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Dweller RAW novel - Chapter (68)
>업적 시스템>
특정 업적을 달성했을 시 임의로 만든 효과의 칭호를 부여할 수 있다.
설명은 간단했지만, 어떤 식으로 사용할 수 있는지는 바로 감이 왔다.
‘업적 설정’
[업적 내용을 설정해주십시오.]‘시민권을 가진 사람을 죽였을 경우!’
[업적 내용 설정이 완료되었습니다.] [업적을 달성했을 시 획득 할 칭호의 이름과 효과를 설정해주십시오.]‘칭호의 이름은 살인자. 효과는…’
살인은 분명 큰 죄이다.
죽음은 죽음으로 밖에 갚지 못하겠지만, 그 상황이 어떤 상황인지는 알아볼 필요가 있었다.
‘전체 능력치 80% 감소. 두 손을 봉인. 이마에 살인자의 낙인이 찍히도록!’
두 손을 봉인하는 이유는 살인자가 총기와 같은 무기를 들고 있으면 대참사가 벌어질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붉은색 다이아몬드 낙인을 상상하니 시스템 반응이 나타났다.
[해당 업적 설정 비용은 40,000,000 원이며, 업적 달성 시 칭호 부여에 대한 비용은 4,000,000 원입니다.] [이대로 설정하시겠습니까?]‘칭호를 내가 임의로 없애는 것도 가능한가?’
[가능합니다.]다행이었다.
그렇다면 억울한 일이 생기더라도 상황을 듣고 내가 직접 해결할 수 있을 테니까.
‘설정한다.’
띠링!
[업적 설정이 완료되었습니다.]고민 하나가 완전히 해결되었다.
‘살인과 마찬가지로 웬만한 강력 범죄는 업적 시스템으로 모두 처벌하는 게 가능하다’
살인, 강간, 폭행 등의 강력 범죄를 일으킨 범죄자에게 ‘칭호’라는 낙인을 찍는 게 가능해진 셈이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반대로 몬스터 사냥에 따른 긍정적인 업적을 부여할 수도 있겠지?’
예를 들면 고블린 100마리를 사냥했을 시 신체 능력이 상승한다던지 하는 효과 말이다.
‘음, 어디까지 가능하려나?’
꽤나 좋은 기능이긴 했지만, 이것도 만능은 아닐 것이다.
‘업적 설정’
[업적 내용을 설정해주십시오.]‘고블린 100마리를 사냥했을 경우’
[업적 내용 설정이 완료되었습니다.] [업적을 달성했을 시 획득 할 칭호의 이름과 효과를 설정해주십시오.]‘칭호의 이름은 고블린 학살자. 효과는….’
우선은 말도 안 되는 효과를 넣어봤다.
‘각성 능력 획득’
[해당 업적으로는 설정 불가능한 효과입니다.]역시나 불가능하다는 메시지가 출현했다.
‘그럼 10레벨 상승’
[해당 업적으로는 설정 불가능한 효과입니다.]‘그러면…’
몇 번의 실험 끝에 정해진 고블린 학살자의 효과는 이러했다.
{고블린 학살자}
고블린들이 공포를 느끼며, 고블린 사냥 시 기본급을 10% 추가 획득합니다.
근력이 오른다거나 체력이 오른다는 설정도 가능했지만, 그보다는 지금 설정이 훨씬 경제적이었다.
‘그 다음은….’
그때 옆에서 빤히 나를 바라보고 있던 서예진과 두 눈이 마주쳤다.
거리가 꽤 가깝기 때문인지 그녀의 긴생머리에서 기분 좋은 샴푸향이 전해져왔다.
서예진은 검은색 트레이닝복 차림이었는데, 마침 내가 입고 있는 것과 똑같은 옷이었다.
내가 직접 상점에 등록했었던 기억이 난다.
‘잘 어울리네’
서예진을 향해 말했다.
“제 얼굴에 뭔가 묻었나요?”
한동안 멍하니 나를 바라보던 서예진이 양손으로 입을 가리며 말했다.
“앗, 죄송해요. 혹시 방해가 된 건가요?”
“아닙니다.”
날카로운 눈매 때문에 첫인상은 살짝 까칠한 고양이상이었는데, 직접 대화를 해 보면 동글동글한 강아지가 따로 없었다.
약간 어색한 공기 속에서 서예진이 먼저 입을 열었다.
“그… 생각해봤는데요, 인간 외에 이종족을 찾아내는 게 목적이시면 퀘스트를 주시면 되지 않을까요? 네가 흡혈귀라면 이곳으로 와라! 이렇게.”
“그 방식은 의미가 없어요.”
퀘스트를 주기 위해서는 내가 그 대상에 대해 확실하게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퀘스트를 주는 순간 이미 나는 그 사람이 흡혈귀인지 아닌지 알고 있다는 뜻이었다.
“그런가요? 그럼, 으음….”
진지하게 고민하는 서예진을 향해 말했다.
“이제 그 일에 대해서 고민하실 필요 없어요. 해결 방법을 찾았거든요.”
“정말요?”
“네.”
서예진이 환하게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
“역시 재현님은 대단하세요.”
그때였다.
뒤늦게 유혜린이 도착한 것이다.
철컥
잠금을 풀어주자 알아서 현관문을 열고 들어왔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바로 시작하면 될까요?”
유혜린은 곧바로 독가스를 만들어낼 준비를 하고 있었다.
“잠시만요.”
본격적으로 흡혈귀들을 정리하기 전에 ‘흡혈귀 학살자’업적부터 만들고 시작할 생각이었다.
아파트 커뮤니티 시설에 한 회의실.
중급 흡혈귀인 안상혁은 사냥을 나간 부하들을 불러 모았다.
근처에 퍼져서 인간 사냥을 이어나가고 있던 흡혈귀들은 안상혁의 호출에 그들의 본거지로 모여들었다.
그들 조직에 간부격인 흡혈귀들이 모두 모인 자리에서 안상혁이 입을 열었다.
“신새롬이 죽었다.”
곧바로 간부들의 눈이 커지며 시끌시끌해졌다.
“아까 그 1층에 있던 그을린 자국 때문입니까?”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새롬이가 죽다니”
안상혁은 조용해지기를 기다렸다가 입을 열었다.
“총소리가 들린 이후 1층 복도 전체가 폭발했다. 근처에 있던 최하급 흡혈귀들의 사체에서 총을 맞은 흔적이 발견된 것을 보면 그놈들의 짓인 걸로 보인다.”
그의 말에 한 남자 흡혈귀가 분노하며 말했다.
“그 빌어먹을 경찰 놈들 말입니까?”
“그렇다.”
다른 흡혈귀들이 흥분하며 저마다 한 마디씩 내뱉었다.
“그 자식들! 가만히 내버려두니까 주제도 모르고!”
“총을 들고 있으니까 아주 기고만장해서는.”
“먼저 공격해올 줄이야”
제일 처음 분노하던 남자 흡혈귀, 심형식이 강력하게 주장했다.
“당장 그 놈들을 죽여 버리고 총기를 빼앗아 와야 합니다!”
“씹어 먹어도 시원찮을 놈들!”
“가자!”
그에게 동조하는 흡혈귀들도 있었고,
“쉽게 생각할 문제가 아니야. 어찌됐건 놈들에게는 총이 있으니까.”
“신중하셔야 합니다.”
“놈들과의 전쟁은 너무 위험하다.”
신중론을 말하는 흡혈귀들도 있었다.
“그런데 왜 갑자기 쳐들어 온 거지?”
“이상해. 그동안 우리들의 존재가 알려지기는 했지만, 이렇게 전면전을 걸어오다니.”
“본진이 이곳이라는 건 또 어떻게 알아낸 거지?”
전쟁에 찬성하는 쪽 보다는 반대하는 쪽의 숫자가 더 많았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들은 모두 ‘총’의 무서움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평범한 인간은 나약한 먹잇감에 불과하지만, 총을 든 인간은 두려운 게 사실이었다.
그러나 흡혈귀들의 사회는 더 많은 사람들의 의견이 지지받는 민주사회가 아니었다.
오로지 한 명의 결정권자가 모든 것을 결정하는 독재 사회.
그들의 독재자, 안상혁이 말했다.
“놈들을 친다.”
순간 희비가 엇갈렸다.
“그렇지!”
“다 죽여 버립시다!”
전쟁을 찬성했던 과격파는 기뻐했고.
“크흠.”
“흐음….”
“음.”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던 흡혈귀들은 침음했다.
“걱정할 필요 없다. 놈들과 전면전을 할 생각은 아니니까.”
안상혁은 불안에 떠는 부하들을 향해 작전을 설명해나갔다.
“우선은 평범한 생존자 집단인 척 놈들의 집단에 스며든다. 그 다음 결정적인 순간을 노려 안에서부터 놈들을 무너뜨리는 거다.”
신중론을 펼치던 흡혈귀 중 하나가 조심스럽게 질문해왔다.
“하지만 놈들이 새로운 사람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것은 이미 확인한 사실 아닙니까.”
“놈들도 다른 생존자 집단과 마찬가지로 지금쯤 심각한 물자 부족에 시달리고 있을 거다. 그걸 미끼로 놈들의 조직에 잠입하는 거다.”
“오오!”
흡혈귀들은 힘을 발현하기 전에는 평범한 사람과 별 다를 것 없는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그렇기에 이런 대담한 잠입 작전을 펼칠 수 있는 것이다.
“이 작전을 진행할 멤버는….”
안상혁이 자신의 부하들을 천천히 쓸어봤다.
당연한 말이었지만, 이 침투 작전을 수행하는 것은 모두 하급 흡혈귀가 될 것이다.
최하급 흡혈귀는 평범한 인간인 척 연기를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제가 하겠습니다! 제게 기회를 주십시오!”
처음부터 경찰 놈들과 전쟁을 주장하던 심형식이 나섰다.
그러나 안상혁은 고개를 저었다.
“손기환, 윤혜지, 이한결, 김봄”
그는 정확히 신중론을 펼치던 흡혈귀들만을 골라서 지목했다.
“너희들이 가라.”
지명당한 흡혈귀들은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기대에 부응하도록 하겠습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들은 긴장하면서도, 당연한 일이라 생각했다.
매번 싸움과 피만 생각하는 과격파 놈들이 이런 침투 작전을 성공할 리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전투력 자체는 자신들보다 강한 편이었지만, 지능은 자신들이 훨씬 우월한 편이라고 자부하고 있었다.
“끄응. 저런 새 가슴들이 무슨….”
“상혁님 정말 괜찮으시겠습니까? 저런 비실비실한 조합으로…”
신중파를 무시하는 건 과격파 흡혈귀들도 마찬가지였다.
매사에 적극적이지 못한 데다 실제로 실적도 그들보다 훨씬 딸렸으니 말이다.
그때 신중파의 리더 격인 손기환이 그들을 향해 말했다.
“상혁님께서 하신 결정에 불만이라도 갖는 건가?”
“뭐?”
과격파의 리더 격인 심형식과 신중파의 리더 격인 손기환이 서로를 노려보며 신경전을 벌였다.
안상혁을 제외하면 유일하게 중급 흡혈귀인 두 사람이었기에 이 둘을 중심으로 두 개의 파가 형성된 것이었다.
그때였다.
쿵쿵쿵!
누군가 회의실 문을 거칠게 두드려댔다.
심형식이 짜증스럽게 대꾸했다.
“누구야?”
끼이익.
문이 열리며 하급 흡혈귀 한 마리가 들어왔다.
과격파인 심형식 쪽의 흡혈귀였다.
손기환이 힐난하는 어조로 말했다.
“과격파 쪽의 인사들은 정말 예의를 모르는군.”
“뭐야? 이자식이—”
그러거나 말거나 회의장에 들어온 하급 흡혈귀는 다급하게 소리쳤다.
“허윽, 헉! 도, 도망가셔야…!”
그가 채 말을 끝맺기도 전에.
찍찍!
회의실로 쥐새끼 한 마리가 달려 들어왔다.
그리고.
푸쉬이이이—
쥐의 뒤쪽으로 보라색의 독가스가 급격히 피어오르며 순식간에 회의실을 가득 채워갔다.
“뭐, 뭐야?”
“전부 숨을 멈춰라!”
“창문으로 도망쳐!”
쨍그랑! 채쟁—!
아수라장이 된 회의실 내부로 창문이 깨지는 소리가 요란하게 울려댔다.
아파트 단지 내에는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은 숫자의 흡혈귀들이 존재하고 있었다.
이곳 아파트 단지 내에 있던 사람들을 모조리 잡아먹고 성장한 흡혈귀들인 것 같았다.
‘하급 흡혈귀들의 숫자만 해도 수십 마리가 넘는다.’
다시금 생각해보지만 제갈성규는 이런 곳을 도대체 무슨 배짱으로 혼자 쳐들어 간 것일까?
겨우 소총 한 자루 들고 말이다.
‘진짜 이상한 놈이었네’
서예진의 생쥐가 사방을 휘저으며 독가스를 뿌리고 다니던 중이었다.
독가스에게서 도망쳐야 할 상황에 흡혈귀 한 마리가 목숨 걸고 독가스 안으로 몸을 던지는 광경을 볼 수 있었다.
[예진씨. 저 놈 조용히 따라가 주세요.]창고 스킬로 독가스를 뿜어내는 것도 멈추고 놈을 지켜봤다.
아니나 다를까 놈이 문을 열고 들어간 곳에는 중요 인물로 보이는 흡혈귀들이 떼거지로 모여 있는 것이 보였다.
이곳에 모여 있는 흡혈귀들은 레벨부터 달랐다.
「하급 흡혈귀(Lv. 28)」「하급 흡혈귀(Lv. 29)」 「하급 흡혈귀(Lv. 28)」
죄다 하급 흡혈귀 이상에다가 레벨도 20대 후반이었고, 중급 흡혈귀도 세 마리나 존재했다.
그 중에서 누가 리더인지는 구조만 보고도 한 눈에 알 수 있었다.
‘저 놈이 안상혁이군’
「중급 흡혈귀(Lv.38)」
여기 모여 있는 이들 중에서 가장 레벨이 높은 흡혈귀였다.
[지금입니다. 진입하세요.]서예진의 생쥐가 회의실 안으로 진입하는 것과 동시에 독가스를 사방으로 내뿜기 시작했다.
“도망쳐!”
쨍그랑!
생각보다 눈치가 빠른 놈들이었다.
그들 중 몇몇이 몸을 날려 창문을 박살내며 도망갔다.
그리고.
덥석!
누군가 서예진의 생쥐를 한 손으로 덥석 붙잡았다.
중급 흡혈귀, 안상혁이었다.
콰직!
생쥐의 몸이 박살나며 그대로 연결이 끊겼다.
[Episode 14] 흡혈귀 (5) [초반부 수정]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