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Dweller RAW novel - Chapter (72)
상황이 심상치 않게 흘러간다는 것을 눈치 챈 김다정이 스킬을 사용했다.
“축복!”
하동건과 오언주의 몸에서 빛이 쏟아내며 상급 흡혈귀의 양쪽에서 짓쳐 들어갔다.
동시에.
“일어나라!”
타이밍을 맞춰 강덕수가 강철의 기사를 소환했다.
상급 흡혈귀의 발아래 상반신만 생성된 강철의 기사들이 할버드를 위쪽으로 찔러왔다.
푸욱!
순식간에 양 옆구리에 창이 박힌 상태가 되었음에도 상급 흡혈귀는 여유를 잃지 않았다.
그 직후.
투두두두―!
놈의 뒤쪽에서 기습적으로 요란한 총소리가 들려왔다.
졸지에 뒤통수에 총탄 세례를 받은 상급 흡혈귀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흡혈귀의 뒷통수는 실시간으로 탄두를 뱉어내고 있었다.
고개를 돌린 상급 흡혈귀는 아무것도 없는 빈 허공을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분명 방금까지만 해도 느껴지던 인기척이 완전히 사라졌기 때문이었다.
그는 의아해하면서도 가볍게 발을 굴렀다.
놈의 양 옆구리에 박혀 있던 할버드가 박살나는 것과 동시에 놈의 몸이 정면을 향해 쏘아져나갔다.
“크륵!”
“!!”
하동건과 오언주가 놈을 향해 거의 동시에 손톱과 창을 휘두르던 시점이었다.
전속력을 다해 돌진하고 있었던 지라 멈출 수도 없었다.
졸지에 두 사람은 서로 충돌하게 생겼고, 동시에 상급 흡혈귀는 나머지 파티원을 향해 돌격하는 모양새가 되었다.
두 사람은 짧은 순간 눈빛을 교환했고, 오언주가 먼저 왼쪽으로 방향을 꺾었다.
그 직후 하동건이 반대 방향으로 몸을 비틀며 창을 들고 있던 손을 뒤쪽으로 힘껏 뺐다.
화르륵!
창날에 검은 불꽃이 일렁였고, 이내 흡혈귀 놈을 향해 쏘아졌다.
그 순간 상급 흡혈귀의 등 뒤쪽에서 뽑아져 나온 피의 촉수가 유려하게 움직이며 하동건의 창을 막아섰지만,
콰직!
검은 기운을 휘감은 창을 막지 못하고 순식간에 바스라졌다.
“응?”
무언가 심상치 않음을 느낀 상급 흡혈귀가 고개를 돌린 순간.
파아앗!
정면에서 쏘아진 김가영의 빛의 화살이 그를 덮쳤다.
푸부부!
바로 앞에서 수십 갈래로 찢겨진 빛의 파편이 놈의 몸을 덮치는 것과 동시에 흑색의 창이 지척에 도착했다.
상급 흡혈귀가 혀를 차며 손을 휘둘렀고,
콰앙!
검은 불꽃이 휘감긴 창이 나가떨어졌다.
그러나 지금까지 별다른 타격을 입지 않았던 흡혈귀의 손이 검게 불타오르고 있었다.
놈이 눈살을 찌푸리며 혼잣말 했다.
“이건 또 뭐야.”
상급 흡혈귀는 김가영이 쏘아낸 빛의 파편이 직격한 상처는 신경도 쓰지 않은 채 자신의 손을 불태우는 검은 불꽃을 바라보고 있었다.
실제로 빛의 파편이 만들어낸 자잘한 상처들은 순식간에 핏물이 차오르더니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수인화를 한 오언주에 맞먹을 정도로 엄청난 재생력이었다.
상급 흡혈귀가 자신의 손을 불태우는 검은 불꽃을 바라보며 속도를 늦춘 순간.
“크릉!”
광폭화한 오언주가 놈의 심장을 향해 손톱을 휘둘렀다.
촤좌!
그 순간 놈의 몸에서 뻗어 나온 핏줄기들이 오언주의 팔을 휘감은 다음 그녀의 힘을 역이용해 던져 버렸다.
콰아아앙!
오언주는 달려들던 자세 그대로 아파트 벽면을 박살내며 들어가 버렸다.
파아앗!
그 순간 다시 한 번 빛의 화살이 놈을 노리고 날아왔다.
일전에 아무런 피해도 없었기에 상급 흡혈귀는 그것을 무시하며 나아가려 했다.
그러나.
우우웅
산탄총처럼 폭발하며 사방으로 빛의 파편을 뿌리던 그때와는 무언가 달랐다.
불길함을 느낀 상급 흡혈귀가 화살을 붙잡으려 했다.
그러나.
푸슉!
“!?”
피어싱 스킬이 담긴 빛의 화살이 상급 흡혈귀의 손아귀를 박살내며 그대로 심장을 향해 직행했다.
푸욱!
마지막 순간에 몸을 비튼 덕분에 그것은 흡혈귀의 심장 옆을 아슬아슬하게 스쳐지나갔다.
“허억. 허억.”
처음으로 위기를 느낀 상급 흡혈귀의 얼굴이 악귀처럼 일그러졌다.
“원래는 서포터부터 죽이려 했거든? 그게 정석이니까.”
광기로 번들거리는 그의 눈이 김가영을 향했다.
“가만히 있었으면 조금 더 오래 살 수 있었을 텐데, 멍청한—”
놈의 말은 끝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아무도 놈의 혼잣말에는 관심이 없었고, 기다려줄 이유도 없었기 때문이다.
콰아앙!
흑색 기운을 품은 채 날아온 창을 피해 옆으로 몸을 날린 흡혈귀는 붉게 충혈 된 눈으로 괴성을 질러댔다.
“으아아악! 이 개 잡것들이!”
신경질적인 괴성과 함께 흡혈귀의 허벅지와 종아리가 크게 부풀어올랐다.
그 직후.
콰아앙!
콘크리트 바닥이 박살나며 흡혈귀의 신형이 김가영을 향해 빠르게 쏘아졌다.
촤좌좌!
그에 더해 놈의 양손에서 핏줄기가 튀어나오며 김가영을 노려왔다.
그러나.
슈슉!
놈의 공격이 닿기 직전, 김가영이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문병호가 그녀를 데리고 함께 텔레포트한 것이었다.
콰과과곽!
핏물로 만들어진 촉수는 애꿎은 바닥만 찔러댈 뿐이었다.
푸쉬이이이—
그리고 동시에 상급 흡혈귀의 코앞에서 보라색 독가스가 뿜어져 나왔다.
“흐읍!”
그것도 놈이 숨을 들이마시는 타이밍을 기막히게 맞춰서 말이다.
콰아앙!
다시 한 번 발을 구른 상급 흡혈귀가 간신히 보라색 독가스 덩어리에서 빠져나와 숨을 헐떡였다.
“쿨럭! 케헥!”
유혜린의 독가스를 양껏 들이킨 흡혈귀가 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몸을 일으켰다.
놈의 목 줄기부터 얼굴까지 혈관이 도드라지게 부어올랐고, 실핏줄이 터져나간 두 눈에서 피눈물이 흘렀다.
천천히 주변을 둘러본 상급 흡혈귀는 어느새 자신의 지척까지 다가온 하동건과 오언주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놈이 노리고 있던 김다정과 김가영은 어느새 상당히 멀리 떨어진 곳으로 이동한 상태였다. 게다가 그녀들의 주위를 강철의 기사들이 단단히 에워싸고 있었다.
“크큭.”
짧게 웃은 상급 흡혈귀가 입을 열었다.
“대단해. 너희들 정말 인간 맞아? 정체가 뭐야?”
갑자기 말을 걸어오는 상급 흡혈귀를 상대로 하동건이 적당히 어울려주었다.
“오히려 이쪽에서 묻고 싶군. 너희들의 정체는 뭐지? 흡혈귀들을 이끄는 놈은 어떤 놈이고, 지금 어디에 있지? 살고 싶다면 대답해..”
“내 신세가 처량하군. 먹잇감에게 협박 받는 날이 올 줄이야. 우리가 어디서 왔는지 궁금하다고 했나?”
상급 흡혈귀는 속으로 웃고 있었다.
‘멍청한 것들’
그의 목적은 시간을 끄는 것.
그것 하나였다.
“우리는 ‘그분’의 축복을 받아 힘을 얻게 된 신인류다. 그분이 어떤 분인지는 나도 정확하게 알 수 없군. 어디에 계신지는 알고 있지만 말이야.”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는 상급 흡혈귀를 향해 하동건이 마주 웃으며 물었다.
“그게 어디지?”
“그 전에 내 물음에 먼저 답해줬으면 좋겠는데. 여기에 내 귀여운 흡혈귀들이 있었을 텐데. 그놈들은 어떻게 된 거지?”
“모두 죽였다.”
“…호오..”
상급 흡혈귀가 입가를 부들부들 떨면서 물었다.
“그런 것 치고는 피 냄새가 전혀 나지 않는데. 혹시 너희도 피를 마시나? 원래 그것들은 내가 공들여 만들어 놓은 먹잇감들인데 말이지.”
그 순간 상급 흡혈귀는 속으로 승리자의 미소를 지었다.
준비가 거의 끝나가기 때문이었다.
쿵!쿵!쿵!
상급 흡혈귀의 심장이 거칠게 박동하며 전신의 피가 빠르게 순환했다.
빠르게 움직이는 피는 조금씩 그의 몸을 팽창시켰다.
넘쳐나는 피가 공급되자 근육이 점점 더 부풀어 오르며 강력해졌다. 전신에 에너지가 가득 넘쳐흐르며 언제든지 폭발할 준비를 마친 순간.
하동건이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아무래도 시간 끄는 게 목적이었나 보군.”
뜨끔한 흡혈귀가 이내 미소를 드러냈다.
“이제 와서 알아차려봤자 너무 늦었다!”
전신의 근력을 폭발시키기 직전, 눈앞의 남자가 이상한 말을 했다.
“내가 괜히 쓸데없는 대화에 장단을 맞춰줬을까?”
“뭐?”
그 순간.
지이잉—
흡혈귀의 코앞에서 무언가 이상한 것이 생성되었다.
헬스장에서 많이 볼 수 있는 20kg짜리 플레이트.
“?”
그것을 인식한 순간.
콰직!
엄청난 속도로 발사된 플레이트가 상급 흡혈귀의 머리를 지워버렸다.
중력을 이용해 최대한 가속시킨 쇳덩이를 흡혈귀의 얼굴을 향해 쏘아낸 직후 소통의 반지를 사용해 하동건 파티에게 명령했다.
[아까도 말했듯이 흡혈귀 놈들의 본체는 심장입니다! 심장을 박살내주세요!]머리가 날아갔음에도 놈은 아직 죽지 않았다.
그 증거로 놈은 쓰러지지도 않았고, 사냥에 성공했다는 시스템 메시지도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화르륵!
하동건의 창에서 검은 불꽃이 피어올랐고, 그것이 놈의 심장을 헤집는 순간.
[상급 흡혈귀(Lv. 49)를 사냥하셨습니다.] [초대량의 경험치를 획득합니다.] [집구석 절대자의 지갑에 36,124,284,637 원이 입금되었습니다.]막대한 양의 경험치와 정산금이 들어왔다.
절대자의 왕관 덕분에 몇 배는 더 부풀어 오른 양의 경험치와 정산금이었다.
덕분에.
[스킬 레벨이 상승하였습니다.] [스킬 레벨이 상승하였습니다.]오랜만에 연속적인 레벨 업을 경험할 수 있었다.
[집구석 선포가 25레벨에 도달하였습니다.] [스킬 포인트를 3개 획득합니다.]즐거운 알림과 함께.
‘크읍!’
올 것이 왔다.
나를 중심으로 시야가 확장되며 영역 내의 모든 것들이 축소되어가는 느낌이었다. 순식간에 늘어난 감각이 영역 전체를 가득 채웠을 때, 이윽고 확장이 시작되었다.
‘!!!!’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그저 고통을 감내하는 것은 이제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
뿌득!
내가 고통에 적응하지 못하는 이유를 이제는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레벨이 올라갈수록 느껴지는 고통이 점점 더 강해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높아질 대로 높아진 레벨 속에서 한 번에 두 계단이나 점프해버린 덕분일까? 고통의 시간은 상당히 오래 지속되었고, 입에서는 피비린내가 풍겨오기 시작했다.
나도 모르게 너무 꽉 이를 악문 탓에 잇몸이 박살나고 있는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오언주의 능력인 태고의 생명력 덕분에 실시간으로 상처가 회복되고 있다는 점이었다.
잇몸이 박살나는 고통은, 제대로 느껴지지도 않았다.
영역이 확장되는 것에 대한 고통이 너무나도 커서, 자잘한 고통 따위는 인식하기조차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끝나지 않을 것만 같았던 시간이 끝나고 고통이 끝나자 몸에서 긴장이 풀리며 탈력감이 찾아왔다.
“재현님…”
눈을 떠 보니 그곳에는 울먹거리는 서예진이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나와 눈이 마주친 서예진이 눈물을 닦아내며 물었다.
“또 영역이 늘어난 건가요?”
“…어떻게 알았어요.”
“영역이 늘어날 때마다 이렇게 되시잖아요.”
내가 레벨업을 할 때 서예진이 옆에 있었던 적이 상당히 많았다는 것이 떠올랐다.
[시민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조건을 만족하는 개체가 발견되었습니다.] [시민권을 부여하시겠습니까?]새롭게 늘어난 영역과 그에 포함된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다.
‘그냥 전부 받아버리고 싶지만…’
혹시나 저 속에 흡혈귀가 포함되어 있을지도 모르니 일일이 확인해 봐야 했다.
그러나 시야가 보이는 곳을 가득 메우고 있는 수천 명의 사진을 보고 있자니 막막했다.
힘겹게 하나하나 확인한 뒤 모두 정상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시민권을 부여했다.
새롭게 합류한 이들 중 각성 능력을 가진 이들이 무려 세 명이 있었는데, 그들의 자세한 능력까지는 미처 확인할 여력이 없었다.
[여러분, 수고하셨습니다. 이제 돌아오셔도 됩니다.]하동건 파티에게 말을 전한 뒤, 서예진을 향해 말했다.
“예진씨.”
“네, 재현님.”
“조금만 잘게요. 너무 피곤해서요.”
서예진이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이 보였다.
눈꺼풀이 무거웠다.
몰려오는 수마를 그대로 받아들여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 [Episode 15] Ace Party (4)>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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