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Dweller RAW novel - Chapter (78)
’50레벨….’
그때 봤던 놈보다 1 레벨이 더 높았다.
하지만 레벨이 올라갈수록 레벨 하나의 차이가 얼마나 큰지 생각한다면 결코 무시할 수 있는 차이가 아니었다.
‘시민권 제의해’
곧바로 놈에게 시민권을 제의했다.
‘받아라!’
5만 명이 넘어가는 시민들을 모두 통제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지만, 문제가 있는 시민 한 명을 통제하는 것은 너무나도 쉬운 일이었다.
퀘스트 부여를 통해 행동을 제약시키는 것도 가능했으며, 페널티로 죽음을 부여할 수도 있었으니까.
사실상 놈이 시민권을 받아들이는 순간 게임 끝이라고 할 수 있었다.
물론 장점만 있는 건 아니었다.
‘경험치와 정산금이 아깝기는 하지만..’
이것은 추측에 불과하지만, 시민권을 부여한 놈을 사냥하면 그 어떤 보상도 얻을 수 없을 것이다.
‘제갈성규가 시민들을 죽였을 때, 시체가 그대로 남았다.’
그때 당시에는 분명 제갈성규도 시민권을 보유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가 죽인 시민들의 시체가 사라지지 않았다.
당연히 경험치도, 정산금도 없었다.
‘내가 그곳을 찾아간 뒤 죽어나갔던 최하급 흡혈귀들도 마찬가지였다.’
나를 향해 악의를 드러냈던 최하급 흡혈귀들은 머리가 폭발했지만, 시체가 그대로 남았다.
그들도 마찬가지로 시민권을 가지고 있어 정산되지 않은 것이다.
그때의 경우를 생각하면 저 놈도 마찬가지 일 것이 분명했다.
‘시민권을 부여한 다음 죽이면 아무것도 얻지 못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상급 흡혈귀는 너무 위험하다. 될 수 있으면 지금 여기서 처리하는 게 가장 베스트야’
경험치나 돈을 생각하면 손해긴 했지만, 영역 밖을 돌아다니는 사냥 팀의 안전을 생각하면 이게 최선의 선택이었다.
‘게다가….’
놈이 시민권을 받게 되면 나는 놈에게서 정보를 빼낼 생각이었다.
‘아무래도 마음에 걸려’
하동건 파티와 협동하여 해치운 상급 흡혈귀가 언급했던 ‘그분’이라는 단어가 자꾸 마음에 걸렸다.
그분이라는 존재가 상급 흡혈귀를 뛰어넘는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확실했다. 그렇다면 과연 놈이 찾아왔을 때, 하동건 파티만으로 놈을 사냥하는 게 가능할까?
만약 놈이 부리는 상급 흡혈귀가 한, 두 마리가 아니라면?
‘힘들다’
하동건 파티는 충분히 강력하지만, 상급 흡혈귀는 만만한 존재가 아니었다.
그때 상대했던 수준의 흡혈귀가 세 마리만 되어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을 것 같은데, 거기에 더해 그보다 더 강력한 존재가 있다면?
내가 아무리 보조한다고 해도 전멸하는 것은 하동건 파티가 될 것이다.
“다른 사냥팀까지 모두 모아서 상대한다면 가능할까?”
솔직히 회의적이다.
다른 사냥팀들도 제법 성장하긴 했지만, 상급 흡혈귀와 전투를 벌일 수준은 아니었다.
‘가신들의 레벨을 모조리 올려버린다면 몰라도…’
나는 머리를 흔들어 상념을 지워냈다.
어차피 지금 생각하는 방법들은 의미가 없었다.
상대에 대한 정보가 하나도 없었으니까.
지피지기면 백 번을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고 했다.
‘최대한 많은 정보를 알아내야 해’
놈의 수준은 어느 정도인지.
놈이 가지고 있는 병력은 어느 정도 규모인지.
상급 흡혈귀와 같은 존재가 얼마나 많이 존재하는지 등.
‘…그런데 이놈은 왜 이렇게 뜸을 들이는 거야?’
상급 흡혈귀 놈은 험상궂은 얼굴을 딱딱하게 굳힌 채로 투명한 벽에 손을 올리고 있었다.
한동안 시간을 끌던 놈이 내린 결론은.
[대상이 시민권 제의를 거부했습니다.]‘…….어째서?’
[허가 받지 않은 대상이 출입을 시도합니다.] [허가 받지 않은 대상이 출입을 시도합니다.]놈은 한동안 투명 방벽을 두드리며 방벽의 크기를 가늠하는 듯한 행동을 보이더니 갑자기 자세를 바로 잡았다.
‘뭐 하는 거지?’
울컥
그의 오른쪽 팔이 부풀어 오르며 피부가 붉게 달아올랐다.
그 직후.
콰아아아앙!
엄청난 속도로 내질러진 주먹이 투명 방멱을 두드리며 거대한 폭발음을 만들어냈다.
투명 방벽 전체로 파문이 퍼져나가며 충격력이 흡수되었다.
[허가 받지 않은 대상이 출입을 시도합니다.]당연하게도, 놈의 주먹이 방벽을 뚫어내는 일은 없었다.
방벽은 자그마한 금도 생기지 않은 채로 멀쩡히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박살 난 것은 오히려 상급 흡혈귀의 주먹 쪽이었다.
츠즈즈즉
실시간으로 회복되어 가는 놈의 손을 바라보며 나는 얼굴을 굳혔다.
‘위험한 놈이다’
비록 방벽은 뚫지 못했지만, 방금 놈이 보여주었던 기세와 주먹의 위력은 결코 만만하게 볼만한 것이 아니었다.
‘싸이클롭스의 주먹보다도 오히려 강력해 보였어!’
방벽에 생겨난 힘의 파장이나 무식한 폭발음만 보아도 싸이클롭스의 마구잡이식 주먹질 보다는 강력해 보였다.
‘스킬인가?’
각성 능력이 있다면 이해가 되지 않는 것도 아니었다.
당장 하동건 파티만 보아도 각성 능력 덕분에 레벨보다 훨씬 강력한 결과를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저번에 사냥했던 상급 흡혈귀 또한 피를 자신의 수족처럼 부리곤 했었다.
저 힘도 분명 그런 종류인 거겠지.
그때 놈이 등을 돌렸다.
천천히 방벽에서 멀어지는 놈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이대로 그냥 보내 줄 순 없지!’
곧바로 소통의 반지를 사용했다.
[다빈씨. 지금 당장 수영구 쪽에서 사냥중인 사냥 팀들 모두 복귀하라고 전해주세요.] [알겠습니다.]제일 먼저 흡혈귀 놈과 마주칠 가능성이 있는 사냥 팀들부터 모조리 불러들였다.
그 다음.
[예진아. 우리 집으로 올라와.]서예진을 부르고,
[여러분. 급히 처리해야 할 일이 생겼습니다.]만일의 사태를 대비하여 하동건 파티까지 호출한 뒤 잠시 고민했다.
나에겐 비장의 카드가 하나 있었으니까.
“불러야 하나?”
상급 흡혈귀, 고인석은 딱딱하게 굳은 표정으로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었다.
‘그 거대한 힘은 도대체..’
거대한 투명 방벽.
주먹을 내지른 뒤 방벽 전체로 퍼져나가는 파장을 두 눈으로 똑똑히 담았다.
‘미쳤어’
그것의 크기가 너무나도 컸다.
도무지 그 끝이 가늠되지 않을 정도였다.
거의 도시 하나를 둘러싸고 있는 방벽이었다.
그 정도로 거대한 규모를 가진 주제에 고인석이 혼신의 힘을 담은 주먹을 맞고도 멀쩡했다.
“그런 규모의 방벽이 상시 유지되도록 만드는 존재가 있다고?”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그것을 보는 순간 정영훈의 죽음이 단박에 이해가 갔다.
‘정영훈의 죽음은 분명 저 안의 존재가 벌인 짓이다’
고인석이 방벽의 크기만 보고도 그 안에 있는 위대한 존재를 가늠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가 이미 그와 비슷한 존재를 직접 겪어봤기 때문이었다.
자신의 상식으로는 불가해한 힘을 가진 상식 밖의 존재.
‘하지만….’
고인석은 만신창이로 박살난 자신의 오른손을 내려다봤다.
부러진 뼈가 피부를 뚫고 곳곳으로 튀어나와 있었다.
천천히 제 모습을 찾아가는 중인 손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아무리 그분이라고 해도 저런 규모의 힘을 발휘하실 수 있을까?’
방금 제의 받았던 그 ‘시민권’이라는 것도 이상했다.
그것의 제의를 받는 순간, 이상하게도 처음 흡혈귀가 되던 그 순간이 떠올랐다. 그분의 위대한 피가 입안으로 흘러들어오던 그 순간이 떠오른 것이다.
본능적으로 이것은 받아들이면 안 되는 제안이라는 것을 느꼈다.
‘이 일은 나 혼자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돌아가자.’
그렇게 결론을 내린 고인석은 본거지로 향했다.
생쥐 한 마리가 자신의 뒤를 쫓고 있다는 것도 모른 채,
상급 흡혈귀를 추적하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만약에 놈이 전속력으로 달려갔다면 놈을 추적할 방법이 얼마 없었을 테지만, 놈이 서두르지 않아준 덕분에 서예진의 생쥐만으로도 충분히 추적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것도 한계가 있었다.
“어떡해? 이제 곧 연결이 끊길 것 같아.”
그동안 숙련도가 많이 늘어난 서예진은 감각 링크를 유지하면서도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되었다. 게다가 생쥐들과 감각을 링크할 수 있는 거리도 많이 늘어나 있는 편이었다.
그런데도, 곧 연결이 끊긴다는 것은.
“지금 어디라고 그랬지?”
“지금 막 신해운대역을 지나가는 중이야.”
놈이 엄청나게 멀리까지 이동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앗.”
“끝났어?”
식은땀을 뻘뻘 흘리던 서예진이 침울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으응. 미안….”
나는 서예진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그녀를 위로했다.
“잘했어. 어차피 하동건 파티가 놈을 추격하고 있으니까 괜찮아.”
서예진은 배시시 웃으며 대답했다.
“다행이다.”
“피곤할 텐데 눈 좀 붙이고 있어.”
“으응.”
소파에 조심스럽게 눕는 서예진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기장까지라도 갈 생각인가?”
놈을 통해 흡혈귀들의 본거지를 알아낼 생각이었는데, 생각보다 놈들의 본거지가 상당히 멀리 있는 듯 했다.
“설마 울산?”
상급 흡혈귀 놈이 걸어가고 있는 선로는 부산에서 울산 중구의 태화강역까지 이어지는 ‘동해선’이었다.
많고 많은 선로 중 굳이 ‘동해선’을 선택했다는 것부터 심상치 않았다.
‘정말로 흡혈귀 놈들의 본거지가 울산이라면.’
그 전에 찾아왔던 상급 흡혈귀가 죽고 한 달이라는 시간이 지나서 찾아온 것도 말이 된다.
‘…….만약에’
불길한 가정이었지만,
‘울산 전체가 흡혈귀 놈들이 집어삼켰다면’
울산은 무려 인구 100만의 거대 도시였다.
그 많은 숫자의 인구가 흡혈귀들의 양분이 되어주었다면, 상급 흡혈귀들의 숫자는 과연 얼마일까?
….끔찍하군!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나는 우리 구역을 정찰하고 떠난 저 상급 흡혈귀가 그곳에 도착하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상상할 수 있었다.
가장 끔찍한 상상이었지만, 상급 흡혈귀 수십 마리를 거느리고 있는 괴물이 이곳을 찾아온다는 시나리오가 그려졌다.
‘절대 저 놈을 보내선 안 돼!’
결론이 났다.
상급 흡혈귀를 바짝 뒤쫓고 있던 하동건 파티를 향해 말했다.
[플랜 B로 가겠습니다.]그 순간 하동건 파티원들이 기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절대자의 눈’
쐐애애액ᅳ
까망이와 일체화 한 상태로 하늘을 날던 김 건이 전철 선로를 향해 빠르게 낙하했다.
동시에.
‘창고 오픈. 독가스 방출’
퓌쉬이이이—
김 건의 밑으로 보라색 독가스가 뿜어져 나와 지상으로 떨어져 상급 흡혈귀의 앞을 막아섰다.
신해운대역에서 다음 역인 송정역으로 이어지는 선로는 지하가 아닌 지상에 만들어져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음?”
갑작스럽게 자신의 앞을 막아선 보라색 독가스를 마주한 상급 흡혈귀는 걸음을 멈추고 하늘을 올려다봤다.
놈이 하늘을 날아다니는 김 건에게 주의를 빼앗긴 순간.
줄곧 은신을 유지하며 상급 흡혈귀를 가장 가까이서 추적해왔던 문병호가 총을 연사하기 시작했다.
투두두두두―! 투두두두―!
흡혈귀들의 약점인 심장을 정확히 노린 공격이었다.
그러나.
뿌드득 뿌득
달칵- 달칵—
놈의 등에 박혔던 탄두가 하나하나 밖으로 쏟아져 나왔다.
흡혈귀의 등 전체가 붉게 물들어 있었다.
“크으윽. 네놈들은…”
흡혈귀가 악귀와 같이 일그러진 표정으로 달려들었다.
정확히 문병호가 있던 위치로 주먹이 날아왔다.
“!!”
문병호는 잠시 당황했지만, 침착하게 텔레포트를 사용해 상황을 벗어났다.
슈슉 후우웅!
놈이 허공에 헛손질을 하던 그때 왼쪽에서 빛의 화살이 날아와 다시 한 번 놈의 심장을 노렸다.
“크윽!”
상급 흡혈귀는 그대로 몸을 앞으로 구르며 화살을 피해냈다.
놈이 다시 몸을 일으키는 순간.
쐐애애액!
검은 기운을 머금은 창이 그를 향해 날아왔고,
“일어나라!”
지척에 은빛 갑옷 기사들이 우후죽순으로 솟아올랐다.
혀를 찬 상급 흡혈귀의 선택은 독가스 안으로 몸을 던지는 것이었다.
멍청한 선택이었다.
아무리 숨을 참고 도망친다고 해도 독가스를 아예 들이마시지 않을 수는 없었고, 일단 유혜린의 마비 독이 몸에 침투하기만 한다면 놈을 추적하는 일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게다가.
‘이미 독가스 건너편에는 오언주가 기다리고 있다!’
도망가 봤자 부처님 손 안이라는 뜻이다.
[김건씨. 오언주씨를 도와서 최대한 시간을 끌어주세요.]그동안 하동건 파티가 합류하여 다 같이 상급 흡혈귀를 잡아내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파아아앙!
갑작스레 독가스 안에서 폭발음이 들려왔다.
그와 동시에 돌풍이 일어나며 독가스를 주변으로 날려버렸다.
그리고 그 속에서 전신이 새빨갛게 물든 상급 흡혈귀가 천천히 걸어 나오고 있었다.
‘이런’
놈이 독가스 안으로 몸을 던진 것은 도망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능력 발휘를 위한 시간을 벌기 위해서 독가스 안으로 몸을 숨겼던 것이다.
철컥!
놈을 향해 강철의 기사가 달려들었다.
그러나.
카가각—!
강철의 기사가 휘두른 할버드는 흡혈귀의 피부조차 뚫지 못하고 미끄러졌다.
상급 흡혈귀는 같잖다는 표정으로 강철의 기사를 쳐냈다.
콰아아앙!
육중한 몸무게를 가진 강철의 기사가 장난감처럼 하늘로 날아가 버렸다.
소름끼치는 침묵 속에서, 놈이 히죽 웃었다.
다음 순간.
“크윽!”
하동건을 향해 돌진한 상급 흡혈귀가 그대로 주먹을 휘둘렀다.
하동건은 양손으로 창대를 붙잡고 그 공격을 막아내려 했으나.
콰직!
놈의 주먹은 창대를 단숨에 꺾어버리고 나아갔다.
콰아아아앙!
요란한 소리와 함께 하동건의 신형이 뒤로 멀찍이 날아갔다.
> [Episode 17] 전초전 (1)>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