 기사들은 갑옷이 우그러지고 찢어지면서도 할버드를 휘둘렀고, 하동건은 창을 던지는 것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었는지 직접 오크 무리를 향해 달려들었다.
“축복!”
그와 동시에 김다정의 축복이 하동건의 몸에 깃들었다.
단지 분노에 눈이 멀어서 나온 행동은 아니었다.
블랙 오크들은 기본적으로 레벨이 높은 데다 날렵했다. 창을 던지는 족족 피해버리니 이렇다 할 피해를 주지 못했기 때문에 직접 달려든 것이었다.
카가각!
동시에 하동건은 강덕수가 소환한 강철의 기사들을 백분 활용하고 있었다.
그들에게 어그로가 끌려 있는 것들의 허를 찌르며 차근차근 전공을 늘려갔다.
검은 기운이 폭발하며 블랙 오크 한 마리의 옆구리가 터져나갔다.
[블랙 오크(Lv. 31)를 사냥하셨습니다.] [경험치를 획득합니다.] [집구석 절대자의 지갑에 731,093,221 원이 입금되었습니다.]그간의 사냥으로 38레벨까지 치솟은 하동건은 그에 걸맞는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었다.
게다가 신뢰의 힘과 남작 등급의 버프 덕에 몇 배는 더 강력한 신체 능력을 발휘하는 상황.
겨우 블랙 오크 말단이 버텨낼 재간이 없었다.
“크르릉!”
한쪽에서는 오언주가 날뛰고, 김가영, 김 건, 문병호의 엄호사격까지 더해지니 화력 면에서는 하동건 파티가 블랙 오크들을 월등히 앞서고 있었다.
그러나.
카가각!
“칫.”
말단 오크들이 아닌 전사 계급이 나서기 시작하자 일방적이기만 하던 판도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창고 소환, 탄두’
푸슉!
결정적인 순간마다 나의 보조로 인해 위기를 헤쳐 나가고는 있었지만, 바꿔 말하면 내 보조가 없었다면 위험한 외줄타기가 계속되고 있단 소리였다.
결국.
서걱!
섬뜩한 소리와 함께 하동건의 오른쪽 어깨가 깊게 패였다.
“크윽.”
그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지만, 수적 열세는 어찌 할 수 없었다.
한쪽을 막아서면 다른 한쪽에서 공격이 날아왔다.
“힐!”
곧바로 김다정의 힐이 들어오며 상처는 회복되었지만, 이 싸움의 미래가 그리 밝아보이지는 않았다.
지하 주차장 밑에서 끝도 없이 밀려 나오는 오크들.
열댓마리를 죽였지만, 그보다 많은 숫자의 오크가 보충된 것이다.
게다가 오크들이 들고 있는 병장기는 칼이나 창이 전부가 아니었다.
쐐애애액! 푸욱!
“꺄아악! 다정아!”
오크의 화살이 하동건 파티의 가장 약한 부분, 김다정의 배를 꿰뚫었다.
화살이 박힌 상태였으니 힐을 써도 소용이 없었다.
이제부터는 김다정의 힐을 기대할 수 없다는 의미였다.
자체적인 재생력이 충만한 오언주라면 어느 정도 버틸 수 있어도 하동건은 아니었다.
그리고 부상을 당한 하동건이 전투에서 빠지게 되면 싸움의 무게추는 급격하게 기울어질 것이다.
이것은 이미 시작부터 끝이 정해져 있던 전투였다.
도망치려면 지금이 마지막 기회였다.
그러나 하동건은 쉽사리 명령을 내리지 못하고 있었다.
“으아아악!”
평소 그라면 보여주지 않을 처절한 모습을 보니 내 마음이 다 아파왔다.
원래라면 도망가라는 명령을 내리는 게 맞겠지만, 쉽게 말할 수 없었다. 그들의 분노에 나 또한 동조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내가 선택한 방법은 그들에게 힘을 실어주자는 것이었다.
‘가신 하동건, 레벨업. 40까지’
35레벨부터 40레벨 구간에서 레벨업에 필요한 돈은 10억이었다.
38레벨이었던 그의 레벨을 20억을 들여서 40레벨로 만들어주었다.
동시에.
‘김 건 레벨업. 강덕수 레벨업’
32레벨이던 김 건과 강덕수의 레벨도 모두 40레벨로 강제로 끌어올렸다.
백억이 넘는 돈이 들어갔지만, 상관없었다.
지금까지 하동건 파티가 벌어들인 금액은 그 이상이었고, 저 빌어먹을 블랙 오크들을 잡는 것으로 더 많은 수익을 만들어줄 테니까.
“일어나라!”
곧바로 강덕수의 스킬에 변화가 나타났다.
겨우 10기에 불과했던 강철의 기사는 단숨에 30기까지 그 숫자가 불어났고, 그들의 움직임 또한 레벨에 맞게 민첩해졌다.
카가각!
“취익?”
갑옷의 강도 또한 마찬가지.
서걱!
오크 전사를 상대로 처참하게 깨지던 나약한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이제는 놈들을 압도하기 시작했다.
30기의 강철의 기사가 강덕수의 분노를 사방으로 흩뿌렸다.
[블랙 오크 전사(Lv. 35)를 사냥하셨습니다.] [경험치를 획득합니다.] [집구석 절대자의 지갑에 1,023,322,854 원이 입금되었습니다.]더불어 김건의 까마귀들에게도 변화가 생겨났다.
-까아악!
위협적으로 비행하며 활을 든 오크들을 집중공략 했다.
날카로운 발톱과 부리가 그들을 상처입히고 있었다.
김다정을 노리던 오크 궁수들은 어쩔 수 없이 자신들을 위협하는 까마귀들을 향해 활을 쏘아야 했다.
그러는 동안.
푸슉!
김가영의 빛의 화살이 블랙 오크 궁수의 머리를 꿰뚫었다.
‘김다정은 어떻게 됐지? 전선에 복귀할 수 있나?’
김가영의 도움으로 간신히 화살을 빼낸 김다정은 자신의 배를 부여잡은 채 헐떡거리고 있었다.
힐을 사용할 여력이 없는 모양이었다.
‘김다정 퀘스트 부여, 퀘스트 보상 완전 회복.’
아무런 내용이 없는 퀘스트를 부여하자 곧바로 퀘스트 보상이 적용되었다.
[시민 김다정이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퀘스트 비용 100,000,000 원이 소모됩니다.]자신의 배를 치유하던 김다정의 컨디션이 완전회복 되었다.
그리고 동시에.
‘김가영, 문병호, 김다정 레벨업’
나머지 멤버들의 레벨도 모두 40레벨로 맞추었다.
또 다시 100억이 넘는 돈이 들어갔지만, 전혀 아깝지 않았다.
타앙—!
기습적으로 등장한 문병호가 오크 궁수의 머리를 날려버렸다.
[블랙 오크 궁수(Lv. 36)를 사냥하셨습니다.] [경험치를 획득합니다.] [집구석 절대자의 지갑에 1,243,234,460 원이 입금되었습니다.]그보다 많은 돈이 떼로 들어오고 있었으니 아까워 할 새가 없었다. 돈이 나가는 만큼 하동건 파티는 모두 제 역할을 다 해 주었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그들이 벌어들인 돈으로 넓어진 영역을 수복하는 데 사용하고, 사람들이 사용하는 전기와 가스, 수도를 감당하고, 새로운 시설들을 건축하는 데에 사용해왔다.
여기서 만큼은, 적어도 여기서 벌어들이는 돈 정도는 하동건 파티를 위해 사용해도 괜찮지 않을까.
블랙 오크들을 상대로 가장 효율 좋은 싸움을 하는 이들은 세 명.
‘하동건, 오언주, 강덕수 45레벨로 끌어올려’
44레벨이었던 오언주에게는 30억, 그리고 이제 막 40레벨이 됐었던 하동건과 강덕수에게는 총 150억의 투자가 이루어졌다.
45레벨.
이들이 아까 만났던 트윈 헤드 오우거와 동급의 수준이라는 소리다.
그런 괴물이 무려 셋.
그들이 날뛰자 오크들이 무더기로 죽어나가기 시작했다.
“크워어어억!”
“카아아악!”
“취이이익!”
궁지에 몰린 오크들이 마지막 발악을 시작했다.
전신에 퍼져있던 문신들이 붉은 빛을 내뿜으며 그들의 근육이 터질 것처럼 부풀어 올랐다.
오크들 중에서도 오크 전사들만이 자신들의 문신에 담긴 힘을 개방할 줄 알았다.
“크으으윽!”
「블랙 오크 전사(Lv. 37)」
실시간으로 레벨이 올라갈 정도의 변화였다.
그러나.
푸확!
갑옷의 틈새로 찔러 넣은 하동건의 창 끝에 서린 검은 기운이 폭발하며 오크의 머리를 날려버렸다.
[블랙 오크 전사(Lv. 37)를 사냥하셨습니다.] [경험치를 획득합니다.] [집구석 절대자의 지갑에 1,323,546,574 원이 입금되었습니다.]30기의 강철의 기사단이 조직적으로 움직이며 광폭화 중인 오크들의 숨통을 끊어나갔다.
“크륵!”
콰직!
오언주는 강화된 신체 능력으로 놈들의 갑옷 째 찢어버리고 있었다.
하동건 파티 중에서 친절하게 그들의 각성을 기다려주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잠시 후.
전장에 두 발을 딛고 서 있는 것은 하동건 파티 일행 뿐이었다.
[Episode 12] 구원자 (5)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