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Dweller RAW novel - Chapter (6)
남은 보유 스킬 포인트가 2개 이므로 품위 유지와 창고에 투자할 수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점에 집착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상점 스킬이 훨씬 유용하니까.’
이미 전기, 수도, 가스의 사용이 가능한데 굳이 품위 유지 스킬에 투자할 이유가 없었다.
해 봤자 전기세 할인, 수도세 할인 같은 효과가 나오지 않겠는가.
‘음. 그러고 보니 영역이 확장 됐었지. 옆집에 전기를 공급해주려면 레벨을 올려야하나?’
창고에도 굳이 스킬 포인트를 투자할 이유가 없었다.
솔직히 레벨을 올려봤자 창고 공간을 늘려주거나 하는 게 전부일 것 같은데 지금까지 창고를 쓰면서 공간이 부족한 적이 없었다.
‘나중에는 몰라도 당장 레벨을 올릴 필요는 없어.’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단연코 상점 스킬이었다.
‘무조건 초반에 빠르게 올려야만 해. 멀쩡한 상태가 아니라면 의미가 없어진다.’
휴지, 샴푸, 린스, 바디워시 등등.
생활전반에 필요한 필수품이 온전할 때 최대한 많은 것들을 상점에 등록시켜야만 했다.
‘세상이 망한 뒤로 새 상품을 생산해 내는 공장은 없을 테니까.’
생산은 고사하고 살아남은 생존자들이 무서운 속도로 소모해댈 것이 분명했다.
아직 확인은 못했지만 바깥에 있는 편의점이나 마트들은 죄다 털렸을 것이고 멀쩡한 물건이 있는 곳은 손에 꼽을 것이다.
이미 세상이 망한지 열흘이나 지났으니까.
‘최대한 많은 물건을 확보해서 상점에 등록시켜야 해.’
생존에 필요한 물건들부터 우선적으로 등록하고, 그 이후에 여유가 되면 콜라나 과자와 같은 것들을 등록할 계획이었다.
‘인류 문명이 망하면 빠르게 사라져 갈 것들.’
그 중에서 내게 행복을 줬던 모든 물건들을 등록시켜야만 한다.
맛있는 것, 유용한 것, 필요한 것 모두.
가능한 한 빠르게.
샤워를 마친 나는 곧장 밖으로 나와 한 번도 쓰지 않은 샴푸, 클렌징폼, 바디워시, 칫솔, 치약, 면도날 그리고 로션을 등록시켰다.
이어서 두루마리 휴지, 물티슈 등을 등록시켜 순식간에 9칸을 소모했다.
생활하면서 소모가 빠르고,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새 상품이 있는 것들 위주로 가득 채운 것이다.
‘나머지 하나는 뭐로 채우지?’
웬만큼 필요한 것들은 전부 등록했다.
무엇을 등록할까하며 집안 곳곳을 둘러보던 그때 문득 모니터가 눈에 들어왔다.
“······.”
세상이 망하기 전, 모니터가 하나 더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게임을 하면서 뉴튜브를 보거나 영화 같은 걸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도 안하는 백수에게 하나에 10만원을 넘어가는 모니터는 사치였고, 핸드폰으로 영상을 시청하는 것으로 참았었다.
‘하나쯤은 쓸데없는 걸로 채워도 되지 않을까. 어차피 칸을 다 채우는 게 목적인데.’
더군다나 내게는 지금 천만 원이 넘어가는 돈이 있었다.
그 중에서 1%정도는 낭비해도 되지 않을까.
기어코 모니터에 손을 댄 나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에휴. 정신 차리자.”
모니터 따위보다 중요한 물건들은 얼마든지 있었다.
수건, 이불, 옷, 그릇, 냄비, 비타민, 영양제.
인터넷도 끊긴 이 세상에서 저 모니터의 우선순위는 한참이나 뒤로 밀려나게 된다.
결국 내가 선택한 것은 3분의 1정도 밖에 남지 않은 박스테이프였다.
‘이것만 있으면 식칼을 창처럼 만들 수 있으니까. 제법 유용할 거야.’
쓰던 것 밖에 없긴 했지만, 앞으로 많이 써먹게 될 것 같은 물건이었다.
“테이프 등록.”
[물건을 등록하시겠습니까?]“그래.”
지이잉―
그렇게 늘어난 물품 등록창을 모조리 채웠을 때.
“빙고.”
집구석 절대자의 상점 Lv. 2 [+]
-상점에 등록시킨 물품을 정가에 구매할 수 있다.
[보유 스킬 포인트 : 2]상점 스킬 레벨 옆에 플러스 버튼이 생겨나 있었다.
나는 고민 없이 상점 스킬의 레벨을 올렸다.
[집구석 절대자의 상점 스킬이 Lv. 3이 되었습니다.] [등록 가능한 물품의 개수가 40개로 늘어났습니다.] [물품 수복 기능이 추가되었습니다.]연속해서 뜬 시스템 알림창 중에 제일 마지막 것을 유심히 바라보던 나는 그 의미를 생각하느라 잠시 멍때릴 수밖에 없었다.
“허? 이걸 이 렙에 준다고?”
등록된 물품을 수복하는 기능.
상점에 등록된 중고 물품들을 새 상품으로 만들어준다는 의미겠지.
반쯤 남은 케찹이나 귤 껍데기 같은 물건이 등록될 때부터 언젠가는 나올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게 겨우 3레벨에 나타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이러면 억지로라도 상점을 3레벨 찍은 보람이 있지.’
소 뒷걸음질 치다 쥐 잡은 격이었다.
“상점 오픈.”
상점 창은 슬롯이 넉넉해지며 이전보다 두 배는 더 커다래져 있었다.
물품 수복 버튼은 스무 개의 품목 중 세 개의 항목의 옆에만 존재했다.
【집구석 절대자의 상점】
반쯤 남은 오뚜기 토마토 케찹, 500g (3,015 원) ▶수복하기
귤 껍데기 (270 원) ▶수복하기
조금 남은 테이프 (2,700 원) ▶수복하기
ᚠ보유 금액 : 11,240,720 원
▶물품 등록
마음 같아서는 귤 껍데기 항목을 제일 먼저 없애버리고 싶었지만, ‘조금 남은 테이프’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조금 남은 테이프, 수복하기.”
[‘조금 남은 테이프’를 수복하기 위해서는 150,000 원의 금액이 필요합니다.] [수복하시겠습니까?]15만원이라는 돈이 아깝기는 했지만, 앞으로 계속해서 쓰일 물건이기 때문에 충분히 투자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다.
조금 남은 테이프를 저 돈을 주고 여러 개 사는 것보다는 완전한 물건을 사는 게 훨씬 효율이 좋을 테니까.
“수복해.”
[‘조금 남은 테이프‘를 수복합니다.] [‘조금 남은 테이프’가 ‘황색 박스테이프 80m, 10개’로 변화합니다.]결과는 만족스러웠다.
황색 박스테이프 80m, 10개 (3,500 원)
하나 당 가격도 반절로 내려갔고, 양은 3배가 늘어났으니 총 6배의 이득을 본 셈이다.
더불어 나머지 두 개 항목도 완벽하게 수복했다.
오뚜기 토마토 케찹, 500g, 2개 (5,580 원)
제주감귤, 3kg (16,110 원)
“오케이. 끝.”
이것으로 상점창에 등록한 모든 상품이 멀쩡한 상품으로 변했다.
이제 상점에 등록 가능한 물품은 총 40개.
나머지 20개 칸도 빠르게 채운 다음에 레벨업을 시켜주고 싶었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뭘 등록할지 정하지 못했다.
한 칸 한 칸이 소중한만큼 신중하게 채워나갈 필요가 있었다.
‘몬스터를 사냥하기 위해서는 무기가 필수다.’
가정 내에서 그나마 쉽게 구할 수 있는 것으로는 식칼이 있는데, 켈리칸과의 전투로 식칼을 잃어버린 상태였다.
‘옆집에 있는 걸로 등록하자.’
이제 슬슬 새로 받아들인 시민들과 마주할 시간이었다.
‘그 전에 살짝만 엿볼까.’
지피지기면 백전불태라고, 협상 전에 상대에 대해 탐색하는 건 기본중의 기본이라 할 수 있었다.
“절대자의 눈.”
스킬명을 입 밖으로 내뱉는 순간.
우우웅!
침대에 누워있는 내 모습이 보였다.
마치 게임에서 1인칭 시점에서 3인칭 시점으로 바꾼 듯 한 모습.
‘좋아. 됐다.’
천천히 확장되어진 감각은 빠르게 내 영역 전체로 퍼져나갔다.
‘보인다.’
젊은 부부, 최형준과 박혜원은 불이 들어오지 않는 거실에서 심각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여보, 이제 우리 어떡해요.”
“어떡하긴. 밖에 나가서 물을 구해와야지. 내가 구해올 테니까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
“안 돼요! 너무 위험해요!”
“나도 알아. 하지만 방법이 없잖아.”
“······물이 남아 있는 곳이 있을까요?”
“근처에 편의점에 한 번 가 보려고. 꽤 큰 곳이니 뭐라도 남아있겠지.”
“······.”
그때 방 안쪽에서 아이들이 나와서 그들을 재촉했다.
“엄마···. 나 목말라···.”
“서연아···.”
목마른 자신의 새끼의 재촉을 들은 최형준은 결심을 굳힌 얼굴로 말했다.
“나 믿지? 어떻게든 구해올 테니까 기다리고 있어.”
“······.”
박혜원은 참담한 표정으로 그저 고개를 숙일 뿐이었다.
그녀의 두 볼에 눈물 줄기가 흘러내렸다.
‘···절대자의 눈 해제.’
스킬을 해제한 나는 잠시 침대 위에서 멍하니 천장을 바라봤다.
‘사태가 훨씬 더 심각하네.’
옆집의 상황은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더 안 좋았다.
식량은 물론이고 이미 식수까지 떨어진 듯 했다.
어찌 보면 당연했다.
이미 단수가 된 지 일주일이 넘게 지났으니까.
지금까지 계속 집에만 있었다면 모든 자원을 소모했을 것이다.
사람도 네 명이나 있으니 더 빨리 소모할 수밖에 없었겠지.
“상점 오픈. 삼다수, 제주감귤 구매.”
지이잉―
나는 그것들을 창고로 옮겨 넣은 뒤 스킬창을 켰다.
그리고 품위 유지 스킬을 올렸다.
[정말로 집구석 절대자의 품위 유지 스킬을 올리시겠습니까?]“그래.”
마지막 남은 보유 포인트를 품위 유지 스킬에 투자한 것은 옆집에게도 전기와 수도를 공급해주기 위해서였다.
그것을 대가로 꽤 많은 것을 요구할 수 있을 것이니까.
[집구석 절대자의 품위 유지 스킬이 Lv. 2가 되었습니다.] [가신 등록이 개방됩니다.]“응?”
그런데 품위 유지 스킬이 오르며 새롭게 생겨난 기능은 내 예상과는 전혀 다른 능력이었다.
‘가신? 이건 또 뭐야?’
***
최형준은 밖으로 나가기 전 현관에서 마지막으로 자신의 상태를 점검했다.
물과 식량을 담을 배낭, 기능성 소재인 등산복, 평소 애용하던 골프채까지.
드라이버.
골프채 중 공이 제일 멀리 나가는 채다. 그만큼 강력하다는 소리이고, 이거면 그 작은 괴물들 정도는 한 방에 제압할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
“여보···.”
걱정스러운 얼굴로 자신을 마중 나온 아내와 자식들을 보며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미소를 지어보였다.
“아빠 다녀올게! 집 잘 지키고 있어!”
그러자 최나연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진짜 나가게요, 아빠?”
“그럼. 아빠가 물이랑 먹을 것 좀 구해올 테니까 그동안 엄마 말 잘 듣고···.”
“하, 하지만!”
최나연이 그의 말을 끊어내며 말했다.
“밖에는 그 괴물들이 있잖아요!”
그 날.
최형준의 가족은 밖에 있었다.
아파트 단지 내에 만들어진 놀이터에서 아이들과 함께 가족이 다 같이 놀고 있던 중이었다.
그러다 갑작스럽게 몬스터들이 나타났고, 곧이어 놀이터에서는 학살이 벌어졌다.
아이들은 고블린이 사람을 도륙하는 장면을 두 눈으로 목도하고 말았던 것이다.
“흐아아앙!”
그때의 악몽이 떠오른 것인지 최서연이 울음을 터뜨렸다.
“서연아, 뚝. 착하지.”
박혜원의 달램에도 최서연의 울음은 좀처럼 그치지 않았다.
최악의 분위기.
‘어쩌면 마지막이 될 지도.’
직감하고 있었다.
자신의 힘만으로는 역부족이라는 것을.
아직도 고블린들에게 죽어나가던 사람들의 모습이 생생했다.
더군다나 근처 편의점에 물자가 남아있을지 없을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아마 없겠지.’
솔직히 밖으로 나가려는 지금도 자신 없었다. 다만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는 것뿐이었다.
이미 두 딸이 가벼운 탈수 증세를 보이고 있는 중이었다.
변기 물탱크에 들어있는 물까지 모두 마셔버린 지금, 이제는 밖으로 나가야만 했다.
그러나 사랑스러운 아내와 두 딸의 모습을 보는 게 이번이 마지막이 될 수 도 있다는 생각에 발걸음이 차마 떨어지질 않았다.
그때였다.
♬♪♬♩~
갑작스럽게 들려온 벨소리에 최형준은 그대로 굳어버렸다.
‘벨소리라고?’
소름이 끼쳤다.
미안하지만, 전기라면 한참 전에 끊긴지 오래였다.
그런 상황에서 벨소리라니.
앞을 바라보니 자신과 같은 생각으로 공포에 질려 있는 아내의 얼굴이 보였다.
최나연과 최서연은 이 상황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 듯 했지만, 울음을 그친 것을 보면 뭔가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것은 읽은 모양이었다.
아마도 최형준의 표정이 그만큼 무섭게 굳어 있기 때문이겠지.
최형준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벨소리는 여전히 울리고 있었고, 밖에서는 무언가 인기척이 나는 듯 했다.
그 순간.
똑똑똑
“허으어!”
“꺄아아악!”
노크 소리에 놀란 최형준이 뒷걸음질 치자 뒤에 있던 세 명의 여자도 자지러지는 비명을 뱉어냈다.
“실례합니다. 문 좀 열어주세요.”
최형준은 직감했다.
‘괴, 괴, 괴··· 괴물!’
괴물이 분명했다.
어떻게 인간의 말을 흉내 내는지는 몰라도 기어코 자신들의 가족이 있는 곳을 알아내 찾아온 것이리라.
“저기요?”
똑똑똑―
괴물이 문을 두드릴 때마다 최형준을 비롯한 가족들은 두려움에 떨었다.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곤 그저 조용히 괴물이 떠나가는 것을 기다리는 것뿐이었다.
얼마나 기다렸을까.
밖이 조용해졌다.
‘가, 갔나?’
실낱같은 희망이 생겼던 것도 잠시.
달칵!
“허억!”
거짓말처럼 문이 열리며 괴물이 집안으로 침입해버렸다.
“안 돼!”
“꺄아아악! 여보!”
“아빠아아아!”
“흐어어엉!”
최형준은 필사적으로 뒤에 있는 가족들을 감싸 안았다.
최후의 순간, 사랑하는 가족들이 자신보다 1초라도 더 오래 살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우러나온 행동이었다.
최형준은 죽음을 각오했지만, 뒤에서 날라온 것은 괴물의 공격이 아니었다.
“실례합니다.”
예의바른 목소리에 최형준은 천천히 뒤돌아봤다.
그곳에는 한 청년이 서 있었다.
며칠 동안 씻지도 제대로 먹지도 못해 꾀죄죄한 자신들과는 정반대의 모습이었다.
방금 샤워라도 한 것인지 약간 젖은 머리와 은은하게 풍겨오는 샴푸와 바디워시 향.
현 상황과는 전혀 맞지 않는 비현실적인 향기가 그의 신비로움을 가중시키고 있었다.
게다가 은은하게 느껴지는 존재감과 카리스마는 그를 거인처럼 보이게 만들고 있었다.
최형준은 간신히 입을 열었다.
“누, 누구···?”
그가 입을 열었다.
“옆집에 사는 김재현이라고 합니다. 잠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까요?”
벙찐 얼굴로 아무 대답도 못하던 그때 청년은 옆에 놔둔 물건을 들어 보이며 말했다.
“물이랑 귤인데. 몇 개 드시고 나서 이야기하실래요?”
청년이 들고 온 물건은 최형준 가족이 그토록 간절히 원하던 것들이었다.
물과 식량!
이쯤되니 그가 누구인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아졌다.
최형준은 급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들어오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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