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evil RAW novel - Chapter 105
106화. 사형금란도(蛇形金亂圖)
그러나 술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천마다.
퍼마신 항아리가 얼마인지 모를 정도로 무진장 퍼마셨다.
“꺼―억! 이봐 소불알 이등병, 우리 둘이서 말이야. 오늘 이렇게 퍼마시고 한번 딱 부러지게 즐겨 보자고. 요즘 들어서 이렇게 기분이 좋은 날은 일찍이 없었다.”
홍옥주는 정말 여자치고는 어마어마하게 말술이다.
해롱거리며 벌컥벌컥 마시는데 보통 센 술이 아니었다.
“딸꾹! 내가 술에 취해서 하는 말은 아닌데 말이야. 나도 한때는 그래도 잘 나가던 여자였단 말이야. 알겠어? 이놈의 술을 좋아해서 도교의 교주란 자격에서 탈락했다, 그랬다면 믿겠어? 응? 내가 바로 도관의 전주였다. 이거야. 꺼―억!”
홍옥주의 눈에는 취기 때문인지 춘기가 가득했다.
천마도 취하긴 마찬가지였다.
실실 쪼개며 말문을 열었다.
“아! 이놈이야 믿지요. 사령관님께서 팥을 메주를 쓴다고 해도 얼마든지 믿지요. 암요. 믿고 말고요. 꺼―억 취한다.”
“호호호! 그래야지. 소불알 이등병은 포부가 대단하다. 사내라면 그래야 하는 법이지. 앞으로 출세의 가도를 달려가라. 그래도, 나를 무시하면 절대로 안 된단 말이다.”
홍옥주가 술에 취해서 억세게 트림했다.
냄새가 지독했다.
천마는 묘하게도 향기로 알고는 싫은 내색이 없었다.
“무시하다니요. 이놈은 그런 것은 모릅니다. 그저 오늘처럼 사랑만 해주시면 됩니다. 지옥이 무서워 못 가겠습니까.”
천마가 술을 처먹더니 배짱이 두둑해진 모양새다.
엄동설한에 고추만 얼리던 때와는 사뭇 달랐다.
이리저리 흔들리는 자세가 제대로 앉지도 못할 지경이다.
비틀거리며 어쩌다가 어깨가 닿았다.
야릇한 눈빛을 주고받았다.
서로가 얼싸안고서 실실 웃으며 쪼갰다.
“아―암! 그래야지. 그래야 소불알 이등병답게 멋있지.”
이미 취기가 오른 지 한참이 지났다.
눈알에 초점이 흐린 상태를 보니 틀림없다.
천지가 빙빙 돌로 있는 모양이다.
비틀거리고 휘청거리면서 딸꾹질하기 바쁘다.
그렇게 혀끝이 말을 듣지 않을 정도로 마셨다.
사물이 가물가물할 것은 당연했다.
그런데도 자꾸만 마시자고 조르니 거절하지 못했다.
천마는 그저 두꺼비처럼 꿀꺽거리며 마시기만 할 뿐이다.
“이봐요. 홍옥주 사령관님! 소관이 술에 취해서 물어보는 질문인데요. 왜 재가(再嫁)하지 않고 벽촌에 왔습니까? 수비대로 발령을 받아서 어렵게 근무하는지 궁금합니다.”
천마가 제일 궁금한 점이 있다면 바로 그것이었다.
여인이 경비대의 사령관으로 발령을 받았다.
그럴 정도라면 사자 밥을 받은 것과 진배없다.
천마총은 우범지대이고 악마들이 들끓는다.
그런데도 근무한다면 아주 특별한 사항에 해당했다.
“이것 봐! 음양교의 전주란 자리가 시집이나 가는 곳인 줄 알아? 거긴 그래도 음양비술을 익히는 도관이다. 잘만 익히게 되면 천지조화를 부릴 수 있다고, 비선이 되는 곳이다. 그런 내가 그까짓 시집 따위에 만족할 것처럼 보이냐? 넌 내가 쪽박이나 박박 긁으며 살아야 하며, 젖이나 물리는 평범한 여자로 살아야 만족하냐. 딸꾹?”
“히히히! 무량수불. 음양비술로 천지조화를 부린다는 말씀이 듣기 좋습니다. 그런 말을 들어서 생각나서 한마디 하겠는데요. 밤마다 이상한 신음을 내지르는 비술이 아닙니까요?”
“딸꾹! 이상한 신음이라니 그건 또 무슨 개소리냐?”
“그러니까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왕방울 일등병과 붙어서 음양비술을 연마하셨지요?”
“낄낄낄! 왕방울 일등병과 붙었다고 네놈이 질투했구나. 하지만 뭔가 잘못짚었다.”
“그게 무슨 말씀이시지 이해할 수 있도록 말해보세요.”
“저런 멍청한 놈! 음양비술은 천지조화를 심도로 깨닫는 비술이다. 처녀의 몸이 아니라면 어림도 없다. 천운의 도락이란 행위지만 그런 짓거리와는 거리가 멀다. 네가 뭘 봤는지 모르나 귀신에게 홀린 것 아니냐?”
천마가 홍옥주의 말을 들으면서 눈만 껌벅일 뿐이었다.
“그렇다면 사령관님은 순음지기를 지닌 처녀란 말이오?”
“그렇다. 분명히 말하지만 나는 처녀다. 음양비술을 터득해 천지조화를 마음대로 부릴 것이다.”
“에이! 설마요. 내가 지난번 밤에도 봤고요. 게다가 지난주에 직접 목격했는데도 아니란 말이오?”
천마는 홍옥주가 거짓말을 한다고 치부했다.
지금은 그런 일을 논할 때가 분명 아니었다.
“낄낄낄! 네놈이 뭘 봤는지 모르나 헛것을 봤다. 처녀성이란 천도에서 귀하게 여긴다. 순수한 마음만이 도술에 접근할 수 있는 요체다. 순수성을 잃으면 끝장나는 것이 비술이다.”
“오라! 말씀하기 쑥스럽다면 그만둬도 됩니다. 처녀든 비술이든지 간에 천도를 연성했다고 했으니까요. 나도 출세할 수 있도록 부적이나 하나 써주시오. 나도 교주 짓이나 걸쭉하게 해보게요.”
“히히히! 미친놈. 벌써 취했구나. 교주 짓은 아무나 하는 줄로 아느냐? 이놈아, 마음 편하게 살기는 여기가 최고다.”
“딸꾹! 소관도 음양비술을 연마하지만요. 요즘 들어서 도력이 점점 형편이 없어지지 뭡니까요. 그러지 말고 하나 써주시지요. 여기 천마총에서 색골부대가 명성을 휘날릴 수 있도록, 기원하는 차원에서 하나 부탁드립니다.”
“호호호! 딸꾹, 알겠다. 자네와 색골부대가 잘된다면야 얼마든지 해줄 수도 있다. 부적은 멋들어지게 써주겠다. 그러니까 앞일은 걱정하지 말고 무조건 밀어붙여라. 그게 XX가 달린 사내가 할 일이란 말이다. 알아들었냐?”
천마도 취해 있었다.
품에 안겨 오는 홍옥주의 어깨에 팔을 척하니 걸쳤다.
손끝에 말랑거리며 잡혀 오는 감촉이 삼삼했다.
여기에 용기를 얻은 천마다.
홍옥주도 오늘따라 천마의 행동이 싫지 않은 모양이다.
비음이 섞인 콧소리까지 내면서 품속으로 안겨들었다.
천마는 자신도 모르게 배포가 점점 커졌다.
흐흐흐!
상사인 홍옥주의 몸을 마음대로 유린(蹂躪)하고 있었다.
“이것 봐. 즐겁다. 내가 근무한 보람이 많다. 오늘 같은 날이 있을 것 같은 예감 때문이었다. 자네가 천지조화의 결정체인 천년 산삼을 복용했다. 모든 사건을 단숨에 해결해서 좋았다. 이제부터 깨달음을 얻으려고 시험에 들었다. 너와 술을 마시고 있는데 그게 싫지는 않기를 바란다.”
홍옥주가 천마보다 조금 대범했다.
천마의 입을 덮쳤다.
쪽…….
천마의 눈이 살포시 감기고 말았다.
아마 달콤한 감촉을 감상하는 듯싶은지 쩝쩝 맛을 봤다.
달콤하고 시큼털털했다.
그런데 떨떠름함이 왜 그렇게 좋은지 몰랐다.
금방 신호가 왔다.
천마의 XX는 완전히 자동응답기였다.
가슴이 뛰놀고 호흡이 거칠어 진지가 이미 오래였다.
정말 손에서 느껴지는 감촉이 죽여줬다.
너무 황홀감에 빠져들고 있었다.
천마는 진짜로 행복이 무엇인지 느끼고 있었다.
처음에는 감촉으로 시작해서 가슴을 뛰놀았다.
나중에는 심장이 뒤집힐 정도까지 도달했다.
“싫다니 그게 무슨 말씀이시오. 소관이 처음 부임해 오는 날부터 불면증이 시작됐지요. 바로 사령관님을 처음 대하는 순간부터입니다.”
천마는 때때로 생각했다.
왕방울 일등병과 음양비술을 펼치는 장면을 떠올렸다.
가물거리는 눈꼬리에 매끄러운 몸매가 꿈틀거렸다.
풍만하고 잘록한 허리다.
쌍곡선을 이루는 펑퍼짐한 엉덩이가 눈길에 잡혀 들었다.
어쩐지 실감이 나질 않고 있었다.
“어머머! 소불알 이등병이 나를 짝사랑하고 있었구나. 이를 어쩌면 좋아. 나를 사랑하는 사내도 있다니…….”
홍옥주가 낄낄대며 안주를 입에 물었다.
약을 올리듯이 서로가 당기면서 먹고 있었다.
맛있고 즐겁고 행복했다.
“그러나 마음을 접어라. 내 오늘에서 심도를 조금 깨달았다. 마지막 유희를 즐기는 중이니 쪽박은 깨지 말아라.”
언제나 애만 태우던 홍옥주였다.
그런 그녀가 오늘따라 무슨 연유인지 모른다.
자신과 즐겁게 놀아 주고 있었다.
술기운 탓인지는 몰랐다.
그런 그녀가 그는 한없이 좋았다.
사랑이 뭔지는 모르나 뭔가가 치사했다.
미련이 거머리처럼 달라붙었다.
그리움을 남기고 스치듯이 지나가는 순간이다.
휘―잉!
눈바람이 창틈으로 실내를 차갑게 훑고 지나갔다.
그런 데도 둘은 상관하지 않았다.
초소 밖에는 황소바람이 불어와 무지무지하게 춥다.
그러거나 말거나 홍옥주와 천마는 불타올랐다.
춘정에 몸이 뜨거워져 이젠 제정신이 아니었다.
하하하!
호호호!
그야말로 한풍(寒風)에 끝장을 보고 있었다.
“이것 봐, 나 오늘 무척 즐겁다고. 너무너무 즐겁다. 왠지 알아? 자네하고 이렇게 음양비술을 비교하니 너무나 좋다. 이건 정말이야.”
홍옥주는 음양비술이란 말을 수십 번도 더하고 있었다.
낄낄대고 헤헤대면서 이렇게 얼싸안고 저렇게 뒹굴었다.
나중에는 기어 다니면서 항아리의 술을 별스럽게 마셨다.
혀끝을 동그랗게 말면서 쪽쪽 빨아 먹기도 했다.
천마가 취중에 가만히 살펴보니까 이상했다.
그야말로 눈앞이 삼삼했다.
천마가 머리를 흔들었다.
아무리 취중이라도 홍옥주의 자세가 심상치가 않았다.
노려보다가 허공을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디선가에서 봤는데 도무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
자세를 자세히 흘겨봤다.
홍옥주도 그게 싫지 않은 모양이다.
일부로 천마가 원하는 자세를 취해주면서 중얼거렸다.
“그래. 뭘 보는지는 몰라도 원하는 만큼 실컷 보아라.”
홍옥주의 자세는 사형금란도(蛇形金亂圖)라는 자세였다.
이무기가 천지조화를 일으키는 순간에 보이는 자세였다.
여의주를 만드는 과정에 나타나는 현상이었다.
천마가 아주 세밀한 부분까지 교정해 가면서 즐겼다.
“좋다. 사형금란도의 자세와 아주 똑같다.”
홍옥주 그녀의 몸매는 아주 완벽했다.
머리부터 발치까지 한마디로 군더더기가 없었다.
천마는 제법이다 싶었다.
한동안 구경하다가 머리를 약간 흔들어 보였다.
그녀의 자세가 조금은 달랐고 엉성해 보였다.
사형금란도의 자세는 커다란 엉덩이가 관건이다.
홍옥주처럼 마구 보여주지 않았다.
뭔가 아슬아슬한 자세가 감칠맛이 있었다.
수줍은 듯싶게 비치는 모습은 청순가련형이다.
구름 속에서 살짝 모습을 감추는 자세였다.
어딘가 좀 단정치 못하고 허술해 보였다.
여기에 천마가 취기 때문인지 몰랐다.
그녀의 커다란 엉덩이를 옆으로 조금 돌리게 되었다.
미인도를 구성하는 구도 자체가 좋게만 보였다.
“호호호! 뭐가 똑같은지 몰라도 실컷 보고 맘껏 즐겨라.”
홍옥주도 그런 자세가 싫지 않은 표정이다.
천마가 하자는 대로 자세를 척척 취해줬다.
자연스럽게 몸을 춤추듯이 움직이는 순간이다.
그녀의 눈동자에서 이상한 광채가 번뜩거림과 동시였다.
갑자기 그녀의 머리에서 변화가 시작되고 있었다.
신비한 광채가 무럭무럭 솟아나며 몸을 휘감기 시작했다.
“뭐야? 숫총각이라고 자랑하더니 이제 보니까 아닌데. 어찌 총각이 심오한 음양비술에 능란한지 모르겠네?”
홍옥주가 놀라는 표정을 감추지 못했어도 곧바로 잊었다.
아예 눈까지 지그시 감으면서 입술을 약간 벌렸다.
천마는 산삼과 금와를 복용해 추위를 느끼지 않았다.
장삼 하나만 달랑 걸치고 있었다.
천마는 사형금란도의 자세대로 홍옥주를 끌어안았다.
몸이 순식간에 구름 위로 ‘붕’하고 떠오르는 듯싶었다.
마치 무게가 느껴지지 않는 깃털처럼 허공으로 떠올랐다.
몸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실제로 엉덩이가 바닥에서 한 자쯤 떠올랐다.
그것이 무엇 때문에 일어난 현상인지 몰랐다.
실제로 알려고 하지도 않았다.
자세가 이렇게 되는가 싶어서 그저 좋을 뿐이었다.
두둥실 구름을 타는 듯하고 흔들리는 몸뚱이다.
마치 꿈꾸듯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이것 봐! 소불알 이등병, 나 어쩌면 좋아. 이제 막 깨닫게 된 천운도술이야. 너 없이 어떻게 연성해야 좋은지 모르겠어.”
천마가 일순간 배시시 웃었다.
냉기가 하강하면서 기체가 짙어지고 있었다.
검고 빛나는 기체는 안개처럼 전신을 감싸기 시작했다.
이젠 추위 따위는 그들의 곁에 머물지도 못했다.
초소의 밖에도 풍월냉기가 더욱 매섭게 몰아쳤다.
하지만 상관하지 않았다.
그들의 곁에선 검은 운무만 무성하게 흩어질 뿐이었다.
서로는 그렇게 황홀경에 접어들고 있었다.
어느새 천마의 신체에도 변화가 찾아왔다.
그의 모습은 영락없이 귀신같은 형상을 닮았다.
마치 마왕이 현신하듯이 비쳤다.
그의 몸에서 신비한 광채가 발산되기 시작했다.
절대악인
— 정원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