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evil RAW novel - Chapter 181
182화. 곡(哭)
그의 아랫배에서 은은한 광채가 어려 있었다.
천마는 어깨를 활짝 폈다.
그녀와 어깨동무를 하는데 벌써 입술이 쭉 찢어졌다.
“군주! 고맙습니다. 소녀를 도와서 원수를 갚아주세요!”
그녀는 은근슬쩍 주위를 훑어봤다.
아무도 없으니 당연히 더욱 안겨들었다.
못된 습관은 여전해서 향기로운 미약까지 살짝 뿌렸다.
사내가 맡게 되면 이성을 잃게 만든다는 미약이었다.
중독되면 심기를 들끓게 만들어 미치게 만들어 버린다.
최근에 한 번도 실패한 적이 없는 무서운 미약이었다.
정력이 강한 장수도 자신의 노리개로 만들 정도였다.
‘호호! 이 녀석. 그래! 그렇게 깊이 마셔라! 호호호!’
그녀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서서히 미안 대공까지 펼쳤다.
정말 못 말리는 여자였다.
천마의 정신을 잃게 만들기 위해서 더욱 안겨들었다.
그녀는 호흡을 조절했다.
천천히 아주 조용히 숨결을 후‘하’고 내보냈다.
“호호호!”
천마는 콧바람 숨결을 쉬면서 깊숙이 들여 마셨다.
섭생호흡(攝生呼吸)이란 술법이다.
마녀들 사이에 널리 퍼져 있는 비전 수법이었다.
그녀의 숨결에는 강한 향기가 강하게 숨어 있었다.
단순히 호흡만 공유하는 것이 아니었다.
미향을 천천히 그러나 아주 많게 녀석의 숨결을 마셨다.
상대의 숨결을 알게 모르게 마신 다음에 내기를 섞었다.
화혼을 맺는 수법인 섭생호흡…….
이제 끝났다.
“푸―우!”
“어―흡!”
숨결이 섞이자 내기도 서서히 섞여갔다.
음과 양이 서로 이끌려 섞이듯이 섞였다.
숨결이 하나로 통합되자 어렵지만 강하게 끌어내렸다.
단전에 모여 들끓고 있던 단기가 꿈틀거렸다.
당과는 옳지 싶었다.
다시금 숨결을 토해내면서 녀석의 코끝에 살짝 뿜었다.
“푸―우!”
녀석이 토해낸 숨결을 들여 마시면 상통하게 될 터였다.
남녀가 살을 섞듯이 일심동체의 될 것이었다.
역시 생각한 대로였다.
녀석은 아무것도 몰랐다.
미향을 한 톨도 남기지 않고 들여 마시고는 씩 웃는다.
‘호호호! 걸렸다. 네놈도 평생 종노릇이나 하며 살아라.’
그런데 이상했다.
반응이 없었다.
녀석이 그냥 코만 씰룩거렸을 뿐이었다.
오히려 냄새를 맡으려 콧등을 불쑥 내밀고 씰룩였다.
“킁킁! 냄새 한번 좋다.”
그녀는 미관을 좁혔다.
이럴 리가 없었다.
이래서도 안 되는 일이다.
미향은 내공과 별개의 향기였다.
흑미가 살아생전에 평생에 걸쳐서 연구한 비술이었다.
더군다나 자신과 내식을 공유한 상태였다.
그런데도 효과가 없다니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뭔가가 잘못되었나 싶어서 다시금 살며시 시도해 봤다.
“후―우!”
이번에는 더욱 은밀하게 호흡을 조절했다.
녀석의 숨결을 섭취한 다음이다.
강한 내공을 실어서 녀석의 코끝에 쏟아냈다.
녀석은 이번에도 조금도 망설이지 않았다.
숨결을 들여 마시고 있었다.
‘이놈. 이래도 멀쩡할까.’
“호호!”
과연 반응이 있었다.
그의 단전에서 갑자기 불쑥하고 솟아나는 뭔가가 있었다.
얼굴도 붉어졌다.
심장의 맥박도 심하게 뛰고 있는 모양이었다.
쿵―꽝! 쿵―꽝!
심장에서 두근거리는 소리가 귀에까지 들릴 지경이었다.
몸까지 배배 꼬자 이제 됐는가 싶었다.
그녀는 주위를 다시금 살펴보는 것을 잊지 않았다.
그가 겁탈하려고 덮치기만 하면 만사형통이었다.
녀석의 정혈을 빨아드려서 내공을 증진하면 될 것이다.
그러나 그녀의 환상은 거기까지였다.
녀석이 재채기를 해버리며 숨결을 토해내고 말았다.
에취―에취!
십년공부 공염불이었다.
재채기 한 번에 그녀가 공들였던 일들이 틀어져 버렸다.
그녀는 피곤이 몰려듦을 느꼈다.
“아이참! 유모는 어디에 갔다지? 빨리 서둘러야 하는데.”
음모를 감추기 위해서 서둘러 자리를 떠났다.
신도는 숨을 죽이고 지켜보다가 소귀를 밀쳐냈다.
“흥? 이놈, 오늘 운 좋은 줄 알아라.”
소귀를 노려보다가 휭하니 달려갔다.
뒷길로 장례식장으로 달려가는 모습이 어줍지도 않았다.
“흐흐흐! 네년이 나를 죽이려 들었단 말이지?”
척사검 소귀도 낮게 중얼거리고는 밖으로 나섰다.
눈앞으로 뭔가가 휙 하고 지나가는 것이 있었다.
가까이 있었다면 그저 바람이려니 했을 것이다.
조금 멀리 떨어져 있었기 때문에 다행스러웠다.
그나마 약간은 그림자의 끝을 잡을 수 있었다.
당과가 있던 실내에서 검은 그림자가 움직였다.
소귀가 눈으로 똑똑하게 목격하게 되었다.
문득…….
그랬다.
욕심이 생겼다.
휙!
소귀는 몸을 사렸다.
검을 쥐는 순간이었다.
신도가 담장 끝머리에서 쳐다보고 있었다.
아직 싸늘한 눈초리에 살기가 짙었다.
“망할! 네년의 곁에 괴인이 있단 말이다.”
소귀는 급히 담장에 ‘척’하니 달라붙었다.
암암리에 내기를 끌어모았다.
벽사검법의 신법을 이용했다.
그림자가 사라진 부근에 내려섰다.
예전 같으면 어림도 없는 일이었다.
천마를 만나서 환약을 복용한 덕분이었다.
전신이 가볍다.
가일층 진보한 신법이었다.
소귀는 그림자가 있던 곳에 번개처럼 내려설 수 있었다.
하지만 아무런 흔적도 없었다.
아니 있었다.
담장 너머에 한 그림자가 벽을 주시하고 있었다.
소귀가 쳐다보니 귀곡산장의 철로였다.
그런데…….
이놈이 예전의 어리숙한 모습이 아니었다.
전신에서 해맑은 정기가 넘쳐나고 있었다.
부리부리한 눈동자로 벽을 훑으며 움직이지 않았다.
코를 벌렁거리며 냄새를 맡는 모양이었다.
“거참 이상하다. 그놈이 범인이 분명한데…….”
냄새를 맡다가 벽을 혀로 싹 핥으며 맛까지 보고 있었다.
쩝쩝!
퉤퉤!
분명히 괴인의 검은 그림자가 사라진 벽이었다.
만져보며 쓰다듬고, 냄새도 맡으면서 머리를 갸웃거렸다.
“오―허! 귀신같은 놈이다만 내게 걸렸으니 어림도 없다.”
휙!
돌아섰다.
칠척장신에 범처럼 생겼다.
“야―하! 여기에도 주군이 없으니 난감하군.”
철로가 정문 쪽으로 사라져 버렸다.
신도가 사라진 방향이다.
철로가 떠나자 담장이 또 흔들렸다.
소귀의 눈이 금방 휘둥그레 뜨고 조심조심 다가갔다.
어어!
골기(骨氣).
소귀는 눈을 비비고 다시 살펴봐도 분명히 담장이었다.
천마가 봤다고 했을 당시에는 믿지 않았던 그였다.
환상적이긴 해도 직접 목격하게 된 소귀였다.
그는 의심에 앞서서 몸이 부르르 떨고 말았다.
그래도 소귀는 옳지 싶었다.
저놈을 잡아야지…….
고양이처럼 살금살금 발걸음을 옮기다가 걸음을 멈췄다.
갑자기 태극 문양의 빨간색 도포를 걸친 여인이다.
관능적인 몸매를 지닌 여인은 바로 홍옥주였다.
퇴마 법술을 익혔는지 주문을 외웠다.
중얼중얼.
주술을 외우며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은빛의 기체였다.
태극문양의 기체가 사방으로 쫙 뻗치면서 펴졌다.
그것이 담장을 따라서 사르르 퍼지기 시작했다.
여인이 도술비법을 펼치고 있었다.
홍옥주는 주문을 외우면서 검지와 중지를 모았다.
허공을 격하고 얍―하고 기합을 넣었다.
손짓에서 섬광이 번뜩였다.
담장 속에서 붉은 기체가 요동치기 시작했다.
“끼―이―악!”
심기를 울리는 비명이 터졌다.
여인이 주슬을 더욱 세차게 걸었다.
중얼중얼! 종알종알!
골기가 지하로 빨려들듯 사라지고 말았다.
“에―효! 도술비법으로는 어림도 없겠다.”
홍옥주도 철로처럼 한숨을 내쉬고는 사라지고 말았다.
소귀는 눈만 껌벅이고 있을 뿐이었다.
모두가 괴인을 잡으려고 혈안이 된 상태였다.
잘못하다가는 그놈 때문에 전쟁이 일어날 판이었다.
범인을 색출하기 위해서 안간힘을 다하고 있었다.
소귀는 이런 일을 목격하게 되자 신중하려고 애를 썼다.
공연히 호들갑을 떨다가 일을 망치게 될 것 같았다.
증거 없이 서둘다가는 오히려 처벌만 있을 터였다.
서둘러 흑미의 시신이 안치된 별 각으로 달려갔다.
“헤헤헤! 하하하!”
초상집에 걸맞지 않게 대소가 터지며 인산인해였다.
와글와글! 지글지글!
흰 천막으로 임시처소를 마련한 상태였다.
문상한 사람들이 앉아 웃고 떠들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뭐가 그렇게도 좋은지 몰랐다.
여긴 초상집이다.
모두가 눈물을 삼켜야 마땅한데 아니었다.
즐겁게 웃고 떠들며 술들을 마시고 있었다.
하하하!
호호호!
문상객들 모두가 고수들이었다.
소귀가 살펴보니 성내에서 내로라하는 고수들이었다.
그들 전부가 모인 상태였다.
천마교의 장로나 부장급의 지위에 있는 자들도 보였다.
그들은 몽땅 별채에 마련되어 있는 곳에 앉았다.
대화를 나누는 음성은 유별나 내공이 섞였다.
떠들고 웃는데 귀청이 떨어질 듯했다.
소귀가 고개를 돌린다.
멀리 외딴곳이다.
떠돌이 낭인 무사들이 넓은 정원 발치에 앉아 있었다.
그중에서도 제일 허름한 천막이 쳐진 곳이었다.
몇 명의 남모를 고수들이 눈에 보였다.
흑미의 시신을 담을 관이 조립되는 천막 쪽이었다.
그곳에 천마의 모습도 보였다.
그는 손을 흔들어 보인 다음에 천막 안으로 들어갔다.
소귀가 천마를 쳐다볼 때였다.
신도가 마침 그곳을 지나치고 있었다.
소귀가 침을 찍 뱉고 놈들이 죽친 곳으로 갔다.
별채의 경비는 금군이 맞고 있었다.
소귀가 다가가자 모두가 구십 도로 절했다.
흠―흠!
접대는 수영미가 보내온 시녀들이 맞고 있었다.
그녀들은 하나같이 검은 옷을 걸쳤다.
그래도 예의는 차린 상태였다.
분주하게 오가는 사람 접대에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문상객들은 흑미의 신분에 걸맞게 흰옷을 걸쳤다.
군계일학도 아니건만 유독 천마만이 달랐다.
뱀 무늬가 있는 무복을 걸쳤으니 초라해 보였다.
소귀가 머리를 흔들 때였다.
돌연 통곡하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아이고―아이고!”
우렁찬 목소리로 통곡하는 사람은 물론 천마였다.
그는 흑미의 영안 앞에 엎드려 대성통곡하고 있었다.
울음소리가 얼마나 컸던지 쩡쩡 울렸다.
떠들썩했던 실내가 조용해져 버렸다.
“아이고, 아이고! 어쩌다가, 엉엉!
골기를 만나 변고를 당하시니 얼마나 억울하십니까.
옥체가 백골로 화해 돌연사를 당하시다니요.
원통하고 원통하시어 어찌 저승인들 어찌 가시겠습니까?
내 그놈을 잡아 원한을 풀어주겠으니 극락왕생하시오.”
천마가 대성통곡을 하면서 울고 있었다.
눈에서 굵고 뜨거운 눈물이 주루―주룩 흘러내렸다.
모두가 희한한 광경에 목을 빼고 구경하기에 바빴다.
“아이고! 아이고!”
흑미의 영전에 대성통곡하는 사람은 천마 하나뿐이다.
아무도 울지 않았으며 누구도 슬퍼하지 않았다.
죽은 자만 억울했다.
천마가 대성통곡을 하고 있자 구경거리가 되고 말았다.
“흑흑! 에고! 아이고.”
울음소리가 참으로 유별났다.
애간장을 녹일 듯이 흐느낌에 슬픔이 머물렀다.
얼마나 구슬프게 우는지 장송곡 못지않았다.
장내가 숙연해지고 말았다.
절대악인
— 정원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