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evil RAW novel - Chapter 35
36화. 황금의 행방.
“모두가 함께 황금을 확인한 겁니까요?”
“그렇다. 모두가 직접 황금임을 확인했다.”
“제가 볼 적에는 말입니다. 아버지만 황금을 확인한 다음에 금괴를 돌려가며 표시했을 겁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천마가 직접 눈으로 본 것처럼 말했다.
요마와 영화부인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정확하게 보았다. 워낙에 중요한 일이라서 직접 확인한 다음에 황금을 돌려가면서 진짜임을 확증했다.”
“금괴를 몇 개나 확인하셨습니까?”
“그게 무…슨 말이냐?”
“아마도 10개가 넘을 정도로 확인은 했겠지요?”
“정확한 숫자는 기억하지 못하지만 삼십 개는 확인했다.”
천마가 고개를 끄떡이고는 백발무희를 쳐다보며 말했다.
“낭자께서 금괴가 실린 마차에서 직접 확인했겠지요?”
“흥? 당신도 확인했지만 나도 황금을 확인했지요.”
백발무희가 화를 내자 천마가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
“아이고, 저런. 실례가 됐다면 용서를 구하겠소이다. 하지만 중요한 상황인 만큼 대답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흥? 나도 아버님처럼 수십 개나 확인했습니다.”
“그럼 됐습니다. 확인했다면 황금임을 믿었고 직접 마차를 몰아서 나와 함께 운반했기에 가짜일 수가 없습니다.”
백발무희가 머리를 끄떡였다.
일그러진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질문하는 모습부터 마음에 들지 않았다.
녀석이 나섰기에 뭔가 특별한 사항이 있을까 싶었다.
그런데 그렇지가 않았다.
당장이라도 한방 갈겼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순간이다.
천마가 배짱도 좋게 등을 보이면서 영화부인을 쳐다봤다.
“부인도 직접 황금을 싣고 마차를 낭자에게 넘겼나요?”
“아니다. 황금에 관해서는 나는 모른다. 다만 여기에 있는 낭자가 황금을 옮겼다는 사실만은 알고 있을 뿐이다.”
“부인께선 황금을 낭자에게 직접 내주셨지요?”
“그렇다면 내가 가짜 황금을 내줬다는 것이냐?”
“맞습니다. 맞고요. 지금까지 확인한 결과로는 진짜 황금을 실었고요. 귀곡산장까지 왔음이 분명합니다만…….”
“이런 개자식을 봤나. 보자 보자 하니까 못 하는 소리가 없구나. 감히 내가 누군지 알고 그따위 궤변을 늘어놓아 모두에게 혼동을 주는지 뒈져봐야 정신을 차릴 놈이로다.”
영화부인이 악다구니를 쳐도 천마는 상관하지 않았다.
모두에게 금괴를 손으로 가리키면서 말했다.
“제가 생각하기에는 말입니다. 저기에 쌓여 있는 금괴 중에서 모두가 확인한 금괴만 진짜이고 나머진 가짜입니다.”
천마가 결론을 내렸다.
모두가 달라붙어서 진짜 금괴를 찾으려고 부산을 떨었다.
하지만 움직이지 않는 사람이 있었다.
바로 천마와 백발무희였다.
나머진 멍청한 표정으로 변한 상태였다.
하나씩 금괴를 찾아낼 때마다 얼굴이 일그러지고 말았다.
눈앞에서 증거가 속속들이 드러났다.
뭐라고 할 말이 없었다.
그저 천마를 쳐다보는데 녀석이 웃으며 입을 열었다.
“지금부터 진짜 금괴를 찾았다면요. 이번에는 두 번째의 의문을 추적해서 문제를 파헤쳐 보겠습니다.”
천마가 소맥을 바라보며 포권을 취하고는 질문을 던졌다.
“금괴를 이곳 금화루에 옮겨 논지가 얼마나 됐습니까.”
“오늘로 꼭 열흘이나 지났다.”
“그동안에 금화루에는 아무도 드나들지 않았고요?”
“그렇다. 오늘 처음으로 개방한 것이다.”
“그렇다면 그동안 감시는 어떻게 했단 말인가요?”
“흥? 그건 비밀이라 밝힐 수가 없다. 하지만 이곳을 개미 새끼도 드나들 수가 없는 장소임을 밝혀두겠다.”
“좋습니다. 요마가 이곳에 들어왔을 때는 금괴가 옮겨지던 날이라고 했습니다. 당시에 저도 금괴를 옮기고 있었습니다. 다만 어떻게 해서 며칠 사이에 금괴가 감쪽같이 바뀌었는지 저로서도 알 수가 없어서 답답한 실정입니다.”
천마가 말을 끊고는 좌중을 살폈다.
백발무희와 시선이 마주쳤다.
그녀는 지금 깊은 생각에 잠겨 있었다.
그런데 눈동자만은 그렇지가 않았다.
요마가 움직이는 동작을 뒤쫓고 있었다.
여차하면 베어버릴 정도로 살기가 넘쳐나는 중이었다.
“낭자에게 묻겠습니다. 금괴가 확실하다고 믿습니까요?”
“흥? 그렇다면 내가 실없이 거짓말하고 있단 말입니까?”
“좋습니다. 곡주도 금괴를 운반하다가 확인하셨겠지요?”
“물론이다. 확인하지 않았다면 어찌 가만히 있었겠느냐?”
“여기 금화루는 함정이 있으며 아무도 들지 못하지요?”
“그렇다. 요마가 처음으로 함정에 빠지지 않았다.”
“장담하지만 이따위 함정으로는 요마를 막지 못하지요.”
천마가 영화부인을 쳐다봤다.
“부인께서도 황금을 옮기셨지요?”
“잔소리는 치우고 금괴가 어디로 사라졌는지 요점만 말해라. 그렇지 않으면 네놈을 때려서 죽일 것이란 말이다.”
영화부인의 협박에도 천마는 흔들리는 기색이 없었다.
“의문은 셋입니다. 금괴가 날개가 달려서 하늘로 사라졌거나 아니면 땅속으로 누군가가 반드시 훔쳤다는 겁니다.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나머지의 방법을 사용했을 겁니다.”
“그…그것이 뭔지 얼른 말해봐라!”
소맥의 재촉에 천마는 가볍게 몸서리를 치면서 말했다.
“무형살기가 움직이고 다닙니다.”
“무슨 말이냐?”
“누군가가 나를 죽이려 한단 말입니다.”
천마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해서 주위를 둘러봤다.
영화부인과 시선이 딱 마주치자 뒷걸음질로 물러섰다.
“흥? 네놈을 죽이기는 손바닥을 뒤집는 일보다도 쉽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니 서둘러 무슨 방도인지 말해봐라.”
영화부인에 이어서 소맥이 나섰다.
“그렇다. 여기선 적어도 나 소맥의 명령 없이는 아무도 자네를 건드리거나 죽일 수가 없으니 안심하고 말해봐라.”
천마는 무형살기를 일으켜 사방을 쉴새 없이 경계했다.
그러다가 무슨 좋은 생각이 떠오른 모양이다.
갑자기 요마에게 쪼르르 다가가 귓가에 속닥거렸다.
요마가 연신 고개를 끄떡이며 밖으로 휭하니 사라졌다.
천마가 입을 굳게 다물었다.
자동으로 백발마녀가 요마가 사라진 곳으로 달려갔다.
이어서 몇몇 대원들이 그녀의 뒤를 따랐다.
움직이는 신형들이 다람쥐처럼 날렵했다.
그리고 잠시 뒤.
밖에서 우당탕 싸우는 소리가 들렸다.
성난 칼질이 들리는가 싶더니 ‘으악’하고 비명이 터졌다.
백발무희가 요마를 앞세워 안으로 들어섰다.
옆구리에는 핏물을 줄줄 흘리는 대원이 끼어있었다.
“호호호! 시키는 데로 놈을 잡아 왔으니 안심해도 된다.”
천마가 이상한 생각이 들어서 요마를 찾았다.
그는 언제 어떻게 어디로 사라졌는지 보이지 않았다.
“아버님, 요마가 사라졌는데 보지 못하셨습니까요?”
“사라지다니 방금까지 거기에 서 있었는데……!”
소맥은 자신도 모르게 흠칫 놀라고 말았다.
자신이 버젓이 쳐다보는 앞에서다.
그림자도 남기지 않고 사라지다니…….
정말 미치고 환장할 일이었다.
그가 그렇게 높은 무공을 연성했을 줄은 생각지 못했다.
천둔비술을 연성하지 않고는 어림도 없다고 생각했다.
소맥이 말했다.
“그놈은 부관인 청솔인데 어쩌다가 상처를 입었더냐?”
천마가 그제야 정신이 들었다.
백발무희의 옆구리에 끼고 있는 청솔을 내려놨다.
그는 분근착골이란 시대의 보기 드문 절기에 걸렸다.
몸뚱이가 조금씩 쪼그라들고 있었다.
“청솔은 배신자입니다. 황금을 빼돌렸고요.”
천마의 말에 소맥이 그럴 수 없다는 듯 머리를 흔들었다.
“황금을 빼돌리다니, 그가 어떻게 무슨 능력이 있다고?”
“이놈은 황금을 옮기는 순간에 일부를 빼돌려서 다시금 밖으로 가지고 나갔습니다. 그러니까 아버님과 대원들은 진짜를 들고 들어온 반면에 청솔을 가짜 금을 가지고 들어와서 진짜와 바꿔치기를 했지요.”
“그렇다면 큰일이구나. 내부에 첩자가 있다는 얘기가 아니더냐. 그런데 그가 범인이라는 사실을 어떻게 알았느냐?”
“요마를 공격했습니다. 요마에게 누명을 씌우려는 순간에 살기를 일으켰지요. 이상한 낌새를 차린 소자가 요마에서 알려줬고요. 이를 눈치 차린 청솔이 과거의 요마만을 생각하고 달려들자 백발무희가 따라와 때려잡았지요.”
“요마가 도둑놈이지만 대단한 인물임을 인정하겠다.”
소맥이 요마에 대해서 감탄하는 사이에 천마가 말했다.
“그리고요. 금괴는 쌓아 놓았던 자리의 하부에 구멍을 뚫어놓고 금괴를 빼돌렸을 것입니다. 그래서 백발무녀와 소청 사숙이 비상구로 이미 가서 대기하고 있습니다. 만약에 소자의 생각이 맞는다면 틀림없이 범인이 잡힐 겁니다. 그러니 기관을 작동시켜 추적했으면 합니다.”
“알았다. 그렇다면 추적을 시작해 보도록 하자.”
소맥이 소매를 흔들었다.
호원전기가 회오리 생성시키며 바람을 일으킨 순간이다.
새파란 기체가 벽면을 강타했다.
우르릉 소리가 들리고 끼―끼 굉음이 들린 다음이다.
금괴를 쌓았던 바닥이다.
서서히 갈라지면서 어두컴컴한 동굴이 드러났다.
석실은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아 곰팡이가 피어올랐다.
냄새가 진동했고 거미줄이 치렁치렁 늘어져 있었다.
‘거미줄과 발자국을 추적해서는 놈들을 잡을 수 없다.’
천마는 동굴을 훑어봤다.
놈들의 유인책임을 첫눈에 알아볼 수가 있었다.
그는 대원들이 몰려간 방향과는 반대로 신형을 움직였다.
놈들은 틀림없이 발각을 당하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철저하게 연습한 모양이 분명했다.
사방팔방으로 발자국이 이어졌다가 한곳으로 모였다.
그곳은 바로 밖으로 향하는 출입구였다.
거기에는 백발무희와 소청이 기다리고 있을 터였다.
그들이 발각당하지 않았다면 틀림없다.
다른 방향으로 출입했다는 뜻이었다.
천마는 소맥을 따라가는 막소의 눈빛을 쳐다봤다.
곧바로 머리를 흔들어 보였다.
천마가 신형을 날리는데 평범하기 그지없다.
비룡승천(飛龍昇天)이란 신법이다.
삼류 무사가 펼치는 수법이다.
아들인 소주가 펼치자 막소는 한숨을 내쉬었다.
“아들! 그런 신법으로 어떻게 범인을 잡을 수 있겠느냐?”
“소자의 신법이 형편없어도 숨겨둔 비법이 있습니다.”
“그게 뭔지를 어미가 알아볼 수 있도록 설명해봐라!”
“어머님, 소자의 꼽친 등이 보이시죠?”
“어디 보이다 뿐이냐. 금강불괴를 연성하다가 병신으로 변한 등덜미 때문에 어미의 한숨이 마르지 않는다.”
“그렇다면 소자의 등덜미를 한번 자세히 쳐다보시지요.”
막소가 천마의 등덜미를 쳐다보는 순간이다.
갑자기 꼽친 등덜미가 커졌다가 작아지기를 반복했다.
그러면서 눈에 보이지도 않은 광채가 솟아났다.
“우―욱―으―악―커―욱!”
어둠에 잠긴 동굴 속에서 신음이 동시다발적으로 터졌다.
막소는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커다란 눈만 껌벅이고 있을 뿐이었다.
“어머니, 도난당한 금괴를 찾았으니 안심해도 됩니다.”
천마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소맥 일행이 들이닥쳤다.
“푸―하하하 드디어 도난당한 금괴를 찾았다.”
절대악인
— 정원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