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evil RAW novel - Chapter 172
173화. 변괴(變怪)
노인은 섭심술의 구결을 말하고 있었다.
“아니 그렇다면 방금도 섭심술의 효과란 말이오?”
노인이 머리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배용만이 고수지만, 살기마저 숨길 정도는 아닙니다. 변장했어도 그가 다른 사람임을 알았습니다.”
“노인장은 대단한 술법을 지녀서 좋겠소.”
천마의 비아냥에 노인은 그냥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만약에 싸움을 하게 된다면 양패구상을 당했을 겁니다. 그런 심리를 이용했기에 싸움을 중단시킬 수가 있었죠. 이런 비술을 익히시면 괴인의 급습 정도는 얼마든지 방비할 수가 있을 것입니다.”
“싸움하지 않고 상대를 제압할 수 있단 말이지요.”
“무릇 모든 동물에게는 생체의 힘이 있기 마련입니다. 그런 힘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며 움직이죠. 그땐 마음속에 교감 상태가 반드시 존재하기 마련입니다. 그 순간에 생체의 꼭짓점을 맞추는 겁니다. 이를 이용하면 상대를 쉽게 부릴 수 있습니다.”
노인이 섭심술의 비술을 남기고 홀연히 사라져 갔다.
섭심술은 무공의 꼭짓점에 있는 최상승의 비결이었다.
“섭심술은 싸우지 않고도 상대를 이길 수 있단 말이지? 이런 비결을 진작 알았다면 여태껏 고생해서 무공을 연성하지 않아도 될 것을…. 참으로 신기한 술법이로다.”
천마가 한참 섭심술의 요체에 빠져서 걷고 있을 때였다.
저만큼 멀리서다.
숲속에서 강한 전류가 가슴을 파고들며 전해졌다.
쿵―쿵!
가슴에 진동이 심하게 요동치며 모골이 곤두섰다.
천마가 깜짝 놀라서 걸음을 멈추고 앞쪽을 쳐다봤다.
잡풀이 우거진 숲이었다.
노송이 있는 바위 근처에서 떨림이 전해져 오고 있었다.
천마가 호기심이 발동해 슬그머니 다가가 찔끔 살펴봤다.
“망할 놈의 골기라면 이번에는 놓치지 않겠다.”
천마가 잔상법술을 펼쳐서 살펴봤다.
아무도 없었다.
풀잎에 쌓인 주먹처럼 큼지막한 알이 보였을 뿐이었다.
그런데도 여전히 가슴이 진동하고 있었다.
계속 주위를 살폈으나 아무것도 눈에 보이질 않았다.
천마는 누가 볼세라 얼른 알을 집어 들었다.
알치고는 너무도 컸고 색깔도 금색이었다.
천마는 출출한 상태였다.
바위에 꼭지를 깨서 홀짝거리며 먹어 버렸다.
쩝쩝!
두서너 개를 먹고 나자 배도 든든했다.
그는 입맛을 다시며 일어서려 할 때였다.
다시금 가슴이 찌르르. 진동이 왔다.
천마가 몸을 도사렸다.
정말 이상했다.
섭심술을 멈추고 있으면 괜찮았다.
마음을 비우고 비결대로 해보았다.
다시금 가슴에 진동이 울렸다.
예전에 금성에게 쫓기던 시절에 느꼈던 그런 감정이었다.
천마는 혹시나 금성이 왔는가 싶었다.
주위를 세밀히 살펴보기까지 했다.
천마는 금성이든지 골기든지 상관하지 않았다.
여느 때보다도 자신감이 넘치고 있었다.
그러나 기우였던 모양인지 보이는 것이 없었다.
이번엔 잔상법술을 펼쳤다.
나무 꼭대기 나뭇가지 숲이다.
황금색으로 비치는 알이 보였다.
금색은 금색인데 핏빛이다.
따스한 느낌이 곱게 전해져 왔다.
손과 마음과 알을 하나로 연결해 쳐다보고 있었다.
가슴이 떨리던 것이 멈춰지면서 따뜻한 느낌으로 변했다.
천마는 신기해하며 기분이 좋아졌다.
그는 알을 겨드랑이 밑에 소중하게 집어넣었다.
따스한 온기에 가볍게 몸을 부르르 떨고는 피식 웃었다.
싱글벙글!
천마가 돌연 몸을 훌쩍 날렸다.
비룡승천이란 신법이다.
휙!
발이 땅에 닿을 무렵이다.
답설무흔의 비술로 바닥에 미끄러지고 있었다.
몸이 자유자재로 움직였다.
커다란 수리처럼 십여 장을 넘게 날아가 버렸다.
천마는 자신도 모르게 기합을 터뜨리며 훨훨 날았다.
야―호!
감격에 벅찬 기합을 터뜨렸다.
허공으로 몸이 자유자재로 움직이고 있었다.
얼마나 신기한 일인지 모를 정도였다.
단전에서 뜨거운 기운이 전신으로 확 하고 퍼졌다.
몸체가 풍선처럼 허공으로 떠올랐다.
귀영무형이란 신법이었다.
귀영신법의 마지막 구결이었다.
내기가 얼룩무늬 옷가지에 진기가 전달되었다.
옷깃이 진기를 흡수했다.
새의 날개처럼 펄럭이며 펼쳐진 뒤였다.
휙!
재주를 한번 넘고 뒤틀린 몸을 폈다.
또다시 뛰어올라 새처럼 가볍게 날았다.
무려 이십여 장을 날자 웃음이 절로 터진다.
“히히히!”
땅에 착지하는 순간에도 여지없다.
천지쌍검 꼬마에게서 배운 등평도수를 사용했다.
신통하게도 딱 정지했다.
“헤헤헤!”
금방 입이 대문짝만하게 벌어지고 말았다.
한참 싱글벙글거리는데 어떤 소리를 들었던 모양이었다.
경비 초소에서 사람이 그림자처럼 등장해 공격해 왔다.
금의를 걸친 금의군의 군관이었다.
벌써 검을 반쯤 뽑아 들었다가 급하게 멈췄다.
천마의 허리춤에 걸려 있는 금패를 봤던 모양이다.
금방 무릎을 꿇고 머리를 숙였다.
천마도 그가 누구인지 금방 알아봤다.
“어어! 미안하오. 내 공연히 소리쳤나 보오.”
군관은 제 팔대 부분대장 상고(相鼓)였다.
경비를 서다가 신비한 그림자를 감지해 달려온 것이었다.
상고가 천마에게 군관의 예를 갖췄다.
“금위군 군관 상고가 군주님께 인사를 드립니다.”
천마가 그의 손을 잡아서 일으켜 주었다.
“저어! 군주께서 신비한 그림자를 보지 못했습니까요?”
상고는 천마가 앉아 있던 바위를 가리키고 있었다.
“수상한 사람이라니 혹시 도둑놈이라도 들었단 말이오?”
천마의 질문에 상고가 한숨을 내쉬었다.
“좀도둑이라면 걱정하지 않겠습니다.”
“그렇다면 변괴(變怪)라도 났단 말입니까?”
“어젯밤에 별관에 살수가 들어왔지요. 관주(館主)를 잔인하게 살해하는 강도가 들었습니다. 지금 감찰부와 우리 경비대가 초비상이 걸려 있습니다. 그놈들이 도주할 수 있는 곳은 이곳밖에 없습니다. 혹시 보시지 못했습니까요?”
천마가 머리를 흔들어 보였다.
“아까부터 이곳에 있었지만 그런 인물은 보지 못했다.”
그는 추도의 변장을 떠올렸지만 말하진 않았다.
“허! 이상하네! 분명히 이곳으로 도망쳤는데…….”
상고가 의심이 깃든 표정으로 천마를 쳐다봤다.
그때 몇 명의 군관이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금위군 대장인 청석과 삼부장 백인(白忍)이었다.
그리고 뒤미쳐서는 소귀가 따르고 있었다.
“군주께서 여기에 계셨군요. 오동이 인사를 드립니다.”
소귀가 천마의 존재를 멀리서도 용하게 알아봤다.
냉큼 달려와 인사를 하는데 표정이 남달랐다.
살기가 어린 두 눈에 금방 흡족한 미소가 걸렸다.
천마의 허리춤에 벽사신검이 걸린 것을 봤기 때문이었다.
금위군 대장 청석과 부장 백인이 놀란 모습이다.
“금위군 청석과 부장 백인이 군주께 인사를 드립니다.”
천마가 화들짝 놀라서 그들을 말렸다.
“어어! 우리 구면이니 이러지들 맙시다.”
청석과 백인이 일어서자 상고가 경과를 보고하고 있었다.
“군주께서 수상한 놈이 지나가지 않았다고 합니다.”
금위군 대장 청석이 머리를 끄덕였다.
“군주와 저희는 동료기에 믿고 심문하지는 않겠습니다. 하지만 이곳에 누군가가 지나갔지요. 군주께선 범인이 아니라 말씀을 아끼신 것 같습니다. 이점 양해하시고 누구를 보셨는지 말씀해 주시지요.”
정중하게 읍까지 하자 천마는 난처해지고 말았다.
자신도 한때는 초소를 지키던 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보고란 불문율이고 반드시 지켜야만, 되는 수칙이었다.
“허허! 보긴 봤는데 놈들은 범인이나 살수는 아닌데요.”
천마의 말에 상고의 낯빛이 달라졌다.
‘아이고! 이거 큰일 났네! 이제 와 이러시면 어떡하나!’
상고가 속으로 바짝 긴장하며 진땀을 흘렸다.
금위군 대장 청석은 경비대의 대장이다.
유령인 일도만 없다면 그가 당연히 제 일인자였다.
그는 경험이 많았으며 심리전에도 능한 유능한 인재였다.
범인의 단서를 받아내자 속으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군주께서 보신 분은 군주께서 잘 아시는 분이시지요?”
천마가 할 수 없다는 듯이 자신이 본 사실을 말해줬다.
“놈들은 바로 선우 공자와 얼굴에 감정도 없는 친구요.”
천마의 말에 상고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휴! 살았다.’
금위군 대장인 청석은 얼굴에서 긴장을 풀었다.
“감정이 없는 친구란 혹시 무관을 지칭하시는 겁니까?”
천마가 머리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나와 싸웠기에 감정이 좋지 않소이다.”
천마의 말에 상고가 감격하고 말았다.
선우 공자와 무성에게는 이놈들이라 칭했다.
그런데 자신에게는 형씨란 존칭까지 붙였다.
왠지 그가 오래된 지기처럼 생각이 들었다.
“흐흐흐!”
청석의 미관이 일그러졌다.
“군주! 알겠습니다. 아무래도 심상치 않은 일들이 성에서 발생하고 있습니다. 근위병 몇 명을 대동하고 다니시지요. 공연히 오해를 사서 무슨 일이 생길까 두렵습니다.”
금위군 대장 청석이 소귀를 쳐다보며 지시를 내렸다.
“자네가 군주와 친분이 두텁다니 군주를 호위해 모셔라!”
말하자면 감시자를 붙인 것이다.
소귀는 이런 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반가운 표정으로 머리를 숙였다.
“알겠습니다. 명령대로 군주를 호위하겠습니다.”
청석과 백인이 상고의 안내를 받으며 돌아갔다.
소귀가 급히 천마의 곁에 바싹 붙어 섰다.
“군주님 이놈이 모시겠습니다. 여기서 서쪽으로 오리만 가면 청석골이 나오지요. 조용하고 경치가 그만입니다.”
소귀는 은근히 벽사 신검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으응, 괜찮소! 오형께선 볼일이나 보시구려.”
천마가 돌아서려다가 걸음을 멈췄다.
그가 깜박 생각이 났다는 듯이 말했다.
“내 깜박 잊었소! 이게 오형이 찾던 벽사 신검이지요?”
천마가 벽사 신검을 풀어 소귀를 향해 내밀었다.
소귀는 감격한 표정을 숨기지 않았다.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고 두 손으로 공손히 받았다.
“군주! 고맙습니다. 내 이 은혜 평생 잊지 않겠습니다.”
꾸벅.
절을 하는데 천마는 언덕 너머로 사라진 뒤였다.
소귀는 그런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한동안 허리를 굽히고 있다가 중얼거렸다.
‘흐흐흐! 네놈은 내가 누군지 죽어도 모를 것이다.’
고개를 번쩍 드는데 눈앞에 천마가 그대로 서 있었다.
“어어!”
다시 꾸벅 절을 하는데 뭔가 좀 이상했다.
소귀도 천마만큼 눈치가 구단이었다.
덩치나 모습이 똑같았다.
하지만 단 하나 없는 것이 있었다.
바로 천마가 등에서 떼어 놓지 않는 무형신검이다.
소귀가 본능적으로 한걸음 물러섰다.
천마가 천천히 돌아서서 씩 웃었다.
천마와 똑같은 모습에 소귀는 한숨을 내 쉬었다.
“휴―우!”
공연한 의심에 얼굴을 붉히는 순간이다.
천마가 손을 내밀었다.
“내 잠시 썼다가 내일 돌려드리리다.”
소귀는 벽사 신검을 한숨을 쉬면서 내밀었다.
내밀어지는 검과 받아드는 손길에 소귀가 흠칫했다.
벽사 신검이 부르르 떨리고 있었다.
벽사는 마기와 상극이었다.
소귀는 뭔가 있다고 느꼈다.
“음―음! 그렇게 하시지요.”
태연하게 검을 넘길 때였다.
싹!
벽사 신검을 뽑기 무섭게 검무를 추기 시작했다.
휙휙!
벽사검법(碧邪劍法)이다.
절대악인
— 정원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