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evil RAW novel - Chapter 23
24화. 관외참수(關外斬首).
“개새끼들, 네놈들이 과연 만 냥의 값어치가 있는지 알아본 다음에 내줘도 내줄 것이다.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깝죽거리는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네놈들의 실력이 확실히 뛰어나다면 얼마든지 상대해 줄 테니까 덤벼라.”
소맥은 모험을 걸고 있었다.
저들이 무림의 삼대 신마들이 분명한지 확인하고 싶었다.
만약에 진짜라면 곤욕을 치를 것이다.
가짜라면 상황이 달라질 터였다.
“우―헤헤헤! 네놈이 관을 봐야 정신을 차릴 놈이로다. 나 천사신마가 네놈을 상대해 줄 테니 앞으로 나서라.”
천사신마(天師神魔).
그는 관외에서 백팔개의 무공에 관해서는 전문가다.
무공도 신화의 경지에 도달해 있었다.
웬만한 사람은 상대도 하지 않을 정도였다.
하지만 한번 개입하면 반드시 끝장을 본다고 알려졌다.
산채로 찢어서 죽이기를 즐기기 때문이다.
그랬던 그가 분기탱천해서 앞으로 나섰다.
이를 지켜보던 무영각의 소청이 코웃음을 쳤다.
일장을 전개하는데 바로 호원전기다.
무림에 알려지지 않은 비술이다.
손바닥에서 아지랑이처럼 기체가 일어났다.
번개가 무색할 정도로 짓쳐들어갔다.
펑―펑!
소청은 첫수부터 동수를 이뤘다.
곡주가 말했듯이 가짜임을 확신했다.
이런 사실을 알아본 총관인 소다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관외신마를 향해 무지막지한 장풍을 일으키며 공격했다.
“우리도 심심하니 머리통 터지게 한번 붙어 봅시다.”
관외신마는 소다의 일격을 빗겨 치면서 대소를 터뜨렸다.
“우―히히히! 네놈이 죽고 싶어서 환장한 놈이로구나.”
관외신마와 소다가 전력을 다해서 일장씩을 주고받았다.
서로가 한 걸음씩 물러섰다.
전신의 모골이 송연해지고 말았다.
살기가 얽혀들면서 쌍방은 한 치도 양보가 없었다.
분명히 동질선상의 신공이 펼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꽈―꽝!
대사전의 소령도 가만히 구경만 하고 있지 않았다.
그는 화산신마의 앞으로 나서며 공격부터 감행했다.
허공에서 검광이 춤추듯 쏟아졌다.
“우―헤헤헤! 네놈이 기습하다니 뒈지려고 환장했구나.”
소령과 화산신마가 어울려 싸움이 치열해지고 있었다.
소맥은 세 군데의 싸움을 지켜보면서 머리를 끄떡였다.
저들이 비록 가짜 신마이긴 해도 실력이 남달라 보였다.
가끔 위기에 몰릴 때마다 필사적으로 몰아붙였다.
소맥이 관찰했다.
수법들이 한결같이 똑같았다.
이런 사실을 한눈에 알아낸 소맥이 머리를 끄떡였다.
몸을 잔뜩 도사린 돌격대장인 소장과 눈짓이 마주쳤다.
소장은 이런 순간을 기다렸다는 듯싶었다.
돌격대원들과 함께 신마의 졸개들에게 공격을 감행했다.
“한 놈도 남기지 말고 죽여라!”
쌍방이 일수씩을 주고받으며 동수를 이루는 가운데다.
갑자기 허공에서 대소가 터지며 번쩍였다.
시퍼런 검기가 출렁거리며 사방을 휩쓰는 사이였다.
복면을 뒤집어쓴 사내가 등장했다.
소맥이 놀라서 웃음이 터진 곳을 쳐다봤다.
사내는 은신술의 대가인 듯싶었다.
신형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저 허공에 두둥실 떠오른 몸뚱이가 희미하게 보였다.
손끝에서 필살의 검법이 사방으로 퍼지고 있을 뿐이었다.
관외참수(關外斬首)란 말이 귓가에 들리고 있었다.
정말 하늘이 두 쪽으로 갈라지는 듯싶었다.
공기가 진기로 인해서 깨졌다.
진공으로 진기가 폭발하는데 모두 일곱 줄기였다.
검기에 폭풍 같은 기체가 쫙 갈라지며 천지를 뒤집었다.
순식간에 덮치는 장면은 평범한 검법이 아니었다.
소맥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관외참수란 말이 울려 퍼지는 순간이다.
호원전기를 극한으로 끌어올려 공격에 가담했다.
윽!
음!
소맥과 복면인의 입에서 신음이 동시에 터졌다.
소맥은 짧은 신음성을 듣고 입술을 깨물었다.
벌써 상대가 일으켰던 호신강기가 깨졌음을 인식했다.
자신도 심장에 압박을 가해졌음을 느낄 수가 있었다.
이는 곧 치명상을 뜻했다.
소맥과 복면인도 용하게도 죽음의 그늘에서 벗어났다.
―아… 아직도 멀었구나.
소맥이 가늘게 한숨을 쉬는데 귓가에 말소리가 들렸다.
“따라가 죽일까요?”
소맥이 화들짝 놀라서 쳐다보니 아들인 소주다.
어디서 무엇을 하다가 왔는지는 모르나 이상했다.
봉두난발에 누더기의 옷을 걸쳤다.
철로가 건네준 경장을 걸치고 있었다.
소맥은 뭔가 섬뜩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제기랄! 저놈의 몸뚱이에서 빛나는 물체는 혹시……?’
소맥이 이상해서 다시금 쳐다보자 천마가 얼른 말했다.
“…신어의 비늘입니다.”
“뭐야? 꼽추도 모자라 이젠 물고기 비늘을 달았다고―?”
“그렇게 됐습니다. 금강불괴를 일으키자 비늘이 달라붙었습니다. 지금은 움직이는 데에 아무런 지장이 없습니다.”
“그나저나 어떻게 된 일이냐?”
“나중에 말씀드리겠습니다. 어찌할까요. 저놈들이 누군데 아버지를 뒤로 물러서게 만들었는지 말씀해 주시지요. 그러면 소자가 당장 쫓아가서 모가지를 싹둑 베어오겠습니다.”
“네가 상대할 고수들이 아니다. 저들은 관외에서 활동하고 있는 관외천마란 놈들이다. 보다시피 사숙들과 동수를 이룰 정도로 절정고수다. 섣불리 나섰다가 당하기 쉽다.”
“관외천마라면 나에게 상처를 입히고 뒈진 놈들이다. 저놈들이 죽여서 아예 씨부터 말려야 하겠다.”
천마가 중얼거리고는 관외 천마를 쳐다봤다.
아무리 절정고수에 도달해 있어도 그랬다.
천마에게는 비견할 바가 아니었다.
과거에 자신의 몸에 상처를 남기고 즉사했던 놈들이다.
“관외천마가 죽었다니 그게 무슨 말이냐?”
“…아닙니다. 그런 일이 있었습니다.”
천마는 아차 싶었다.
먼 훗날에 일어날 일이다.
말해 봤자 믿어줄 아버지가 아님을 새삼스레 인식했다.
“일단 저놈들이 가짜란 말이더냐?”
“그렇습니다. 하지만 전부 가짜는 아니고 반반입니다.”
“그렇다면 관외참수란 놈의 제자란 뜻이로군.”
‘관외참수라면 저들을 길러낸 스승이란 말인데 누구지?’
천마는 관외참수의 무공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과거에 자신에 비하면 어림도 없을 정도였다.
숙부들의 펼치는 필살의 일격도 감당하지 못했다.
전전긍긍하다가 반격을 가하는 일수를 천마는 주목했다.
관외참수란 수법임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고 했다. 저놈들이 관외참수란 수법을 완전히 익히기 전에 싹수부터 잘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다음에 나에게 상처를 남길 놈들이니 아예 죽여서 내 곁에 얼씬도 하지 못하게 만들어야 하겠다.’
“아버님, 저놈들을 죽일 수 있겠습니까?”
“힘들다.”
“그러면 저놈들의 오른팔에 상처를 입힐 수 있겠는지요.”
“전력을 다하면 가능하지만 되치기를 당할까 두렵다.”
“그렇다면 아들의 미래를 위해서 그렇게 해주시지요.”
“난 저들을 설득해서 자네의 호위무사로 써먹을 참이었다. 그런데 미래를 위해서 상처를 입히라니 무슨 심사냐?”
“저놈들은 물먹듯이 배반하는 놈들입니다. 오늘 관외참수가 허점이 많다는 사실을 깨닫고 스승을 닦달할 겁니다.”
“저놈들의 수단과 방법도 내다 보다니 놀라운 발전이다.”
소맥은 기분이 말없이 흐뭇하도록 좋았다.
싱글벙글.
아들이 어제와 오늘이 달랐다.
둔해 보였던 몸뚱이가 날렵해 보였다.
눈에서 비치는 은은한 살기도 예전과 달랐다.
남다른 기연을 다시금 만났음이 분명해 보여 좋았다.
“좋다. 아버지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호원전기가 어떤 것인가를 보여주겠다. 눈여겨봤다가 나중에 익히거라.”
“타―잇!”
기합을 터뜨리는 소리가 밤하늘에 울려 퍼졌다.
칼의 바람이 불었다.
피의 서막을 알리는 바람이다.
기합 소리는 사자후(獅子吼)보다도 더욱 강력했다.
호통 소리에 지푸라기가 휘날렸다.
폭풍이 몰아치듯이 회오리가 일어났다.
그리고…….
햇살을 등지고 소맥의 등장했다.
신형이 번쩍였고 눈이 부셨다.
관외참수가 놀란 모양이다.
피가 터지도록 싸우던 고수들이 놀라서 허공을 바라봤다.
사천왕을 연상시키는 몸뚱이가 번쩍거렸다.
바로 천마다.
그의 모습이 신비하게 비쳤다가 사라지는 순간이다.
이번에는 백발무희가 등장해 장원을 휩쓸고 다녔다.
소맥도 호원전기가 펼쳤다.
화려한 기체가 뿜어지며 소낙비처럼 쏟아져 내렸다.
현장으로 검기가 번뜩이며 허공을 갈랐다.
귀곡산장에서 비밀리에 전해지는 비결이다.
곡주에 의해서 세상에 드러나고 있었다.
허와 실이 따로 없었다.
사물의 구분이 모호할 정도였다.
전설적인 검기라 막을 수 있는 수법이 아니었다.
정말 수법은 무자비했다.
악마의 비술답다.
하늘이 온통 쏟아져 내리는 빛으로 물들었다.
정말 무자비할 정도로 휩쓸고 지나갔다.
“커―억! 아―악! 우―욱!”
비명이 동시다발적으로 터졌다.
관외참수가 악마의 수법을 펼쳤으나 한발 늦은 뒤였다.
팔다리가 베어진 상태로 피를 뿌리면서 달아났다.
“모두 도망쳐서 살아남아라.”
관외참수가 뒤늦게 개입했다.
무조건 도망치라고 소리쳤다.
죽음의 덫에서 간신이 벗어났다.
호원전기가 휩쓸고 지나간 뒤였다.
정신이 번쩍 들었던 모양이었다.
너덜너덜해진 옷깃과 흐트러진 머릿결이 엉망이다. 반쯤 뽑히다가 말았던 검을 움켜잡았다.
뒤늦게 소맥을 향해 관외참수가 절기를 펼쳤다.
속전속결이다.
기습이 이뤄진 상태라서 소맥을 피하지 못했다.
절체절명(絶體絶命)의 순간이다.
귓속으로 강하게 파고드는 교소(巧笑)가 울렸다.
“호호―호호호!”
백발이 허공에 휘날리는 가운데다.
관외참수란 절기를 받아쳤다.
꽈―광
검과 검이 부딪치면서 섬광이 번뜩거렸다.
“우―욱!”
“커―억!”
관외참수가 비틀거리자 관외의 악마들이 부축했다.
“도망치란 말이다. 도망쳐……”
한바탕 폭풍우가 휩쓸고 지나간 듯싶었다.
자리에 남아난 것이 없었다.
알음들이 나무들은 베어져 뒹굴었다.
바위도 박살이 났다.
관외의 악마들이 데리고 왔던 패거리들은 몽땅 죽었다.
잘리고 베어져 신음과 피 보라가 허공을 메워 버렸다.
“푸―하하하! 이놈들아, 귀곡산장이 어떤 곳인지 혹독하게 맛을 봤다면 모가지를 남기고 저승으로 떠나라!”
소맥이 소리치다가 한순간 비틀거렸다.
호원전기를 펼치는 바람에 나타난 현기증이었다.
“아버지, 괜찮으십니까?”
천마가 팔을 붙잡아 주자 소맥의 질문이 이어졌다.
“괜찮다. 그런데 저 여자는 누구냐?”
“인사를 드렸던 무희인데요. 그냥 여자친구입니다.”
“나의 질문은 어째서 저토록 무공이 무섭냐는 뜻이다.”
“그거야, 신어의 단정을 복용해서 그렇습니다.”
“단순히 그것뿐이냐?”
소맥의 질문에 천마는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
“호선암에 살고 있은 호랑이의 호단도 복용했습니다.”
“그래? 그렇다면 조심해라! 그렇지 않으면 당한다.”
“네? 무슨 말씀이신지요.”
“상처를 입은 모양이다. 서둘러 치료해 줘라.”
“알겠습니다. 아버님.”
“여태껏 건드린 여인들과는 질적으로 다르니 조심해라.”
“아직 그런 관계는 아닙니다. 그러니 걱정하지 마세요.”
천마는 무희를 찾아 밖으로 신형을 날리며 사라졌다.
절대악인
— 정원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