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evil RAW novel - Chapter 241
243화. 무죄(無罪)
“허허! 그렇게 좁은 굴속에서도 어떻게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 공용수 장로가 조사에 따르면 도중에 몸을 돌리거나 되돌아 나올 수 없다고 판명했다.”
도불의 말에 요마가 공용수 장로를 쳐다봤다.
“동굴에서 몸을 돌릴 수는 없기에 바윗돌을 들어 올린 상태에선 회전할 수 있도록 만들었기에 가능했던 겁니다.”
요마의 말에 모두가 웅성거렸다.
“무거운 돌을 회전시키려면 공간이 필요한데 가능한가?”
여기서 모두가 머리를 갸웃거렸다.
좁은 동굴이었다.
굴을 뚫는다는 것도 힘든 일이다.
거기다가 천근이 넘는 바위를 움직이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래서다.
모두가 요마를 쳐다봤다.
요마는 어깨를 으쓱거렸다.
비밀을 알고 있다는 듯이 미소를 짓고 있었다.
“말해봐라. 이유가 타당하면 너를 살려주겠다.”
요마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바윗돌은 원형으로 회전하며 내려오도록 만들었습니다.”
“바윗돌이 내려오면 구멍이 막히지 않는가?”
“그렇습니다.”
“구멍은 밖으로 연결되어 내실과는 길이 끊긴다.”
도불의 말은 군주가 범인이라는 사실을 암시하고 있었다.
요마가 천도의 눈치를 살피며 우물거렸다.
“자! 이제 중요한 대목이다. 너의 소견을 말해봐라.”
“저어! 지금의 굴은 밖으로 연결되어 있지요?”
“그렇다.”
도불의 확신에 찬 말에 천도의 표정이 밝아졌다.
“저어! 그렇다면 내실에 있던 군주는 누굴까요?”
“…….”
요마의 질문에 아무도 대답하지 못했다.
“저어! 제가 직접 보지 못해서 뭐라고 단정 지어 말씀을 드릴 순 없습니다. 하지만 군주가 외부에서 동굴로 기어든 상태라면 일개의 방에서 머리부터 나와야 정상입니다.”
요마의 말에 이일도 장로의 얼굴에 웃음이 지어졌다.
배다리 장로의 얼굴에 놀라움이 번지고 있었다.
사왕부의 사형도 천도는 놀란 듯싶었다.
눈에서 녹색의 광채가 번뜩였다.
“뭐야? 그렇다면 군주의 말이 맞는단 말이냐? 내가 놈의 입에 묻은 녹혈을 봤고 뼛골에 녹정기가 스민 사실을 비천안 이정수도 증명했다. 그런데도 범인이 아니란 말이냐?”
사형도 천도의 참견에 배다리가 못마땅한 모양이었다.
“험험! 욕은 무슨 욕을 하시오. 하여튼 잠시 기다리시오.”
인상을 험악하게 쓰고는 요마를 쳐다보며 질문을 던졌다.
“그러니까 뭐냐? 분명히 군주가 범인이 아니란 말이지?”
요마가 천도의 무서운 눈만 바라보며 몸만 떨고 있었다.
“저어! 범인인지 아닌지는 말씀드리지 않았습니다.”
“뭐야? 너의 말대라면 분명히 일개의 방으로 머리부터 나올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뻔한 것이 아니더냐?”
요마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갔다.
“글쎄 그것이…….”
사형도 천도의 언성을 높아졌다.
“이놈! 쓸데없는 말은 삼가라! 감히 논조가 끝나고 증거가 뚜렷한 사건이란 말이다. 내가 현장에서 범행을 날조라도 했다는 뜻이냐? 너는 내가 그런 사람으로 보이느냐?”
유령인 일도가 가만히 있을 사람이 아니었다.
그도 한 성질이 있었다.
군주에게 유리한 증거를 확보한 상태라 끼어들었다.
“무슨 소리요. 동굴이 그렇다고 사실을 말했을 뿐인데 죽이다니 그렇다면 나도 죽일 참이시오? 천도 장로는 범행동기만 생각하고 그를 범인으로 몰면 다입니까?”
천도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아니, 뭐요? 그렇다면 내가 그놈을 못 죽여서 환장한 놈이랍니까? 범행동기와 정황증거가 뚜렷하거늘 누명을 씌워 사형선고를 내렸단 뜻입니까?”
“현장 조사로 증거를 확보했으니 하는 말이외다.”
“증거는 무슨 증거요? 모두가 눈을 부릅뜬 상태에서 봤소이다. 그곳에 있던 사람들의 눈이 삐뚤어졌단 말이시오?”
“흥? 그래도 구멍이 모든 사실을 말해주질 않습니까?”
유령인 일도, 그는 웃고 있었다.
“흐흐흐!”
이놈들 어디 죽어보라는 식이었다.
군주에게 사형을 내렸으니 죽으라는 뜻으로 웃고 있었다.
동굴이 범행동기와 다르다는 의견에 그는 힘을 얻었다.
“요마 어서 말해보아라. 군주가 범인가 아닌가?”
요마는 깜짝 놀라며 고개만 푹 숙이고 벌벌 떨었다.
“저어… 그게요.”
요마는 문관의 얼굴을 쳐다봤다.
이럴 때는 저들이 말을 해야만 옳았다.
문관의 요청으로 굴을 팠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놈이 묵묵히 입을 다물고 있을 뿐이었다.
요마만 억울해 분통이 터졌으나 대답은 해야만 했다.
“아닙니다. 군주는 범인이 아닙니다.”
요마는 죽을힘을 다해 말해 놓고는 죽을 결심까지 했다.
제기랄!
될 대로 되라는 식이다.
여기에 천도의 안색이 싹 변하고 말았다.
“저… 저! 때려죽일 놈을 봤나?”
감찰부의 비천도 배다리였다.
꽝!
얼마나 울화통이 터졌기에 탁자가 부서지고 말았다.
“이놈! 모가지를 비틀어 석 달 열흘 동안 소금에 담갔다가 회를 떠서 먹지 않으면 내 성을 갈겠다.”
득달같이 달려들어서 목을 비틀어 버리는 순간이다.
갑자기 누군가가 히히히 웃는 소리가 들렸다,
“히히히! 별 미친놈을 다 보겠구나. 문무쌍성이 조사하고도 범행동기를 밝히지 못해서 의문의 사건으로 기록에 남긴 상태이거늘 뭐 범인이 아니라고? 그렇다면 네놈이 사왕부를 팠던 일은 또 다른 범행이 아니란 말이나?”
감찰부의 비천안 이정수였다.
그는 돌아가는 상황을 뒤늦게 와서 잘 몰랐다.
군주가 범인이 아니라는 사실을 듣고 나섰던 것이었다.
“이놈! 거기 증인석에 다시 앉아라!”
요마가 눈치를 보면서 자리에 앉았다.
“거기가 어떤 자리인지 알겠는가?”
“증인석이고 양심에 따라 솔직하게 말하는 곳입니다.”
“좋다. 거긴 증언만 할 뿐이지 사견은 말할 수 없는 곳이다. 성주께서 말하기를 질문에만 대답하라고 했을 것이다.”
“…….”
“좋다. 군주를 무죄라면 결론을 내린 증거를 말해봐라?”
“그거야 굴이 하나로 뚫렸기 때문에 내린 결론입니다.”
“좋다. 그러면 한 가지 물어보자. 명확하게 대답해라!”
“아…· 알았습니다. 그런데 누구시죠?”
이정수가 징글맞게 웃고 있었다.
“흐흐! 알 것 없다. 다만 이번 사건을 맡은 수석 검사다.”
“흥? 수석 검사면 검사지, 건방지게 이놈이라고 말하냐?”
“흐흐흐! 건방지다고? 허허허! 좋다. 이정수라 한다.”
요마가 피식 웃고는 머리를 끄덕였다.
“좋소. 거짓말을 보태지 않고 소상하게 말하겠소이다.”
이정수는 우선 천도를 향해 읍해 보였다.
“장로님께 양해를 구합니다. 몇 가지 의문스러운 것이 있어서 확인 차 주제넘게 참견한 것이니 허락을 요구합니다.”
천도가 가만히 이정수를 내려다보다가 머리를 끄덕였다.
“좋소. 허락하오. 다만…….”
이정수도 천도 못지않을 정도로 눈치가 구단이었다.
돌아가는 상황을 벌써 파악한 상태였다.
“무슨 뜻인지 알겠습니다. 소관도 논고 때에 군주가 주장한 면을 쌍성이 올린 서류를 통해서 본 바가 있습니다. 여기서 미진한 구석이 있기에 결론을 내리려 하는 것입니다.”
이정수가 웃으면서 요마를 쳐다봤다.
그리고는 대뜸 한마디 던졌다.
그것도 그냥 하는 말이 아니었다.
정곡으로 요마의 심중을 꿰뚫는 말이었다.
“사왕부에 허가 없이 도굴했다면 왕법 제 이조에 의해 사형이다. 그것도 능지처참이다. 무슨 말인지 알았는가?”
요마의 얼굴이 참담하게 일그러지고 말았다.
“그거야 쌍성의 요청에 의한 거니까 그들도 죽이시오.”
“물로 쌍성도 처분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네놈은 오마분시(五馬分屍)로 사지가 잘려 죽는다. 알겠는가? 요마?”
“으―으!”
요마는 처음부터 겁을 먹은 상태였다.
이미 이정수의 한마디에 마음에 상처를 입고 있었다.
그것은 초장부터 졌다는 뜻이었다.
그가 어떤 질문을 한다고 해도 변명의 여지가 없었다.
“하여튼 좋다. 그건 나중에 문제이니 겁먹지 마라. 대답만 잘하면 살 수 있다. 그건 그렇다고 치고 굴이 외부로 뚫렸다고 했는데 맞느냐?”
요마가 머리를 끄덕였으나 힘이 없었다.
“하나는 사왕부의 정문이고 다른 장소는 석실이다. 이것이 하나로 뚫렸다가 일개의 방과 합쳤다. 맞느냐?”
“그렇소.”
“그래, 바로 그곳에 커다란 바위가 가로막고 있다고 했다. 그것도 상하로 움직여서 길을 엇갈리게 만드는 것으로서 출입구의 방향이 바뀌는 것이다. 맞느냐?”
요마가 머리를 끄덕였다.
동굴 얘기만 나오면 신이 나는 모양이었다.
“그렇습니다. 조금 전에도 말씀드린 것처럼 꼬리 자르는 수법으로 도망칠 때 유용하게 사용하기 위한 술법입니다.”
“그렇다. 누구나 도망을 칠 당시에는 급하기 마련이다. 그만큼 여유가 없다는 뜻이다. 그래서 그런 술법을 사용하는 점에서는 일반 도둑과 다른 점이다. 그것은 한 번만 사용하게끔 만들어진 상태다. 거기 아주 작은 구멍으로서 일반 사람들은 드나들 수 없도록 좁다. 그러니 한번 들어가면 몸을 되돌릴 수가 없기에 특수한 설계를 만드는 것이다.”
“그렇소이다. 바위는 천근의 무게나 됩니다. 아무리 절세의 신공을 연성한 고수라도 움직일 수 없습니다.”
이정수가 머리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바위가 사용된 것이냐? 아니면 사용 전인가?”
“이미 사용된 것입니다.”
“그렇다면 두 번 다시 쓸 수 없다는 뜻도 된다. 맞느냐?”
“그렇소이다. 다시는 움직일 수 없는 바윗돌입니다.”
“그곳은 사람이 통하는 곳이냐 아니냐?”
“감히 단언하겠으나 개미도 통과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그 통로는 일개의 방에서 어디로 통하냐?”
“그거야. 일개의 방 밖으로 뚫린 것입니다.”
“사왕문의 정문으로 뚫린 굴이 아니고 오동과 괴인이 싸웠으며 군주가 축골신공을 이용해 들어간 구멍이 맞느냐?”
요마는 그때야 그가 어째서 질문했는지 눈치 차렸다.
금방 그의 얼굴이 창백하게 질려버렸다.
“…그렇소.”
“그렇다면 좋다. 군주가 그 구멍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얼마 뒤에 다시 나왔다. 그건 누구나 증명했다. 맞느냐?”
이정수가 오랫동안 경과에 대해서 길게 설명했다.
“맞소이다.”
“군주는 자신은 굴속에서 그냥 기어서 왔다고 끝까지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그렇다면 범인은 어디로 갔단 말이냐? 범인이 굴속으로 도망쳤다면 그 당시에 굴속에 있는 바위가 움직였을 것이다. 그런데 그건 이미 사용된 뒤였다. 그렇다면 굴속에 군주만이 있었다는 뜻이다. 맞느냐?“
요마가 머리를 끄떡였다.
”군주가 처음부터 안으로 들어가서 일개의 방으로 나올 때까지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고 했다. 좁은 구멍을 그냥 밀고 왔다는 주장이다. 그러면 범인은 굴속으로 들어가지 않았다는 뜻이다. 그런데 어째서 군주가 범인이 아니라고 했는지 말하라. 그러면 너의 모든 죄가 사함을 받을 것이다.”
논리정연한 말에 반박의 여지가 없었다.
절대악인
— 정원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