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evil RAW novel - Chapter 17
18화. 추혼신마(追魂神魔)
자수는 설설 기면서 자신도 모르게 대꾸했다.
“네? 그놈이라 하심은…….”
“네놈에게 일도수양이란 수법을 전수한 그놈 말이다.”
“아, 지금 보니까 대사형을 찾고 계시는군요.”
“네놈의 사형에게 달려가서 황금으로 배상하라 전해라.”
천마가 허공에 두둥실 떠오를 상태로 움직였다.
온몸에 소름이 오싹하고 돋았다.
분명히 잘못 본 것도 착각도 아니었다.
원도가 뒤를 돌아보게 되었다.
천마가 마도를 거꾸로 들고는 전각을 향해서 중얼거렸다.
“푸―하하하! 곡주는 겪어봤으니 알고 있을 것이다. 분근착골이 얼마나 고통스럽고 내기를 좀먹는지를 말이다. 마도가 당신만큼 견딜지 우리 구경하면서 지켜봅시다.”
“망할 놈아, 지금 금괴를 싣고 있으니 기다리란 말이다!”
* * *
소맥은 냉정하기로 소문났으나 오늘만은 예외였다.
화개장터의 설립자이며 마광의 모후인 영화부인이다.
그녀가 독대를 청해왔다.
곡주인 마광을 비롯하여 그의 아들들이 몽땅 몰려왔다.
그들이 무릎을 꿇자 소맥은 소스라치게 놀라고 말았다.
귀곡산장의 곡주인 소맥이 미간이 잔뜩 찌푸려졌다.
화개장터의 모후인 영화부인을 바라보며 인사를 올렸다.
“영화부인, 그동안 강녕하셨습니까?”
“자네가 걱정해 준 덕분에 그럭저럭 잘살고 있었다네.”
“일찍 찾아뵙고 인사를 올렸어야 했는데 송구합니다.”
“그나저나 장자인 소주는 아직 도착하지 않은 모양이군.”
소맥은 아들과 연관된 일임을 눈치로 때려잡았다.
우선 모후의 안색이 어둡고 창백했다.
곡주인 마광의 표정도 여느 때와는 달라 보였다.
교만하고 자신감으로 넘치던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가슴의 기복도 심하고 숨결도 고르지 않았다.
그가 어떤 이유인지는 모르겠으나 상처를 입었다.
미치광이로 변한다는 주화입마에 빠졌음이 분명했다.
더군다나 마광의 자제들이 일제히 무릎을 꿇었다.
황당한 얼굴로 변한 소맥을 향해서 모두가 외쳤다.
“귀곡산장의 곡주께 소생들이 아버님을 대신해서 잘못했음을 인정합니다. 앞으로는 그런 일이 없을 터이니 넓은 아량으로 그동안의 잘못을 부디 용서해주시기를 바랍니다.”
‘제기랄! 소주가 무슨 일을 저질렀기에 이들이 몽땅 달려와 용서를 구하는지 모르겠다. 설마하니 아들놈이 분명히 이들을 협박한 모양인데 도대체 무엇으로 이들을 하나도 아닌 몽땅 굴복시켰는지 알 수 없어서 참말로 답답하구나.’
소맥은 속으로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음을 느꼈다.
“어허! 이러지들 말고 어서들 일어서게나.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으나 자네들의 용서를 아들을 대신해 받아들이겠네.”
“감사합니다. 소맥 백부님.”
마광의 자제들이 머리를 숙이고 일어섰다.
그런데 제대로 일어서는 놈이 하나도 없었다.
비틀거리다 쓰러지고 비명을 지르면서 설설 기어 다녔다.
소맥이 살펴보니까 성한 팔다리가 하나도 없었다.
‘어허! 놀랍다. 한 놈도 아니라 몽땅 병신으로 만들었네.’
“허허허!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는 모르겠으나 아들놈이 잘못하여 몸이 크게 상했을 당시에 약으로 쓰던 신약이 있으니 우선 그것을 복용해서 근골을 보호하시지요.”
소맥이 말을 끝내고는 그들에게 신약을 복용시켰다.
마루와 마초의 상처는 너무나 심했다.
소맥은 놀라서 할 말을 잃고 말았다.
하나는 단전이 뜯어졌다.
완전히 폐인이나 다름이 없는 상태였다.
둘째인 마초는 생식기가 뜯겨서 이미 병신이다.
약으로 치료할 처지가 아니어서 안타깝기 그지없었다.
“이왕 말이 나와서 하는 말이지만 아이들 싸움은 덮으시다. 대신에 예전에 배상했던 황금 일만 냥에 이자를 더해서 두 배로 배상하겠으니 그렇게 합시다.”
“어허! 모후의 현명한 판단에 감사를 드리지요. 하지만 심부름을 떠난 아들놈이 돌아오지 않아서 확답을 드리기가 뭣합니다. 아들놈이 돌아오면 그동안에 일어났던 자초지종을 들어보고 이른 시일에 확답해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럴 필요가 뭐가 있겠는가. 자네의 아들이 저들을 저렇게 만들고 협박하면서 황금 십만 냥을 강탈했단 말이네. 우린 애들 싸움으로 결론을 내리고 책임을 묻지 않을 생각이네. 그러니까 곡주도 그리 알고 황금을 둘려 줬으면 하네.”
“저런 아들놈이 무림에 새롭게 등장하는 화개장터의 용사를 때리고 협박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습니다.”
“자네의 아들이 그렇게 높은 무공을 지녔는지 몰랐다네.”
“무슨 말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놈은 무공을 연성하지 못했고요. 파락호라 협박하지 못하는 놈입니다.”
“흥? 저들의 상처를 보고도 그런 말이 나온단 말이냐?”
“무슨 일인지는 아들을 기다려야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소맥 곡주는 점잖게 말하고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황금 십만 냥이라고? 네놈들이 아들놈을 죽이려고 하다가 되치기를 당한 모양인데 돌려달라니 어림도 없다.’
“아까도 말했으나 아이들 문제는 이미 끝내기로 하지 않았는가. 만약에 곡주가 황금을 돌려주면 그땐 황금전장(黃金錢莊)에서 발생한 이익금의 삼 할을 주겠네. 그러면 서로가 공평하지 않겠는가. 그러니 그렇게 하기로 정하세나.”
“그렇게는 안 되겠습니다. 반으로 하시지요.”
“자네 그걸 말이라고 하는가? 반이면 적어도 황금 천 냥에 해당한단 말일세. 그걸 요구하면 너무 과하지 않은가?”
“그렇다면 별수 없이 황금전장을 넘겨주시지요.”
“황금 십만 냥이 한꺼번에 빠져나가면 우리는 자금 압박에 시달리게 된다네. 그래서 말하는데 사정을 봐주게나.”
“좋습니다. 그렇다면 반으로 할인해 드리겠습니다. 대신에 앞으로는 절대로 귀곡산장과 맞서지 않기를 바랍니다.”
“알겠네. 우린 그렇게 알고 돌아가겠네. 조만간에 황금 팔만 냥을 돌려줬으면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네.”
“그렇다면 살펴 가시지요. 멀리 나가지 않겠습니다.”
소맥이 힘없이 돌아서는 모후 일행을 바라보며 중얼댔다.
‘흐흐흐! 본관이야 귀곡산장의 곡주라서 형식으로 양보했으나 아들의 성질이라면 아마도 달라질 테니 조심하시오.’
* * *
“자화 낭자. 황금 십만 냥이면 화개장터에서 오지인 귀곡산장까지 운반하는데 얼마만큼의 시간이 소요됩니까요?”
천마의 질문을 받은 자화 낭자.
그녀가 계산할 필요 없다는 듯이 서슴없이 말했다.
“일주일이면 가능할 겁니다.”
“아니 목적지가 코앞인데 그렇게 오래 걸립니까?”
“표행이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일단 보안을 유기하기 위해서입니다. 황금을 운반할 마차만 백 대나 준비할 겁니다.”
“아니, 그렇게 많이요?”
“일급 표사들이 달라붙어 시차를 두고 열 군대로 나눠 출발할 거고요. 물론 어디에 황금이 실렸는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저를 포함해 소곡주도 몰라야 보안이 유지됩니다.”
“그럼 저희는 그동안 뭘 해야 합니까?”
“첫 거래라서 소곡주를 뺄까도 생각했으나 본국에서 빼지 말고 마차를 호송하라는 명령이 하달되었습니다. 그래서 말씀을 드립니다. 소곡주는 곧바로 출발하시기 바랍니다.”
“알겠소. 그럼 믿고 출발할 것이니 그렇게 아시오.”
천마는 마상에 올랐다.
마차가 열 대이고 본대에서 충원된 표사만 30명이다.
모두가 경험이 풍부한 일류고수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천마는 그들과 어울리며 벌판을 지나서 계곡에 도착했다.
그런데 바로 그때였다.
계곡 너머에서 산적들로 추정되는 괴인들이 출몰했다.
천마가 타고 있는 황금마차를 따라붙기 시작했다.
속력을 내서 달리다 보니 마차들이 하나씩 전복되었다.
호송하던 표사들도 실종되고 말았다.
이윽고 천마가 타고 있던 마차만 달랑 남았다.
두 명의 마부가 그나마 열심히 마차를 몰아준 덕분이다.
무사히 언덕을 넘었고 수림에 진입하는 순간이었다.
갑자기 암기가 빗발치듯이 쏟아졌다.
마부와 표사가 비명을 지르면서 쓰러지고 말았다.
천마가 놀라서 사방을 훑다가 한곳을 뚫어지게 주시했다.
비적(匪賊)이다.
아니 비적처럼 위장한 무인이었다.
눈에서 횃불처럼 광채가 살기를 머금고 타들고 있었다.
천마는 꼽친 등덜미를 활짝 피면서 상대를 훑어보았다.
은둔술(隱遁術)을 펼치고 있는 상대는 절정고수였다.
“흐흐흐! 제업이군. 추혼정(追魂釘)에 사혈을 맞고도 살다니 놀랍도다. 네놈이 누군지 정체를 밝혀라.”
천마는 그렇지 않아도 그것이 궁금하던 참이었다.
서둘러 여민 옷깃을 풀고 추혼정이 박힌 몸을 살펴봤다.
암기가 박힌 몸뚱이에는 투명한 비늘이 번뜩였다.
잠시지만 어리둥절해진 천마.
그는 오래지 않아서 신어의 비늘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천마는 하도 신기해서 추혼정을 뽑아봤다.
아무런 상흔도 없었다.
자국만 희미하게 남았을 뿐이었다.
“푸―하하하! 내가 누구냐고? 네놈이 추혼정을 기막히게 사용하는 모습을 보면 틀림없다. 무림에서 두려움의 대명사로 알려진 오마(五魔)인 추혼신마(追魂神魔)가 분명하렷다.”
“흐흐흐! 내가 추혼신마임을 알고 있다면 말이다. 비도추혼(飛刀追魂)이란 비술도 이미 들어서 알고 있으렷다.”
“공격이 실패하면 소원을 들어준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이런 우라질! 소원이 있다면 들어줄 테니 말해봐라.”
“누가 소문을 냈고 나를 죽이라고 시켰는지 말해라”
추혼신마가 한참을 망설이다가 어렵게 말했다.
“화개장터의 모후인 영화부인이다.”
추혼신마의 말에 천마는 놀라는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황금 십만 냥은 어마어마한 금액이다.
하나의 성을 사고도 남을 금액을 선뜻 내주었다.
그것을 강탈한 이면에는 뭔가가 있다고 천마는 생각했다.
단순히 보복하고자 실행에 옮겼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황금이 도난당하면 누가 곤란을 겪게 될지는 뻔했다.
‘망할 놈의 여우가 꼬리를 흔들었구나. 그렇다면 또다시 나에게 누명을 씌우기 위해 계책을 펼쳤을 터인데 도대체 그것이 뭔지 알 수가 없으니 참으로 답답해 환장하겠구나.’
천마가 속으로 뇌리를 굴리려 중얼거리는 순간이다.
갑자기 귓속에 백발무희의 가느다란 음성이 파고들었다.
―은공, 머리통은 그만 굴리고 추혼정을 추혼신마를 향해서 던지세요. 그렇지 않으면 죽으니까 무작정 도망쳐야 산단 말입니다. 무슨 말인지 알아들었다면 황금에 목숨 걸지 말고 지금 당장에 서둘러서 실행에 옮기란 말이에요.
천마가 등덜미를 으쓱한 다음에 추혼정을 던졌다.
그리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쌩하고 달아났다.
워낙에 다급한 상황이라서 전력을 다해서 도망쳤다.
그렇지 않으면 추혼신마의 추혼정이란 수법에 걸려들어 온몸이 갈기갈기 찢겨서 죽었을 터였다.
절대악인
— 정원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