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evil RAW novel - Chapter 144
145화. 분노(忿怒)
도사는 흥분한 모습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삼백육십의 방위에서 모여들기 시작한 검기로 다가섰다.
“흐흐흐! 서둘러라! 백팔마귀의 무형살기를 계집에게 심어라! 내면에 잠자는 여인의 순음의 지기를 깨우도록 하라!”
도사가 돌연 대소를 터뜨리고 불기를 휘둘렀다.
차가운 기운이었다.
백팔개의 동굴에서 검기로 변해 쫙 뻗치고 있었다.
그것이 하나로 합쳐지는 순간이다.
‘끼야’ 하는 굉음이 울려 퍼졌다.
천마가 미간을 좁히고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소리로 사람의 혼을 빼놓다니 무시하지 못할 놈이로다. 그렇다고 내가 순순히 당할 놈이 아니다.’
천마가 동굴 속으로 숨어들 때였다.
신음이 정자 안에서 울려 퍼지고 있었다.
천마의 미관이 일그러졌다.
백팔개의 동굴로부터 검기가 쏟아져 내렸다.
그것이 사방으로 퍼져 눈을 교란(攪亂)시켰다.
백팔개의 형상이 모호하게 보였다.
분명히 환영에 심기를 담았음이 분명했다.
동시에 정자의 기둥이 쫙 갈라졌다.
물줄기가 허공으로 치솟는 순간이었다.
강풍이 일더니 진중의 모든 물체가 파괴되고 말았다.
파―박!
천마는 자신도 모르게 움찔거렸다.
무형살기가 전신을 감싸며 사방으로 펴지고 있었다.
동굴로부터 쏟아지던 백팔개의 검기다.
천마의 몸을 스치고 지난 다음이다.
돌연 정자에 뿌연 장막을 쳤던 진기가 걷어졌다.
하부에서 뭔가 솟아오르는 물체가 있었다.
천마가 쳐다보니 투명한 수정관이었다.
너무나 투명해서 관속이 훤히 보였다.
도사의 손짓에 따라 정자에 놓였다.
천마는 놀랐으나 곧바로 심기를 가다듬었다.
살그머니 잔상법술로 엿봤다.
수정관 속은 휘황찬란한 빛무리로 가득 차 있었다.
뽀얀 안개와 오색의 무지개가 한데 어울렸다.
쳐다보면 신비감을 더해줬다.
주먹처럼 생긴 빛은 덩어리로 뭉쳐서 빠르게 움직였다.
그러면서도 바닥에서는 샘물 솟듯이 통통 튀기도 했다.
얽힘이 일어났다.
하얀 서리가 차갑게 고드름으로 맺혀진 다음이다.
희미했지만 아련한 편이었다.
천마의 시선을 잡아끄는 물체는 뜻밖에도 초롱이었다.
완전히 나체로 변해 있었다.
그녀는 쳐다보면 볼수록 신비로움만 더해주고 있었다.
천마가 사랑했던 여인이다.
그런 여인이 수정관에서 오돌오돌 떨고 있었다.
그런데 참으로 이상한 일이었다.
알맞게 부풀러 오른 아랫배에서 서광이 비치는 것이었다.
작고 투명하게 생긴 물체였다.
천마가 조심스럽게 살펴보니 그것은 바로 아기였다.
여인은 지금 임신한 상태였다.
미약에 취해서 그런지 신음을 터뜨리며 꿈틀거렸다.
그런 모습은 너무나도 신성하게 비치고 있었다
“오―흐흐흐! 그래, 삼 년이나 걸렸다. 교주 네놈을 꺾기 위해서였다. 천 명의 여인으로부터 순음의 지기를 수인(受絪)했다. 이제 초롱이가 지닌 순음의 지기만 섭취하면 끝난다.”
도사가 주술을 외우고 있었다.
“천마교의 교주에게만 전해지는 백팔마귀의 신공이다. 이것을 연성하면 천하를 독식하게 된단 말이다.”
“…….”
도사는 음흉한 비음을 터뜨렸다.
동굴로부터 쏟아져 내리는 백팔마귀의 진기를 섭취했다.
백팔개의 일변이지만 세기는 강했다.
천마의 비기를 능가할 정도다.
위력이 뛰어난 편이었다.
음유한 기운이 뼛골을 얼리도록 차갑게 느껴졌다.
검기가 스친 자리에는 반드시 촉촉한 물방울도 맺혔다.
그렇다면 생기가 아니라 사기(邪氣)였다.
얼음이 맺히는 광경을 보면 극음(極陰)의 진기였다.
초롱의 몸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열기는 내부에서 일어나기 시작했다.
정념에 불타는지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이놈이 완전히 미쳤다.
초롱을 수정관에 넣고는 숙성까지 시키고 있었다.
여인으로부터 순음의 지기를 얻은 경험이 풍부해 보였다.
수정관에서 풍기던 흰색의 광채가 엷어졌다.
극음에 영향을 받았는지 무지개가 뭉쳐 들고 있었다.
도사는 이런 순간을 기다렸던 모양이다.
양손에 진기를 모은 듯싶었다.
핏빛으로 물든 손을 수정관에 밀어 넣었다.
여인을 쓰다듬다가 체액을 맛보면서 씨부렁거렸다.
“흐흐흐! 됐다. 천일의 연공이 끝나는 오늘이다. 백팔마귀의 살기를 연성한 나로 인해서 지배될 것이다.”
천마는 분노를 감출 수가 없었다.
관속에 초롱을 집어넣고 무슨 짓을 벌이는지 몰랐다.
백팔마귀를 운운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리고 무슨 원한이 깊은지 몰랐다.
도사의 행위는 용서받지 못할 일이었다.
천마는 입술을 곱씹었다.
동굴과 수정관이 놓인 거리와 방향을 계산해 봤다.
물론 백팔마귀의 살기가 퍼진 장소였다.
검기로 회전하고 있는 진중도 파악했다.
공격은 본능적으로 움직여야 성공할 확률이 높았다.
그러나 천마는 지금은 적어도 아니라고 판단했다.
도사가 살기를 집중시키고 있었다.
적어도 자신의 하수는 아닐 터였다.
‘음! 살기를 연성한 놈이다. 그렇다면 초장부터 강하게 밀어붙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저놈이 반격을 가할 것이 분명하다. 그렇게 되면 저놈을 죽일 수가 없다는 뜻인데…. 참으로 난감한 상황이로다.’
천마가 살기를 일으키는 순간인데 이상했다.
관속에서 초롱의 신음이 터졌다.
갑자기 자신의 주변을 감돌던 살기가 일시에 걷어졌다.
미미했지만 회전을 통해서다.
백팔마귀의 신공에 빨려들 듯이 사라져 버린 뒤였다.
감시하던 포박이 풀렸다.
천마에게서 관심이 멀어졌다는 뜻이다.
전신의 모골이 송연해지고 말았다.
천마에게는 이건 적어도 기회였다.
하지만 아직 손속을 쓰기에는 멀었다는 뜻이다.
천마풍도를 통해서 느낄 수가 있었다.
살기는 같은 종류였다.
동질의 수법이자 걸음을 멈추고 허점부터 찾아야만 했다.
‘그래, 좋다. 초장부터 박살을 내자. 백팔마귀의 무형살기를 연성했어도 한방이면 충분하다.’
천마의 성격은 단순무식하다.
생각이 길면 꿈도 사나운 법이다.
무형단기를 일으키기 무섭게 신형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투명하며 그림자도 없는 신체를 소유했다.
일부러 발자국을 쿵쿵 소리를 내면서 걸어갔다.
도사가 화들짝 놀라서 몸을 도사렸다.
“네놈은 누군데 감히 겁도 없이 이곳에 침입했느냐?”
도사가 천마의 정체를 알아보고는 손길이 바빠졌다.
갑자기 빠르게 접근하는 천마를 쳐다보다가 주저앉았다.
“푸―흐흐흐! 백팔마귀의 단천살기는 말이다. 천마교에서 천고의 절기일지는 몰라도 아직은…. 참수도법에 비하면 아직도 멀었다.”
천마의 음성에는 동정이라고는 묻어나지 않았다.
그렇게 차갑고 살벌했다.
뼈를 얼리는 듯싶은 차가운 음성이다.
도사의 얼굴이 굳어지게 만들었다.
막 순음 지기를 섭취하려고 시도하던 도사…….
그의 얼굴이 샐쭉 놀라 돌려졌다.
초롱의 몸뚱이에 붙인 손이 바들바들 떨리고 있었다.
차단된 진기로 인해서 피가 거꾸로 도는 듯싶었다.
손끝의 떨림이 전신으로 전해진 모양이다.
뼛골에서 우두둑하는 소리가 전해졌다.
그런 천마의 동태를 파악한 도사였다.
천마를 쳐다보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네놈은… 누구냐?”
도사의 홀쭉한 뺨에 놀람으로 경련이 일었다.
살기가 번뜩이는 시선이다.
의혹의 빛이 떠올라 놀람과 함께 했다.
여유가 어느새 불안으로 바뀌었다.
자신감은 몸에서부터 상실되고 말았다.
백팔마귀의 검기를 걷어 내는 수법도 남달랐다.
삼백육십의 방위에 포진된 검기도 차단했다.
버젓이 진입하는 당당한 모습에 질리는 모양새였다.
저벅저벅!
천마가 죽음의 사신인 저승사자처럼 차갑게 말했다.
“푸―흐흐흐! 네놈을 저승으로 곱게 안내할 저승사자다.”
천마는 말해 놓고 기분이 제법 좋은지 웃어보기도 했다.
“뭐…뭐라? 네놈이 저승사자라면 난 염라대왕이시다.”
도사의 차가운 시선에서 갑자기 흉광이 폭사했다.
“호―흐흐흐! 네놈이 교주의 사위임을 나는 알고 있다. 네놈이 어떻게 여기까지 진입했는지는 몰라도 말이다. 상당히 건방진 놈이로다. 그렇지 않아도 마지막 재물로, 흐흐흐! 네놈의 손에 들린 천마풍도를 접수하려 했는데 잘됐다.”
도사의 말뜻을 이해하지 못한 천마가 미관을 좁혔다.
절대악인
— 정원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