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evil RAW novel - Chapter 148
149화. 어부지리(漁父之利)
천마의 안색이 싹 변해 떨떠름한 표정을 참지 못했다.
앙상한 엉덩이 부분이다.
완전히 부서져서 가루가 됐을 터였다.
마치 자신이 당하는 일처럼 눈을 질근 감는 천마였다.
얼른 자신의 기물을 서둘러 감쌌다.
그런데 참으로 이상했다.
눈초리에 괴인의 몸이 조금 땅속으로 들어갔을 뿐이었다.
여전히 처음처럼 발이 움직이고 있었다.
상품성도 없는 기물이 달랑거리니 참으로 기가 막혔다.
입이 저절로 딱하니 벌어지고 말았다.
정말 참으로 신기한 방망이가 아닐 수 없었다.
엄청난 타격에도 아랑곳없다.
꿋꿋하게 일어선 정경이 완전히 대박이었다.
얼마나 억세고 강한지 기체까지 확 뿜어졌다.
엄청나게 굵어진 상태니 정말로 기가 막혔다.
“히히히! 형님. 참으로 대단하신 물건을 소유하셨습니다.”
천마는 이상한 장면을 보고 입을 쫙 벌리고 말았다.
세상에 보느니 처음이었다.
도대체 방망이에다가 무슨 공을 들였는지 몰랐다.
남다른 기체까지 뿜어지는지 알 수가 없었다.
얼른 자신의 기물을 만지며 괴인을 한없이 부러워했다.
“여보시오! 이상한 법술과 비결 좀 알려줄 수 없으시오?”
천마가 말하면서 얼른 그의 곁으로 가까이 다가갔다.
양발을 잡아서 뽑으려 할 때였다.
갑자기 ‘꽈―악’하는 이상한 굉음이 귓속으로 파고들었다.
괴물의 소리가 얼마나 큰지 몰랐다.
전신에 소름이 돋아날 정도로 경악스러운 소리였다.
천마가 놀라서 몸을 부르르 떨고 난 뒤였다.
편복의 주둥이 끝부분에서다.
지글대는 화염이 쏟아져 나와 사방으로 분사했다.
불길이 얼마나 성한지 몰랐다.
천마가 너무 놀라서 피할 생각도 하지 못하고 말았다.
입만 딱 벌리고 어어! 할 뿐이었다.
엄청난 불길이 천마의 몸을 스치고 지나갔다.
피하지도 못하고 화염의 덩어리에 쌓이고 말았다.
그는 펄쩍 뛰며 놀랐다.
머리털이 탔다.
정성 들여서 기르기 시작한 콧수염도 몽땅 타버렸다.
성한 불길은 금방 꺼지지도 않았다.
짙은 화염 속에 녹색의 불빛이 생성되며 타들고 있었다.
지옥의 불길처럼 보였다.
뜨거움은 말할 수 없는 고통을 안겨다 주었다.
“아이고! 이게 뭐야, 사람 살려라! 아이고 나 좀 살려라!”
천마가 악을 쓰면서 천방지축으로 날뛰며 도망쳤다.
자신도 모르게 귀영무형을 펼쳤다.
그러나…….
어떻게 됐는지 몰랐다.
그만 괴인의 가운데 다리에 걸려서 넘어져 뒹굴었다.
“으―악!”
천마가 비명을 지르고 반사적으로 퉁겨져 일어났다.
무작정 불길을 피해 달아나기 시작했다.
얼마간 그렇게 시간이 지난 뒤였다.
뭔가 이상해서 자신의 허리를 쳐다봤다.
뼈다귀 같은 발이다.
허리를 꽉 움켜잡고서 떨어지지 않았다.
천마는 너무 뜨거워도 눈치껏 봤지만 그게 뭔지 몰랐다.
날뛰다가 얼핏 눈에 띄게 되었다.
그리고 그는 봤다.
박쥐의 사촌처럼 생긴 괴인이다.
허리에 붙어서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손으로 뭔가를 가리켰다.
힐끔 지적한 부분을 쳐다봤다.
도깨비방망이에서 시퍼런 기체가 뿜어지고 있었다.
그런데 참으로 이상했다.
화상을 입은 상처가 그야말로 ‘싹’ 하고 낳아 있었다.
뜨겁지도 않았고 오히려 시원했다.
이젠 불길이 하나도 무섭지 않았다.
그러나 천마가 워낙 세차게 날뛴 탓이었다.
몸짓 때문인지 말도 하지 못하고 이리저리 흔들렸다.
땅과 바위에 부닥치고 끌리고 있었다.
꽥꽥하고 죽어가는 비명을 터뜨렸다.
정말 죽을 맛이었다.
더군다나 끊임없이 공격해 오는데 사납다.
이건 피해 낼 수 없을 정도로 무지막지한 공격이었다.
아무리 귀영무형이라고 해도 어림도 없었다.
그를 챙길 틈이 없는 게 당연했다.
입술을 악물고 죽으라고 뒹굴고 뛰었을 뿐이었다.
그래도 괴인은 떨어지지 않았다.
용하게 붙어있다는 사실이 신기할 정도였다.
“헉헉! 아이고! 형님, 헛말이 아니라 정말 대단하십니다.”
천마는 뒤늦게 안전지대로 피했다.
그런 사실을 깨닫게 되자 안심했다.
천마처럼 경공술에 공들이지 않았다면 어림도 없었다.
위기는 절망이고 노출된 허점은 싸움의 특성상 죽음이다.
무리한 반전과 역전의 기회는 한번 뿐이기에 그랬다.
목숨을 거는 것이 무인의 습성이다.
죽음을 담보로 싸우는 한에는 양보란 있을 수가 없었다.
하여튼 공격권 밖의 사각지대로 피신했을 때였다.
괴인이 훌쩍 뛰어내렸다.
그리고는 한쪽 벽으로 다가갔다.
괴물의 머리에 올라타 머리를 흔들어 보였다.
다가오지 말라는 뜻인데 잘못 알아들은 천마다.
얼른 그에게 다가갔다.
아마 자신을 오라고 부른 것으로 착각해서였다.
그런데 아니었다.
괴물의 두상에 올라탔다.
눈과 눈 사이였다.
거꾸로 매달리면서부터 천마를 외면했다.
괴물의 이마에 치솟은 녹색의 뿔이다.
두 손으로 붙잡고는 으드득 열심히 씹어 먹기 시작했다.
천마는 불길이 사라져서 한숨을 돌릴 여유가 있었다.
그가 이상한 녹각을 씹어 먹자 천마가 살며시 살펴봤다.
팔뚝보다도 굵은 녹각의 꼭지부터 씹어 먹고 있었다.
기가 찰 노릇이다.
괴인은 그것이 맛이 있다는 투다.
팔까지 흔들어 보이면서 씹어 먹기에 바빴다.
사실 녹각은 만년석균(萬年石菌)의 결정체였다.
주화입마에 약효가 뛰어났다.
특히 괴물의 녹혈은 만년석균의 진액이다.
한 방울이라도 마셨다면 환골탈태다.
비선(飛仙)이 애타게 찾아다닐 정도로 귀한 혈액이었다.
“누가 뺏어 먹소? 돼지처럼 혼자만 처먹다가 체하겠소. 우리 그러지 말고 사이좋게 나눠 먹읍시다.”
“내가 녹각을 먹으려고 백 년이나 여기서 기다렸다. 네놈이 편복을 나오게끔 도와줬기에 그나마 살려줬다. 그러니 그렇게 알고 꺼져버려라!”
“허허허! 어디를 가든지 백 년은 빼놓는 법이 없구나. 하여튼 말이오. 백이든 천년이든 맛이나 봅시다.”
천마가 가만히 쳐다보다가 슬그머니 손으로 만져봤다.
윗부분은 딱딱한데 아랫부분은 연하고 부드럽다.
“이런저런. 먹으려면 연한 부분부터 먹지요.
하필이면 딱딱한 녹각을 연신 핥기만 한단 말입니까.”
사실이 그랬다.
씹히는 것은 조금이고 핥는 것이 많았다.
마치 누가 뺏어 먹을까 두려운 모양이다.
슬며시 몸까지 돌려서 감추며 먹는데 지랄 같았다.
그런데 이상했다.
깨물고 핥는데 달콤한 향기가 피어나기 시작한 것이었다.
냄새가 얼마나 새콤한지 몰랐다.
천마는 자신도 모르게 군침을 꼴깍하고 삼키고 말았다.
괴물은 요동을 멈춰졌다.
목덜미를 비트는 순간이다.
한순간에 목이 구멍으로 쏙하고 들어갔다.
천마가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
“야! 너만 먹냐? 나도 얼마든지 먹을 수 있다!”
천마가 녹각의 밑둥지에 머리를 처박고 와드득 깨물었다.
그러자 녹색의 맑은 핏줄기가 솟아나고 있었다.
너무도 맑은 녹청색이라 신비해 보일 지경이다.
천마는 샘물처럼 솟아나는 것을 쪽쪽 대며 받아 마셨다.
향긋하면서도 달콤했다.
어떻게 보면 비릿한 감도 없지 않았다.
남다른 맛이다.
천마의 식성이 까다롭지 않기 때문에 상관없었다.
“박쥐의 피가 이렇게 맛있다니 놀랐다. 정말 맛이 좋다!”
천마가 녹색의 핏물 맛을 보더니 완전히 미쳤다.
괴물은 더욱 한층 기승을 부리면서 마구 요동을 쳤다.
녹색의 핏물은 더욱 솟구쳐 나왔다.
횡재도 이런 횡재가 없었다.
천마는 한 방울도 남기지 않았다.
배가 터지도록 마셔댄 뒤였다.
맹꽁이 같은 배를 얼싸안으며 트림하고 말았다.
괴인은 천마가 몽땅 먹은 것도 모르는 모양이었다.
녹각을 아직도 핥으며 씹고 있었다.
마치 질긴 어머니의 젖꼭지 빨듯이 그렇게 핥았다.
괴물의 머리가 구멍 안으로 숨어들자 서두르는 눈치였다.
정지한 듯이 동그마니 매달려 있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에 아래로 가볍게 떨어져 내렸다.
“쩝―쩝!”
괴인이 천마를 바라보며 ‘씩’하고 웃기까지 했다.
“형님. 그게 대체 무엇이기에 그렇게 맛있게 먹었소?”
천마가 시침을 뚝 떼며 능청스럽게 물었다.
괴인은 대답 없었다.
천마를 쳐다보며 뭐가 애타도록 좋은지 흐물흐물 웃었다.
그리고…….
천마를 느닷없이 두들겨 패기 시작했다.
손속이 얼마나 빠른지 자신과 싸웠던 괴인이 아니었다.
천마는 기습을 당한 상태였다.
대처하지 못하고 억세게 얻어터지고 말았다.
비겁하다고 소리치는데 참으로 이상한 일이었다.
처음에는 통증이 느껴졌으나 나중에는 통증이 아니었다.
오히려 시원한 느낌을 받고 있었다.
여기에 자신감을 얻은 천마다.
무형살기를 일으키며 억센 주먹으로 마주쳐나갔다.
두들기고 때리면서 얻어터졌다.
한치의 물러서는 법이 없었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지났는지 몰랐다.
때리다가 지쳐서 허덕거리는 순간이다.
괴인이 훌쩍 신형을 날렸다.
“흐흐흐! 드디어 유령마공을 완성했다. 이젠 천하에 나를 이길 놈은 하나도 없다. 이것이 전부 네놈 덕분이다. 나에게 전력으로 두들겨 줬으니 네놈을 살려주겠다.”
“제기랄! 그러니까 뭡니까? 무형살기를 이용해서 무공을 연성했단 말이오?”
“귀여운 놈! 네놈이 나에게 여자 다루는 법도 알려줬다. 그리고 녹각의 효능으로 유령마공을 완성할 수가 있었다. 이제부터 무림을 나다니면서 계집이란 계집은 물론이고 늙은이도 가리지 않고 몽땅 따먹고 다닐 것이란 말이다.”
“아이고, 저런, 참말로 큰일 났네. 무림에서 형님의 방망이를 받아줄 여인은 하나도 없소. 가랑이가 몽땅 찢어져서 죽는단 말이오. 무슨 말인지 알아들었소? 자고로 거기는 뼈가 없으니까 하는 말인데요. 그것을 작게 만들어 버리면 가능할지도 모른단 말이오.”
“아니 물건이 크면 좋은 것이 아니야. 남들은 물건이 작아서 크게 만든다고 난리다. 오히려 작게 만드는 비법이 있단 말이지? 그거 어떻게 하는지 방법을 알려줘라.”
“나는 작게 만드는 비법은 모르겠고요. 무림에 이백이면 비법을 아니까 놈을 족쳐서 알아보시오. 그리고 혹시나 해서 말해 두겠는데요. 말하지 않으면 반쯤 죽여 놔야 알려줄 겁니다.”
천마의 말이 끝나지도 않았다.
유령마공을 펼치고 있었던 괴인이다.
벌써 감쪽같이 사라지고 그림자만 남겨졌다.
“푸―하하하! 멍청하긴. 유령마공의 구결은 벌써 주먹질을 하면서 능히 깨달았다. 사람이 눈에 보이지 않으니 적수가 없음은 당연하겠지.”
천마가 중얼거리는데 희미한 영상만 보였다가 사라졌다.
절대악인
— 정원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