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Dweller RAW novel - Chapter (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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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17] 전초전 (2)고인석은 하동건이 날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생각했다.
‘평범한 인간이 아니군’
머리를 박살내 버릴 생각이었다.
그런데 놈은 주먹과 맞닿는 순간 몸을 공중으로 띄워 충격량을 대폭 감소시켰다.
게다가 하동건은 그의 주먹에 확실하게 반응했다.
비록 막지 못하고 창대가 부러지긴 했으나, 대단한 반응속도였다.
게다가.
화르륵
고인석은 자신의 가슴 부근에서 박혀서 검은 기운을 내뿜고 있는 부러진 창대를 바라봤다.
이것은 반격의 흔적이었다.
놈은 주먹에 맞고 날아가기 직전, 손에 들고 있던 창을 던졌다.
불안정한 자세로 던진 것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의 위력을 지니고 있던 창이 고인석의 피부를 뚫은 것이다.
‘위험할 뻔 했어!’
조금만 더 깊이 들어왔다면 심장이 꿰뚫렸을 것이다.
가슴에 박힌 창을 빼냈지만, 상처 부위에 검은 기운이 남아 불타올랐다.
고인석은 인상을 찌푸리며 피를 이용해 검은 불을 꺼트렸다.
치지직-
‘저 놈부터 죽여야 해!’
하동건의 마무리를 하기 위해 달려 나가려는 그 순간이었다.
투두두―!
고인석의 바로 앞에서 커다란 총격음이 울려 퍼졌다.
그러나.
티티팅-
탄두는 고인석의 피부조차 뚫지 못하고 사방으로 튕겨져 나갔다.
하동건의 숨통을 끊어내기 위해서 달려가던 고인석은 총소리가 들려온 허공을 향해 전력을 다해 주먹을 휘둘렀다.
후우우웅!
이번에도 헛손질을 한 것이었지만, 아예 의미가 없지는 않았다.
파지직!
“크윽!”
지근거리에서 휘둘러지는 주먹을 완전히 피해내지 못한 문병호가 모습을 드러냈다.
투명화가 풀린 것이다.
귀찮은 날파리부터 처리할 생각으로 고인석이 다리를 들어 올렸을 때였다.
푸욱!
갑자기 양쪽 눈에서 불타는 듯한 고통이 느껴졌다.
“아아아악!”
고인석은 양쪽 눈두덩이를 부여잡고 비명을 질러댔다.
그의 두 눈은 빛을 잃었다.
그리고 빛을 잃기 직전 똑똑히 보았다.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서 난데없이 총알이 생성되는 장면을 말이다.
고인석은 문병호가 있던 자리를 향해 발을 내려찍었다.
콰아아앙!
당연하지만 문병호는 이미 자리를 떠나고 없었다.
“쭛!”
두 눈을 질끈 감고 피눈물을 흘리는 고인석을 향해 빛의 화살이 날아왔다. 본능적으로 위협을 느낀 고인석이 곧장 몸을 움직였다.
푹!
피어싱의 기운이 담긴 빛의 화살이 고인석의 몸을 아슬아슬하게 빗겨나갔다.
그러나 왼쪽 팔이 꿰뚫리고 말았다.
“이런 씻파아알!”
그는 짜증 섞인 외침과 함께 화살이 쏘아진 방향을 향해 달려갔다.
“일어나라!”
그 순간 강철 기사들이 생겨나 몸으로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
콰직!
고인석이 마구잡이로 휘두르는 주먹에 강철 기사들의 갑옷이 처참하게 일그러지며 떨어져나갔다.
그러나 한 두 기가 떨어져나가더라도 상관없었다.
강덕수가 소환할 수 있는 강철 기사는 서른 기에 달했다.
그것들이 하나 둘 고인석의 팔과 다리를 붙잡고 늘어지기 시작했다.
“이, 개 잡것들이!”
고인석은 화가 났다.
한 명 한 명 따지면 자신에게 상대가 되지 않는 놈들이었다.
투명화를 사용하는 각성 상태에서는 조금 거슬리기만 할 뿐이고, 강철 골렘을 소환하는 놈도 마찬가지로 시간만 질질 끌 뿐이었다.
이곳에서 그에게 실질적인 위협이 되는 것은 수상할 정도로 관통력이 좋은 화살을 쏘아내는 김가영과, 검은 불꽃을 피워 올리는 하동건 정도였다.
사실상 그 두 사람도 혼자서 덤벼들었다면 순식간에 압살할 자신이 있었다.
‘뭣도 아닌 것들이!’
분명 하나하나 따지고 보면 별 것 없는 놈들이었는데, 힘을 합쳐 공세를 퍼부으니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더군다나 눈을 당한 상태였기 때문에 대처가 어려웠다.
‘눈부터 재생시켜야해!’
현재 모든 재생력을 눈에 집중시키고 있는 중이었다.
그때였다.
쐐애애액!
위협적인 기운을 품은 무언가가 날아오는 것을 느낀 고인석이 몸을 뒤틀었다. 움직임을 방해하는 강철 기사들 때문에 제대로 된 회피가 불가능했다.
푸욱!
곧이어 날카로운 무언가가 그의 어깨를 파고들어와 꽂혔다.
화르륵!
이미 한 번 당해본 적 있는 기운이었다.
오른쪽 어깨에 검은 불꽃이 넘실거리는 것을 느끼며 고인석은 혀를 찼다.
조금만.
조금만 더 버티면 된다.
푸욱!
빛의 화살이 심장을 아슬아슬하게 빗겨나갔다.
그리고.
‘됐다’
고인석이 천천히 왼쪽 눈을 떴다.
한쪽 눈에만 재생력을 집중시켜 최대한 빨리 눈을 재생시킨 것이다.
처음에는 흐릿하던 시야가 깜빡거릴수록 해상도가 높아졌다.
이윽고 다시 세상이 눈에 보였을 때,
빛의 화살이 자신의 심장을 향해 날아오는 광경이 보였다.
콰가각!
몸을 뒤트는 것으로 가볍게 그것을 피해낸 고인석이 본격적으로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콰아아앙!
자신을 붙들고 있던 강철 기사들을 단숨에 떨쳐버리고 어깨를 관통한 창을 뽑아냈다. 그리고 곧장 활을 쏘는 여자를 향해 돌진했다.
하동건이 던져대는 창보다도 저 여자가 쏘아내는 빛의 화살이 더 위협적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우드득!
고인석의 다리 전체에 핏줄이 울긋불긋 솟아올랐다.
콰아앙!
콘크리트 바닥을 박살내며 거의 날아가다시피 돌진한 고인석이 김가영의 심장을 노리고 주먹을 휘둘렀다.
그러나 그 순간.
슈슉!
문병호가 허공에서 나타났다.
놈을 공격하려다 두 눈을 잃은 경험 때문인지 고인석은 반사적으로 왼쪽 눈을 감았다.
그대로 김가영과 문병호가 있는 곳을 향해 손을 뻗었다.
놈들을 붙잡고 피를 흡수할 작정이었다.
그러나.
슈슉!
고인석의 손이 닿기 직전, 두 사람의 신형이 허공에 녹아들 듯 사라졌다.
손아귀에 아무것도 잡히는 것이 없자 살짝 왼쪽 눈을 뜬 고인석이 표정을 일그러뜨리며 혀를 찼다.
천천히 등을 돌리자 그곳에 하동건, 강덕수, 문병호, 김가영을 비롯해서 강철의 기사 수십 기가 고인석을 둘러싸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크릉.”
독가스가 사라진 쪽에서 웬 곰 한 마리가 등에 여자를 태우고 달려오고 있었다.
오언주의 등에 타고 있던 김다정이 하동건 일행에게 손을 뻗자.
우우웅!
네 사람의 몸에 밝은 빛이 깃드는 것과 동시에 기세가 강맹해지는 게 느껴졌다.
고인석은 히죽 웃으며 물었다.
“정영훈 그 모지리 자식을 죽인 게 바로 너희들이구나.”
하동건 파티는 아무런 대꾸 없이 고인석을 노려봤다.
그 모습을 바라본 고인석이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아쉬워. 내가 너무 자만했다.”
전장에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두 놈… 아니, 한 놈만 더 데려왔어도 죽는 것은 너희들 쪽이었을 텐데 말이지.”
그때, 고인석이 먼저 움직였다.
“!!”
다만 이번에는 하동건 파티를 향해서가 아닌 반대방향이었다.
양 사이드를 가로막고 있는 울타리를 훌쩍 뛰어 넘으려는 고인석의 모습을 확인한 하동건이 소리쳤다.
“추적해!”
그러나 그 순간.
[그럴 필요 없습니다.]김재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동시에.
“커헉!”
울타리 너머에서 상급 흡혈귀의 단말마의 비명이 들려왔다.
그 직후 사방이 조용해졌다.
“…어?”
추적을 위해 전철 울타리 위쪽으로 순간이동 했던 문병호는 멍하니 아래쪽을 바라봤다.
그곳에는 전신이 푸른빛에 둘러싸인 한 중년 남자가 상급 흡혈귀의 심장을 한 손으로 꿰뚫은 채 서 있었다.
이윽고 상급 흡혈귀의 시체가 증발하듯 사라졌다.
문병호는 잠시 패닉에 빠졌다.
‘아무리 우리가 힘을 빼놨다고는 해도….’
붉게 달아오른 놈의 피부는 총도 뚫지 못했다.
고작해야 검은 기운이 서린 하동건의 창과 피어싱 스킬이 담긴 김가영의 화살만이 놈에게 유효한 타격을 먹였었다.
그런 괴물의 심장을 맨손으로 꿰뚫는 존재라니.
단 일격에 상급 흡혈귀의 심장을 부순 남자를 보며 문병호는 옅게 몸을 떨었다.
‘정체가 뭐야?’
순간.
슈슉-
남자의 신형이 사라지더니 문병호의 옆에 나타났다.
“우와!”
자신이 아닌 사람이 텔레포트를 사용하는 사람을 처음 목격한 문병호가 울타리 위에서 균형을 잃고 바닥에 떨어졌다.
슈슉-
그 순간 남자의 신형이 다시 사라지더니 바닥과 부딪히기 직전의 문병호를 낚아챘다.
남자는 부드럽게 웃으며 하동건 파티를 향해 물었다.
“우리 아들 친구분들이시죠?”
다른 이들이 멍하니 있는 것과 달리 이미 구면이었던 하동건이 먼저 인사를 해왔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아버님”
“아버님?”
하동건은 고개를 갸웃거리는 파티원들을 향해 남자를 소개했다.
“재현님의 아버지되시는 분이셔.”
그 뒤를 이어 김동혁이 인사했다.
“반갑습니다.”
아빠가 흡혈귀를 마무리 짓는 것을 지켜본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휴우.”
하동건 파티가 상급 흡혈귀 뒤를 따라붙기 시작했을 때, 본가에 있는 아빠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혈족 버프 때문에 강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로 압도적일 줄이야’
하동건 파티도 나름대로 칭호 버프를 받고 있어서 레벨보다 강한 편인데도 호신강기를 두른 아빠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였다.
[상급 흡혈귀(Lv. 50)를 사냥하셨습니다.] [초대량의 경험치를 획득합니다.]혈족 페널티로 정산금은 들어오지 않았지만, 경험치는 더욱 더 범핑되어 들어오는 편이었다.
당연하게도.
[스킬 레벨이 상승하였습니다.]레벨이 올랐다.
“하아.”
영역이 확장되는 것과 동시에 찾아오는 고통에 대비했다.
——
명불허전의 고통에 뇌가 녹아내릴 것만 같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레벨이 하나만 올랐기 때문인지 저번보다 빠른 시간에 영역 확장 과정이 끝났다는 점이었다.
“스읍, 후우.”
[시민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조건을 만족하는 개체가 발견되었습니다.] [시민권을 부여하시겠습니까?]늘어난 공간에 포함되어 있던 새로운 사람들을 일일이 확인한 다음 시민권을 부여하는 일까지 마친 뒤 소파에 늘어지듯 누웠다.
“이제 괜찮아, 오빠?”
“응. 다 끝났어.”
서예진이 시원한 얼음물을 건네며 말했다.
“수고했어.”
“고마워.”
시원한 물을 마시며 얼음을 아그작아그작 씹고 있자니 긴장이 조금 풀어지는 느낌이었다.
‘앞으로 이 고통을 네 번 더 겪어야 스킬 포인트를 얻을 수 있는 건가’
그때였다.
[시민 문병호가 오늘 수행 가능한 퀘스트 횟수를 모두 소모하였습니다.] [시민 문병호가 수행한 퀘스트들을 평가합니다.] [ 평가 중 …]하동건 파티를 포함해서 가신으로 들인 이들은 모두 일일퀘스트 3번을 완수 할 수 있도록 하는 편이었다.
들어가는 돈에 비해 능률이 좋았으니 단 하루도 빼먹을 수 없었다.
자연스레 일일퀘스트 보상도 하루에 수십 개씩 받고 있었는데, 별 기대하지 않았다.
“이번엔 정신력이 상승하려나?”
그것을 보며 진지하게 생각했다.
‘고통 내성 같은 것을 기르는 방법은 없나?’
고통스러운 퀘스트를 주면 고통 내성 따위가 늘어나는 것 아닐까?
사람이 많아지면서 뻘 짓을 하는 이들의 숫자가 조금씩 늘어나고 있었다.
그런 이들에게 벌도 주고 레벨업을 대비하여 고통 내성을 기를 수 있는 방법이 있지 않을까?
그런 쓸데없는 생각을 하던 와중이었다.
[평가 완료]문병호의 일일퀘스트 평가가 완료되었고,
[잭팟 당첨!] [축하드립니다.] [스킬 포인트를 획득합니다.]예전에 한 번 획득해 본 적 있던 ‘그 보상’이 눈앞에 나타났다.
“어?”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선물에 나는 잠시 얼을 탈 수밖에 없었다.
핏물로 가득 채워진 욕조 안에서 남자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조각과도 같은 섬세한 근육들이 핏물 아래로 그 모습을 드러냈다.
10평이 넘어가는 그곳은 작은 목욕탕과도 같았다.
남자가 일어나자 그와 마찬가지로 발가벗은 채 옆에서 대기하고 있던 여자가 수건으로 열심히 핏기를 훔쳤다.
남자는 잠시 기다리다가 천천히 욕실의 문을 열었다.
그러자 그 앞에는 여자 하나가 무릎을 꿇은 채 대기하고 있었다.
그녀를 향해 말했다.
“고인석이 죽었다.”
“!!”
“네가 부산에 다녀와 줘야겠다.”
“알겠습니다.”
여자가 깊이 고개를 숙였다.
[Episod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