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evil RAW novel - Chapter 213
215화. 의형제들의 등장
비명이 터지는 순간이다.
엉뚱하게 다른 녀석이 널브러지며 날아갔다.
짧은 기회를 노린듯싶었다.
추혼일마가 검과 함께 확 공격했다.
이것을 뒤늦게 깨달은 척살령주와 천마갈령이다.
대갈(大喝)을 터뜨리면서 추혼일마를 기습했다.
혼동 속에 엇갈리는 검광이 서로 부딪치게 되었다.
와르르.
금방 아수라장이 되어버렸다.
서로들 적군과 아군의 구분 없이 치고받았다.
이건 완전히 난장판에 개판이었다.
혼전에 혼전이 거듭됐다.
휙! 싹! 번쩍!
이젠 서로들 죽이고자 싸우는 양상이 아니었다.
몸을 서로 보호하기 위해서다.
상대를 급습하는 보기 드문 장면이 연출되고 있었다.
쥐새끼들은 분출된 욕망을 채우기 위해서다.
죽음의 덫에도 겁도 없이 뛰어드는 법이다.
추혼일마와 천마갈령, 그리고 척살령주가 뒤섞였다.
한 무리를 이룬 상태로 난타전이 벌어졌다.
조금 옆쪽으로 벗어난 곳이다.
천마가 머리를 흔들고 있는 왼편에 해당한다.
십여 명의 무리가 패를 이루며 공격하고 있었다.
그들은 비검술을 정말로 펼치고 있었다.
신검합일(身劍合一)!
여기저기로 날아다녔다.
틈틈이 공격하지만 여의치 않았다.
그들 주위에 또 수십 명이 에워쌌다.
기회를 노린다는 점이 같았다.
진중살기(陣中殺氣)!
천마가 몸을 일으키면 뒤통수를 공격당했다.
몸을 숙이면 용케도 허점을 노렸다.
암기와 독기도 공격이 멈추질 않았다.
한쪽은 보호하고 한쪽은 공격했다.
난투 중에 서로가 상대를 공격하는 양상이었다.
그런데 바로 그때였다.
어떤 놈이 등장했다.
천마가 서 있는 땅바닥에서 신형을 솟구쳤다.
뒤통수를 그대로 기습했다.
무지막지한 살수였다.
펑!
둔탁한 소리와 함께였다.
천마가 바위에서 굴러떨어지고 말았다.
“히히히! 이놈은 내가 죽였다. 히히히!”
한 녀석이 이때다 싶었던 모양이다.
천마의 목을 베려고 덮쳐들었다.
그러나 그것이 잘못이었다.
기회를 노리던 다른 놈들이 가만히 있지를 않았다.
천마가 굴러떨어짐과 동시였다.
와르르.
떼거리로 달려왔다.
수십 개의 검과 수십 갈래의 장풍이 난무했다.
천마의 몸에 수백 종류의 암기가 한꺼번에 들이닥쳤다.
그러자 저마다 소리쳤다.
“와―아! 군주는 내가 죽였다.”
천마는 아무리 정신이 없다고 해도 그랬다.
그걸 맞았다고 하면 그야말로 떡판을 면치 못할 터였다.
본능적으로 땅에 떨어짐과 동시였다.
천지합금도를 펼치며 신형을 날렸다.
휙! 싹!
무의식적인 행동이었다.
장풍과 검풍이 뒤엉켜서 위기를 모면할 수는 있었다.
하지만 공격은 그게 전부가 아니었다.
몸이 반탄력에 튕겨 오르는 순간이다.
여기저기서 수많은 장풍과 검풍에 덮쳐들고 있었다.
이런 상태니, 별수 없었다.
그대로 언덕 밑으로 굴러떨어지고 말았다.
“와―아! 군주가 내 손에 죽었다. 내 손에.”
쥐새끼 같은 함성이 터졌다.
천마를 향해 죽음에 쐐기를 박듯이 공격했다.
모두가 평생의 절기를 펼쳐 낸 암수였다.
바위가 깨져나갔다.
천년 노송나무가 베어지면서 쓰러졌다.
천마의 몸뚱이로 소나기처럼 수천의 암기가 지나갔다.
정말로 무시무시한 광경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런데 이 무서운 공격을 무사히 받아치는 자가 있었다.
귀신처럼 생긴 털북숭이 사내였다.
귀왕도를 휘두르며 당당하게 앞을 가로막았다.
신형에 그림자를 형성시키며 공격을 차단하고 있었다.
귀영이 삼삼하지만 아무래도 역부족인 모양이었다.
천마의 목덜미를 잡아 안전하게 피신시키기에 이르렀다.
“이놈아. 뭐해 어서 도망치지 않고.”
천마는 정신이 들었는지 귀가 솔깃했다.
굵직하고 지면을 울리는 소리.
귀에 익은 음성이었다.
“응, 누구?”
“누구긴―형님이시다.”
왕방울 일등병이다.
천마의 손목을 잡고 빙빙 돌리다가 산으로 던져 버렸다.
그러나…….
천마가 공격권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은 아니었다.
허공으로 던져져 여기서 살아난다는 것은 어림도 없었다.
몸뚱이에 암기가 박혀 들었고 검기가 휩쓸고 지나갔다.
너무도 세찬 공격이었다.
스스로들 지키지 못하고 상처 당하는 자가 속출하였다.
천마가 정신이 없어도 겁을 먹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돌돌돌―!
천마는 몸을 사렸다.
귀에 익은 소리가 울려왔기 때문이었다.
“웅! 이젠 난쟁이 늙은이까지?”
천마는 냅다 도망쳤다.
금성에게 쫓기던 때처럼 답설무흔 신법을 펼친 다음이다.
귀영신법으로 변신을 꾀했다.
그러다 보니 벌써 절벽이다.
절벽 하면 기어 올라가는 대에는 천마가 단연 최고였다.
“헉헉! 제기랄 놈들―”
천마가 투덜거리며 한숨을 돌리는 순간이다.
곁에서 누군가가 말했다.
“뭐해? 어서 도망치지 않고?”
천마가 기겁해서 귀영신법부터 펼쳤다.
귀에 익은 음성이라 걸음을 추고 바라봤다.
역시 생각한 대로였다.
상투를 틀어 올린 쌍방울 상등병이었다.
무형신검과 천마풍도를 천마에게 던졌다.
음양천도를 뽑아 들고 언덕 하부를 쳐다보며 소리쳤다.
“살인할 때 네놈의 핏방울을 뿜어라! 그래야 골기의 추적에서 벗어날 수 있고 또한 내기를 보전할 수 있다.”
“얍! 받아라!”
음양 천도가 허공에서 춤을 췄다.
철장간담을 가진 추혼일마라고 해도 찔끔거렸다.
살인을 밥 먹듯이 하는 척살령주도 예외는 아니었다.
죽음을 부르는 음양도기 앞에서다.
어쩔 도리가 없는 모양인지 물러섰다.
추혼일마가 제일 먼저 천마를 포기하고 말았다.
쌍방울 상등병의 공격엔 어쩔 수 없는 모양이었다.
앞쪽에서 행보하던 척살령주도 일격에 뒤로 물러섰다.
그런데 이것이 치명적인 실수였다.
암수를 피하지 못하고 굴러떨어진 방향이 천마 앞이었다.
덕분에 천마가 용케도 집중적인 공격을 면한 상태였다.
천마는 굴러떨어진 그대로 몸을 바로 세우기 무섭다.
잔형이설보를 펼쳐냈다.
휙!
허공에서 교차하며 엇갈린 척살령주가 섰던 곳이었다.
검과 암기가 쏟아져 내리면서 번쩍이며 불꽃이 일었다.
척살령주가 허공으로 떠올랐다.
무서운 암기 다발을 추혼일마가 몸으로 받게 되었다.
“커―억!”
천마도 그가 왜 죽어 가는지 이유를 몰랐다.
단말마의 신음이 천마의 입에서 터진 것으로 착각했다.
그들의 공격은 끝이 보이지 않았다.
죽음과 회전술.
천마의 몸이 허공으로 떠오르는 과정에서다.
척살령주가 재수 없게도 받아친 상태였다.
그의 몸도 수백으로 갈라지면서 최후를 맞이하고 말았다.
“으―악!”
그리고 제일 먼저 도망쳤던 천마갈령도 마찬가지였다.
천마를 공격했다는 이유만으로도 일격을 당했다.
고수들의 공격을 감당치 못하고 말았다.
그냥 그대로다.
산채로 찢겨 죽는 비참한 말로가 되고 말았다.
“고… 고맙소. 쌍방울 상등병님!”
천마는 조금씩 정신이 돌아오고 있었다.
잔금혈지로 죽어버린 둘에게 찍 뿌렸다.
그래도 한때에 백사에게 쫓겼었던 과거가 있었다.
도망가는 데에는 이력이 붙은 그였다.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면 넘어진 상태로 신법을 펼쳐냈다.
몸이 뒤집힌 상태라면 등의 탄력으로 통통 달렸다.
그때였다.
하늘이 시커멓게 변하더니 먹구름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천둥 번개가 내려쳤다.
회오리바람이 불더니 소낙비가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우르르―
꽈―광!
천마는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사방에서 몰려든 고수들의 집중공격으로 나뒹굴 때였다.
벼락이 떨어져 위기를 모면할 수가 있었다.
―뭐해 절벽 쪽으로 도망치지 않고?
귓가를 울리는 음성이 들렸을 때였다.
천마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다…당주!”
천마는 벼락이 떨어지는 곳으로 냅다 도망쳤다.
가슴이 찢어질 듯이 숨이 벅찼다.
전신은 달달 떨렸다.
이리저리 뒹굴다 보니 정말 처참하기 그지없었다.
뒤쫓는 자들이 오히려 그의 도주에 휩쓸리고 말았다.
홍옥주가 일으킨 천지비술 덕분이다.
이제 겨우 몇 명만이 뒤를 따르는 정도였다.
“도대체 뭐야? 구해주고 왜 죽이려고 덤비는 것이야?”
거친 숨결을 몰아쉬며 악다구니를 치는 순간이다.
이상한 소리가 귓가를 스치면 지나갔다.
돌돌돌―!
미치고 환장할 일이다.
전생에 무슨 악연이 있다고 쫓아다니니 환장할 일이었다.
가슴이 터질듯싶었다.
또다시 도망쳐서 바위 뒤편에 숨었다.
조금 찾은 여유에 거친 숨결을 다듬기도 전이었다.
또다시 전면에서 십여 명이 동시에 덮쳐들고 있었다.
“이놈! 도망쳐도 네놈의 목만은 남겨두거라!”
천마가 천마풍도를 움켜쥐었다.
도망친다고 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었다.
죽을 때 죽더라도 당당하게 죽고 싶었다.
무사이기에 그랬다.
비틀거리는 신형…….
천마는 일도양단을 펼쳤다.
허공에 핏빛 보라가 일어났다.
십여 명의 무사들 모가지가 뎅강 잘렸다.
여기에 용기를 얻은 천마였다.
앞으로 나서는 과정이다.
누군가가 뒤에서 팔을 벌려 몸을 덮쳐 붙잡고 늘어졌다.
“잡았다. 드디어 내가 이놈을 잡았다!”
천마가 어디서 많이 듣던 음성이라 살펴보았다.
금위군의 용사 중에 한 놈이다.
그는 원숭이처럼 유난히 팔이 길었다.
거의 발밑까지 질질 끌릴 정도였다.
두 팔에 공들인 신력이 남다른 놈이었다.
팔에 잡히자 밧줄에 묶인 것처럼 꼼짝도 할 수 없었다.
“헉헉! 감히 상관인 군주를 잡다니 어서 놓지 못할까?”
천마는 상금과 포상이 걸린 것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우―헤헤헤! 이놈. 개수작 떨지 마라! 네놈을 이제 내가 사로잡았으니 앞으로는 내가 바로 신임 군주란 말이다.”
천마는 멍청해지고 말았다.
그들의 외침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그게 무슨 말이냐.”
“지옥에 가거든 염라대왕께서 친절히 대답해줄 것이다.”
천마의 중요한 몇 군데 혈도를 집더니 손을 풀고 있었다.
사대 점혈법을 맹신이 그의 실수였다.
한 놈이 기회를 노리다가 싹 격살해 덮쳤다.
천마의 목을 베려고 한 모양이었다.
녀석이 손이 풀며 돌아서는 순간이다.
그만 격살검에 당했다.
치명적으로 팔뚝이 싹둑 잘려 나가고 말았다.
“으악!”
그의 비명이 유달리 컸다.
“네놈이 나의 팔을 자르다니 도저히 용서치 못하겠다.”
분명히 팔이 베어져서 땅으로 떨어졌다.
핏빛 분수가 뿜어 올랐다.
그런데 어찌 된 셈인지 몰랐다.
절지신공(切肢神功).
팔에 귀신이 붙은 것 같았다.
팔이 회전하더니 상대의 목을 움켜잡아 숨통을 조였다.
뿌지직!
상대의 모가지가 꺾여 비틀렸다.
서둘러 팔을 회수시키더니 잘려나간 부분에 붙였다.
그런데 너무 서둘렀다.
그만 팔이 뒤집혀 붙여버린 것이 실수였다.
천마의 맥문을 쥐고 도망치다가 손길이 빗나가고 말았다.
“앗. 노부의 손을 못 쓰게 만들다니. 이 쳐 죽일 놈아.”
휙!
아직도 목을 잡고 껄떡거리는 녀석을 걷어 차버렸다.
퍽!
충격에 천마의 몸과 함께 날려가 버리고 말았다.
천마가 혈도를 찍혔다.
움직이지 못하는 것이 상례였다.
그런데 상식을 뒤엎고 있었다.
천마가 그대로 휭하니 바람만 남기고 달아나 버렸다.
상대는 너무나 어이가 없었던지 그대로 서버리고 말았다.
목이 꺾여 퉁겨졌던 놈의 마지막 공격이 이뤄졌다.
절대악인
— 정원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