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evil RAW novel - Chapter 33
34화. 시신과의 식사.
“마사(魔師), 무림을 독식한 무식한 놈아, 뒈지려면 곱게 뒈져라! 복수하려고 네놈의 몸으로 숨어들어왔단 말이다.”
노인이 천마의 몸을 빌려서 회귀했다.
마사를 죽이기 위해서다.
그런데……
이놈의 저항이 만만치 않았다.
마치 기다린듯싶은 모습처럼 행동했다.
팔뚝이 잘려 나갔다.
그래도 멈추지 않았다.
보름달을 쳐다보며 미친놈처럼 마구 자해를 시작했다.
근육과 뼛골이 분리되자 별수가 없었다.
살아남기 위해서였다.
천마장을 펼칠 수 없도록 오른팔을 박살 내 버렸다.
그래도 덤볐다.
인간이기에 그랬다.
생명이 붙어있기에 개처럼 끌려갈 수가 없어서다.
팔을 입에 물었다.
미친놈처럼 마구 휘둘렀다.
몸뚱이가 망가질 정도로 잔인하게 굴었다.
하긴 천마교가 두각을 나타낸 이면에는 마사가 존재했다.
조금 보태서 말하면 무림에 무공으로 당할 자가 없었다.
많은 무림인을 죽였기에 저승사자도 두려워했을 터였다.
그래서다.
자해공갈에 노인과 천마는 손을 들고 말았다.
이대로 시간이 지나면 환원 자체가 불가능했다.
천마와 노인은 분했으나 원래의 자리로 환원하고 말았다.
* * *
노인의 팔은 없어졌다.
마사의 팔을 분해하려고 바꿨기 때문이다.
소매로 관작을 쓰다듬는데 행색이 무서웠다.
바싹 마른 소매는 매의 발톱을 연상시키기에 충분했다.
더군다나 관작을 쓰다듬는 옷깃에서 번쩍거렸다.
불빛이 허공으로 퍼져 오르며 지글지글 타들기까지 했다.
끼―이익!
노인이 관뚜껑을 열어버린 다음에 뭔가를 꺼내 들었다.
“사인을 밝히기 위해서 이것이 필요하다면 네게 주겠다.”
천마가 노인의 손에 들린 물체를 주시했다.
푸른 색채를 띤 인골.
사람이 죽게 되면 살결이 부패해 썩기 마련이다.
뼈도 푸석거리는 것이 정상이다.
하지만 노인의 손에 들린 뼛골은 이상하게 투명했다.
서리가 얹힌 골수에 금빛이 강했다.
무림에 전설로 전해지는 금강한옥(金剛寒玉)이 분명했다.
노인이 차갑게 말했다.
“어떤가? 이런 정도면 순서를 바꿔도 되겠지?”
천마의 눈동자가 그때쯤 찢어지도록 부릅떠졌다.
그는 금강한옥을 쳐다보지 않았다.
노인의 손에 들려진 투명한 뼛골을 바라봤다.
그러다가 자신도 모르게 몸을 바들바들 떨고만 있었다.
“이…건!”
노인은 천마의 말을 좋다는 뜻으로 받아들인 듯싶었다.
일순간 금강한옥을 천마에게 내밀었다.
“금강한옥을 자네에게 넘기니 오늘 중으로 복원시켜라!”
노인이 관작에 넣어서 가져온 용사의 시신을 보여줬다.
머리에서부터 사타구니까지 두 쪽으로 갈라진 상태였다.
사인(死因)은 물론 검기로 인한 상처였다.
몸뚱이를 귀식대법을 펼쳐서 생명을 연장한 상태였다.
언제 명(命)을 놓게 될지 모르는 시구(屍軀)였다.
천마가 그나마 다행스럽게 생각한 것은 따로 있었다.
사내의 몸에 가해진 치명상의 형태가 남았다는 점이었다.
천마가 창백하게 변한 얼굴빛을 감추지 못했다.
쪼개진 머리를 하나로 붙이는 순간이다.
천마는 그만 넋을 놓고 말았다.
부리부리한 눈동자에 살기가 어렸다.
굵직한 눈썹은 금방이라도 살아서 꿈틀거릴 정도였다.
각진 얼굴에 밤송이처럼 뒤덮은 수염을 봐서는 틀림없다.
그가 살아생전에 얼마나 강한 사내였는지를 금방 느낄 수가 있을 것 같았다.
“아…아버지!”
천마의 눈에서 수정처럼 맑은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아…아버지라고?”
노인이 화들짝 놀라서 도깨비처럼 눈알을 부릅떴다.
“그렇다면 자네가 천마교의 교주였던 천마였단 말이냐?”
노인의 손에 들려졌던 금강한옥이 팍하고 부서졌다.
“어서 이걸 복용해라……!”
천마가 부들부들 떨었다.
노인이 손수 금강한옥을 입에 넣어주었다.
천마의 등에 있는 요추(腰椎)인 명문혈에 손을 붙였다.
진기를 불어넣기 시작하며 소리쳤다.
“서둘러서 귀식대법을 펼쳐라…….”
천마가 무의식적으로 귀식대법을 펼치기 시작했다.
그 순간, 노인의 머리 꼭대기 백회혈이 활짝 열렸다.
진기가 무럭무럭 솟아나며 천마의 몸을 휘감는 것이었다.
“가문에서 전해지는 금강한옥(金剛寒玉)이란 보물이다.”
노인이 소리치자 천마의 손바닥에서 광채가 번뜩였다.
시퍼런 기체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샘물처럼 물결이 치듯이 기체가 뿜어져 나왔다.
그러더니 금방 주위를 순식간에 얼려 버렸다.
그렇게 한 시진이 지나갔다.
천마의 몸에 생성됐던 서리가 한순간에 우수수 떨어졌다.
그때야 노인이 한숨을 쉬며 손을 거뒀다.
“하하하―! 노부가 말년에 행운이 찾아온다더니 결국 손자인 너를 만나 선기(仙氣)를 잇게 되었구나. 하하하―!”
노인이 대소를 터뜨렸다.
하지만 안색은 반대로 창백하게 변해가고 있었다.
천마가 그때쯤 깨어났다.
아버지의 시신을 어루만지기 시작하였다.
쪼개진 곳은 붙였다.
함몰된 것은 미장했다.
떨어져 나간 뼛조각은 나뭇가지로 이어 붙였다.
노인이 너저분히 흩어진 뼛골을 노려보고 있었다.
작업하는 천마의 모습을 은밀히 지켜보며 투덜거렸다.
“어―휴! 대체 얼마를 기다려야 치명적인 상처의 사인(死因)을 밝히고 성형 미장을 완성할 수가 있단 말이냐?”
“아미타불, 아버님께선 극락왕생하소서……!”
천마가 염불하는 것은 일을 시작할 때의 습관인 듯했다.
아버지의 시신이다.
살아 계셨을 때처럼 만들고 싶었다.
생명감이 느껴질 수 있도록 만들겠다는 눈치가 역력했다.
시신을 조심스럽게 매만지는 천마.
그는 지친 기색이란 여전히 찾아볼 수가 없었다.
‘별수 없이 어떤 무력을 당했는지 확인해야만 하겠다.’
천마는 목검을 들고 있는 시신 앞으로 다가섰다.
첫 번째와 세 번째 시신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었다.
아주 처참하게 짓이겨진 상태였다.
상처의 흔적이 남지 않았을 정도로 잘린 상태였다.
살점을 비집고 삐져나온 뼛골은 장대했다.
하지만 뒤엉킨 혈관 속에서 발화한 푸른 기체가 보였다.
아직도 흔적이 남았다면 검기에 상해를 입었을 터였다.
가슴에 남은 흔적을 보면 각기 특징이 달랐다.
도대체 어떤 수법에 당했는지 좀처럼 짐작할 수 없었다.
천마의 고민은 바로 여기서부터 출발하고 있었다.
“알아냈느냐?”
노인의 질문에 천마가 한동안 고민을 거듭하다 대답했다.
“발검의 상태로 당했다면 분명히 익숙한 누군가에게 당했을 겁니다. 그런데 소손의 의문점은 어떻게 다섯 사람을 동시에 치명상을 입힐 수 있는지 짐작이 가질 않습니다.”
“잘 봤다. 모두가 천마장(天魔掌)이란 수법에 당했다.”
노인의 말에 천마는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천마장이라면 분명히 천마교의 원로원의 원주이며 태상호법(太上護法)인 마사의 천도비술 일종이지 않습니까?”
천마는 이빨이 부서지도록 빠드득 갈아붙이고 있었다.
소주로 환생한 지금도 잊을 수가 없었다.
자신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던 당사자가 바로 그놈이었다.
그리고 그놈을 죽이려고 환원했다가 실패했다.
그놈이 아버지도 죽였다.
“그렇다. 비술의 허점을 반드시 찾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원로원의 원주인 마사(魔師)를 죽일 수 없단다.”
“소손은…· 복수하기 위해서 환생했던 것입니다.”
“그는 무적의 신공을 읽혔기에 복수는 당장에 힘들다.”
“아무리 그래도 같이 죽는 동귀어진은 피하지 못합니다.”
“좋다. 내가 너에게 술법을 전이시키다 보니까 다른 술법이 감지되던데 과연 회귀해서 어떤 술법을 익혔느냐?”
“소손은 기연을 얻어 혼원일기공을 익히고 있습니다.”
“혼원일기공이라니! 어디 나를 상대로 한번 펼쳐보아라.”
노인의 요구에 천마가 대경실색하면서 머리를 흔들었다.
“하하하! 걱정하지 말아라. 어차피 난 얼마 살지 못한다.”
“하지만……!”
“난 회귀해서 그놈과 동귀어진해 같이 죽을 생각이다.”
“그래도 그럴 순 없습니다.”
“그렇다면 혼원일기공을 내 장심에 심어 보아라.”
천마가 어깨를 으쓱거렸다.
몸뚱이에서 투명한 검기가 뿜어져 나왔다.
노인이 금강한옥을 일으켜 혼원일기공을 낚아챘다.
내식에 들어갔다.
잠시 뒤에 노인이 중얼거리듯이 말했다.
“좋다. 혼원일기공을 조금 익혔다니 아주 훌륭하다.”
노인이 혼원일기공의 실체를 인정하고 한숨을 쉬었다.
“너의 뼛골에 금강한옥을 심었다. 천마장을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 혼원일기공까지 합치게 되면 천하무적이다.”
“하지만 술법은 다른 것과 합치지 못한다고 들었는데요.”
“물론이다. 하지만 금강한옥은 다르다. 그건 기체이기 때문에 얼마든지 합칠 수 있을 것이다. 더군다나 도가(道家)의 혼원일기공까지 연성했다면 그놈을 죽일 수도 있다.”
“그럼 이건 어떨까요. 소손이 몽유병에 걸려서 자신도 모르게 백보신권(百步神拳)의 절기를 배운 적이 있었습니다.”
“뭐라? 무형마귀의 백보신권은 무형이라서 아무도 막지 못한다. 지금 당장에 속성으로 연마에 들어가도록 해보자.”
“지금 그 말씀은……?”
“지금 당장에 자네의 몸속에 내장된 진기를 폭발적으로 뿜어낼 수 있도록 도울 것이니 자네는 백보신권만 펼쳐라.”
“하지만 그렇게 되면 할아버님의 수명이 단축…….”
“푸―하하하! 어차피 난 죽은 몸이었다. 내가 전해주는 내공을 바탕으로 백보신권을 익히면 자네는 천하무적이다. 그리고 복수를 위해선 반드시 무림에서 보기 드문 무공을 연성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는 어림도 없다.”
노인은 말을 끝내며 천마의 등덜미에 바싹 달라붙었다.
명문혈에 전력을 다해서 진기를 쏟아 넣기 시작했다.
천마의 몸에서 우두둑하는 소리가 진동했다.
관솔이 촘촘하게 박힌 주먹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한방에 퍽하고 얼음이 깨졌다.
익숙해지면서부터는 공간을 격하고 주먹질이 시작됐다.
퍽퍽퍽!
사체보관소에선 밤새도록 주먹질이 끊이지 않았다.
* * *
무희는 아침부터 바쁘다.
술을 처먹고도 밤새워 일한 천마를 위해서였다.
오늘은 해장국을 준비했다.
앞치마를 두르고 싱글벙글 신이 났다.
바글바글 들끓는 북엇국에 달걀을 톡 깨트려 풀었다.
거기다가 파까지 송송 썰어 넣어 깔끔하게 맛을 더했다.
맛있는 음식을 가득히 준비한 무희는 행복했다.
입가에 미소가 절로 지어지고 있었다.
자기야, 맛이 어때요.
무희는 아양을 떨어보고 싶었다.
비록 살인만 해오던 손길이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음식을 맛보며 행복을 나누고 싶다고 생각하는 무희였다.
“호호호! 좋았어. 오늘은 그의 품에서 자봐야지.”
무희는 달콤한 생각에 상상의 날개를 펼치고 있었다.
잠시 뒤에 천마가 식당으로 들어왔다.
무희가 쪼르르 달려가 즐거운 마음으로 반갑게 맞이했다.
“호호호! 배고프지요? 씻고 와서 밥이나 같이 먹어요.”
무희가 새색시처럼 밥그릇과 수저를 놓아주었다.
천마를 쳐다보는데 혼자가 아니다.
무희가 쳐다보니 시신이다.
무희는 아무리 대담한 무인이라도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선 무희.
안색이 하얗게 변해서 코부터 틀어막고 중얼거렸다.
“뭐야? 어째서 식탁까지 시신을 데리고 들어오는 거야?”
천마가 그런 그녀를 바라보고는 시신을 식탁에 앉혔다.
그리고는 무희에게 자초지종을 말해줬다.
“그러니까 사지를 이어붙인 사람은 아버님이신데 돌아가셨고, 신선처럼 생긴 분은 조부신데 아직 살았단 말이지?”
천마가 머리를 끄떡였다.
“두 분 모두가 미래에서 이곳으로 환원하신 것이고요?”
“그렇다. 모두 미래에서 사시던 분들이시다.”
“그렇다면 자기도 미래에서 왔다는 뜻이잖아요.”
천마는 대답하지 않았다.
“호호호! 참으로 신기네요.”
무희는 할 말이 많다.
궁금한 것이 많기 때문이다.
천마가 말했다.
“새로운 인생이라서 미래는 아무도 알지 못한다.”
무희는 음식과 시신을 번갈아 쳐다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죽은 사람을 위해 장사를 지내는 일은 아무것도 아니다.
본의 아니게 싫은 표정을 보여서 공연히 미안스럽다.
“미안하다. 식사 시간에 생뚱맞은 일을 벌여놔서.”
“괜찮아요. 남도 아닌 핏줄인데 죽기 전에 만나 뵙게 되어 오히려 영광이지요. 그런데 앞으로 어찌할 셈이지요?”
“당분간 두 분의 시신을 수정관에 모실 생각이다.”
“그래요? 식탁에 앉혀 놓기엔 너무하지요? 그리고 수정관에 모시는 일도 좋겠지만 나중에 시신이 부패하잖아요.”
“지금 당장엔 어쩔 도리가 없다.”
절대악인
— 정원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