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evil RAW novel - Chapter 136
137화. 대결(對決)
“아니, 이놈이 미쳤나? 대결하다 치사하게 도망을 쳤어?”
간판을 허공으로 휙 집어 던졌다.
난쟁이를 향해서 유성처럼 날쌔게 던진 것이다.
간판이 허공으로 까맣게 날고 있는 곳이었다.
거리에서 귀기 서린 비소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히히히! 히히히!”
싸늘한 웃음이 터진 조금 뒤였다.
살벌하고 무서운 광경을 목격하게 되었다.
어둠의 저편으로부터였다.
어름어름한 뒷골목에서 하나의 그림자가 나타났다.
외발의 유모차였다.
질질―질질!
귀신처럼 머리를 풀어 헤쳤다.
소복을 걸친 노파였다.
귀기 서린 노파가 등장해 하얗게 웃었다.
오싹…….
왠지 무서웠다.
천마의 곁을 스치고 지나가면서 얼굴을 들었다.
눈동자에서 새파란 녹색 광채가 쏟아졌다.
가슴이 쪼그라들고 말았다.
아―후!
천마의 가슴은 뛰놀고 있었다.
가뜩이나 난쟁이 때문에 조마조마하던 차였다.
이때 노파의 눈빛을 보고는 기절초풍했다.
“우―악!”
천마가 낮은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초롱이 탁자에 엎드렸다가 천마의 비명에 벌떡 일어섰다.
“딸꾹! 소주 형, 걱정하지 마세요. 소제가 지켜드리리다!”
초롱의 습관적인 행동이었다.
사방으로 손을 마구 휘두른다.
바로 무림에 유명한 소림파의 수법이다.
“딸―국 그의 허공답보(虛空踏步)는 무림의 일절입니다.”
초롱은 정신이 없다.
“귀문관의 반항아였던 난쟁이를 꺾지 못했군요.”
난쟁이가 천마를 죽이려 했던 사실을 초롱은 몰랐다.
그저 단순하게 중얼거리고는 다시 탁자에 쓰러져 버렸다.
천마가 한숨을 내쉬며 노파의 이상한 말을 듣고 말았다.
“히히히! 유아야 내 너의 원수를 꼭 갚아주겠단 말이다.”
노파는 원한을 새기며 유모차에 유골을 담아 울었다.
“흑흑―흑흑흑!”
유모차에는 어린아이의 유골 하나가 보였다.
금빛의 보자기 안에 쌓여 있었다.
보자기는 낡고 허름했다.
하지만 뼈마디가 하얗게 빛나 정신이 몽롱할 지경이었다.
왠지 가슴이 쓰린 실정이었다.
그의 가슴이 더욱 내려앉을 수밖에 별도리가 없었다.
반사적으로 후다닥 일어섰다.
뭔가에 그만 뒤통수를 받치고 말았다.
탕!
뱅글뱅글 도는 눈알로 살폈다.
바로 난쟁이를 향해 던진 간판이었다.
그것이 되돌아와 그의 머리통을 정확하게 맞춘 것이다.
어느새 그의 솜씨는 신화의 경지를 넘어섰다.
정확했고 소리도 없었다.
그것도 뒤통수였다.
이번에는 정확히 부닥쳤던 것 같았다.
눈앞이 깜깜해지고 말았다.
은의 무사 몸뚱이 위로 넘어지고 말았다.
꼬르륵!
은의 무사가 입에서 피가 품어지며 벌떡 일어섰다.
“에―고고!”
물론 이 소리는 천마의 비명이었다.
“천마 형! 내가 지켜드리리다.”
초롱이가 천마의 비명에 고개를 번쩍 들었다.
그와 동시였다.
이번에는 왼쪽 골목에서 시작됐다.
백마를 탄 십여 명의 무사들이다.
보얀 먼지를 날리면서 뛰쳐나오고 있었다.
대로를 일렬로 늘어선 상태였다.
휙!
질주해 나오는데 앞이다.
유모차와 노파를 무참하게 짓밟고 지나가 버렸다.
휘―잉!
그림자가 바람처럼 휩쓸고 지나갔다.
유모차가 부서지지 않았다면 천마는 보지 못했을 터였다.
그저 눈만 부릅뜨고 흘깃 쳐다보는 순간이다.
노파의 뾰족한 비명이 터졌다.
후―악!
유모차에서 펑 소리와 함께 불꽃이 확 일었다.
“귀파파(鬼派派)라고 하는데 아주 신비한 여인이지요.”
불꽃이 솟구치자 거리가 대낮처럼 밝게 환해졌다.
“백마부대는 사형을 당한 원통의 귀기군(鬼氣軍)입니다.”
천마가 놀라서 일어섰다.
은의 무사가 다시 뒤로 넘어졌다.
쿵!
소리가 울리자 유모차에서 귀신처럼 웃음이 터져 나왔다.
“히히히! 히히히!”
소리의 파장은 넓게 울려 퍼졌다.
귀기 서린 웃음이 진동하며 불꽃이 치솟았다.
이어서 땅속에서 꼬마 유골이 튕겨 올라왔다.
유황불에 조그마한 도깨비불만 사방으로 휘날렸다.
붉고 푸른빛이 서로 부닥쳤다.
불꽃만 화려하게 어두운 공간에 수놓을 뿐이었다.
딸랑! 딸랑!
조금 뒤에 상여 가마가 서서히 다가오고 있었다.
쫙!
소름 끼치도록 요령 소리가 요란하게 들렸다.
화려한 상여를 맨 가마꾼이 중앙으로 걸어왔다.
상여와 유모차에서 솟아오른 도깨비 불빛이 어울렸다.
돌연 상여 가마의 문이 활짝 열렸다.
핏빛으로 빛나는 그림자가 흔들렸다.
붉은 그림자와 불빛, 눈의 초점을 흐리게 만들고 있었다.
천마가 자신의 두 눈을 손으로 비비고 다시 쳐다봤다.
그림자와 환상 속에 유난히 눈길을 끄는 장면이 보였다.
핏빛의 아름다운 곡선에 드러났다.
환상적인 여인의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궁장(宮牆) 차림에 화려한 옷으로 치장했다.
손에는 선녀처럼 봉황선(鳳凰扇)을 들었다.
저런 모습이라면 청풍명월의 색마경의 여인과 닮았다.
그렇다면 바로 흑금기녀란 뜻이었다.
그런데 뭔가가 이상했다.
눈을 감았다가 뜨는 순간이다.
눈썰미에 말려든 영상 하나가 있었다.
“홍…옥주다.”
천마의 눈동자가 왕방울처럼 크게 떠졌다.
잔상술법.
분명했다.
익숙한 모습이 걸려들었다.
춤을 추듯이 흐느적거리면서 비치는 모습이 입체적이다.
천마의 눈에는 아름답고 환상적으로 비치고 있었다.
“소주 형! 정신 차리세요.”
초롱이가 정신을 일깨우지 않았다면 따라갔을 터였다.
“딸꾹! 탈혼령(奪魂靈)에 정신을 빼앗기면 안 된답니다.”
천마가 멍청하게 상여를 바라볼 뿐이었다.
초롱이 꼬부라진 음성으로 그의 귀에 대고 소리쳤다.
그리고는 그의 품에 쓰러져 버렸다.
그 바람에 천마는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에고! 대체 무슨 일이오? 홍옥주까지 등장하다니…….”
천마는 무슨 일인지 상식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마치 지옥의 명부처럼 이상한 조짐이 일어나고 있었다.
천마는 정신이 없었으나 은의 사내의 품속을 뒤졌다.
뭔가 손에 잡히는 물건이 있었다.
은근슬쩍 꺼내 우선 품속에 집어넣고서 벌떡 일어섰다.
“히히히!”
눈은 사팔뜨기가 된 지 오래였다.
걸었다.
어깨에 걸친 검과 도가 심하게 흔들렸다.
무작정 걸었다.
어느새 광장의 대로로 나왔다.
사방에서 검을 그림자들이 등장했다.
싸움을 벌어졌다.
천마의 목을 향해 일제히 검을 찔러왔다.
검기와 세기가 얼마나 빠른지 몰랐다.
천마는 본능적으로 목을 움츠리고 말았다.
자신도 모르게 축골신공을 펼쳐 목을 움츠렸다.
“커―억!”
네 명의 검수가 서로들 목을 찌르고 쓰러지고 말았다.
꽈―당.
검수들의 비명과 넘어지는 소리에 초롱이 소리쳤다.
“딸꾹! 천마 형! 안 됩니다. 그곳에 나가면 개죽음입니다.”
초롱은 몽롱한 시선으로 그를 말리는 순간이다.
천마는 광장을 걷고 있었다.
뭐 어떻게 하고자 한 것은 아니었다.
그냥 걸었다.
눈동자가 몽롱했다.
잠자듯이 그렇게 걸었다.
열 개의 도깨비불이 아직도 한창 춤을 추며 퍼졌다.
도전자가 등장했다.
천마의 모가지를 행해 검기로 긋고 있었다.
천마가 손짓했다.
일도양단이다.
번―쩍!
천마 풍도에 효수된 모가지가 피를 뿜어대었다.
비명이 나중에 들렸다.
커―악!
유모차의 불길이 융성해지며 밝기가 강해지고 있었다.
도전자가 다시금 등장했다.
바닥에 칼을 질질 끌고 오는데 섬광이 번뜩였다.
둘이 마주 섰다.
사내도 그랬지만 천마도 말이 없다.
도깨비처럼 노려보다가 붙었다.
창―창!
상대는 강했다.
일도양단을 받아쳤다.
천마는 두 번째인 천지번복을 펼쳤다.
선광이 허공을 갈랐을 때 도전자의 모가지가 잘렸다.
그렇게 몇 번의 싸움이 벌어졌다.
몽롱했던 눈빛에 싸늘한 살기가 어렸을 무렵이다.
어느덧 광장에 여명이 밝아왔다.
도깨비불이 ‘팍’하고 꺼지는 소리와 함께 사라졌다.
유모차에서 일어난 불길도 마찬가지다.
노파가 서성이더니 유모차를 이끌고 사라지고 말았다.
모든 사물이 햇살에 드러나자 사방은 조용했다.
귀기가 섞인 찬 바람만 몰아칠 뿐이었다.
하나씩 정상적인 것처럼 사물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보니까 벌써 그믐의 새벽이었다.
그렇게 새로운 시작이 넘쳐나기 시작하고 있었다.
어딘가 새벽을 알리는 닭의 울음소리가 세차게 들려왔다.
동쪽에서 한 무리의 백마부대가 달려오기 시작했다.
초롱이가 말한 귀기군이 분명해 보였다.
그들이 대로 중앙을 휩쓸고 지나갔다.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다가 시체를 거뒀다.
“야! 저기도 한 놈이 선체로 죽었다?”
귀기군이 시신을 거두려고 다가왔다.
“앗! 이놈이 살았다. 아직도 죽지 않았단 말이다.”
천마가 살았음을 알아보고는 모두가 놀라서 달려왔다.
“살았다는 놈을 발견하다니 우리도 이젠 해방이다.”
한 놈이 소리치자 모두가 와 하며 함성을 질렀다.
순식간에 백마에서 뛰어 내리더니 넙죽 절들을 올렸다.
“은공, 앞으로 귀기군이 주공으로 모시겠습니다.”
대원들이 인마를 만들어 천마를 태우고 초소로 향했다.
“어어! 이거 왜들 이러시나!”
천마의 뱃심 하나가 그를 세상에 우뚝 세웠다.
초소는 동쪽 골목의 끝부분에 마련되어 있었다.
천막으로 세워져 안은 넓었다.
붉은 융단까지 깔려 있었다.
사방에 십이지상의 동상이 세워져 군세가 제법이었다.
처마 상단에는 초번과 부적이 수백 개가 걸려 나부꼈다.
광장에서 순국한 무사들의 길일을 기리기 위한 듯싶었다.
실내 중앙에 높은 단상에는 호피 의자가 놓여 있었다.
“자! 저곳에 좌정하시지요.”
천마는 그곳으로 안내되었고 주안상이 마련되었다.
시중을 나온 여인들은 모두 귀기군의 애첩들이었다.
천마가 어리둥절한 가운데에 앉으라니 의자에 앉았다.
그들로부터 광장에 대한 사실을 듣게 되었다.
“엥? 그러니까 어젯밤을 기점으로 주공을 모시지 못하면, 사형을 당하는 죄수들이었단 말씀이시오?”
천마가 밀주를 물처럼 벌컥대며 마셔댔다.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려 애를 썼다.
“에이, 여보세요. 지금 농담하고 계시는 거지요?”
천마가 잘못 들었나 싶어서 귓구멍을 손가락으로 후볐다.
“아닙니다, 주공! 이놈들은 사형수로 이곳에서 봉사해 왔습니다. 그믐날 밤에 대로 광장에서 죽지 않고 살아난 자를… 따르라는 논고가 주어졌기에 오늘만을 기다려 왔습니다.”
귀기군의 대장은 백마도 배용만이란 자였다.
그가 임시로 두목을 대신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원통을 도왔다가 역모에 걸렸단 말이지요?”
백마도 배용만이 머리를 조아렸다.
“그렇습니다.”
“귀기군은 원통의 유언대로 부하가 되겠단 말이지요?”
“주군께서 용사검도 지녔으니 어쩔 도리가 없습니다.”
천마는 푹신한 호피 의자에 몸을 기대며 밀주를 마셨다.
보기보다는 강한 독주였다.
얼큰하게 취기가 올라오고 있었다.
“허허! 이것 참!”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았다.
자살한다고 협박 아닌 협박을 받는 실정이었다.
이것이 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모를 일이었다.
모두가 기대의 눈빛을 하고서 쳐다보고 있었다.
“허허! 이것 참! 미치고 환장하겠네.”
천마가 입맛을 쩝쩝 다셨다.
뭔가 좀 아쉽다.
하나같이 절정고수들이었다.
살기가 강한 놈도 있었다.
악마의 기운이 내기로 숨어든 녀석들도 있었다.
절대악인
— 정원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