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evil RAW novel - Chapter 197
198화. 사왕부(邪王府)
소귀가 뒤를 바싹 따라붙었다.
약간 흥분된 모습이었다.
“괴인이 이놈으로 변장해서 사왕부에 숨어들었다가요.
발각당하면 억울하게 죄를 뒤집어쓰는 것은 아닐까요?”
소귀의 말에 초고가 옆에서 그를 노려볼 뿐이었다.
소귀는 말없이 앞만 바라보고 걸어갔다.
경비대 무관이 순찰을 돌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모두 삼 십여 명의 무사가 파견되어 순찰 중이었다.
대장은 물론 청군의 부장 도화였다.
사왕부의 정문 앞에서 기세등등 진을 치고 있었다.
도화라면 경비대 용사라서 많은 사람이 필요 없었다.
그런데도 만만치 않게 고수들이 배치된 상태였다.
유령인 일도가 범인을 잡으려고 혈안이 되어있었다.
도화가 껄떡거리는 천마를 알아보고 인사를 했다.
“청의 경비대. 삼 부장 도화가 군주께 문안드립니다.”
무사들이 한결같이 체격이 남다르고 유별났다.
도화도 당당한 체격에 불같은 광채를 내쏟고 있었다.
인사를 하는 가운데에서도 당당했다.
비굴함과 경망스러움은 전혀 엿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멋진 무사 중의 하나가 분명했다.
도화는 이미 통지를 받았던 모양이었다.
조사 없이 천마 일행을 살며시 통과시켜 주고 있었다.
“당성의 변사로 번잡하니 군주는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소귀는 변장한 것이 들키지 않으려고 고개를 숙였다.
천마의 뒤를 바싹 따라붙었다.
초고가 몸으로 도화의 날카로운 시선을 피하게 해줬다.
“그럼. 계속 수고하시오.”
천마가 손까지 흔들어 주면서 서둘러 정문으로 걸어갔다.
찬란한 수양버들이 휘날렸다.
멀리는 귀혈과 연결되어 있었다.
흔들흔들.
맑은 호수를 끼고 흐드러지게 늘어져 있었다.
약 백여 장 뒤쪽에 높은 담장이 세워져 있는 곳이다.
위쪽으로 무관들이 올라서서 사방을 경계하고 있었다.
담장 너머가 바로 인공호수가 자리하고 있었다.
왼쪽으로 꺾어 들면 사왕문의 정문이 나왔다.
천마 일행은 오른쪽으로 꺾어 들었다.
호수는 깊었고 맑았으며 시퍼런 색조를 띄우고 있었다.
수중 경비대가 잠수하는 광경이 눈길에 잡혀 들었다.
홍의대 수장은 물론 부장 오도였다.
대장 가인이 파견 나왔다.
그는 별도로 일도 장로의 지시를 받은 상태였다.
금군과 함께 금위군 대장 청석이 보였다.
임시 천막을 설치해 놓은 곳에서 같이 숙식하고 있었다.
천마가 어쩌다 보니 그곳으로 가게 되었다.
“여―어. 수고가 많으십니다.”
오도는 약간 까다로운 사내였다.
도화처럼 눈치가 없고 고지식했다.
천마에게 인사했지만 쉽게 통과시켜 주지 않고 있었다.
“흥? 이봐요. 금위군 군주님이십니다. 범인을 잡으려고 조사차 나왔는데 이래도 되는가요?”
초고가 참다 못해서 따지고 들었다.
“허허 소관이야 책무를 다할 뿐이옵니다.”
소귀가 뜸을 들이자 초고가 화를 발칵 내었다.
천마가 눈짓으로 말렸다.
“험험! 금위군 오동은 어디에 계시오? 내 오형과 약간의 친분이 있는데 오늘 근무하는가요?”
천마가 술수를 부려 오동의 행방을 묻고 있었다.
변장한 놈의 행방을 알아낼 속셈이었다.
단숨에 잡으려고 꾀를 낸 술수지만 어딘가 어설펐다.
“이제 안에서 기별이 올 테니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오도가 빙그레 웃기만 할 뿐 대답하지 않았다.
아까운 시간만 흘러갔다.
천마는 기다리라는 말에 인내심을 갖고서 기다렸다.
초고와 소귀는 참지 못했다.
이리저리 오고 가며 오도를 노려보며 다그쳤다.
“흥! 한시가 급하다고 했소? 범인이 도망가거나 숨으면 그땐 책임지실 것이오?”
소귀의 말에 오도가 머리를 갸웃거렸다.
“허허! 그럼 범인이 다시 여기로 잠입했단 말씀이시오? 그렇다면 더욱 들어갈 수 없습니다.”
오도의 인상이 싹 변해서 딱 잘라 거절했다.
초고가 얼굴을 바싹 디밀고 따지기 시작했다.
“흥? 그 말에 책임을 질 수 있소?”
오도가 머리를 끄덕였다.
“두말하면 잔소리지요.”
오도가 한가하게 뒷짐을 쥐고 있는 천마를 쳐다봤다.
그의 표정을 어둡고 밝지가 않았다.
“범인을 잡기 위해서 이러는 것이니 조금만 참으시오.”
“흥? 우린 범인을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오?”
“귀신도 모르게 사라진 범인을 잡으려 한단 말이지요?”
“흥? 내가 아니라 바로 군주께서 잡으러 왔다 이겁니다.”
초고가 말을 하면서 천마를 가리켰다.
천마가 허리춤에 금패를 슬쩍 달아 놓았다.
이것을 본 오도의 안색이 싹 변했다.
“허허. 이것 참.”
그가 금패를 보고 어쩔 줄 몰라 하는 중이었다.
금위군 대장 청석과 가인이 연락받고 나서고 있었다.
“군주께서 납시어 계신지 몰랐습니다. 경비대에서 군주께서 시찰을 나왔다는 전갈을 받았지요. 이렇게 마중을 나왔지만, 너무 지체한 듯싶습니다. 그동안 불편을 들였다면 용서해주시기 바랍니다.”
금위군 대장 청석 뒤에 고충이 인사하고 있었다.
그는 무관의 예를 갖추지 않았다.
“군주 고충입니다. 사왕부에 군주께서 왕림해 주셔서 감사를 드립니다. 늦었지만 안으로 드시지요. 소관이 경비와 그동안의 사건에 관해 설명하겠습니다.”
역시 금패의 위력은 대단했다.
사왕부의 실력자인 고충이 한 수 접어주고 있었다.
“허허. 고맙소이다.”
천마가 안내를 받으며 안으로 들어갔다.
금위군과 수백 명의 은의 검사가 검을 뽑아 들었다.
차―앙!
살벌하게 배치되어 경비에 임했다.
밖과는 사뭇 달랐다.
김장감이 고조되어 신경들이 날카롭다.
아마도 비상사태에 돌입해 그런 모양이다.
“허허! 방금 어떤 사람으로부터 제보가 들어 왔습니다. 서둘러 재배치시키는 것이니 너무 괘의치 마십시오.”
고충은 그동안 있었던 일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했다.
초고나 추풍에게 들었던 것과 별반 다를 것이 없었다.
“허허! 연을 타고 침투한 사실을 말씀하신 것 같군요.”
천마의 말에 고충이 머리를 흔들었다.
“아닙니다. 그런 말을 한 사람은 따로 있습니다. 청석 대장의 수하인 척사검 오동에게 들은 말입니다.”
고충의 말에 모두가 놀라 뜨악한 표정들이다.
변장한 소귀는 물론이고 초고와 천마도 놀라고 말았다.
“아니, 그놈… 그분은 지금 어디에 계시오?”
소귀의 말에 고충이 그를 쳐다보지도 않았다.
별로 신경도 쓰지 않는 눈치였다.
“괴인이 감쪽같이 사라진 일에 대해서 고심들 했지요. 노심초사 조사를 했으나 해답을 얻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오동이 모든 사건의 전모를 밝혀 알게 되었지요.”
고충이 의미심장하게 웃고 있었다.
“비밀을 풀었다면 충청이면 당성에 관한 상황이겠지요?”
천마의 말에 고충은 물론이고 모두가 놀라고 있었다.
“아! 역시 군주님은 다른 분과 다르시군요.”
천마를 안내한 다음에 손수 차를 따라주고 있었다.
천마가 사방을 들러봤다.
오동으로 변장한 괴인을 찾았다.
하지만 그의 그림자는 금위군 대열에 없었다.
“이 말도 물론 오동이란 놈이 했겠지요?”
변장하고 있던 소귀가 참지 못하고 참견하고 나섰다.
금위군 대장 청석의 표정이 변하고 말았다.
오동은 바로 자신의 심복 부하이기 때문이다.
“그놈이 혹시 안으로 들어간 것은 아니겠지요?”
청석의 눈에서 시퍼런 살기가 분출되고 있었다.
소귀의 말에 분노를 느끼고 있는 듯싶었다.
이것을 눈치 차린 고충이 얼른 끼어들었다.
“그렇소. 그는 또 하나의 단서를 찾았다고 했지요. 상부의 고수 회의에 참석시켜서 증언하도록 하였소이다. 그의 증언을 듣고자 장로회에서 방문한 중이외다.”
소귀는 뒤늦게 아! 하고 신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제기랄! 잘못하다가는 죄를 뒤집어쓰게 생겼구나.’
“오동이 말합디다. 벽사신검을 보이면서 군주가 말씀했다고요. 녹용도 일개를 이주시켜야만 안전하다고 말했다면서요?”
천마가 놀라서 두 눈만 동그랗게 떴을 뿐이었다.
“호호호! 참으로 이상하군요. 그런 중요한 사항이면 군주께서 말하지 않았겠어요? 비밀사항을 친위대도 아닌 오동에게 전하도록 했겠어요? 어딘가 이상하지 않던가요?”
초고도 참지 못하고 참견하고 말았다.
“이상하다니. 그럼 오동이 범인이라도 된단 말이오?”
금위군 대장 청석이 울화가 치민 모양인지 고함을 쳤다.
“흥? 그래요. 그가 범인입니다.”
초고의 단정적인 말에 고충이 두 눈을 치떴다.
“하하! 그렇지가 않소이다. 우리가 누구요? 그렇지 않아도 의심이 들어 검문했소이다. 더군다나 청석 대장을 불러 직접 확인까지 하였소.”
어림도 없다는 듯이 또다시 웃고 있었다.
변장한 소귀는 견디지 못하고 와들와들 떨고 있었다.
“흥? 그대들이 실수한 것이지요. 도대체 오동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나요. 그리고 그렇게 장담하는 것인가요? 그가 오동이 아니고 범인일 때에는 어떻게 하겠어요?”
“뭐… 뭐요. 오동이 범인이란 말이오.”
“흥 만약에 문제가 생긴다면 그대들이 책임질 것인가요? 범인은 아무도 몰라요. 도대체 누가 누구를 믿고 함부로 입실을 시킨 것인가요? 모든 사람은 이곳에서 숙식을 같이했다고 들었어요. 그래서 여태껏 아무런 사고가 없었어요.”
“오동이 범인이라니 말도 안 되는 소리는 고만하시지요.”
“호호호! 오동이 입실한 뒤입니다. 무슨 사고가 발생한다면 그때는 누가 책임을 지지요? 과연 누구의 책임이 될 것 같은가요? 그대들이 알고 있는 오동일까요.”
초고의 말에 셋은 대답하지 못했다.
여태껏 아무런 사고 없이 무사하게 지난 상태다.
만에 하나 그녀의 말처럼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었다.
그때는 누가 어떻게 책임질 것인지 그건 아무도 몰랐다.
그렇지 않을 것이라 믿었다.
그녀의 날카로운 말에 할 말을 잃고 말았다.
“도대체. 왜들 이러시는 것이오? 오동은 내 부하요. 그를 수년이나 데리고 있었어도 믿지 못했소. 그래서 나까지 불렀소. 확인했는데 왜 그걸 가지고 트집을 잡으시오?”
청석이 울화가 치밀었던 모양이다.
천마에게 따지고 들었다.
그는 단지 기침만 할 뿐이었다.
천마가 난처해서 말하지 못했다.
보다 못한 초고가 소귀를 향해 말했다.
“오동, 안 되겠소. 어서 얼굴을 보이시오.”
소귀는 천마를 쳐다보다가 뒤로 물러섰다.
“구… 군주, 그래도 되겠소?”
천마가 머리를 끄떡였다.
소귀가 잠시 주저한 끝에 결심이 섰던 모양이었다.
조심스럽게 얼굴에 쓴 인피면구를 벗었다.
그이 모습이 서서히 드러났다.
오동의 모습을 확인한 셋은 놀라면서 일어서고 말았다.
“앗! 자네는 오… 오동.”
모두가 소리를 지르며 눈을 휘둥그렇게 떴다.
잠시 뒤에 모두가 몸을 부르르 떨었다.
“말도 안 돼. 어떻게 이럴 수가.”
특히 청석은 아연실색해 할 말을 잊고 멍한 얼굴이다.
“대주! 이놈을 믿어주시오. 그놈이 범인이오.”
금위군 대장 청석이 머리를 끄덕였다.
자신의 아명을 불렀기 때문이었다.
절대악인
— 정원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