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Dweller RAW novel - Chapter (94)
>[Episode 21] 정비 (1)〉
정신을 차리고 눈을 뜨자 익숙한 천장과 내가 확인하지 못한 시스템 알림이 남아 있는 것이 보였다.
[집구석 선포가 30레벨에 도달하였습니다.] [스킬 포인트를 3개 획득합니다.]스킬 포인트 획득 알림과.
[시민의 숫자가 100,000명에 도달했습니다.] [시민들의 숫자가 일정 수준에 도달함에 따라 ‘별의 힘’을 개방합니다.]시민 인구가 늘어남에 따라 새롭게 개방된 기능이었다.
시민 정보를 확인해보니 일종의 강화 시스템이었는데, 돈을 들여서 시민을 강화 할 수 있게끔 되어 있었다.
강화를 하면 별 하나가 달리면서 전체적인 능력치가 올라가는 식이었는데, 꽤나 쓸모 있어 보였다.
당연히 시민의 테두리 안에는 가신들도 포함되어 있었으므로 가신들을 강화가 가능해졌다는 말과도 같았다.
‘왕관 덕분에 강화 효과도 2배로 적용될 테니.’
다른 시민들의 강화는 가신들 강화를 모두 끝낸 이후에 생각해도 될 것이다.
“시간이 얼마나 지난 거지?’
고통 속에서 기절했다가 곧바로 고통에 깨어나기를 반복하던 시간이었다.
각성과 기절을 수도 없이 반복했던 탓에 정확한 시간 흐름을 인지하기 어려웠다.
‘하루 정도 지난 건가?’
침대에서 일어나 커튼을 쳐 보니 해가 중천에 떠 있었다.
진조를 죽이고 레벨 업을 한 것이 한밤중이었으니 최소 몇 시간은 흘렀다는 이야기였다.
‘큰일 날 뻔했네.’
영역이 한꺼번에 늘어나면서 새로운 사람들이 대거 유입되었다.
그러나 나는 고통 속에서 시민들에게 시민권을 부여해줄 여유가 없었다.
‘시민권 부여를 자동으로 해 놔서 다행이다.’
울산에서 홈플러스로 쏟아지는 생존자들을 받아들이기 위해 임시로 자동화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었는데, 그 덕분에 부산에 있던 이들도 덕을 봤다.
만약 자동화 시스템을 켜 놓지 않았다면, 새롭게 유입된 수많은 사람들이 내가 정신을 차릴 때까지 움직이지도 못하고 있었을 것이다.
내가 의식이 없었던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더욱 큰 고통을 받아야 했겠지.
‘다행이긴 하지만… 또 일거리가 늘어났네.’
새롭게 유입된 사람 중 혹시나 흡혈귀와 같은 경우가 있지는 않은지 열심히 살펴야만 할 것이다.
‘그나저나 진짜 죽는 줄 알았네.’
한꺼번에 5개의 레벨이 오른 탓인지 역대급으로 엄청난 고통이 찾아왔다.
그렇지 않아도 레벨이 올라갈수록 고통이 심해지고 있었는데, 27 레벨에서 32레벨로 앞자리마저 달라진 것이다.
‘절대자의 눈.’
안정을 되찾고 의식을 각성하자마자, 곧바로 절대자의 눈부터 사용해 가신들의 위치를 확인했다.
아직까지 작전이 이어지고 있었다.
다행인 점은 흡혈귀의 모습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당연히 전투도 없었다.
가신들은 생존자들을 구출하는 것에 모든 신경을 집중하고 있었다.
그러나 가신들 중 몇 명의 연결이 느껴지지 않았다.
‘…세 명이나 죽은 건가.”
김지태, 신아영, 홍격택이 죽었다.
아무런 피해 없이 작전을 완수할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이렇게 피해를 직접 확인하니 입맛이 썼다.
“……..”
그들의 영혼을 기리기 위하 잠시 묵념하고 상황 파악을 위해 소통의 반지를 사용했다.
홈플러스 작전지휘소에서 가부좌를 튼 채로 열심히 생쥐들을 조종하고 있는 서예진을 향해 말했다.
[예진아.]“오, 오빠?”
그러자 서예진이 두 눈을 뜨며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지금까지 상황을 브리핑해 줄 수 있을까?]서예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응. 오빠가 지시했던 대로 지난 이틀간 생존자들의 구출을 최우선하면서 움직이고 있어. 다행히 오빠가 우두머리 흡혈귀를 죽인 이후로는 최하급 흡혈귀 들을 제외하고는 폭주가 사라져서…”
[잠깐만. 이틀간? 그 말은 내가 이틀 동안이나 잠들어 있었다고?]“응.”
서예진이 걱정이 가득한 눈빛으로 말했다.
“그것 때문에 그런 거지? 몸은 좀 어때? 괜찮아?”
[・・・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아.]“다행이다.”
그녀는 한숨을 내쉬고는 물었다.
“지금 어디에 있는 거야?”
[집이야. 금방 그리로 갈게.]“알겠어.”
절대자의 문을 사용하여 홈플러스의 작전지휘소로 이동한 나는 전체적인 상황을 살폈는데, 딱히 내가 끼어들만한 구석은 없었다.
최하급 흡혈귀는 폭주 상태라고 해도 모든 가신들이 간단하게 처리할 수 있을 정도로 약했고, 실제로 가볍게 처리되고 있었다.
오히려 문제는 생존자들 사이에 숨어 있었다.
“케에에엑!”
언뜻 보기에는 일반인과 다를 바 없는 하급 흡혈귀와 중급 흡혈귀들이 생존자들의 틈에 숨어 이곳으로 찾아온 것이다.
멍청한 흡혈귀들은 시민권을 발급 받았다가 그대로 정체가 들통 나게 되었고, 곧바로 장성준의 염력에 제압되어 지하실에 갇히는 신세가 되었다.
흡혈귀임이 드러난 이들을 죽이지 않은 것은 그들이 시민권을 획득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시민권을 획득한 상대를 죽이게 되면 막대한 ‘살인자’ 페널티를 감당해야 했으므로 그대로 이런 식으로 가둬 둘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처형하세요.]일일이 한 놈씩 시민권 자격을 박탈시키며 사냥했고, 모든 흡혈귀들을 정리할 수 있었다.
지하에 갇혀 있던 모든 흡혈귀들의 정리를 끝낸 후 서예진에게 물었다.
“생존자들 반응이 그리 호의적이지 않네. 언제부터 이랬어?”
“음. 흡혈귀들의 폭주가 끝난 이후부터인 거 같아.”
흡혈귀들이 폭주하며 생명을 앗아가려 할 때는 어떻게든 살기 위해 홈플러스를 찾아왔는데, 진조가 죽음을 맞이하며 흡혈귀들의 폭주가 끝난 지금은 굳 이 우리의 지시를 따를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오히려 우리를 더 의심하는 생존자들도 부지기수였다.
‘슬슬 정리하자.”
“생존자들은?”
“싫다는 데 어쩌겠어. 내버려둬야지.”
“하지만….”
“왜? 무슨 문제라도 있어?”
서예진이 작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주변에 있던 몬스터들이 울산으로 점점 몰려들고 있어.”
“몬스터들이?”
“응. 아무래도 진조의 죽음을 느낀 것 같아.”
영역의 주인이 사라졌으니 그 빈자리를 노리는 놈들이 찾아오는 셈이었다.
“흐음.”
울산에 있는 사람들은 몬스터에 대한 공포를 잘 알지 못할 것이다.
그들은 흡혈귀들이 만들어 놓은 안전한 울타리 안에서 자신들이 가축이 된 것도 인지하지 못한 채로 살아가고 있었으니까 말이다.
“그래도 일단은 철수하자.”
“괜찮을까?”
“어차피 억지로 데려와도 반발심만 커질 거야. 저쪽에서 원할 때 받아주는 게 나아.”
그 과정에서 몬스터에게 죽거나 다치는 사람들도 다수 나올 테지만, 괜한 분란의 씨앗을 품는 것보다는 나았다.
‘가신 소환.’
울산 전역에 흩어져 있던 가신들을 모두 소환한 다음 말했다.
“다들 고생하셨습니다. 이번 작전은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울산의 상황을 마무리 지은 다음 집으로 돌아온 나는 현재 상황을 정리했다.
‘영역이 굉장히 넓어졌다.’
이미 27레벨일 때도 바다 근처까지 확장되어 있던 영역은 32레벨이 된 지금은 아예 바다의 일부까지 영역 안으로 포함하고 있었다.
절대자의 눈으로 바다 속을 훤히 들여다볼 수 있었는데, 어찌된 것이 물고기나 해양 생물 보다는 플라스틱 쓰레기 같은 것이 더 자주 보였다.
‘얼마나 넓어진 건지 가늠이 안 되는군.’
영역의 끄트머리 근처의 좁은 지역만 확인하니 도대체 영역이 얼마나 넓어진 것인지 제대로 확인하기 어려웠다.
‘이렇게 하면 되려나?’
건설 모드를 사용할 때처럼 높은 하늘에서 영역 전체를 내려다보는 방식으로 바라보니 영역이 얼마나 넓어진 것인지 가늠할 수 있게 됐다.
‘이젠 별채 영역과 반쯤 합쳐진 상태가 됐구나.’
부산역 부근에서 조금 겹쳐져 있던 두 개의 영역은 이제는 절반 이상 겹쳐진 벤 다이어그램의 형태를 이루고 있는 상태였다.
겹쳐진 두 개의 영역이 부산의 주요 도시를 대부분 포함하고 있었기에 이제 부산 전체가 내 영역이 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나마 이 겹쳐진 부분 덕분에 고통이 많이 경감된 것일 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무지 감당할 수 없는 고통이 밀려왔었다.
‘만약에 이 겹쳐지는 부분이 없었다면…’
정말로 고통 때문에 쇼크사 할 가능성도 있지 싶었다.
‘진짜 어떻게 하긴 해야 하는데.’
영역이 넓어진 것을 보고 있자니 씁쓸해졌다.
‘이 넓은 지역에서 살아남은 사람의 숫자가 겨우 10만 명밖에 안 된다는 건가?’
총 23만 명의 생존자들 중 울산에서 구출된 사람들의 숫자가 3만 명에 달했으니 부산의 생존자는 겨우 10만 명 정도라는 소리였다.
‘너무 많이 죽었어.’
부산의 인구가 약 300만 명 정도였으니 20만 명이면 생존율이 7%정도 밖에 안 된다는 뜻이었다.
몬스터가 세상에 나타난 지 겨우 몇 달이 흘렀을 뿐인데 93퍼센트의 사람들이 죽음을 맞이한 것이다.
‘새로운 생존자들은 대부분 물이 있는 곳에 뭉쳐 있구나.’
낙동강, 수영강, 온천천 등.
괴물이 나타나고 몇 달이 지난 지금까지 살아남은 사람들은 대부분 강 근처에 몰려 있었다.
‘여기도 그리 상황이 좋아보이진 않는군.’
강을 바로 옆에 두어 식수는 해결했지만, 언제나 식량이 문제였다.
내부 사정을 살짝 살펴보니 그동안은 몬스터를 잡아 연명하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바다에서 올라온 하늘 청새치와 같은 몬스터를 식량으로 삼은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내 영역이 넓어지며 주변에 있던 몬스터들을 박멸해 버린 상황이었다.
‘졸지에 식량을 없애버린 게 됐네.’
그나마 낙동강 근처에 있던 일부 지역은 몬스터들이 남아 있는 곳과 맞닿아 있어서 사냥을 나설 수 있었는데, 시민권을 얻은 그들이 사냥을 해 봤자 시체가 사라질 뿐이었다.
‘그나마 거래소 시스템이 있어서 다행인가.’
몬스터 사냥으로 얻은 돈으로 거래소를 이용하여 식량을 충당하고 있는 이들이 꽤 있었다.
‘근처에 상점도 지어주고 시설을 몇 개 만들어줘야겠어. 사냥꾼도 몇 명 선정해주고…..’
이들을 굳이 서면까지 데려와 병합할 필요는 없어 보였다.
이미 자기들끼리 서열과 규칙이 모두 정해진 집단이라 억지로 끌어들이게 되면 분명 잡음이 생길 게 분명했다.
몇 가지 기본적인 지원만 해주면 저들 나름대로 알아서 잘 살아갈 수 있을 것처럼 보였다.
‘인스턴트 던전도 좀 만들어주면 알아서 살아가겠지.’
모든 사람을 책임질 생각은 없었다.
‘그래도 시민권을 받는 게 훨씬 좋다고는 느끼게 해 줘야지.’
이제 슬슬 시민권 부여가 가능한 숫자에도 한계가 찾아오고 있었다.
’32레벨이 되며 받아들일 수 있는 시민들의 숫자는 총 32만 명뿐이다.’
그 중 과반수가 넘는 23만 명을 받아들인 상태였다.
‘저렙 때는 5레벨이 올라갈 때마다 레벨에 따른 수용 가능한 시민들의 숫자도 크게 늘어났었는데.’
레벨 당 백명, 천 명, 만 명까지.
쭉쭉 늘어나던 기준이 어느 순간부터 레벨 당 만 명으로 고정되어 있는 상태였다.
‘언젠가는 시민권을 부여하지 못하는 순간이 오겠지.’
그때가 되면 시민권을 부여하는 것에 좀 더 신중해져야 했다.
시민권이 없는 사람은 강제로 내 영역 바깥에서 살아가야 할 테니까.
‘음. 그런데…’
아까부터 이상한 점이 한 가지 있었다.
‘여기도 각성자가 좀 많네?’
내가 있는 곳에서 한참 떨어진 낙동강 하류 지역.
이전에 울산에서 그러했던 것처럼 이곳에는 각성자의 비율이 꽤 되는 것으로 보였다.
‘높은 등급의 힘을 각성한 사람은 거의 없긴 해도, 낮은 등급의 힘을 각성한 사람들의 숫자가 생각보다 많다.’
우연히 서면에만 각성자의 숫자가 적었던 것뿐일까?
‘어쩌면 서면은 내가 있었기 때문에 비각성자들의 생존 비율이 높았던 걸지도 모르지. 그게 아니면…’
몇 가지 가설이 떠올랐다.
‘내가 있기 때문에 각성자들의 숫자가 적은 걸 수도.’
일정 범위 안에 각성 가능한 에너지가 정해져 있다면, 내가 그 모든 것을 먹어치웠을 가능성도 존재했다.
‘…그만큼 내 힘이 말도 안 되기는 한 편이지.’
내 능력으로 시민권을 부여받은 사람들은 ‘일반인’과 비교했을 때, 말도 안 되게 평균치가 높은 편이라고 할 수 있었다.
각성자가 아니라면 몬스터를 사냥해도 아무것도 얻지 못한다.
그러나 시민권을 얻은 사람들은 몬스터 사냥에 따른 경험치를 획득하고, 강해진다.
레벨이 15레벨보다 낮은 경우에는 헬스장에서의 운동만으로도 레벨을 높이는 게 가능했다.
그러니 시민들의 평균 레벨이 높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내가 받아들인 시민들 전부 낮은 등급의 각성자라고도 볼 수 있는 셈이다.’
새삼스럽게 내 힘의 크기가 실감이 났다.
‘어마어마하군.’
문득 진조가 나를 향해 하던 말이 생각났다.
놈은 마치 내가 이곳에 있어서는 안 되는 존재처럼 묘사했었다.
나는 손을 펼쳐서 힘을 발현시켰다.
화르륵
검은 기운이 불꽃처럼 넘실거렸다.
‘이게 뭘까.’
그 놈이 나보다 좀 더 많은 것을 알고 있는 것은 분명했다.
‘진조는 인간에서 흡혈귀가 된 게 아니다.’
확신할 수 있었다.
시스템이 그 놈을 시민권 부여가 가능한 개체가 아니라고 판단한 것도.
터무니없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도.
놈과의 짧은 대화에서도.
그 놈은 다른 흡혈귀들과는 근본부터 달랐다.
‘놈은 몬스터야.’
고블린이나 오크와 같은 괴물들이 그러한 것처럼 녀석은 다른 세상에서 이곳으로 넘어온 괴물인 것이 분명했다.
‘도대체 몬스터 놈들은 어디에서 온 거지?’
오래된 질문이었다.
아파트 산책로에 고블린이 나타나고, 내가 힘을 각성하며 집 밖으로 나갈 수 없게 된 순간부터 쭉 머릿속을 맴돌던 의문.
‘…후우. 모르겠고. 새로운 기능이나 실험해 보자.’
별의 힘.
제일 첫 번째로 1성을 달아줄 시민은 역시.
“문병호겠지.”
>[Episode 21] 정비 (1)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