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Dweller RAW novel - Chapter (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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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16] 폭풍전야 (4)쿠웅!
새까맣게 그을린 육지 상어의 사체가 땅에 떨어지며 충격음을 발산했다.
김민호는 사체가 사라지는 것을 확인하며 피부 경화를 풀었다.
“후아.”
“수고하셨습니다!”
뒤쪽에서 강성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팀의 막내인 강성철과 하서준은 곳곳에 떨어진 하늘 청새치들의 사체를 수거하고 있었다.
평범한 시민권을 가진 경우 몬스터를 사냥하면 그 사체가 신기루처럼 사라져버리지만, 강성철과 하서준처럼 사냥꾼 직업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 사냥한 사체는 사라지지 않고 남아 있었다.
김민호 파티의 주력 사업은 바로 이것을 팔아치우는 것이었다.
청새치는 살집이 많고 부드러워 인기가 많은 식품 중 하나였다.
매점에서도 구입할 수 있는 품목이었지만, 그곳에서 파는 청새치는 너무 비쌌다.
매점보다 몇 배는 더 싸게 팔기 때문에 김민호 파티가 가져오는 청새치들은 수요가 나름 있는 편이었다.
김민호가 아직 살아서 꿈틀거리는 청새치 한 마리를 가리키며 말했다.
“성철아 저건 죽이지 말고 남겨 놔라.”
“넵!”
트럭에 청새치를 싣는 작업을 모두 끝낸 다음 김민호 파티는 남아 있는 청새치 시체 앞으로 모여들었다.
당연하다는 듯 앞으로 나선 강성철이 품속에서 사시미 칼을 꺼내들어 하늘 청새치의 숨통을 완전히 끊었다. 그 다음부터 능숙하게 청새치를 손질하기 시작했다.
금세 작업을 끝낸 강성철이 회를 뜨기 시작했다.
옆에서는 하서준이 일회용그릇과 나무젓가락을 가져와 파티원들에게 분배해주었다.
“초장은?”
“여기 있습니다!”
일회용 그릇에 큼직큼직하게 썰린 청새치 회가 셋팅되었고, 하나 둘 젓가락질을 시작했다.
“으음!”
문해리가 감탄사와 함께 엄지를 척 들어 올리며 강성철을 칭찬했다.
“우리 성철이 갈수록 회 뜨는 솜씨가 늘어나는 것 같은데?”
“감사합니다.”
“맛있군.”
큼직한 회를 초장에 찍어 한입에 넣은 김민호가 우물거리며 말했다.
“어떻게, 쩝. 이건 먹어도 먹어도 질리지를 않냐.”
“그러게요.”
그때 문해리가 초장이 묻어 붉게 물든 젓가락을 들어 올리며 입을 열었다.
“우리도 사업이나 할까? 요즘 이것저것 음식점 같은 곳이 많이 생기던데, 이거 팔면 꽤 잘 될 것 같은데.”
김민호가 고개를 가로저으며 대꾸했다.
“누님. 이게 바로 잡은 걸 먹어서 이렇게 맛있는 거지, 가게에서 팔면 이런 맛 절대 못 느껴요. 누나도 저번에 먹어봐서 알잖아요.”
“그 우리 거래처 사장님이 장사하는 곳?”
“네. 전문가가 팔아도 신선도가 떨어지면 그렇게 되는 거라구요.”
“으음. 내 얼음 화살로 얼려버리면 어느 정도 괜찮지 않을까? 아니면 냉동탑차 같은 거 구해서 보관하는 건 어때?”
“에이, 누님. 한 번 얼린 거는 훨씬 급이 떨어지는 거 아시잖아요. 우리가 왜 여기서 이러고 회 떠서 먹고 있는데? 이게 훨씬 맛있어서잖아요.”
문해리가 회를 한 점 더 먹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그렇지. 음~ 맛있어”
그때 강성철이 훈 술 더 떠 말했다.
“그럼 이건 어때요? 관광 팀을 받아서 같이 여기까지 나오는 거예요. 사냥하는 모습도 보여주고, 서비스로 회도 먹을 수 있게 해주는 거죠. 재밌지 않을까요? 요새 심심해하는 사람들도 많고.”
얼핏 그럴싸하게 들리는 그의 의견을 김민호가 정면에서 반박하고 나섰다.
“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 그동안 아무런 사고도 없어서 감을 잃었나 본데, 여기는 진짜 위험한 곳이야. 정신 차려.”
“앗, 넵. 죄송합니다.”
다시 열심히 회를 써는 강성철을 바라보며 잠시 침묵하던 김민호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
“그래서 얼마씩 받을 건데?”
“네?”
“방금 말한 그거. 한 사람 당 얼마씩 받을 생각이었냐고.”
“음-. 한 사람당 5만원…?”
강성철이 자신 없게 말하자 김민호가 피식 웃으며 대꾸했다.
“야. 겨우 그거 받고 먹고 살겠어? 적어도 한 사람당 10만 원 정도는 받아야지.”
“아하하. 그러네요.”
실없는 소리를 이어나가던 중 남지호가 젓가락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다들 서둘러, 고기 품질이 떨어지기 전에 복귀해야 한다.”
“앗, 넵.”
그의 말에 모두가 먹는 속도를 높였다.
김민호는 허겁지겁 배를 채우며 진지하게 고민했다.
‘차라리 얼린 걸 파는 게 나을까?’
요즘은 몬스터와 마주치기 위해서는 차를 타고도 꽤 먼 곳까지 달려와야 했다.
한 달 쯤 전과는 달리 영역 내에서 차량을 운전하는 사람들의 숫자가 늘어나며 교통체증도 생긴 상황이었다.
때문에 한 번의 사냥이 끝나면 곧바로 청새치들을 챙겨 돌아가야만 했다.
사냥 시간이 길어지면 생선의 신선도가 떨어질 테니까.
하지만 문해리의 아이디어처럼 청새치들을 얼려버린다면 이야기가 조금 다르다.
‘오래 사냥할 수 있다.’
그만큼 한 번에 많은 양의 청새치를 운반하는 게 가능해질 것이다.
‘싸게 팔아도 이쪽이 훨씬 더 남는다!’
박리다매라는 말이 왜 있겠는가.
‘게다가 지금은 그나마 겨울이라서 신선도가 유지되는 거지, 여름이면 고기 품질이 급격히 안 좋아지게 될 거야’
결국 언젠가는 냉동고기를 팔게 될 것이란 소리였다.
“진짜 냉동탑차 같은 걸 한 번 찾아봐야 하나?”
그때였다.
[‘거래소’가 개방됩니다.]“응?”
눈앞에 희한한 알림이 나타났다.
“거래소?”
그가 의문을 표하는 순간.
“엇!?”
[거래소]-[거래소 검색]
-[물품 등록]
눈앞에 반투명한 홀로그램창이 나타났다.
“이건..?”
무언가를 직감한 김민호가 얼른 트럭으로 달려갔다.
그 직후 청새치 사체 한 마리를 들고 말했다.
“물품 등록”
그러자.
[가격을 설정해주십시오.]평상시에 청새치를 파는 가격으로 설정하고 나니 새로운 알림이 나타났다.
[해당 물품을 등록하기 위해서는 수수료 증거금 5%가 필요합니다.] [등록하시겠습니까?]김민호의 지갑에는 나름대로 돈이 빵빵하게 들어가 있는 상태였다.
“등록하겠습니다.”
그 순간.
지이이잉—
청새치의 사체가 사라지며 거래소에 등록되는 모습이 보였다.
이윽고 거래소 상품 제일 상단에 청새치 사체 한 마리가 등록되었다.
이후 여러 가지 상품들이 우후죽순으로 올라오기 시작했다.
잠시 후.
[판매가 완료되었습니다.]그와 함께 자신의 지갑에 입금되는 액수를 보며 환호했다.
‘돈이 전부 들어왔어!’
처음에 물품을 등록할 때 냈었던 증거금이 사라지긴 했지만, 그것을 치더라도 수수료가 5%라는 소리였다.
하지만 거래의 편의성을 생각한다면 5%의 수수료는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었다.
김민호는 자신의 입안에 남아 있는 싱싱한 회의 맛을 떠올렸다.
갓 잡은 청새치를 회 뜬 다음 거래소에 올리게 되면 어떻게 될까?
‘이건 무조건 된다’
김민호의 광대가 승천할 듯 올라갔다.
“형. 왜 그러세요?”
“성철아.”
“네?”
“우리 대박나게 생겼다.”
나는 시민들 간의 거래를 달가워하지 않는 편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들이 거래하면서 생겨나는 10%의 수수료는 절대자의 지갑으로 들어오는 것이 아닌, 완전히 공중 분해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시민들의 거래가 활발하면 활발해질수록 ‘세금 징수’ 스킬의 효율이 떨어진다는 소리였으니 반가울 수가 없었다.
때문에 현금 거래가 활성화 되었을 때 속으로 조금 반가웠다.
수수료로 돈을 날리는 경우가 그만큼 줄어들 테니까.
그런데.
‘앞으로 현금 거래는 이제 완전히 죽어버리겠군!’
거래소의 기능을 확인한 순간 현금의 가치가 확 떨어지게 될 것이라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
‘너무 편해’
물건을 사고 파는 과정이 비정상적으로 줄어드는 구조였다.
지금 현금 거래는 대부분이 직거래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그러나 거래소는 달랐다.
파는 사람은 물건을 거래소에 등록하기만 하면 되고, 사는 사람은 거래소에서 물건을 사겠다고 결심만 하면 된다. 시간과 공간을 혁신적으로 줄여버리는 것이다.
이 기능을 이용하고 지불하는 수수료 5%는 정말 별 것 아니게 느껴질 것이다.
‘잘 됐군’
나는 미소 지었다.
시민들 개인 간의 거래와 거래소를 이용한 거래는 결정적인 차이점이 하나 있었다.
바로.
[거래소에서 집구석 절대자의 지갑으로 521,026 원이 입금되었습니다.] [거래소에서 집구석 절대자의 지갑으로 1,024 원이 입금되었습니다.] [거래소에서 집구석 절대자의 지갑으로 30,113 원이 입금되었습니다.] [거래소에서 집구석 절대자의 지갑으로 577 원이 입금되었습니다.]——-
시민들이 거래소에 지불하는 5%의 수수료가 내 지갑으로 들어온다는 점.
그게 달랐다.
그것도 내가 쓰고 있는 절대자의 왕관 효과로 인해 2배로 증폭된 돈이 들어오고 있었다.
내 입장에서 거래소의 존재를 환영할 수밖에 없는 이유였다.
“게다가 이거, 생각보다 쓰임새가 많을 것 같은데?”
예를 들면 거래소에 무기를 등록시켜 두었다가 필요할 때 등록을 취소한다면 무기를 들고 다니는 수고를 덜 수 있었다. 5%의 수수료만 내고 일종의 인벤토리처럼 사용이 가능한 것이다.
‘사실은 굳이 그럴 필요도 없지!’
거래소에 등록되어 있는 물품이 다양하다면 그냥 필요한 순간에 물건을 구입하기만 하면 될 것이다.
‘여러 가지로 쓸모가 많겠어!’
벌써부터 거래가 활발해지려는 기미가 보이고 있었다.
실시간으로 거래소에서 입금되는 금액을 보니 입고리가 올라가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희소식은 이것 하나뿐만이 아니었다.
‘시민 정보창’
바로 새로운 각성자가 합류했다는 것.
『이름 : 유한길 (Lv. 39)
신뢰도 : 21
각성 능력 : 천리안
경험치 분배율 : 0% (+200%) 정산금 분배율 : 0% (+200%)
★퀘스트 부여 퇴출
천리안 스킬의 등급이 A등급이기는 했다.
그러나 그런 것을 감안하더라도 레벨이 굉장히 높은 편이었다.
‘A등급 능력을 각성해서 30레벨부터 시작했다고 해도 저기까지 올리기는 쉽지 않았을 텐데’
짐작 가는 것은 있었다.
‘모두 총기로 무장하고 있군.’
총을 든 유한길이 적극적으로 몬스터 사냥을 해왔다면, 39레벨의 수준까지 오르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다.
‘일단 총부터 모두 압수해야겠네!’
창고 능력을 통해 그들 집단이 가지고 있는 총과 총알을 모조리 압수했다.
손에 들고 있던 총들이 모두 실시간으로 사라지자 사람들이 극도로 흥분했다.
“위, 위험해!”
“역시 되돌아가자!”
“미친 총이 다 사라졌어!”
유한길이 태연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다들 진정하세요!”
그러나 그동안 몬스터들과의 싸움에서 목숨 줄과도 다름없었던 총기가 사라진 사람들은 쉽사리 진정하지 못했다.
“지금 진정하게 생겼어? 네 말만 듣고 여기까지 왔는데 제일 중요한 무기가 사라졌다고! 어떻게 책임질 거야?”
“총에 대한 건 죄송합니다. 하지만 여러분도 직접 보시고 나면 생각이 달라지실 겁니다.”
보아하니 유한길이라는 각성자가 저 집단의 대표가 아닌 듯 했다.
상황을 보면 계속 유한길을 향해 따지고 드는 아저씨가 저들 집단의 대표인 것 같았다.
대표로 보이는 아저씨가 두 손으로 머리를 싸잡으며 말했다.
“하아. 한길아. 이건 내가 어떻게 해줄 수 있는 부분이 아니야. 총이 없는 이상 여기서 움직이는 것조차 위험하다고.”
“말씀드렸지 않습니까. 이곳에는 몬스터가 없어요.”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이 시국에?”
“제 능력이 뭔지 아시잖습니까.”
“하아…”
나는 티격태격 하는 그들에게 이곳을 찾아오라는 퀘스트를 부여했다.
‘아무리 총을 들고 있다고 해도 몬스터를 뚫고 여기까지 온 사람들이다. 이야기를 나눠 봐야겠어!’
그때였다.
[시민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조건을 만족하는 개체가 집구석 근처에 접근하였습니다.] [시민권을 제의하시겠습니까?]예전에야 시도 때도 없이 새로운 시민들이 찾아왔지만, 요즘은 아니었다.
이미 찾아올 사람들은 다 찾아왔고, 나머지는 죽거나 자기 알아서 살 길을 찾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렇게 연속으로 사람이 찾아온 경우는 드물었다.
‘한 명인가?’
험악하게 생긴 근육질의 남자로 보였다.
별 생각 없이 그 놈의 정보를 확인한 순간.
‘이 놈…’
상급 흡혈귀가 출현했다.
[Episode 16] 폭풍전야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