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evil RAW novel - Chapter 15
16화. 화개장터의 곡주,
“잘못했습니다. 황금 십만으로 배상할 테니 용서하세요.”
마루는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아버지가 자신을 구하려고 공력을 소모한 일도 몰랐다.
그저 살려고 머리까지 조아리며 빌고 있을 뿐이었다.
마광은 아들의 그런 모습을 바라보았다.
소모된 내공만큼 가슴이 갈기갈기 찢어지는 순간이었다.
도망쳤던 천마가 등장했다.
운기조식을 취하는 마광의 등으로 귀신처럼 달려들었다.
오랏줄로 모가지를 걸고는 잡아당기기 시작했다.
마광의 눈동자가 왕방울처럼 부릅떠지고 말았다.
“커―억!”
천마가 오랏줄을 더욱 세차게 당겼다.
무릎을 목덜미에 대고서였다.
죽을힘을 다해서 당겼다.
마광의 목에선 시퍼런 힘줄이 불거졌다.
캑캑거리면서 발버둥 치는 마광…….
손가락을 튕기자 시퍼런 기체가 쭉 뻗어 나왔다.
천마의 얼굴을 훑었다.
그러나 내공 소모가 극심해서 위력이 약했다.
그저 천마의 얼굴이 옆으로 돌아갔을 뿐이었다.
“이런, 우라질!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했구나.”
천마는 그런 순간에도 손을 놓지 않았다.
이렇게 되자 마광의 얼굴이 시뻘겋게 변하기 시작했다.
혈액이 몰려들고 눈알은 튀어나올 정도로 불거졌다.
벌어진 입에서 혓바닥이 슬금슬금 나왔다.
목덜미는 조여드는 오랏줄에 핏빛이 비치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동안 씨름이 이어지는 가운데였다.
마광의 몸이 서서히 떨리기 시작했다.
“아들의 잘못은 아비의 민낯이란 말이다. 네놈의 아들이 뭐가 잘났다고 부하들을 시켜서 살인까지 저질렀는지 몰라도 말이다. 일단 나한테 걸렸으니 한번 죽어보란 말이다.”
마광이 뒤늦게 정신을 차렸지만 아차 싶었다.
설마하니 기습을 받을 줄은 예상도 하지 못했다.
아들을 구하려는 마음에 경계심을 허문 점이 잘못이었다.
뒤늦게 경각심을 가졌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목이 졸리면서 눈앞이 캄캄해지기 시작했다.
호흡은 얼마든지 참을 수가 있었다.
하지만 목이 조이는 상태라면 얘기가 달랐다.
머리로 피가 통하지 않았다.
금방 신경에 이상이 발생하면서 사지가 늘어지고 말았다.
“커―억!”
마광이라면 그래도 무림에서 알아주는 절정고수다.
목이 조이고 의식이 가물거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한 줌의 진기를 단전에 저장한 상태였다.
목이 잘리지 않는 한에는 절대로 죽지는 않을 터였다.
문제는 목을 조이는 오랏줄이다.
천마는 오랏줄을 풀어주지 않았다.
오히려 기둥에 매달았다.
사지를 포박했다는 점에 문제점이 있었다.
더군다나 툭툭하고 전신의 혈도를 눌렀다.
뜻밖에도 분근착골이라는 희대의 악랄한 수법이었다.
무림에서 천마가 평소에 즐겨 사용했다는 수법이었다.
그것이 재현되고 있었다.
힘의 균형이 맞지 않아 어설펐으나 위력은 대단했다.
“아이고. 개망나니 아들놈 때문에 화개장터가 망했구나.”
* * *
보름달이 휘영청 떠오른 수림(樹林)이다.
화개장터의 둘째인 마초(馬草)가 갑자기 등장했다.
무림의 삼대병장기로 알려진 반월대도를 꺼냈다.
달빛 아래서 칼날이 시퍼렇게 비칠 때까지 갈아댔다.
스르르…치적…스르르…치적―!
마초가 갈아댄 도끼날이 얼마나 예리한지 몰랐다.
달빛을 받은 칼날은 새파랗게 변해서 검붉게 비쳤다.
누군가가 살짝 만지기만 해도 피가 묻어날 지경이다.
그렇게 두려움을 줄만도 한데 그는 그런 사실도 몰랐다.
독살스럽게 칼날만을 열심히 바윗돌에 갈아댈 뿐이었다.
“제기랄! 도대체 어디로 가야만 소주란 놈을 잡아서 복수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마초는 말을 하다가 화가 치솟는 모양이었다.
“소곡주를 병신으로 만들어 좋다만 마초인 내가 형님을 대신해 네놈만 죽인다면 가문의 대를 이을 수 있다.”
마초의 굵직한 눈썹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일순간 어둠을 직시하며 새파란 불꽃이 튀는 순간이다.
그는 그곳에 있지 않았다.
백 장 밖의 청솔나무 아래에 도착했다.
거기서 중년의 도사와 앳된 계집이 한참 붙어서 가슴앓이를 하듯 힘겹게 신음을 토해내고 있었다.
“이런 제기랄! 어딜 가든지 저런 놈들 때문에 싫다니까.”
마초는 중년 도사의 등덜미를 발로 짓밟아 버렸다.
“커―억!”
중년 도사가 뻗어버리자 원래의 자리로 되돌아왔다.
그리고…….
달빛을 마주하고 절벽으로 다가오는 사내를 발견했다.
짐승처럼 긴장했던 표정이 모처럼 활짝 펴지고 있었다.
“흐흐! 드디어 네놈이 나타났구나. 마초가 네놈을 저승길로 보내주겠다. 목을 길게 늘어뜨리고 기다리란 말이다.”
달빛에 신형을 드러낸 자는 천마였다.
그는 이상하게 전신을 조여오는 살기에 멈칫했다.
하지만 걸음을 멈추진 않았다.
그는 뼛골에 심었던 잔상법술이란 수법을 펼쳤다.
수풀이 우거진 바윗돌이다.
시퍼렇게 보이는 칼날이 보였다.
천마는 수림의 그림자에 초점을 맞추었다.
안개가 피어오르는 골짜기…….
―뭔가가 좋지 않다.
천마가 좋지 않다는 느낌을 마초도 똑같이 느꼈다.
그는 반월대도를 눈높이까지 뽑아 들었다.
내기를 다스리며 보름달을 향해 미동도 없이 서 있었다.
그는 무인으로서 한창 꽃필 나이였다.
지금 아주 중요한 고비를 맞이하고 있었다.
반월대도의 마지막 초식인 반월비천(半月飛天)이다.
필살의 비법을 연성하기를 무려 십 년이나 되었다.
이제 꿈에서 그리던 수법이 대성 직전에 다가온 상태다.
단전의 진기를 반월대도를 통해 뿜어내면 되었다.
그런데 갑자기 도에서 미미한 떨림이 감지되었다.
그것이 모골을 곤두서게 만들고 있었다.
―이상한 일이로군.
야수처럼 넘쳐나는 살기를 감추지 못했던 마초였다.
신체에서 일어난 작은 변화를 감지하는 순간부터였다.
고개를 갸웃거려야만 했다.
반월대도를 뽑아 들었을 때부터 시작된 떨림이었다.
대도에 살짝 얼어붙은 서리처럼 익숙지 않은 살기였다.
마초의 몸이 한순간 비호처럼 날았다.
손에 들린 반월대도에서 살기가 십 장이나 뻗쳤다.
전력을 다한 듯싶었다.
십 년이나 갈고 닦은 수법이 여지없이 드러났다.
도에서 폭풍처럼 일어난 회오리가 요동쳤다.
천마의 모가지를 뎅강 잘라버리고 말았다.
스―척!
그런데 참으로 이상한 일이 발생했다.
분명히 상대의 모가지를 잘랐다.
그런데 그는 그림자처럼 사라지고 없었다.
그가 섰던 자리에는 허수아비가 흔들리고 있을 뿐이었다.
어리둥절해진 마초는 어이가 없어서 웃는 순간이었다.
갑자기 계곡 너머 음지쪽에 해당한다.
수림을 가로지르며 번개처럼 달려오는 그림자가 있었다.
마초의 눈길에 어렵지 않게 잡혀 들었다.
‘이형환위(異形換位)에 공간이동이라니…….’
마초의 안색이 창백하게 변하고 말았다.
신법이 얼마나 빠른지 몰랐다.
바람결에 휘날리는 백발을 봤다고 생각했을 뿐이었다.
그런데 벌써 눈길에서 벗어나고 있었다.
마초는 별수 없었다.
반월대도를 횡으로 내려그었다.
공격은 십 장이나 차단막을 형성할 정도로 강했다.
아주 위력적인 도법이었다.
그런데도 침입자는 속도를 전혀 늦추지 않았다.
오히려 달려오던 모습 그대로 반월대도와 부닥쳤다.
꽈―직!
마초는 눈앞이 캄캄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그는 앞으로 쿵 넘어지고 말았다.
그렇게 충격이 바닥에 전해지는 순간이다.
천마가 땅바닥에서 불쑥 등장했다.
백발무희를 향해서 투덜거리듯이 말했다.
“이렇게 도와주지 않아도 능히 물리칠 수가 있었다.”
“은공께선 소녀의 목숨을 살려 주셨습니다.”
“바쁜 사람이라고 말하지 않았더냐.”
백발무희의 눈동자가 회까닥 뒤집히며 백치로 변했다.
“은공의 뒤를 쫓던 다섯 놈도 처리했습니다.”
“고맙다. 그런데 그놈들을 죽이지 않았다면 말이다. 혹시 화개장터로 옮겨야 하는데 도와주겠느냐?”
“은공을 죽이려고 독을 살포한 놈들을 무엇 하러……?”
백발무희가 휭하니 사라지자 천마가 중얼거렸다.
“그놈들의 목에 황금 십만 냥이 걸렸는데……·!”
천마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백발무희가 재차 등장했다.
“지금 황금 십만 냥이라고 하셨나요?”
“그렇다. 특히 이놈의 모가지는 비싼 편이다.”
“마차를 구해 올 테니 놈들을 한군데로 모아 주세요.”
백발무희는 말이 끝나기 무섭다.
그림자도 남기지 않고 사라졌다.
그런 모습을 보게 된 천마는 속으로 투덜거렸다.
‘제기랄! 성깔을 보면 앞날이 정말로 순탄치 않겠어.’
천마는 초롱을 생각하는지 보름달을 쳐다보고 있었다.
* * *
화개장터의 터주에게는 다섯의 아들이 있었다.
첫째인 마루를 비롯하여 마초와 마기, 마성, 마도다.
그들 모두는 성질이 지랄 같다.
혈기가 왕성해서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
무공도 절정고수의 초입에 도달할 정도로 높았다.
무림에서 마림오자(馬林五子)란 이름으로 명성을 날렸다.
그런 그들에게 아버지와 마루의 모습은 충격적이었다.
병신이 되어 들것에 실려서 돌아왔다.
그들의 눈깔들이 순식간에 뒤집히고 말았다.
복수한답시고 모두가 한꺼번에 우르르 몰려 나갔다.
그리고 새벽녘이 되어서 돌아왔다.
그런데…….
그들 모두가 죽어갈 정도로 중상을 입은 상태였다.
그러자 화개장터가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목이 졸려서 죽었다가 살아난 마광의 안색이 변했다.
접객을 담당하는 원도(元刀)와 내전을 총괄하는 마영신도 자수(慈壽)도 눈동자가 커졌다.
총관으로 재직하는 철검신도인 부사(父師)도 놀랐다.
모두가 소스라치게 놀라서 어쩔 줄을 몰랐다.
사실 그들은 화개장터가 자랑하는 만화삼도(萬花三刀)라고 불리는 무사들이었다.
그런데 그들은 새벽부터 찾아온 사내에게 놀라고 말았다.
십만 냥을 내놓으라는 천마와 백발의 여인을 쳐다봤다.
“그러니까 네놈은 귀곡산장의 장자인 소주란 말이지?”
“그렇다. 내가 손해배상을 받으려고 왔다.”
“일만에다가 이자까지 합해 십만을 물어내란 말이지?”
“그렇다. 사내가 약속하면 지키는 것이 도리란 도리다.”
“흥? 누가 그런 약속을 했는지는 모르지만 말이다. 그만한 돈도 없지만 내가 싫다면 그땐 어쩔 것인지 궁금하다.”
“화개장터의 간판을 내리고 봉문(封門)을 해야 하겠지.”
“하하하! 뭐라 방금 간판을 내리고 봉문이라고 했느냐?”
“그렇다.”
“네놈의 아비가 와도 그런 말을 주어 삼키지 못한다.”
“흥? 자신 있다면 덤비거라!”
“감히 네놈 따위가 그것도 무공을 연성하지 못한 파락호가 협박하다니 그리고도 네놈이 살아남을 성싶다더냐?”
“흥? 네놈이 총관인 부사인 모양인데 네놈이 끼어들 자리가 아니니 빠져라. 그리고 곡주인 마광. 난 당신이 이미 주화입마에 빠져서 죽어간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천마의 말에 마광이 놀라는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절대악인
— 정원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