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evil RAW novel - Chapter 164
165화. 군주(軍主)
천마가 원주의 말에 머리를 치켜들며 살기를 숨겼다.
문득 백마일도 배용만의 말이 떠올랐다.
“험험! 원주께서 이놈의 소원을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천마의 말에 원주가 활짝 웃으며 머리를 끄덕였다.
“이놈이 몇몇 친한 친구를 사귀게 되었소이다. 불행하게 하나도 통과하지 못하였지요. 사사로이 호위무사와 비녀를 골라서 쓰고 싶습니다. 금위군을 이끌고 싶으니 허락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천마의 걸걸한 음성에 원주가 말했다.
“허허! 이십 년과 상황이 똑같군! 그때도 소원을 들어준 적이 있었다. 그러니 오늘도 그대의 소원을 들어주겠다.”
“감사합니다. 신명을 받쳐 천마교를 위해 일하겠습니다.”
천마가 인사하고 일어서는데 나서는 자가 없었다.
“음―음!”
천마가 품속에서 용형검을 뽑아 들었다.
백마일도 배용만이 앞으로 나서며 일제히 절을 올렸다.
천마가 배용만을 주시하자 눈짓으로 장내를 가리켰다.
천마가 머리를 끄덕인 다음에 단상 밑으로 걸어갔다.
무형신검을 뒤흔들어 대며 군중 사이로 지나갈 때였다.
누군가가 그의 소매를 잡았다.
천마가 머리를 갸우뚱거리며 쳐다보니 털보 사내였다.
친하게 보이려고 했는지 기대에 찬 눈으로 씩 웃었다.
박속처럼 새하얀 치아가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다.
“호호! 아니 허허! 군주에 등극하심을 우선 축하합니다.”
은근한 눈길에 간곡한 청탁을 해오고 있었다.
그런데 그의 옆에 있던 사내들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그의 발밑에 무릎 꿇고 절까지 했다.
천마가 그들의 가슴을 보니 혈화가 없었다.
이들을 뽑을까 해서 우연히 배용만을 쳐다봤다.
그가 머리를 흔들어 부정하고 있었다.
“제기랄. 어디에 처박혀 있는지 알 수가 있어야지?”
천마가 속으로 투덜거리다가 털보 녀석을 쳐다봤다.
녀석이 두 눈에 간절하게 소망을 담고 있었다.
―에라. 모르겠다.
용형검을 들어서 털보 녀석을 지적했다.
“명하노니, 그대는 금위군의 용사로 등용하라.”
말이 채 끝내지도 않았다.
털보 사내와 같이 엎드린 녀석들도 좋아하고 있었다.
배용만이 자신의 목을 긋는 흉내를 내고 있었다.
‘알았다, 알았어! 내 선출하지 않으면 될 것 아니야!’
천마가 용형검을 회수하고 슬그머니 돌아섰다.
그러자 털보 사내가 그의 바지춤을 붙잡았다.
“나를 뽑지 않으면 너는 내 손에 죽을 것이다.”
천마가 여인의 협박에 고개를 돌렸다가 다시 쳐다봤다.
잔상법술에 모습이 보이는데 여인이었다.
그리고 은은한 살기가 가슴을 저미고 있었다.
‘이건 무형살기다. 혹시……?’
천마가 이상한 생각에 여인을 훑는 순간이다.
“군주. 우리를 수하로 삼으면 도움을 받게 될 것입니다.”
금천공주가 애원의 눈빛을 띠었다.
천마가 모른 척 소리치고 있었다.
“용형검으로 내 그대에게 필시 등용을 명하니 따르시오!”
혈화를 가슴에 고수가 그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금천공주와 사내로 변장한 녀석이 좋다고 절까지 했다.
세상에 지위가 좋다.
천마교의 자존심 덩어리인 오대 마녀였다.
그녀들이 천마를 향해 머리를 숙이다니 참으로 묘했다.
‘히히! 이놈아! 넌 오늘 봉 잡은 줄 알아라.’
그녀가 중얼거리고 쳐다봤다.
자신들 앞이다.
세 명의 남루한 고수들이 머리를 조아리고 있었다.
“아니, 이 개자식을 봤나. 우리가 머리까지 조아리며 애원하고 있단 말이야. 그런데 엉뚱한 녀석들을 선출하다니, 이놈을 그냥?”
음성이 조금 높았다.
주위에 있던 낭인 무사들이 전부 듣게 되었다.
천마는 어기적대며 세 명을 데리고 갔다.
금천 공주가 발딱 일어서서 그의 뒤를 따랐다.
나머지 네 명도 눈길을 맞추며 분노를 삯이고 있었다.
천마가 한 명을 선출한 다음에 다른 놈을 보게 되었다.
팔달로에서 천마에게 침을 뱉었던 바로 그놈이었다.
재수가 없어서 슬그머니 얼굴을 돌리다가 딱 멈췄다.
녀석이 가슴에 혈화를 꽂고 있었다.
‘아이고, 재수 없어라! 하필이면 저놈이란 말인가.’
생각과는 달리 용사검이 들려지고 있었다.
녀석이 놀라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었다.
“흥? 따르고 싶으면 따르고 그렇지 않으면 꺼져버려라.”
천마가 냉기가 나도록 돌아서서 걸음을 빨리해 갔다.
저만큼 또 한 놈이 눈에 보였다.
천수도에게 은밀한 밀정을 받은 가영신사였다.
묘한 생긴 놈이다.
어디서 혈화를 구한 것인지는 몰랐다.
가슴에 버젓이 달고 매만지며 일부러 보여주기까지 했다.
당황한 그에게 모두의 시선이 모였다.
손가락 끝으로 자신의 코끝을 가리키며 피식 웃었다.
싫다고 머리를 흔들어 보였다.
“흥! 네놈은 용형검의 명을 받아들이거라.”
털보 사내가 싸늘하게 소리치고 있었다.
천마가 그의 말을 듣고 흠칫 놀라고 말았다.
그들이 등용에 상관없이 따라왔기 때문이었다.
그것도 하나가 아니라 패거리였다.
네 명이 따라왔다.
녀석의 거부에 대한 반항심까지 보여주고 있었다.
가영신사가 주춤거리며 뒤로 물러섰다.
그 뒤에 한 명의 노파가 서 있었다.
귀영로에서 유모차를 끌던 노파였다.
곱게 단장하고 화장까지 해서 몰라보게 변해 있었다.
특수한 감각에 천마는 그녀의 존재를 금방 눈치 차렸다.
그런데 그녀의 가슴에도 혈화가 꽂혀 있었다.
‘아이고! 귀신같은 노파도 수하로 거둬야 한단 말인가.’
유모차의 어린 해골을 떠올리자 아직도 소름이 끼쳐왔다.
천마가 돌아서려는데 가영신사가 무릎을 꿇고 승복했다.
“좋소. 내 명령에 따르리다.”
용형검이 내려지지 않고 계속 들려져 있었다.
“내 따른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퉁명스러운 말과 자세가 여간 거만한 것이 아니었다.
그의 뒤에 길게 늘어진 가죽 포대가 흔들리고 있었다.
“히히히! 늙은이도 그대의 명에 복종하기로 하지요.”
노파가 승낙하자 가영신사는 머쓱해서 뒤로 물러섰다.
천마가 대충 계산해보니 아홉 명이나 뽑은 셈이었다.
나머지 한 놈은 어디에 숨었는지 눈에 띄질 않았다.
이제 한 바퀴를 다 돌아서 단상 앞으로 나선 상태였다.
장로들과 원로들의 표정들이 험악하게 일그러져 있었다.
금위군의 창설대회가 아니면 어림도 없을 기세였다.
한바탕 싸움이 벌어졌을 일이었다.
모두 고개를 돌리거나 하늘을 쳐다봤다.
이제 막 떠오르기 시작한 저녁별들을 쳐다보고 있었다.
천마가 뜨끔하여 그만둘까를 생각했다.
배용만을 찾다가 혈화를 보게 되었다.
원주는 천마가 다가오자 참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자, 이제 됐느냐? 비검각도 둘러봐야 한다. 연회도 베풀려면 시각이 너무 촉박하다. 다 골랐으면 이제 호패를 내리고 끝내도록 하겠다.”
원주가 짜증스러운 표정으로 나왔다.
그도 별수 없었다.
배용만이 한 사람을 더 고르라고 눈짓을 보내고 있었다.
‘저런. 망할 놈의 자식! 넌 눈도 없냐?’
천마가 배용만의 눈짓을 모른 척했다.
원주를 향해 정중하게 읍을 해 보였다.
“원주의 성지를 받으며 여기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배용만이 한숨을 쉬며 눈짓을 단상을 가리키고 있었다.
천마가 쳐다보니 웬 거지꼴을 한 늙은이가 보였다.
배용만이 머리를 끄덕이고 있었다.
그런데 그 늙은이는 혈화가 없었다.
너무 늙어서 마음에 들지 않았다.
청풍명월에서 따라다니던 귀찮은 늙은이였다.
재수가 없어서 한참을 망설이고 있었다.
그 늙은이 뒤로 눈을 번쩍 뜨게 만드는 젊은이가 보였다.
‘으―흥? 저건 초롱이다.’
천마가 찾던 초롱이 단상 밑에 있었다.
“아니 초롱형이 아니시오? 어서 이리로 올라오시오!”
천마가 후닥닥 뛰어 내려가 초롱의 손을 정답게 잡았다.
초롱은 수줍게 그러나 당당하게 천마에게 인사를 올렸다.
“이들에게 호패를 주고 비검각에 들도록 허락을 하마.”
백마일도 배용만을 시작으로 호패가 주어졌다.
그런데 문제는 털보 사내로 변장한 금천공주 일행이다.
이들 다섯 명의 사내들이 천마에게 항의했다.
“군주! 우리도 용형검의 수하이니 등용시켰으면 합니다.”
천마가 곤란한 처지가 되고 말았다.
“저어! 그게 험험!”
천마가 어려움을 겪자 원주가 처지를 알고 끼어들었다.
“허허! 그렇다면 너희들 중에 단 한 사람만 허락하겠다.”
하나의 호패를 두고 치열한 경쟁이 절어지게 되었다.
그녀들은 부친과 스승님이 있어서 눈치껏 경쟁했다.
비영일자 천지가 호패 증정식에 얌체처럼 끼어들었다.
돌연 비천도 배다리가 눈빛을 빛내며 쳐다보게 되었다.
그녀가 사용한 신법을 보고 눈치 차린 것이다.
원주에게 전음으로 알려 그녀를 건너뛰게 되었다.
“허허! 너희들은 조금 뒤로 물러서 있어라.”
원주도 금천공주를 찾아낸 듯 그렇게 소리쳤다.
‘호호! 미친년. 약사 빠르게 움직였지만 어림도 없다.’
금천공주가 전음으로 그녀의 신분을 밝혔다.
천지는 호패가 자신을 건너뛰자 눈치챈 모양이었다.
‘흥? 망할 년들! 못 먹는 감 찔러나 본다 이거지.’
그녀도 지고는 못 참는 성미였다.
공주의 신분을 고했다.
원주가 당황해하면서 뒤로 물러서라고 말했다.
‘아니, 이런 못된 것들이 망측한 장난질이란 말인가!’
천마는 그런 사실을 꿰고 있었다.
천마가 호패를 받아드는데 실수로 떨어뜨리고 말았다.
호패가 데굴데굴 굴러서 늙은이 앞으로 굴러갔다.
원주가 옳지 싶었던지 얼른 호패를 하사해 버렸다.
“하하! 차라리 그대에게 호패를 하사하겠다.”
배용만이 안도하는 모습이지만 천마는 아니었다.
늙은이를 삐딱하게 쳐다보며 금방 울상이었다.
“원주, 감사합니다.”
늙은이가 사양하지 않고 호패를 받았다.
“늙은이는 무명노인이라 합니다. 군주께서 저를 청소부로 써주시면 합니다. 언제까지 마르고 닳도록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이윽고 금위군의 창설대회는 그렇게 막을 내리게 되었다.
* * *
정말 요놈의 소피는 왜 자꾸만 마려운지 몰랐다.
눈치 보고 얼른 싸버렸다.
원로회의에 참석해서 술을 진탕 마셨다.
오늘은 장로회에 이끌려가서 거의 강제로 술을 마셔댔다.
정말 취할 만도 했다.
순회 내공을 펼치지 않는 천마였다.
정말 코가 삐뚤어질 지경이었다.
뒤쫓는 사람들을 뒤로하고 무작정 올라온 곳이 성곽이다.
위에서 내려다보니 까마득했다.
자신을 찾아 나온 사람들이 가물가물 깨알처럼 보였다.
누군지도 모르는 놈들이지만 아무튼 많았다.
사람들을 일일이 세어보자니 눈앞이 깜깜하고 어지럽다.
세상이 다 흔들릴 지경이었다.
소피가 마려워 창문을 열고 갈겨대기 시작하는 순간이다.
누군가가 그의 팔을 척 걸쳤다.
“누…누구?”
게슴츠레한 눈길로 살펴보니 바로 수은자영 초고였다.
“군주. 여기서 소피를 보시면 큰일 납니다. 연회에 참석한 금위군의 머리에다가 보시는 겁니다. 제가 안내해 드릴 테니 저를 따라오십시오!”
이미 한참 갈겨대는 판이었다.
그녀의 말에 천마가 게슴츠레 눈을 떴다.
그렇다고 오줌 줄기가 멈출 리가 없었다.
그런데 공교롭다.
절대악인
— 정원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