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Dweller RAW novel - Chapter (61)
황령산.
정상까지의 높이가 427m로 그리 높지는 않았지만, 산속 어딘가에 있는 던전을 찾는 일이란 완전히 쉽지 않은 일이었다.
산책로처럼 잘 정비된 길도 있었지만, 길이 아예 없는 곳의 면적이 훨씬 더 많았다. 길이 없는 지역은 산세가 험하고 경사가 높았기 때문에 더더욱 탐색이 어려웠다.
그래서 서예진을 투입했다.
“찾았습니다!”
수백 마리의 생쥐들이 탐색에 나서니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성과가 나왔다.
“이준혁 파티에게 안내해주세요.”
“네!”
예상대로 던전이 있는 곳은 길이 정비되지 않은 험한 산 속이었다.
우우웅
던전의 입구는 나무 그늘 아래에서 은은한 푸른빛을 내뿜고 있었다.
「D등급 던전」
-리자드맨의 늪지대 (0/10)
절대자의 눈으로 들여다본 던전의 정보에는 숫자가 포함되어 있었다.
‘무슨 의미지?’
처음에는 수용인원 제한인 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니었다.
“진입하겠습니다.”
이준혁을 시작으로 스물네 명 모두가 차례차례 던전 안으로 진입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이준혁 파티가 최초로 던전에 진입하였습니다.] [경험치와 정산금을 2배로 획득합니다.]던전 내부는 물과 나무로 가득했다.
마치 땅이 있어야 할 자리에 물이 대신 자리 잡고 있는 모양새였다.
당장 그들이 서 있는 자리도 골반까지 물이 차올라 있었다.
신아영이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준혁 오빠. 이래서는 공략이 쉽지 않겠는데요.”
그녀의 말처럼 당장 이동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어느 정도 깊이인지조차 알 수 없으니 섣불리 발을 내딛기도 힘들었다.
“배 같은 거라도 구해 와야 탐사를 진행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던전에서 빠져나가는 것은 걱정할 것 없었다.
던전 입구는 여전히 남아 있었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나갈 수 있는 구조였기 때문이다.
그때 이준혁이 단호하게 말했다.
“그럴 필요 없어.”
그는 길게 설명하지 않고 행동으로 보여주었다.
두 손을 정면으로 들어 올려 양쪽으로 벌렸다.
그러자.
쏴아아아아—
늪지대가 반으로 갈라졌다.
자신이 소환한 물에만 적용이 가능했던 컨트롤 워터였지만, 자작으로 승급하며 그 제한이 사라진 것이다. 반으로 갈라진 물 사이로 질척한 진흙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준혁은 태연한 목소리로 말했다.
“가자.”
일행들은 얼떨떨해 하면서도 이준혁의 뒤를 따랐다.
양쪽으로 2m가 넘는 물의 벽이 그들을 둘러싸고 있는 광경은 비현실의 극치였다.
—
아쿠아리움에 온 것 같네.”
“저도 그 생각했어요. 그 터널 같은 곳.”
얼마 지나지 않아 이현찬이 말했다.
“전방 11시 방향에 적 발견! 세 마리야! 이쪽으로 접근 중!”
이현찬이 각성한 능력은 ‘미니맵’.
반경 100m 범위의 지형을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이었는데, 가신 등록을 통해 적과 아군을 구분할 수 있는 기능을 추가로 얻게 되었다.
그의 능력이 활성화되어 있는 한 기습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보면 된다.
쏴아아아아
이준혁의 의지에 따라 11시 방향으로 물이 갈라졌고, 리자드맨 세 마리가 나타났다.
“사격 개시”
이미 이준혁 일행에게도 모두 소총을 지급한 상황이었다.
투두두두―
리자드맨 세 마리는 영문도 모른 채로 물 속에서 드러나 그대로 즉사했다.
[리자드맨(Lv. 21)을 사냥하셨습니다.] [리자드맨(Lv. 22)을 사냥하셨습니다.] [리자드맨(Lv. 21)을 사냥하셨습니다.]원래라면 환경적 특수를 누리는 것은 리자드맨들이었을 것이다.
수심이 2m가 넘어가는 늪지대를 이동하는 것조차 쉽지 않았을 테니까.
물속에서 자유롭게 움직이는 리자드맨들의 존재는 그야말로 움직이는 사신이나 다를 바 없었을 것이다.
하동건 파티가 투입됐다고 해도 힘겨울 수 있는 환경이었다.
하지만 이준혁의 존재만으로 리자드맨의 강점이 무력화 된 상황이었다.
“3시 쪽 네 마리!”
이준혁은 리자드맨들을 강제로 물 밖으로 끄집어내는 게 가능했으니까.
쏴아아아
투두두두-
[리자드맨(Lv. 22)을 사냥하셨습니다.] [리자드맨 전사(Lv. 23)을 사냥하셨습니다.] [리자드맨(Lv. 21)을 사냥하셨습니다.] [리자드맨(Lv. 21)을 사냥하셨습니다.]이준혁의 능력이 그 모든 판도를 뒤바꿔 놓고 있었다.
“여기서 휴식한다.”
휴식하기 적당한 지형이 나오면 잠시 쉬었다가 움직이기를 반복하며 벌써 수십 마리에 달하는 리자드맨을 잡아냈다.
‘내가 따로 지원해줄 것도 없네!’
솔직히 이준혁 파티 전체가 투입될 필요도 없어 보였다.
이준혁과 이현찬. 그리고 화력을 지원해줄 몇 명만 있어도 충분히 공략하고도 남을 듯 했다.
그때였다.
“준혁아!”
“왜?”
“뭔가, 뭔가가 접근 중! 고속으로 여길 향해 오고 있어!”
이현찬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콰과과과
요란한 물보라와 함께 던전의 우두머리가 나타났다.
놈은 물 위에 선 채로 이준혁 파티 일행을 지긋이 노려보고 있었다.
「리자드맨 족장(Lv. 30)」
평범한 리자드맨들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큰 덩치에 전신이 단단한 근육질로 뒤덮여 있는 놈이었다.
“쏴!”
투두두두―
이준혁의 명령과 함께 놈을 향해 총알이 쏟아졌지만,
쏴아아아아—
갑자기 치솟아 오른 물기둥이 총알을 모조리 막아내었다.
이윽고 총알을 모조리 막아낸 물기둥들이 이준혁 파티를 향해 덮쳐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준혁이 손을 앞으로 뻗는 순간, 이준혁 파티를 덮쳐오던 물길이 그대로 멈추었다.
리자드맨 족장을 가만히 바라보던 이준혁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그렇게도 쓸 수 있구나.”
그 직후 이준혁이 놈을 향해 튀어나갔다.
“준혁 오빠!”
“준혁아!”
이준혁은 물 위를 달려 나가기 시작했다.
처음 몇 걸음은 발이 물속으로 푹푹 빠졌지만,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갈 때마다 완벽하게 그의 체중을 지탱했다.
이윽고 리자드맨 족장의 앞에 도달했을 때에는 완벽하게 물 위를 달리고 있었다.
-!?
이준혁은 뒷걸음질 치는 리자드맨 족장의 머리를 똑바로 쳐다보며 중얼거렸다.
“워터밤.”
리자드맨 족장의 머리를 감싸는 물이 생겨남과 동시에.
콰아아앙!
요란하게 폭발했다.
[리자드맨 족장(Lv. 30)을 사냥하셨습니다.] [경험치를 획득합니다.] [집구석 절대자의 지갑에 1,200,238,911 원이 입금되었습니다.]그와 동시에.
[시민 이준혁이 ‘리자드맨 늪지대’의 우두머리를 해치웠습니다.] [보상으로 크리스탈 10개를 획득합니다.] [최초로 던전을 공략에 성공하였습니다.] [보상으로 크리스탈 100개를 획득합니다.]너무나도 손쉽게 공략이 끝이 났다.
그렇게 공략을 마친 이준혁 파티가 밖으로 나오자 던전의 설명이 약간 달라져 있었다.
「D등급 던전」
-리자드맨의 늪지대 (1/10)
저 숫자가 말하는 것은 던전의 공략 횟수 제한이었던 것이다.
‘앞으로 9번인가’
보스를 잡으면 크리스탈 10개를 주는 듯 했으니 9번만 더 공략하면 딱 300개가 된다.
소통의 반지와 같은 신기를 하나 더 얻을 수 있게 되는 셈이었다.
[준혁씨. 컨디션은 좀 어떠신가요?]“조금 피곤한 것 말고는 멀쩡합니다.”
확실히 늪지대 공략은 이동하는 것만 해도 정신력을 소모하니 피곤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루에 한 번씩 공략 진행이 가능할까요?]“가능합니다.”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김민호는 오랜만에 만난 자신의 애마, 쏘렌토를 쓰다듬었다.
구석에 주차되어 있던 덕분인지 고블린들의 소굴로 쓰일 때에도 별다른 악영향을 받지 않은 상태였다. 아무리 못해도 창문 한, 두 개쯤 박살나 있기 마련인데 김민호의 차량은 그런 것도 없었다.
덕분에 배터리 충전 이후 곧바로 운행이 가능했다.
“어머, 차 좋네.”
문해리가 너스레를 떨었다.
“타시죠.”
김민호 팀은 새로 유입된 두 명이 추가되어 총 다섯 명이 되었다.
기존에 김민호의 팀이었던 남지호 문해리 부부와 추가로 유입된 강성철과 하서준이 차량에 탑승했다.
부르릉
시동과 함께 차가 출발했다.
어느새 아파트 단지 주변에 있는 도로는 완전히 텅텅 비어 있었고, 거인의 발자국으로 인해 엉망이었을 도로도 어느 정도 정비가 된 상태였다.
서면역 쪽은 싸이클롭스에 의해 박살난 곳이 너무 많았기 때문에 범내골역 쪽으로 향했다.
아파트 단지에서 어느 정도 멀어지자 슬슬 방치된 차량과 장애물들이 이곳저곳을 막고 있었다.
김민호는 그것들을 교묘하게 피해가며 운전해나갔다.
“우리 민호 운전 잘하네.”
“감사합니다.”
강성철이 감탄하며 말했다.
“차타고 오니까 금방이네요.”
김재현의 영역이 넓어지면서 몬스터 사냥을 위해서 꽤 오랜 시간을 걸어야 했다.
그런데 차를 타고 오니 시간도 절약하고 체력 낭비도 줄일 수 있었다.
그렇게 아파트 단지에서부터 상당히 떨어진 지역에 도착해서야 슬슬 몬스터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김민호는 영역 끄트머리에 아무렇게나 주차한 다음 내렸다.
“다들 장비 챙기고.”
“넵!”
강성철과 하서준이 빠릿빠릿하게 소총을 챙겨왔다.
특이한 것은 소총으로 무장한 것이 강성철, 하서준, 남지호 이 세 명뿐이라는 것이다.
김민호는 맨몸이었고, 문해리는 여전히 활과 화살을 들고 있었다.
김민호가 강성철과 하서준을 향해 지시했다.
“너희들은 평소처럼 청새치 사냥에 집중해
“”네!””
강성철과 하서준은 사냥꾼 직위를 얻은 이들이었다.
이들이 사냥한 사냥감은 사체가 그대로 남게 되는데, 때문에 맛이 좋은 청새치 사냥을 맡긴 것이다.
“출발하자.”
김민호는 소총을 들고 있지 않았는데, 이는 그가 김재현에게 새롭게 부여받은 능력 때문이었다.
영역 밖으로 나가니 금세 몬스터들에게서 반응이 나타났다.
하늘 청새치들이 김민호를 덮쳐왔다.
날카로운 청새치들의 콧날이 김민호에 닿기 직전.
‘경화’
그가 스킬을 사용하자 그의 피부가 단단한 암석으로 변했다. 청새치들의 콧날은 김민호의 피부를 뚫지 못하고 튕겨져 나갔다.
투두두―!
강성철과 하서준이 망설임 없이 김민호 쪽을 향해 총을 쏴댔다.
모르는 사람이 본다면 위험하다고 생각할 수 있겠으나, 그들에게는 익숙한 일상이었다.
실수로 김민호가 맞는다고 하여도 전혀 문제가 없었기 때문이다.
경화된 그의 피부는 총알조차 뚫지 못했다.
그때 한쪽에서 육지 상어가 나타나 김민호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 순간.
쐐애애액!
문해리가 쏘아낸 화살이 육지 상어의 머리에 그대로 적중했다.
그리고.
쩌저적─
화살에 맞은 머리에서부터 육지 상어가 빠르게 얼어붙었다.
[육지 상어(Lv. 24)를 사냥하셨습니다.] [경험치를 획득합니다.] [시민 문해리의 지갑에 2,700,612 원이 입금되었습니다.]김재현에게 힘을 부여 받은 이는 김민호뿐만이 아니었다.
문해리가 소총이 아닌 활을 들고 있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었다.
문해리가 빙긋이 미소 지으며 말했다.
“역시 고블린들이랑은 벌이가 다르네.”
가신 등록이 된 그녀의 주머니 속으로 들어오는 돈은 기본급 100%에 불과했지만, 그것만으로도 상당히 만족스러운 금액이었다.
몬스터들의 레벨이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기하급수적으로 벌어들이는 양이 많아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팀장님! 조심하세요!”
그때 한쪽 골목길 사이에서 키틴질 갑옷을 입은 거대 몬스터가 등장했다.
투두두두두―
강성철과 하서준이 열심히 총을 쏴댔지만, 그런다고 자이언트 크랩의 키틴질 갑옷을 꿰뚫을 수는 없었다.
그때 김민호가 자이언트 크랩의 품으로 파고들어 주먹을 힘껏 내질렀다.
“흐으읍!”
콰직!
자이언트 크랩의 키틴질 갑옷에 미세한 금이 갔다.
몇 번만 더 두드리면 그것을 박살낼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크윽.”
한 방의 대가로 김민호의 손목 또한 박살이 난 상태였다.
그 순간.
화르르륵!
자이언트 크랩의 발밑에서 거대한 불기둥이 치솟았다.
[자이언트 크랩(Lv. 35)을 사냥하셨습니다.] [경험치를 획득합니다.] [시민 남지호의 지갑에 151,232,110 원이 입금되었습니다.]“지호형 나이스!”
[Episode 13] 내실 다지기 (3)>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