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evil RAW novel - Chapter 140
141화. 납치(拉致)
무림에서 납치와 살인에 이골이 난 사내가 있었다.
살인하고 흔적을 남기지 않기로 유명한 사람이었다.
그는 바로 귀문관의 신임 관주(館主)로 발탁된 소귀였다.
무림에 새롭게 명함을 내민 그는 달라져 있었다.
예전에 귀곡산장에서 귀염을 받던 귀공자가 아니었다.
그는 평화유지군의 사령관을 암살하기 위해서 접근했다.
용담호수에 삼 일간이나 잠수한 상태로 은신해 있었다.
첫날은 밀집 빨대로 호흡하면서 수중을 탐색했다.
유속이 빨라서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은신처가 정해지는 순간인 지금은 아니었다.
흔적과 채취를 감추고자 귀식대법을 조심스럽게 펼쳤다.
이윽고…….
평소에도 목욕을 즐긴다는 소주가 호숫가에 등장했다.
그런데 이놈이 개차반이다.
어디서 술을 마셨는지 고주망태였다.
횡설수설하면서 주문을 외우며 제사를 지낸 다음이다.
물속으로 풍덩 뛰어들었다.
그런데 이놈이 평소처럼 몽유병이 걸린 듯싶었다.
잠자듯이 코를 드르릉 골면서 물속을 들락거렸다.
그리고 칼춤을 추었다.
소귀가 쳐다보니 백팔마귀란 도법이다.
미친놈처럼 진기를 마구잡이로 발산시키고 있었다.
“푸―하하하! 좋다. 내가 네놈을 반드시 죽일 것이다.”
취중에 검무를 추는 것은 엄밀하게 말해서 살기였다.
찰나의 순간을 기다리던 소귀였다.
그는 고도로 발달한 감지능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물길의 흐름과 공기의 진동으로 살기를 읽었다.
호위무사들이 있는가를 파악했지만 아무도 없었다.
다소 안심해 보는 소귀였다.
성공 확률을 높이려면 별수 없었다.
급습할 위치와 퇴로방향을 정했다.
어디가 안전한지를 계산까지 완벽하게 끝마친 뒤였다.
‘흐흐흐! 네놈이 예전처럼 똑같다. 지금도 술과 계집을 좋아한다더니 형편없구나. 저승부터 구경하면 염라대왕이 좋다고 반길 놈이로다.’
고슴도치처럼 몸을 도사리고 살기를 가다듬던 소귀였다.
기회를 포착하고 와락 달려드는 순간이었다.
녀석이 무형살기를 일으키기 시작했다.
천마풍도를 미친놈처럼 마구잡이로 휘둘렀다.
물속에서도 시야를 흐리게 만드는 광채가 번뜩거렸다.
그것으로 끝이 아니다.
귀청을 멀게 만드는 청명한 소리가 귓가를 울렸다.
그러더니 머리통을 억세게 흔들어 놓고 말았다.
‘허―억! 저놈이 어떻게 사자후(獅子吼)를 연성했지?’
소귀가 기겁하게 놀랐으나 호들갑을 떨진 않았다.
정신을 수습하고 공격을 감행하려 했다.
그러나 그는 벌써 눈앞에서 사라지고 없었다.
어리둥절해진 소귀가 재차 살기를 가다듬는 순간이다.
녀석이 어느새 침소에 들었다.
반갑게 맞이하는 여인의 교성이 들려왔다.
“호호호! 서방님 어서 오세요. 서두르는 것을 보니 이상합니다. 오늘은 어제보다도 힘이 많이 들었는가 봅니다.”
무희의 억양이 많이도 달라져 있었다.
멸절마후의 행동에 그녀도 뭔가를 작심한 듯싶었다.
오늘따라 무희답지 않게 아양까지 떨고 있었다.
“호호호! 한잔 마시고 속이나 푸시지요.”
“푸―하하! 좋다고, 내 그놈을 죽일 것이니 맘을 놓아요.”
녀석은 굶주림에 허덕이는 성난 사자처럼 행동했다.
표호(豹虎)를 날리면서 설치던 놈이었다.
그런데 이놈이 조용해졌다.
곧바로 구들장이 울리는 코 고는 소리가 진동했다.
소귀는 기회를 잡았다고 생각했다.
침실까지의 거리는 가깝다면 가깝고 멀다면 먼 거리였다.
두세 번의 도약으로도 놈에게 접근할 수 있을 터였다.
잠자는 놈을 죽이기는 손바닥을 뒤집는 순간보다도 쉽다.
천마의 모가지를 자르는 생각에 사로잡힌 소귀였다.
그는 추호도 망설이지 않았다.
전력을 다해서 무형신법을 전개했다.
물을 박차고 뛰어오르는 순간이다.
어디에서 나타났는지 몰랐다.
흑의 무사들이 기러기처럼 사방을 포위하며 등장했다.
‘제기랄! 등장하자마자 천라지망을 펼치다니 평범한 놈들이 아니다. 시기상으로도 공격하기에는 적당치가 않구나.’
소귀의 부리부리한 눈동자에 암울함이 깃들고 말았다.
결국엔 용담호수에 잠수한 상태로 대기에 들어갔다.
은사(銀絲)에 맺혔던 공기 방울을 흡입한 소귀였다.
황급히 용담호수의 주변을 조심스럽게 살펴보았다.
동트기 직전이라 주변은 어둡다.
하지만 강변에 등장한 대한들의 무위는 높았다.
소귀의 생각보다도 훨씬 강했다.
소리도 내지 않고 접근하는 방법은 특색이 있었다.
멀찌감치 떨어져 있으면서도 상관이 없었다.
목표지점까지 순간이동을 시도한 점이 그랬다.
허공에 정지한 다음에 살기를 안으로 갈무리했다.
거리를 넓혀가는 탐지방식도 상상외로 만만치가 않았다.
천마와 한바탕 싸움이 벌어졌다.
비명과 칼부림이 들려왔다.
번갯불에 콩 볶듯이 일차적인 접전이 끝났다.
무희의 비명이 들려왔다.
“아―악!”
무희를 붙잡고 협박과 협상이 이어지는 순간이었다.
청명한 소리가 들리는가 싶었다.
또다시 칼부림이 이어지고 있었다.
비명이 터지고 검기와 살기가 뒤섞였다.
어수선해진 틈을 타고 목표물이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첨―벙!
무형살기가 물살을 사르르 가르면서 침투해 들었다.
은신술을 사용해 소귀가 숨은 석탑 하부에 칼을 꽂았다.
소귀는 자신도 모르게 터지려는 신음을 꿀꺽 삼켰다.
행동이 얼마나 빠른지 몰랐다.
소귀는 눈으로 보고도 믿지 못했다.
애초부터 칼날이 거기에 있었다.
칼날에 목젖을 가져댄 것처럼 착각이 일어날 정도였다.
소귀는 칼끝이 목젖에 살짝 박혀서 움직이지도 못했다.
다행히 귀식대법을 펼친 상태라 정체가 드러나진 않았다.
눈알은 부릅뜨고 입은 딱 벌어진 상태 그대였다.
천마를 살펴봤다.
산발한 머릿결에 송충이처럼 굵직한 눈썹이다.
곤란한지 살짝 일그러져 있었다.
심하게 싸움했어도 힘든 기색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부리부리한 눈동자에선 광채가 번쩍거렸다.
관솔이 촘촘하게 박힌 손으로 손잡이 부분을 개방했다.
무희의 숨통을 트여주기 위해서 입에 물려주고 있었다.
그런 동작들이 일사천리로 행해지고 있었다.
여러 번에 걸쳐서 행해진 익숙한 행동처럼 보였다.
‘음―음! 잘못하면 박살이 나겠다. 이놈에게 찍소리도 내지 못하고 뒈지고 말겠구나. 억울하지만 기회를 포착해 급습해야 산다.’
속으로 씨부렁거리던 소귀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은근히 무형살기를 펼치기 시작했다.
몸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는 없었다.
그러나 그는 살수답게 물살을 이용했다.
은근슬쩍 손을 움직였다.
녀석의 사혈에 가져다 댄 것이다.
여차하면 공격할 기세였다.
이젠 피장파장인 셈이다.
목젖에 칼날이 박힌 속귀다.
살짝 힘을 주면 비명횡사할 천마였다.
소귀는 상대를 알고 천마는 상대를 모른다.
그런데도 둘을 꼼짝도 하지 못했다.
대한들은 천라지망을 형성한 상태였다.
포위망을 서서히 좁혀오고 있었다.
놈들에게 들키면 만사가 끝장날 터였다.
그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무형살기를 일으키기 시작했다.
덕분에 위기는 넘긴 상태다.
그런데 그렇게 좋아할 일만도 아니었다.
탐지거리를 넓혀가는 무형살기가 전신을 압박해 왔다.
한때나마 소귀도 연성했던 살기라서 무섭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놈을 상대로 동질의 무공을 펼칠 수는 없었다.
공격하면 물 위로 은사에 혈기가 비칠 것은 자명했다.
목젖에 상처를 입었던 소귀다.
지금까지 녀석에게 들키지 않았다.
그것은 다름이 아니다.
무명실에 내포된 공기를 흡입했기 때문이었다.
지금은 혈맥까지 손끝이 도달하지도 못했다.
오히려 흔들리는 물살에 멀어지고 있었다.
이래저래 발각당할 처지에 도달했다.
그런 순간에 녀석이 술수를 부렸다.
추적자들을 따돌리기 위해서다.
백팔마귀의 신공을 극한까지 끌어올리고 있었다.
정말 대단한 놈이 아닐 수 없었다.
덕분에 또다시 위기를 넘긴 소귀였다.
그는 들키지 않으려고 최후의 수단을 펼쳤다.
은근슬쩍 목젖에 박힌 칼날을 뽑아낸 것이다.
그렇게 위기를 모면하는 데는 성공했다.
그러나 오히려 열 배로 무거워진 몸뚱이다.
바닥까지 깊숙하게 가라앉고 말았다.
물살에 휩쓸리는 몸뚱이를 수초를 잡고 겨우 정지시켰다.
그런데 수초에 가려진 물속은 완전히 다른 세상이었다.
육상에서 바라볼 때와는 다르게 문제가 심각했다.
가늘면서도 세차게 소용돌이를 형성한 물줄기였다.
용담과 연결된 폭포가 이곳에서 시작되고 있었다.
그런 사실을 소용돌이가 증명해주고 있었다.
물론 사내들은 소용돌이를 알고 있는 눈치였다.
천라지망을 펼쳤으면서 용담을 주목하지 않았다.
하지만 수초에서 천마의 흔적을 발견하지 못한 듯싶었다.
대한들은 뒤늦게 용담을 주시하기 시작했다.
일제히 부위도강(浮僞渡江)이란 수법을 펼쳐내고 있었다.
그렇게 수면을 짓밟으면서 호수 하부로 몰려갔다.
잘됐다고 생각한 소귀가 천마를 쳐다봤다.
녀석은 무형살기를 극한으로 끌어 올린 상태였다.
칼을 은근히 휘둘렀다.
그때마다 무형살기가 물속으로 깊숙하게 침투했다.
침입자들이 다가오고 있었다.
너울거리는 파도가 수중에서도 사방으로 퍼졌다.
얇은 막이 형성된 것을 보면 수중진단이 틀림없었다.
하지만 그들은 몰랐다.
소귀가 무림의 보물인 무명실이 있다는 사실을 간과했다.
머리카락보다도 가늘면서도 고래 힘줄보다 질긴 은사다.
길이는 어림잡아 십여 장에 달한다.
수중진단법이 독특한 술법이나 바닥까지 미치지 못했다.
덕분에 시간적인 여유를 다소나마 얻었던 소귀였다.
오른쪽 팔뚝에 감긴 은사(銀絲)까지 풀었다.
물길에 살살 흘려보냈다.
수정처럼 투명하고 갈고리처럼 생긴 물체가 번뜩였다.
무림의 삼대 암기로 알려진 용골도(龍骨刀)였다.
소귀가 살수 수업을 받으면서 공들인 탓이다.
물살에 휩쓸리던 용골도가 암반에 조용히 박혀 들었다.
동시에 폭포 주변에 펼쳐졌던 천라지망이 거둬졌다.
대한들이 호수의 상부로 이동하고 있었다.
가슴까지 질타하던 살기가 옅어진 순간이다.
소귀는 다소나마 안심했다.
심하게 몰아친 소용돌이에 휩쓸리고 있었다.
몸뚱이가 바위에 부닥치는 위기를 맞이했다.
그래도 소귀는 용했다.
회돌이가 시작한 둔덕에 어렵지 않게 도착할 수 있었다.
‘후―우! 무지막지한 놈으로부터 어렵게나마 살아남았다.’
소귀가 한숨을 내쉬면서 몸서리를 쳤을 때였다.
대한들이 사라진 틈새를 이용해 위로 솟아올랐다.
천마가 사방을 경계하기 시작했다.
태생이 그런지 경계심이 유별난 놈이었다.
자신 같으면 위로 솟구쳤다면 망설이지 않았을 터였다.
감쪽같이 은신을 시도했을 것이었다.
그런데 이놈은 의심이 많았다.
사방을 경계하며 움직이지 않았다.
그런 행동에 소귀도 덩달아 움직이지 못하고 말았다.
다리에 허점이 드러났다.
소귀가 공격하려고 은사를 거둬드렸다.
찰나의 순간에 해당했다.
녀석이 귀신처럼 싹 사라지고 없었다.
절대악인
— 정원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