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evil RAW novel - Chapter 124
125화. 어부지리(漁父之利)
“하지만 형님 달랐습니다. 그는 숨을 쉴 때 보통 사람들과는 다릅니다. 헉헉 숨 쉬는 것이 아니라 언제나 헥헥 쉬었습니다. 숨을 들여 마시지 않고 토해낸다는 말이외다.”
“아하! 자연 호흡이 혹시…….”
“그렇소이다. 흡기를 통한 진기를 생성하는 것이 아닙니다. 숨을 토(吐)해 내면에 일어나는 모든 것을 버렸지요. 천지기운인 음양비술을 연마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철로가 실제로 시험을 보였다.
“이건 여태껏 아무도 깨우치지 못한 비술이지요. 바로 내면에서 일어나는 음양비술이랍니다. 그런 비술을 형님이 깨우쳤단 말이외다.”
“아니 그분이 음양비술을 깨우친 것이 정말입니까?”
“저런! 저런! 아직 모르셨구려! 쯧쯧!”
안타깝다는 듯이 혀끝을 차더니 한술 더 뜬다.
“쯧쯧! 어디 음양비술뿐이오? 이미 천지비술도 깨달아서 조화를 부리지요. 한걸음에 천 리를 날아갑니다. 천리안으로 세상을 한눈에 꿰뚫고 있다 이겁니다.”
“네? 그렇다면 천지비술까지 연성하셨단 말입니까?”
“그렇소. 아실지 모르지만요. 형님께서 문관이 탐이 나서가 아닙니다.”
“그분께선 유령마공을 배우고 싶다고 하셨는데요.”
“세상이 하도 어수선해서 그랬던 겁니다. 현실을 경험해 보고자 하산을 하였는데요. 그를 잘 다독여서 좋은 일에 써먹을 일이지, 그렇게 내쫓아서 뭘 어쩌자는 것이오?”
흑금기녀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아! 그렇게 위대한 분이신지 몰랐습니다.”
안타까워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그렇다면 이젠 어떻게 해야 합니까?”
“어떡하긴 뭘 어떡합니까? 내 밖에서 약간 들은 것이지만 말이외다. 오도를 중심으로 뭉치자고 들은 것 같은데, 그것이 형님이 말한 것입니까?”
흑금기녀가 머리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하도 말 같지가 않아 무시하였습니다.”
“저런 안타깝습니다.”
“하여튼 그분이 패권싸움이 일어나면 말입니다. 반드시 오도로 도망치는 사람들을 모아서요. 세력을 규합해야 천하가 바뀔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철로의 눈에서 번쩍하고 광채가 발했다.
“형님께서 천기누설인 비밀을 말씀했단 말씀이오?”
“치세에 관한 질문에 그렇게 답을 하셨습니다.”
“바로 그것이오! 여기로 도망쳤다면 누구나 살기 위함이 아니겠소? 조직을 정비하고 규합하면 세상이 바뀔 겁니다. 그건 바로 민심이고 천심인 셈이오!”
“하지만…….”
“형님이 천기누설까지 각오하고 답을 한 것이오. 여기가 바로 음양비술의 중심지역이기도 하오이다.”
흑금기녀가 돌연 일어서더니 날아갈 듯이 절했다.
“어어! 왜 이러시오?”
“도인께서 깨달음을 주셨기에 예를 올립니다.”
“허허! 형님께 하시지 어찌 나에게 절하시오!”
철로는 넉살 좋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척하니 그녀의 절을 받았다.
“천지의 음양이 교차한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직 깨우침이 부족한 탓입니다. 오늘날까지 천관에 드는 일을 미뤄 왔지요.”
“허허!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오늘 귀인을 만나고 문득 느낌을 알게 되었습니다. 천관으로 자리를 옮기셔서 감긴 눈을 뜨게 하시고, 막힌 귀를 뚫어주시면 삼생의 연으로 갚겠습니다.”
“허허! 그러니까 도를 배우겠단 말씀이시오?”
“그렇습니다. 태천문이 세워진 것도 오늘을 대비한 것이었습니다. 색관과 영웅문의 관문이 설치된 것도 그렇습니다. 음양비술에 기초를 두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허허! 이것 참! 난 그저 떠돌이 무사일 뿐이오.”
“아니옵니다. 도사님께서 여기까지 힘들게 왕림을 하셨습니다. 추혼색경의 비밀을 밝혀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깨달음을 얻게끔 가르침을 내려주시길 바랍니다.”
“나는 댁이 생각하는 것만큼 깨우침도 없습니다.”
철로의 말이 점잖다.
하지만 행동은 달랐다.
흑금기녀의 뒤를 따라서 태극문을 넘어가고 있었다.
항상 도전하는 자에게 기회가 주어지기 마련이지.
‘나도 유령마공을 배워 천하를 굽어보며 살아보자.’
* * *
천마교의 동쪽 끝자락 성루(城樓)였다.
원로회의 원주가 무왕(武王)과 마주 앉아 있었다.
벌써 오래전부터 바둑을 두고 있었던 모양이다.
대마가 패싸움에서 원주의 패가 몰리고 있었다.
“무왕! 돌아가는 사태가 아무래도 심상치 않소이다.”
“어허! 그렇게 고심할 필요는 없지요.”
“원로들의 반발이 노골적으로 드러난 상태고요.
장로들은 제각기 파벌싸움에 목숨을 거른 듯싶습니다.”
무왕은 백발의 노웅(老雄)이었다.
실종된 교주의 스승이며 천마교의 원로성주였다.
성내에서 이미 죽었다고 알려진 인물이었다.
그런 그가 원주와 마주 앉아 바둑을 두고 있었다.
눈빛을 번뜩이며 백석을 쥐고 장고에 들어간 상태였다.
“뭐가 그리 걱정이시오. 원주에게는 살천문(殺天門)의 살수가 대기하지 않소. 모두가 요소요소에 배치된 용사들이지요. 여차하면 척살할 수 있도록 명령만 내리면 됩니다.”
한참이 흐른 뒤에 한 수를 두는데 낙착인 모양이다.
혀끝을 쯧쯧 차는데 원주가 대소를 터뜨렸다.
“자광도(慈光刀) 풍령(風靈)이 이끄는 살수들입니다. 외곽에 근무해 이곳에서 일어나는 일을 모를 겁니다.”
대마가 간신히 살아서 탈출을 시도하고 있었다.
“그렇게 걱정이면 내 수하를 보내 주리다. 아마 모르긴 몰라도 추도란 살수 못지않을 것이오.”
원주가 빙그레 웃으며 다시 협공에 나서고 있었다.
“그들이 대체 누구이기에 추도와 대등하다고 하십니까?”
무왕은 원주를 건너다보고 있었다.
“왜 잘 알 것이오. 눈이 큰 아이가 있었지 않았소. 바람 같은 아이에게 제자가 다섯이 있지요. 모두 오추검살진을 연마했소. 그들이면 골기를 상대하고도 남을 것이외다.”
원주는 눈을 껌벅이고 있다가 약간 놀란 듯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귀문관주인 쇠살을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무왕이 머리를 흔들었다.
“원주께선 나이를 먹더니 눈까지 어두우신 모양이외다.”
“그러면 누구를 말씀하시는지요.”
“쇠살의 친구인 전대인이 있질 않았습니까. 죽은 아이를 중용해 쓰시되 그건 비밀로 해주시오.”
“알겠소이다.”
“듣자니 금의군을 창설한다니 하인으로 보내시오. 아무도 모르는 음모도 한눈에 파악할 겁니다.”
원주의 표정이 금방 환해졌다.
“이렇게 사숙의 도움을 받아야… 아직 멀었는가 보오.”
“가당치 않소! 이젠 나이가 들어서 죽어야지요. 아직 마지막 남겨진 숙제를 풀려고 목숨을 구걸합니다.”
“그래서 저도 이렇게 달려오지 않았소이까?”
“그런데 원주는 어찌 되었소? 대환단을 복용해서 죽었다가 살아났다는데 정말이오?”
원주인 마사가 수염을 쓸어내리고 있었다.
“거야 사지가 잘렸으니 그런 줄 알 수밖에요! 죽음까지 가장하니 무슨 꿍꿍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무왕이 바둑알을 들었다가 놓으면서 원주를 쳐다봤다.
“이젠 인내에 한계가 도달한 것이지 뭐 별것이 있겠소?”
“정말 교주의 빈자리를 노린다고 보십니까?”
“장로들 대부분이 욕심이 많지요?”
“그래서 문제입니다.”
“복잡한 일이 생겼을 때는 그저 충격요법이 제일이오!”
“무슨 말씀이신지요?”
“원통의 난에 그랬던 것처럼 누명을 씌우면 됩니다.”
“그럴 놈이 있어야죠.”
원주가 한숨을 내쉬었다.
“없으면 만들면 되지요.”
“어떻게 만든단 말인지요.”
“분란을 막지 못하면 내란에 휩싸입니다.”
“그거야 저도 알고 있지요.”
“원장인 장수인도가 고심 끝에 허락했을 겁니다.”
“그런데 골기가 정말 등장할까요?”
“거기 소주라는 아이가 골기와 싸웠다면서요.”
“확인하지 않았지만 그랬다고 합니다.”
“그런 마당에 금의군의 창설은 아주 좋은 일이지요.”
“그렇다면 금의군을 이용하잔 말씀이군요.”
“장로회 결과에 원장의 마음도 한결 편해졌을 것이외다.”
“목숨을 담보로 계획된 일이라 잘됐으면 합니다.”
“장로들 모두가 묵인했으니 방해하지는 않을 겁니다.”
“그래도 전설처럼 골기가 등장해야 하는데요.”
“이미 태동한 이상에는 곧바로 움직일 겁니다.”
“아직까진 움직임이 없기에 손 놓고 있을 뿐입니다.”
“그래서야 어디 쓰겠소?”
“금의군의 창설은 실행에 옮겨서 놈을 유인할 겁니다.”
“낭인들과 성내의 무사도 대거 참여시켜야 합니다.”
“물론입니다. 분란의 조짐이 일도록 크게 만들 겁니다.”
원주가 한숨을 길게 내쉬고 있었다.
“그놈이 교주의 사위라서 어쩐지 꺼려집니다.”
“허허! 구더기 무서워 장을 못 담글까?”
“그렇긴 해도 혹여 누가 안답니까?”
“문제는 방해해도 끄떡없는 배짱 좋은 놈이 필요합니다.”
“그놈이 적당한데… 교주의 사위라서요.”
“그놈의 출신이 탁발승이었다면서요?”
“문관에게 들으니 그렇답디다.”
“배경도 없으니 잘된 일입니다.”
“멸절마후 때문에 잘못될 것 같아 골치가 아픕니다.”
“평화사절단을 파견한다면서요.”
“아! 무연공주와 멸절마후를 파견하면 되겠군요.”
문제가 해결되자 원주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게다가 그놈의 성질이 불같다고 합니다.
골기가 기회를 잡고 음모를 진행 시킬 것이외다.
원주는 바로 그런 점을 잊지 말고 일을 추진해 주시오.”
무왕의 말을 들은 원주의 눈길이 가늘게 변했다.
“어리숙하고 떡밥 질에 어울릴 만큼 충성스럽고,
영웅의 기질을 가진 자라면 역시 그놈이 최고일 겁니다.”
“허허! 그렇소이다.
원통의 난처럼 분란은 없어야 하겠지요,
하만 세기의 주목을 받아야만 성공이외다.”
“알겠습니다. 그럼…”
대화의 핵심은 물론 천마였다.
정체불명의 골기란 놈을 만났다는 이유에서였다.
천마의 운명은 자신도 모르게 정해져 버렸다.
원주인 마사가 휘파람까지 불면서 달려나가고 있었다.
무왕이 그런 원주에게 충고를 던졌다.
“화끈하게 밀어붙여 군소리 없도록 해야만 성공이외다.
* * *
천마교에는 고양이처럼 야행을 즐기는 여인들이 있었다.
“그러니까 녀석이 감찰부 지하에 구금되었단 말이지?”
비영일자 천지와 금천 공주가 속닥거리고 있었다.
비밀스러운 말들을 한동안 주고받고 있는 모양이었다.
대화의 내용과 표정들이 아무래도 심상치 않았다.
얼굴에 긴장감이 깃든 것을 봐서는 틀림없었다.
모종의 일을 모의했고 서둘러 도모할 생각이었다.
“언니도 이번에 한번 딱 부러지게 즐겨 봅시다.”
“하지만. 지하 감옥은 너무 무서운 곳이라 하던데…”
“언닌. 내가 감찰부를 좌지우지하는 신마의 딸이오.”
“그렇지만 그래도…?”
절대악인
— 정원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