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Dweller RAW novel - Chapter (60)
“경찰서에 소총이 있다고요? 군대가 아니라?”
“네. 아시다시피 대한민국은 휴전국가지 않습니까. 그래서 유사시를 대비해 경찰서 무기고에 충분한 양의 무기를 보관해두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구조가 필요한 사람을 찾는 과정에서 절대자의 눈으로 영역 전체를 뒤지며 파출소를 본 적이 있었는데, 그곳에 무기고 같은 건 없었다.
‘좀 더 규모가 큰 경찰서에는 무기고가 따로 있나 보군’
그를 향해 물었다.
“여기서 제일 가까운 경찰서가 어디죠?”
“제일 가까운 곳이라면 아마 서면에 있는 부산진경찰서일겁니다.”
“어느 쪽에 있죠?”
“그 서면역 근처에 있습니다. 롯백화점 있는 쪽이요.”
곧바로 절대자의 눈을 사용해 새롭게 넓어진 영역을 살폈다.
여긴…
그가 말한 장소는 싸이클롭스에 의해 철저하게 부서졌던 지역이었다.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군.’
박살난 건물들이 즐비해있는 지역이라 경찰서의 위치를 도무지 알아볼 수가 없었다.
경찰서에 대해 의견을 제시한 사람을 바라보며 말했다.
“양지호씨가 직접 팀을 구성해서 출발해보세요.”
“제가요?”
“네. 크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이번에 영역의 범위가 늘어난 상태이니 아마 경찰서도 그 안에 포함되어 있을 겁니다. 영역 바깥에 있다면 무리하진 마시고요.”
양지호는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그런데 팀원이라고 하심은…?”
“지호씨가 선택한 팀원들은 모두 일시적인 사원직위를 부여해 해드리겠습니다. 지호씨가 직접 선택해서 뽑으세요.”
“앗, 감사합니다!”
만약에 영역 바깥이라면 서예진의 생쥐를 활용해 무기고를 확보하면 될 것이다.
“그럼, 지금 당장 출발해주세요.”
“알겠습니다!”
양지호가 떠나가고 남은 인원들과의 토론을 이어나갔다.
“아까 경찰 인력이 필요할 것 같다고 하신 분이 누구셨죠?”
“접니다.”
“경찰 인력을 구성한다고 치면 인력 충원은 어떻게 할 생각이시죠?”
“세상이 망하기 전에 경찰로 근무했던 사람들을 적극 채용하고자 합니다. 이미 한 번 자신의 능력을 증명했던 사람들이니까요.”
확실히 일리 있는 의견이었다.
기존에 경찰 인력이었다면 체력이나 기본적인 인성도 합격점이었다는 이야기일 테니까.
인터넷 세상에는 여러 직업들의 혐오가 널리 깔려 있는 편이었지만, 실제 현실에서 만난 사람들은 자신의 직업에 대한 신념이 있는 경우가 더 많았다.
지금 의료팀을 굴리고 있는 이성민 교수님만 해도 그랬다.
의사로서 책임과 사람을 구하겠다는 신념을 가지신 올바른 분이었다.
경찰에 근무하시던 분들도 대부분이 마찬가지일 것이다.
자격이 없는 사람들보다 선한 마음과 신념으로 자신의 책임을 다하는 사람들이 많았기에 지금까지 우리 사회가 큰 문제없이 돌아가고 있는 것일 테니.
“좋습니다. 우선 시범적으로 운용하고자 하는데 규모는 어느 정도가 적당할까요?”
“시범 운용이라면 열 명 내외가 적당할 것 같습니다.”
“알겠습니다. 직접 팀을 구성하고 운영해보도록 하세요. 인원 충당이 필요하다면 말씀하시고요.”
“네!”
그때 다른 한 명이 또 손을 들고 말했다.
“저희 팀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가 하나 있습니다. 아마 저번에 보고 드려서 알고 계실 텐데, 재현님의 허가를 받고 카페나 빵집, 아이스크림 집을 운영 중에 있습니다. 이것을 좀 더 확장했으면 합니다.”
김다빈을 통해서 전해들은 적이 있었다.
전기나 가스를 공급하는 것이야 그리 어려울 것 없었기에 바로 지원해줬던 기억이 난다.
그들이 진행하는 프로젝트 중에 카페는 특히 시민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다고 알고 있었다.
“적극적으로 지원해드릴 테니 한 번 할 수 있는 데까지 해 보세요.”
“감사합니다!”
그렇게 하나 둘 역할이 정해지고, 원래는 김다빈에게 몰려있던 업무를 분담하게 되었다.
“자, 그럼 지금 당장 움직여봅시다.”
“네!”
그날 하루는 새롭게 선출된 부장들이 뽑은 팀원들에게 직위를 부여하고, 그들을 지원하느라 한동안은 정신없이 바빴다.
그동안 제일 먼저 팀을 만들어 출발했던 양지호가 부산진 경찰서에 도착했다.
아니, 부산진경찰서였던 곳이라 표현하는 게 맞겠지.
절대자의 시야에는 허탈한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보고 있는 양지호 팀이 있었다.
양지호가 뽑은 팀원이 한숨을 내쉬며 물었다.
“팀장님. 지하에 무기고가 있다고 했었나요?”
“그렇습니다.”
“이건 어떻게 진입해 볼 수도 없겠네요.”
부산진 경찰서 건물은 철저하게 박살나 있었다.
운이 없게도 싸이클롭스의 이동경로에 있었던 것이다.
어떻게 들어가 볼 수도 없게 개박살이 나 있는 상태였다.
“주변 탐색이라도 해 볼까요?”
“네, 그러는 편이 좋겠어요. 혹시라도 총기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양지호 팀은 폐허가 된 건물 잔해를 조심스럽게 뒤지기 시작했다.
‘여기였군’
나는 곧바로 시야를 지하로 이동시켜 무기고로 보이는 곳들을 찾아다녔다.
그리고.
…설마 여긴가?
무기고로 추정되는 곳을 찾을 수 있었다.
빛 한 점 없는 지하실이었지만, 내게 문제는 없었다.
이곳 또한 내 영역의 일부.
어둠 속에 뭐가 있는 지 정도는 모조리 파악이 가능했다.
그런데.
‘없다’
평소 총기가 비치되어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 총기함과 탄약을 보관했을 것으로 추측되는 장소는 모두 텅텅 비어 있었다.
‘이곳에 있는 총기를 누군가 싹 챙겨갔어!’
그것도 싸이클롭스가 경찰서를 짓밟기 전에 말이다.
그 사람들이 경찰인지, 아니면 양지호처럼 경찰서에 무기가 있다는 걸 알고 있는 일반인인지는 알 수 없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소총으로 무장한 생존자 집단이 있다.’
무기고의 모습을 보니 겨우 몇 자루 수준도 아니었다.
이 정도 규모의 무기고라면 몇 백 명은 족히 무장시킬 수 있을 정도의 소총을 보유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 정도 규모라면 고블린이나 오크 따위는 두려울 수가 없었다.
총알 한 방이면 끝장낼 수 있었을 테니까.
‘어디로 갔을까!’
이렇게 깨끗이 비워간 것을 보면 분명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집단일 것이다.
‘위험해’
나는 지금까지 영역에 접근하는 사람들에게는 모두 공평하게 시민권을 부여해왔다.
스킬 레벨업을 통해 영역이 확장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였다.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모두 시민으로 받아들였다.
시민권의 한계도 무척이나 여유로웠고, 누구는 받아들이고 누구는 쳐낼 기준을 세우기가 애매했기 때문이다. 다들 처음 보는 데 뭘 보고 그런 기준을 세운단 말인가.
그래서 일단 모두 받아들인 것이다.
인구가 늘어남에 따라 생겨나는 여러 가지 장점이 더 많다고 판단했으니까.
실제로 얻은 것이 훨씬 많았다.
‘하지만 총을 가진 사람은 위험하다!’
총은 몬스터는 물론이고 사람까지 한 방에 보낼 수 있는 물건이었다.
통제가 가능하다면 강력한 무기가 되어주겠지만, 시민권을 부여받은 사람들 모두가 내 통제 아래 있는 건 아니었다.
당장 구호 팀의 인도 아래 아파트 단지에 몰려드는 사람보다 아직까지 집에 방치되어 있는 인원들이 훨씬 많았다.
내가 미처 확인하지 못한 인원들이 적어도 수천 명이라는 뜻이다.
‘새롭게 받아들인 사람들 중에 총으로 무장한 사람들이 있을 수 있겠어!’
그 즉시 나는 절대자의 눈을 사용해 주변을 샅샅이 뒤지기 시작했다.
내 예상은 적중했다.
그리 멀지 않은 곳, 그나마 멀쩡한 어느 어느 빌라 안에서 소총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들을 찾을 수 있었다.
소파에 덩그러니 놓여 있는 M16을 곧바로 상점에 등록시켰다.
‘물품 등록’
그 다음 총에 장전할 실탄을 찾아봤다.
‘총알은 어디에 있지?’
그런데 아무리 찾아봐도 탄알이 없었다.
거실 책상에 세 명의 식구가 도란도란 모여 앉아 라면 하나를 부숴서 나눠먹고 있었다.
“아빠. 이게 마지막이지?”
“그래. 아빠가 또 구해올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먹어.”
“또 밖에 나가게?”
“나가야지.”
그는 소파 한쪽에 놓여 있던 총기를 손에 들었다.
그러자 딸이 말했다.
“…그거 이제 총알도 없다며. 들고 가서 어떡하게?”
“어떻게든 해야지.”
“그걸로 몬스터를 두들겨 패기라도 하려고? 말이 되는 소리를 해!”
나는 조용히 물과 라면 등을 비롯한 구호물자들을 그들에게 지원해주었다.
“어?”
그들은 갑자기 나타난 구호물자를 보고 얼어붙었다.
‘알아서 잘 챙겨먹겠지.’
가스버너까지 챙겨주었으니 오랜만에 따뜻한 식사가 가능할 것이다.
기본적인 것만 지원해준 나는 신경을 끄고 총알을 찾아서 여기저기를 돌아다녔고, 드디어 실탄이 장전된 총을 들고 있는 남자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는 숨을 쉬지 않고 있었다.
싸이클롭스가 날뛸 때 무너진 건물 잔해에 깔려 그대로 생을 마감한 듯 했다.
지이잉.
나는 그가 들고 있는 총을 회수하고, 그의 시체에 불을 붙였다.
화르륵!
까미의 레벨이 오르면서 강력해진 불 마법은 이제 시체 하나 정도는 충분히 태울 힘이 있었다.
‘편히 잠드시길’
내 나름대로의 추모였다.
그 후로 한동안 주변을 뒤져보니 같은 종류의 총기를 가지고 있는 이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하지만 다 합쳐봤자 겨우 수십 명 수준이었다.
‘이들이 전부일 리가 없다.’
경찰서 무기고에 보관되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소총의 숫자는 적어도 수백 정이었다.
대규모로 무장한 집단이 반드시 있을 거라는 소리인데, 우선 이 근처에서는 발견할 수 없었다.
‘일단은 필요한 곳에 소총을 지급하자!’
곧바로 절대자의 눈 시야 하나를 장성준에게 집중시켰다.
가족들을 찾으러 떠난다던 장성준 일행은 각자 권총을 소중하게 쥐고 있었다.
어느새 그들은 영역 바깥까지 진출해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소통의 반지를 사용했다.
[장성준씨.]“엇, 네?”
[이것들을 받으세요.]지이잉—
상점에서 구입한 소총 세트를 지급받은 장성준 일행의 표정은 눈에 띄게 밝아졌다.
“이건!”
같은 총이라고 해도 권총과 소총은 격이 다르다.
게다가 그들에게 지급된 권총은 자동권총도 아닌 리볼버.
장전이나 연발 면에서 여러 가지 단점을 가지고 있는 모델인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가급적 몬스터와의 전투를 피하며 반드시 필요할 때만 사용하고 있었다.
하지만 소총을 들고 있다면 체급이 달라진다.
“취익!”
그때 멀찍이 떨어진 오크 무리가 그들을 발견했다.
“성준씨! 오크들에게 들켰어요!”
장성준이 다급하게 외쳤다.
“경택씨, 소라씨, 은별씨가 놈들에게 사격 좀 부탁드려요! 나머지는 빨리 소총 들고 탄창부터 채워요! 빨리!”
타앙—!
그의 지시에 따라 폐허가 된 도시 속에서 총성이 울렸다.
그러나 그것이 실제로 오크들에게 타격을 주지는 못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놈들과의 거리가 100m이상 떨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단지 위협사격일 뿐이었다.
다행히 그것은 효과가 확실했다.
“크르르륵.”
금방이라도 돌격해올 것 같던 오크들이 걸음을 멈추고 경계하기 시작한 것이다.
화약이 터지는 커다란 소리는 본능적인 공포를 자극할 수밖에 없었으니까.
어쩌면 공포의 실체를 겪어봤을 지도 모르고,
그러는 동안.
철컥!
장성준을 포함한 군필 남자 세 명이 장전을 완료했다.
그들은 익숙하게 오크들을 조준했고, 방아쇠를 당겼다.
타앙—! 타앙!
동시에 오크 한 마리의 머리가 터져나가고, 두 마리가 가슴을 움켜쥐며 쓰러졌다.
[오크(Lv. 18)를 사냥하셨습니다.] [경험치를 획득합니다.] [집구석 절대자의 지갑에 1,221,005 원이 입금되었습니다.]머리를 맞은 놈이 즉사하고, 몸통에 맞은 두 놈도 곧 같은 운명을 맞이할 것이다.
타앙! 탕!
군필 남자들의 침착한 조준 사격은 계속됐고, 오랜 시간을 훈련받은 그들에게 100m 남짓한 거리의 멈춰있는 표적을 맞추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꽤애애액!”
순식간에 오크 무리의 절반이 총상을 입고 쓰러졌다.
“취이익! 취이익!”
열세를 깨달은 오크들이 혼비백산하여 도망치기 시작했다.
“이건…!”
놈들이 정신없이 도망치는 모습을 바라보는 장성준 파티의 얼굴은 희망이 싹트고 있었다.
“우리 할 수 있어요!”
“갑시다!”
자신감을 얻은 장성준 파티의 움직임이 아까보다 훨씬 더 과감해졌다.
그들은 거리를 활보하고 다니는 해양 몬스터 또한 어렵지 않게 처리하는 전투력을 보여주고 있었다.
‘이게 소총의 힘인가’
지금 이 성과들은 장성준이 아닌 군필자 시민들로 구성된 팀이라면 누구나 만들어낼 수 있는 성과였다.
동시에 확신할 수 있었다.
‘대한민국 군대는 건재하다.’
싸이클롭스와 같은 규격 외의 괴물과 마주친 것이 아닌 이상 대한민국 군대는 멀쩡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
고블린과 오크 무리 정도는 총기 하나만으로도 쓸어버릴 수 있었을 것이다.
탱크, 전투기, 지뢰, 수류탄 등.
현대 무기로 무장한 군대가 쉽게 무너졌을 리가 없었다.
몇몇 운 없는 부대를 제외하면 멀쩡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왜?’
시민들을 구하러 오지 않는 것일까.
‘뭔가 이유가 있을 텐데’
아직은 알 수 없었다.
> [Episode 13] 내실 다지기 (2)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