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evil RAW novel - Chapter 169
170화. 칠성검관(七星劍館)
세 번째 관통은 단검의 종류가 진열된 검각(劍閣)이었다.
검의 종류가 너무나 많아 박물관(博物館) 같은 곳이었다.
혈마탄자가 자신의 독특한 방법으로 관리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오늘이었다.
중앙 집무실의 문이 열리면서 천마가 들어섰다.
그는 혈마탄자가 이곳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과거의 전적이 비검각의 출신이기 때문이었다.
“혈마탄자 내가 왔으니 정체를 드러내라.”
천마가 혈마탄자를 찾으려고 눈알을 부라렸다.
복수하기 위해서다.
자신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입혔던 놈의 과거가 궁금했다.
자신의 기억대로라면 이곳에서 비술을 연성했을 터였다.
그놈은 싸움에서 졌기에 복수의 칼날을 갈았었다.
그래서다.
천마는 이곳을 찾아서 아예 싹부터 자르고 싶었다.
사실 그는 검에 대해서 특별한 관심이 없었다.
아침에 도착하여 겨우 군주로서의 대우를 받게 되었다.
군율은 상당했다.
일제히 경례하고 충성 맹세 받았다.
혈서와 각서를 받고 군주로서 그들 앞에서 당당했다.
유령인 일도와 인사를 나눈 천마는 한가했다.
오동이 찾고 있는 벽사신검을 찾으려고 비검각에 들었다.
그리고…….
그는 보았다.
귀신 대가리처럼 생겨 처먹은 녀석이다.
자신이 알고 있던 혈마탄자와는 많이도 달랐다.
원형의 나팔관에 둘러싸여 천마를 쳐다만 보고 있었다.
“그대가 누구신지는 모르지만 다른 객실로 가보시오.”
천마는 그의 냉랭한 말투에 우선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하지만 자신이 물러서야 할 이유가 없었다.
아무리 기습에 능해도 지금은 아니었다.
천마는 망설이지 않았다.
금패를 요란하게 흔들어 보이며 안으로 들어섰다.
혈마탄자의 눈길은 그때야 약간 달라졌지만 그대로다.
당황하거나 인사도 하지 않았다.
싸늘한 표정 그대로 냉랭하게 코웃음이 쳐졌다.
천마는 그의 행동을 보고 약간 놀랐다.
금패만 보이면 모두가 놀라서 인사를 하기에 바빴다.
그런데 이 귀신같은 늙은이는 달랐다.
코웃음을 치면서 고개를 돌려버렸다.
“그대가 혈마탄자면 오늘 죽어야 하겠다.”
천마가 말문을 트고 껄떡대며 안으로 들어선다.
혈마탄자가 손을 휘젓자 문이 소리 없이 닫혔다.
한자나 될 정도의 무거운 돌문이었다.
소리 없이 닫히자 완전히 외부와 차단이 된듯싶었다.
실내가 조용해져 고요가 묻어났다.
혈마탄자가 움찔거렸다.
천마의 눈에서 횃불처럼 살기가 진동했기에 그랬다.
침묵이 흘렀다.
심장 소리도 들을 수 있을 정도로 고요했다.
그런데 참으로 이상한 일이 발생했다.
문이 닫히는 순간에 일이 벌어졌다.
특이하게도 벽에서 몇 개의 그림이 나타난 것이었다.
천마는 무덤덤한데 반응은 혈마탄자로부터 나타났다.
“칠곡노자(七谷老子)의 칠성검관(七星劍館)이셨군요!”
혈마탄자의 몸이 떠오르면서 천마의 앞에 내려섰다.
냉혹한 눈빛이 창망히 출렁거렸다.
천마가 깜짝 놀라 뒤로 물러섰다.
“그랬군. 자네가 칠곡노자의 무공을 연성했었군.”
천마는 그때야 무형신검이 떨리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떨림은 알지 못하는 뭔가에 대한 반응이었다.
천마는 자신도 모르게 검을 뽑자 그가 놀라 소리쳤다.
“앗! 어서 검을 뽑아서 저쪽 벽화에 들어서시오.”
천마가 눈을 부리고 있었다.
“준비가 끝났으니까 덤비란 말이다.”
혈마탄자는 천마의 말을 이해할 수 없는 표정이었다.
“칠성검관께선 나를 죽이려고 오셨소?”
“그렇다.”
“이유는?”
“네가 훗날에 나를 죽이려 들었기에 죽이려는 것이다.”
혈마탄자가 피식 웃었다.
“소관이 칠성검관을 죽이려 들었단 말이지요?”
“그렇다.”
“그렇다면 그렇게 만들지 않으면 될 것이 아니겠소?”
“…….”
“그건 나중에 처리하고 서둘러 저곳에 들어가시오.”
혈마탄자가 벽면을 가리키고 있었다.
천마가 쳐다봤다.
벽면에 어깨에 검을 걸친 노인의 그림만 있을 뿐이었다.
어디에도 들어갈 빈자리가 없었다.
“이런! 그러다 기회가 사라질 것이오. 어서 들어가시오.”
혈마탄자의 눈이 짐승처럼 사납게 변해가고 있었다.
지금도 잊을 수 없는 눈빛이었다.
기습을 가하고 대소를 터뜨리며 지었던 살기였다.
천마는 놀라서 몸을 부르르 떨었다.
묘하게도 무섭게 느껴지니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천마가 무섭고 사나운 눈길은 처음 대하는 것이었다.
팔달로의 유모차를 끌던 노파의 눈길보다 사납고 무섭다.
천마는 저놈이 예전처럼 만만치 않다고 생각했다.
“어떻게! 어디로 들어가란 말이냐?”
천마의 용기는 어느새 호기심으로 바뀌고 있었다.
“저기! 저 벽으로 들어가란 말이오.”
노인의 손이 벽을 가리키고 있었다.
“뭐라? 나더러 그림으로 들어가란 말이지…?”
“그렇소이다.”
그의 손길을 따라서 벽을 쳐다보니 그림이 눈에 익었다.
어정쩡한 자세였다.
엉덩이를 뒤로 빼고 팔자걸음의 품새였다.
유골을 걷어주고 단지 속에서 보았던 자세와 똑같았다.
“어어! 저건 호시우행?”
천마의 말이 끝나지도 않았다.
혈마탄자가 짐승처럼 달려들었다.
“개자식 죽고 싶어서 환장했구나.”
천마의 몸을 끌어당겼다가 그대로 벽으로 던졌다.
쿵!
진동하는 소리가 났다.
천마의 몸이 그대로 벽에 박혀 버렸다.
“어이쿠!”
천마가 그림의 형상과 똑같은 자세로 벽에 붙게 되었다.
그때였다.
우르릉!
기관이 돌아가는 소리가 들리는 듯싶었다.
천정에서 투명한 막이 내려왔다.
천마를 꼼작도 하지 못하게 가뒀다.
이어서 뿌연 기체가 천마의 몸을 휘감아 버렸다.
이것이 얼마나 뜨거운지 몰랐다.
벽이 지글대며 들끓기 시작했다.
천마는 입술이 비틀리고 있었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똑같구나!”
허둥거렸다.
이제 죽었다는 생각에 몸부림을 쳤다.
벽이 무너질 듯이 요동쳤다.
투명한 벽으로 이뤄진 밖에서다.
혈마탄자가 호시우행의 자세를 취하며 소리치고 있었다.
천마는 자신도 모르게 호시우행의 자세를 취했다.
혈마탄자가 뭐라고 중얼거리며 손짓했다.
무슨 수신호 같은데 천마는 뭘 뜻하는지 알 수 없었다.
다만 느끼는 것이 있다면 숨을 쉴 수 없다는 점이었다.
뿌연 기체가 입을 통해서 들어갔다.
너무 뜨겁고 견디기 어려울 지경이다.
캑캑!
전신이 타들 듯이 뜨거워 견딜 재간이 없었다.
겨우 어떻게 해서 한 모금의 숨결을 들이켰다.
그런데 문제는 다음이었다.
그렇게 넘쳐나던 진기가 싹 사라지고 없었다.
그래서다.
그냥 발버둥을 쳤다.
투명막을 향해서 몸을 부딪치며 악을 쓰기도 했다.
그러나…….
천마의 저항은 거기까지였다.
시간이 지나자 그의 몸이 퉁퉁 부어올랐다.
완전히 뚱보처럼 변했다.
허리와 엉덩이와 팔다리가 부풀어 올랐다.
맹꽁이처럼 몸뚱이가 팽팽해졌을 무렵이다.
단전에서 원체가 확산이 되면서 단전이 들끓기 시작했다.
저절로 입이 딱 벌어지고 말았다.
맑고 빛나는 기체가 그의 호흡과 섞여서 들락거렸다.
그의 몸이 두둥실 떠올랐다.
거꾸로 몸이 뒤 짚이기도 했다.
눈은 터질 듯이 떠진 상태였다.
코와 눈에서 흰 기체가 무럭무럭 새어 나오기도 하였다.
혈마탄자가 그런 모습을 목격하고 입을 벌리고 말았다.
“어어! 저건!”
그도 처음 대하는 모습이었다.
흰색의 기체가 형성되었다가 밖으로 분출되고 있었다.
“저건 여의주처럼 단기의 결정체인 생기의 완성체다.”
도선이나 신선이 될 수 있는 원체였다.
혹은 전설로 전해지는 검선의 결정체였다.
몸속의 생체가 외부의 압력에 견디지 못해 난장을 쳤다.
천년삼왕이 단정으로 이뤄진 원체가 드러난 것이었다.
혈마탄자도 생전에 처음 대하는 것이었다.
천마도 몰랐다.
그는 몸부림치면서 호시우행만 펼치고 있을 뿐이었다.
원체의 기를 단전으로 유도해 단기를 완성해야 정상이다.
그런데 아니다.
그저 뜨거운 열기를 밖으로 내몰려고만 애쓰고 있었다.
“음―음!”
혈마탄자가 투명막 앞으로 다가섰다.
눈에는 욕심이 구름처럼 몰려들어 확 뒤집혔다.
기관 손잡이에 손을 올린 그의 손이 바르르 떨렸다.
“그래 저놈이 기연을 얻었는데 아직 융해하지 못했구나!”
욕심이 혈마탄자의 마음을 유혹의 덫으로 끌어드렸다.
죽여서 빼앗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아무도 모르게 저놈을 죽여서 복용해야만 성공이었다.
하지만 그는 기관의 손잡이를 올리지 못하고 주저했다.
“가만… 저놈이 죽지 않고 덤비면 그땐 어떡한다지?”
불안한 생각이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소심한 놈의 단점이었다.
“아냐! 지금 저놈 상태를 봐서는 절호의 기회야.”
기관의 손잡이를 내리려다가 다시금 멈췄다.
문득 칠곡노자의 얼굴이 떠올라 주저했다.
노자의 명령에 삼십 년이나 한 자리만 지키고 있었다.
“이놈아! 때가 될 때까지 기다려라!”
노자는 그의 친조부였다.
교내에서 오마와 동등한 자격으로 입성했던 분이셨다.
그분이 돌아가시며 유언을 남기셨다.
“칠성검관의 주인이 등장하면 그때 자유롭게 살아라.”
그런 소명을 갖고서 지금까지 버텨 왔던 혈마탄자였다.
뜻밖에 저놈이 원체를 가졌다니 절호의 기회였다.
“으―으!”
노인은 손잡이를 불끈 잡았다.
이제 손만 내리면 되었다.
원체를 얻어서 천하제일의 고수로 등극할 터였다.
검선으로 등극할 기회가 눈앞에 다가와 있는 것이었다.
그는 기회를 놓치고 싶지가 않았다.
“조부님! 이 손자를 용서해주십시오!”
입가에 달콤한 꿈의 미래가 닮긴 미소가 지어졌다.
“이놈! 죽어도 날 원망치 말아라.”
마지막으로 벽장을 쳐다봤다.
그런데 상황이 변했다.
발광하던 머저리가 칠곡노자의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엉덩이를 뒤로 빼고 검을 어깨에 삐딱하게 걸쳤다.
눈은 부릅뜨고 입술은 굳게 다물렸다.
자세는 완전히 벽화의 자세와 같았다.
원체가 어느새 전신으로 스며들어 간 상태였다.
그것이 자세를 통해서 강하게 표출되고 있었다.
수백 번이 넘도록 보아왔던 선조의 자세였다.
허점투성이의 자세였다.
유물로 남겨졌을 당시에는 수치스럽기까지 하였다.
자세가 너무나도 형편없어서 그랬다.
누구에게도 보이지 못하고 절망과 원망만 했었다.
그런데 지금 아니다.
허점투성이의 자세가 살기로 차올라 빈틈이 없었다.
말하자면 허점이 모든 살기를 압도하고 있었다.
그리고…….
찰나의 순간이었다.
우보(牛步)로 조금 움직이는 순간이다.
어깨에서 검이 반쯤 뽑히고 있었다.
허허실실의 묘기로 둔갑한 뒤였다.
자세하나 만으로도 몸서리치게 만들고 있었다.
‘천지합금도(天地合金刀)를 펼치다니 놀랄 일이다.’
혈마탄자는 자신도 모르게 두려움을 느낀 모양이었다.
얼굴이 하얗게 질려서 뒤로 한걸음 물러서고 말았다.
너무나 엄청난 살기가 전신을 눌러오자 견디지 못했다.
느리지만 검이 천천히 하늘로 올라갔다.
번―쩍!
무형신검이 어느새 뽑혀 위용을 자랑했다.
그런데 이상하게 검날이 없었다.
검집은 그대로 어깨에 걸쳐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가 원래 그런 자세로 있었던 것처럼 보였다.
혈마탄자는 손등으로 눈을 비빈다.
꿈인가 착시인가 싶었다.
절대악인
— 정원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