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Dweller RAW novel - Chapter (69)
“으윽!”
서예진이 고통스러운 신음을 흘리며 깨어났다.
“괜찮아요, 예진씨?”
“네에…”
잠시 기다려봤지만, 중급 흡혈귀를 사냥했다는 시스템 알림이 나타나지 않았다.
가능성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독가스를 들이마신 놈이 죽었지만, 그곳에 시민권을 가진 사람이나 감각이 공유된 서예진의 생쥐가 없기 때문에 정산이 안 되는 경우.
다른 하나는 놈이 죽지 않았을 경우다.
그런데.
[하급 흡혈귀(Lv. 28)를 사냥하셨습니다.] [하급 흡혈귀(Lv. 29)를 사냥하셨습니다.]아직 하급 흡혈귀들을 사냥했다는 메시지가 올라오고 있는 것을 보면, 그곳은 집구석 영역의 영향력 아래 있는 것이 분명했다.
별도로 시민권을 가진 사람들이 없더라도 몬스터 사냥을 하면 정산이 됐을 것이란 소리다.
‘확장된 영역에서 그리 먼 거리도 아니었으니까!’
그렇다는 것은 불행히도 두 가지 가능성 중에 후자의 가능성이 크다는 소리였다.
그곳에 있던 중급 흡혈귀는 총 셋.
‘그 중 한 마리도 죽이지 못했다.’
아무래도 반응하는 게 느렸던 하급 흡혈귀 몇 마리만 독가스를 들이마신 듯 했다.
‘아쉽군’
가능하면 이쪽에 대한 정보가 없었을 때 모두 처리하고 싶었는데 말이다.
이제 저쪽은 독가스가 상당히 위험하다는 것도, 독가스를 만들어내는 게 생쥐라는 것도 알게 됐을 것이다.
‘다시 밀폐된 공간에 틀어박혀 있어줄지도 의문이고 말이지’
주변에 생쥐가 있다면 민감하게 반응할 것이다.
‘본진을 바꿀 수도 있겠지’
식은땀을 흘리는 서예진을 향해 말했다.
“예진씨. 놈들이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지만 살펴주시겠어요?”
“알겠습니다. 후우.”
“무리하지 말고요.”
“네에.”
그래도 유혜린의 독가스 덕분에 상당히 많은 흡혈귀들을 처리할 수 있었다.
이제 남은 것은 마지막에 봤던 회의실에 있던 놈들 정도.
하지만 놈들은 모두 정예라고 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놈들을 감당할 수 있는 파티는 하나뿐이다!’
하동건 파티.
그들이 아니면 이놈들을 아무런 피해 없이 처리하기는 힘들 것이다.
‘다시 생쥐들을 보내도 되긴 하지만, 그러면 서예진의 부담이 너무 커진다.’
이미 한 번 당해본 놈들이었다.
생쥐만 발견하면 이를 악물고 달려들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서예진이 생쥐가 죽을 때마다 상당한 정신적 타격을 입는 것을 생각할 때, 무작정 다시 시도할만한 작전은 아니었다.
서예진이 놈들의 동태를 살피는 동안 나는 하동건 파티의 상태를 살펴보기로 했다.
‘절대자의 눈’
제일 먼저 리더 격인 하동건의 모습을 확인했다.
“후욱. 후욱.”
그는 헬스장에서 근력 운동을 하고 있었다.
옆에는 레깅스 차림의 김가영이 함께하고 있었다.
장전동에 다녀온 뒤로 줄곧 집안에만 박혀 있었던 것을 생각하면 굉장히 긍정적인 신호였다.
‘훨씬 좋아졌구나’
무표정하게 있어도 깊은 슬픔이 눈을 가득 채우고 있는 느낌이었는데, 지금은 그런 분위기가 많이 희석되어 있었다.
아무래도 김가영이 곁에 있어준 덕분이겠지.
‘다행이다.’
나는 잠시 그들을 지켜봤다.
“중량은 어떤 거 같아?”
“생각보다 너무 가벼운데.”
“…이게 가볍다고?”
하동건의 몸이 좋은 건 사실이었지만, 지금 그가 편안한 얼굴로 들어 올리고 있는 것의 무게는 무려 350kg이었다.
벤치프레스 350kg.
평범한 인간이 도달하기에는 불가능에 가까운 영역이었다.
이것을 들어 올리는 인간이 있다고 해도 그는 80억 인구의 최상위권에 도달해 있는 우락부락한 신체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마저도 350kg의 무게를 ‘너무 가볍다’고 말하지는 못하겠지.
45레벨에 달한 그의 신체 능력은 그만큼 인간의 한계를 초월해 있었다.
“너도 한 번 해 봐.”
“…내가?”
“도와줄게.”
“어?”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일어난 하동건을 잠시 바라보던 김가영은 작게 한숨을 내쉬고 벤치프레스에 누웠다.
이것을 진짜로 들어 올리겠다는 마음보다는 적당히 어울려주겠다는 심산인 것 같았다.
김가영이 바벨을 잡고 하동건이 보조하듯 잡았다.
“준비 됐어?”
“응.”
“시작해.”
“음.”
김가영은 하동건의 장단에 맞춰주며 힘을 주었다.
“어?”
놀랍게도 플레이트가 덕지덕지 걸려 있는 무거운 바벨이 그녀의 손에 의해 뽑혀 나왔다. 심지어 김가영의 팔은 미세한 떨림조차도 없었다.
김가영은 멍하니 자신이 들어 올린 바벨을 바라보다가 하동건을 바라봤다.
“자기가 들고 있는 거야?”
“아니.”
“장난치지 말고.”
“진짜야.”
하동건은 그 말과 함께 아예 바벨에서 손을 놓아버렸다.
“잠…! 깐?”
김가영은 바벨을 내렸다가 다시 들어올렸다.
그리고는 간단하게 감상을 말했다.
“…이거 실화야?”
“나도 놀랐어. 이 정도일 줄은.”
하동건 보다는 레벨이 낮지만 김가영도 무려 40레벨에 도달한 괴물이었다.
심지어 그녀의 경우 근력이 아닌 시력이나 순발력 쪽의 능력이 극대화되어 있는 편이었다.
그럼에도 평범한 인간을 아득히 초월한 근력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내가 왜 가볍다고 했는지 알겠지?”
“…응. 진짜였네.”
그때였다.
“당신들 도대체 정체가 뭡니까?”
“네?”
한 아저씨가 경악한 얼굴이 되어 그들에게 말을 걸어왔다.
직접적으로 말을 걸어온 것은 그 남자 한 명 뿐이었지만, 현재 헬스장에 있는 모두의 시선이 하동건 쪽으로 집중되어 있었다.
“이거 몰래카메라 같은 거예요? 이거 가짜죠?”
남자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바벨을 가리켰다.
“한 번 들어봐도 되겠습니까?”
“위험할 텐데요.”
“아니, 도저히 믿을 수가 없어서 그러지.”
생떼를 쓰던 남자는 결국 벤치에 누웠다.
그리고.
“흐읍! 흐으으읍!”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며 바벨을 들어올리려 안간힘을 써댔다.
하지만 바벨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몸 자체는 그가 하동건보다도 두꺼운 몸을 가지고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남자는 새하얗게 질린 얼굴이 되어 고개를 숙였다.
—
“의심해서 죄송합니다.”
하동건은 웃으며 사과를 받아주었다.
“괜찮습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생각했다.
‘이제 준비가 된 모양이네’
하동건의 상태가 준수하다는 것을 확인한 이후 다른 파티원들의 상태도 살폈다.
실의에 빠져 술에 빠져 있던 강덕수와 김 건은 함께 고블린 사냥을 하고 있었다.
고블린 대여섯 마리가 그들을 향해 달려들었고, 강덕수가 외쳤다.
“일어나라!”
강덕수의 스킬 숙련도는 보기 좋게 늘어나 있었다.
고블린의 바로 앞에서 생성된 기사 한 기가 그대로 할버드를 휘둘렀다.
서걱!
고블린 한 마리의 목이 한 방에 나가떨어졌다.
동시에 고블린의 뒤쪽에서 생성된 강철의 기사들이 고블린의 몸통에 할버드를 찔러 넣었다.
“끼에엑!”
강철 기사들의 움직임도 예전보다 훨씬 자연스러워져 있었다.
스킬을 활용하는 능력이 발전한 것은 강덕수 뿐만이 아니었다.
까아악!
한층 덩치가 커다래진 까마귀가 좁은 동굴을 날아 고블린 한 마리를 덮쳤다.
김 건이 무언가를 할 필요도 없이 덩치가 커진 까마귀들이 고블린들의 숫자를 착실히 줄여주고 있었다.
‘걱정할 필요 없겠어!’
강덕수를 데리고 억지로 고블린 소굴로 향했던 것의 효과가 생각보다 좋았다.
함께 실의에 빠져 술을 마시던 김 건도 술독에서 벗어나 간단한 사냥을 나선 모습이었으니까.
45레벨과 40레벨 둘이서 겨우 10레벨도 안 되는 고블린들을 양학하며 몸을 풀고 있는 광경이었지만, 일단 함께 사냥을 한다는 것만으로도 고무적이었다.
강덕수가 김 건을 향해 말했다.
“어때?”
“…괜찮네요.”
“오랜만에 나오니까 괜찮지?”
“고블린 소굴로 산책이라니. 선배 취미가 고약해요.”
“으하하! 오케이, 오케이. 그래도 뭔가 기분 좋지 않냐?”
김건은 고블린의 목을 부러뜨리는 까망이를 보며 살짝 웃었다.
—
뭐 나쁘진 않네요. 오랜만의 사냥이라 까망이랑 애들도 좋아하는 것 같고.”
그들의 레벨이 비해 지나치게 수준이 낮은 던전이었지만, 기분 전환으로는 딱이었다.
김 건이 말했다.
—
선배, 오랜만에 사냥이나 나가볼까요?”
강덕수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대답했다.
“사냥? 사냥이라면 지금도 하고 있잖아.”
“….제 말은 이런 고블린 사냥 말고, 제대로 된 사냥이요. 실은 제가 그동안 술만 마신 건 아니거든요.”
김건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어보이더니 휘파람을 불었다.
휘이익!
그러자 까망이가 그를 향해 날아왔다.
별 생각 없이 그 광경을 지켜보던 강덕수는 까망이의 속도가 점점 빨라지는 것을 보고는 당황했다. 고블린을 공격할 때처럼 재빠르게 날아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자신의 주인인 김 건을 향해서.
그러나 그가 무어라 묻기도 전에 속도를 높인 까망이가 김 건을 덮쳤다.
“건아!”
그 순간.
“걱정하지 마세요, 선배.”
까망이에게 덮쳐진 김 건의 모습은 상당히 달라져 있었다.
“…너, 너!”
강덕수뿐만 아니라 나 또한 깜짝 놀라는 중이었다.
‘뭐야?’
그도 그럴 것이 김 건의 모습이 완전히 달라져 있었기 때문이다.
김건이 서서히 두 팔을 펼쳤다.
“!!”
아니, 이제는 두 날개라고 칭하는 게 맞는 거겠지.
“이런 게 가능해졌거든요.”
까망이와 김건이 하나로 합쳐져 있었다.
“그러니까 밖으로 나가죠. 이런 좁은 동굴 말고.”
새로운 스킬이라니.
나는 다급히 가신 관리창으로 들어가 김 건의 정보창을 확인해 봤다.
‘까마귀 교감?’
원래는 까마귀 사역이라고 되어 있던 스킬이 교감으로 바뀌어 있었다.
그리고 친밀도가 100이 된 대상에 한하여 저런 융합이 가능하다는 설명이었다.
‘맙소사’
스스로의 힘으로 스킬을 진화하는 경우가 있다니.
김 건 덕분에 새로운 걸 알게 되었다.
만약에 김 건이 저 모습으로 하늘을 날 수 있다면 정찰 범위가 어마어마하게 넓어지게 될 것이다.
하늘에도 몬스터가 있긴 하지만 지상에서 움직이는 것과는 정말로 천지차이가 있었기 때문이다.
‘앞으로 훨씬 편해지겠어!’
그렇지 않아도 김 건의 까마귀를 활용할 방법을 생각해두긴 했었다.
서예진의 생쥐를 등에 태우고 움직이게 한다던가 하는 쪽이었는데,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좋군’
모습을 보아하니 강덕수도 김 건도 준비가 된 모습이었다.
‘문병호 쪽도 봐 볼까’
문병호와 오언주 그리고 김다정은 지금도 함께 사냥을 나가 있는 상태였다.
‘요새는 꽤 멀리까지 간다고 들었는데’
절대자의 눈을 문병호 파티에게 집중했다.
부우웅—
운전 중인 오언주의 모습이 보였다.
마침 사냥에서 돌아오고 있는 것 같은 모양새였다.
그들이 달리고 있는 도로는 한쪽으로 차가 치워져 있었는데, 오언주가 직접 두 손으로 치운 것으로 알고 있었다.
뒷좌석에 앉은 문병호가 작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오늘도 덕수 형이랑 건이는 술만 퍼마시고 있겠죠.”
“내버려 둬. 시간이 지나면 알아서 정신 차릴 거야.”
“그럴까요?”
“응. 걔들은 강한 애들이니까. 조금 시간을 주고 기다려보자. 이런 일에는 시간이 보약이니까.”
오언주의 말처럼 그들에게 조금 더 상처를 추스를 시간을 주고 싶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흡혈귀를 대적할만한 파티는 이들밖에 없었다.
하동건, 김가영, 강덕수, 김 건, 문병호, 오언주, 김다정,
현재 내 영역에 있는 파티 중에서는 가장 많은 투자를 받았으며, 그만큼 압도적인 힘을 가지고 있는 에이스 파티.
그들을 향해 소통의 반지를 사용했다.
[오랜만입니다, 다들. 그동안 잘 쉬고 계셨나요?]> [Episode 15] Ace Party (1)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