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evil RAW novel - Chapter 44
45화. 살천관(煞天館)
구해야 하는가?
답은 이미 나와 있었다.
천마는 망설이지 않았다.
인사불성이 되어버린 소귀와 당과를 살폈다.
소귀가 약간 정신이 들었던지 중얼거리고 있었다.
“여기서 이렇게 허망하게 무너질 수는 없어.”
소귀는 운기조식을 취할 수 없을 정도인지 휘청거렸다.
“어머니, 정신 차리세요. 소주 새끼보다 먼저 지옥도를 차지해야 합니다. 그러니 어서 묘수를 생각해 보세요.”
소주의 외침에 당과가 힘겹게 엉금엉금 기고 있었다.
“헉헉! 아들, 너는 천재다. 이곳도 통과할 수 있을 것이다. 개새끼보다 먼저 지옥도를 찾아야 한다. 헉헉!”
“어머니! 진법에서 뒷걸음질의 묘리를 생각했잖아요. 여기서도 어머님의 도움이 필요하니까 정신 차려보세요.”
당과와 소귀가 제각기 주절거리며 기어 다니고 있었다.
그러다가 천산갑의에 지옥도를 들어 올린 꼽추를 보았다.
소주가 자신 앞에 나타나자 소귀가 놀라 비명을 질렀다.
“우―악!”
당과가 기절한 소귀를 찾아서 얼른 품에 안았다.
“아들, 걱정하지 마라. 어미가 여기에 있단다.”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천심마도(天心魔刀) 이영(李映)이 정신을 차린 모양이다.
“혹…시 그대가 개망나니 사령관이신 소곡주이시오?”
“푸―하하하! 그렇소. 내가 바로 개망나니 사령관이오.”
“내가 그대를 따르지 않고 움직였다가 이런 꼴로 변했소. 탈락시켜도 좋으니 그냥 살려만 주시오.”
천마를 힘겹게 쳐다보며 말하다가 기절해 버렸다.
그러자 곁에 있던 사내가 천마를 바라보며 말했다.
“소주 사령관님! 소관들을 살려 주십시오.”
그는 무영심도(武英心道) 가마도(佳麻島)란 사내다.
정순한 내공을 익혔는지 기절할 정도는 아니었다.
정신이 조금 남았는지 천마를 향해서 무릎을 꿇었다.
“개망나니 사령관님, 살려 주시면 충성하겠습니다.”
그는 마심일도(魔心一刀) 성아(成我)란 사내였다.
그들 모두는 마공수의 절친들이었다.
운이 없게도 천마와 헤어져서 운명이 엇갈리고 말았다.
“일단 그들을 치료해 주시오.”
천마가 소귀의 맥을 짚어봤다.
허기(虛氣)였다.
진기가 하나도 남지 않았다.
이대로 두면 주화입마에 빠져서 미쳐버릴 공산이 컸다.
천마는 갈등했다.
가늘게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
미우나 고우나 그는 소주의 이복동생이었다.
천마는 지켜볼 수가 없었다.
“소귀 정신 차려라.”
천마가 치료를 마치고 마공수에게 말했다.
“둘을 살렸다는 사실은 비밀로 하고요. 여러 군데를 들려야 하니까요. 각자 흩어졌다가 정문에서 만납시다.”
천마는 평화유지군의 대원들을 구하려고 밖으로 나섰다.
그는 그렇게 최선을 다하며 대원들을 구하고 다녔다.
* * *
천마가 귀곡산장의 청루(靑樓)를 돌아서 나섰다.
살천관(煞天館)이란 간판이 붙은 고대광실이 나타났다.
깊은 계곡에 용마루만 간단하게 쌓아서 올린 집이다.
약 천여 평의 대지에 계단식 의자만 천 석을 되었다.
실내 중앙에는 원형으로 만들어진 전투 광장이 자리했다.
그런데 지금이다.
그곳에 입추의 여지도 없이 사람들이 빽빽하게 들어찼다.
뭔가 구린 점들이 있는 모양이다.
하나같이 자신의 신분과 지위를 숨기려는 듯싶었다.
모두가 가면을 뒤집어쓰고 눈알만 보일 뿐이었다.
하층에는 귀면(鬼面)의 탈을 뒤집어쓴 사람들이다.
마왕의 탈을 쓴 자들이 대부분 중간에 있었다.
물론 도깨비의 탈을 쓴 자들은 상층에 자리한 상태다.
무슨 귀신 놀음을 하는 것처럼 무늬만 가득 들어찼다.
천마를 바라보는 눈초리들이 아무래도 심상치 않았다.
절로 흥분한 탓인지 모두가 함성을 지르며 손짓했다.
원형의 전투지역으로 시선이 모아진 상태였다.
바로 광장의 중심지다.
칠성판에 사지가 쇠사슬에 묶인 검사를 주목하고 있었다.
축 늘어진 검사의 주위는 너무나 살벌했다.
백 근을 상회하는 수세지침이 20개나 박혀 번뜩였다.
지금도 날카로운 수세지침이 천정에서 떨어지고 있었다.
말하자면 검사의 정면 위였다.
그러니까 천정에 수세지침이 36개나 매달려 있었다.
구경꾼들의 손에 들린 심지에 불길이 붙은 상태였다.
그들 모두는 무작위로 뽑힌 사람들이다.
그들이 누군지 아무도 몰랐다.
심지에 불을 붙이면 불길이 타오르기 마련이다.
허공에 매달린 수세지침이 떨어지게끔 설치되어 있었다.
천마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죽음의 광경에 모두가 흥분하고 광분한 뒤였다.
수세지침이 떨어지는 순간마다 모두가 참지 못했다.
함성과 탄성을 터뜨리며 안타까워 발을 동동 굴렀다.
쑤―욱!
천마가 살천관에 들어서기가 무섭다.
수세지침과 연결된 심지가 마지막 불꽃을 태고 있었다.
검게 보여서 무섭다.
뾰족해 잔인해 보이는 수세지침이 떨어져 내렸다.
쿠―웅!
탄성과 안타까운 함성이 동시에 터지고 있었다.
“어이쿠!”
수세지침의 소리에 놀란 비명도 터져 나왔다.
“저런―!”
안타깝게 터지는 비명에 아쉬움이 가득했다.
검투장에서 칠성판이 빙글빙글 회전하고 있었다.
다행히 검투사는 죽지 않았다.
요란한 박수가 환호성과 함께 터져 나왔다.
“와―와! 살았다. 다행히 검투사가 죽지 않았다.”
천마는 이게 무슨 일인가 싶었다.
검투사를 쳐다보던 천마가 깜짝 놀라고 말았다.
그는 뜻밖에도 철로였다.
각진 얼굴에 탄탄한 체격이 철로임을 말해주고 있었다.
용기도 가상했다.
어쩌다가 검투사에 도전하게 됐는지는 몰랐다.
떨리는 몸뚱이가 축하고 늘어진 상태였다.
제법 배짱이 있는 녀석인데 뭔가 잘못됐다.
수세지침이 정면으로 떨어지자 기절했음이 분명했다.
“저런!”
천마가 제법 재밌다는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유혼이 천마를 쳐다보며 말했다.
“귀곡산장의 문호는 열려있습니다. 누구든지 도전할 수 있는데 철로도 별수 없는 모양입니다. 제법 무섭지요?”
귀곡산장의 부관인 유혼이다.
그는 어느새 백팔마귀의 탈을 뒤집어쓴 상태였다.
천마에게 무섭냐고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천마는 그거 뭐 어쨌냐는 듯이 피실 웃고 말았다.
“저들은 흑금마사를 기다리는 백팔마귀의 용사입니다.”
유혼의 말에 천마가 사방을 둘러 보았다.
“도전장을 던진 소곡주에게 이미 충성맹세를 했지요. 명령에 죽음도 불사하는 그런 용사들입니다.”
“저들이 귀곡산장의 핵심들이오?”
“철로가 죽지는 않았으나 배내똥까지 싸질렀을 겁니다.”
“어허! 그러니까 저들 모두가 흑금마사의 부하들이며, 백팔마귀의 도법에 정통했고 충성 맹세했단 말이지요.”
“그렇습니다. 무공으로 따지면 모두가 나를 능가하지요.”
천마가 사방을 둘러보았다.
어림잡아 수백이 넘었다.
그것도 하나같이 초절정의 고수들이다.
쳐다보니 눈에선 새파란 광기만이 차갑게 번뜩거렸다.
“저것은 수세지침인데 무게만 해도 백 근이 넘지요. 이제 마지막 열두 개가 동시에 떨어질 겁니다.”
천마가 수세지침이 매달린 천정을 쳐다봤다.
“도전장을 던진 용사가 고비를 넘기도록 기도하지요. 하지만 아직 저곳을 넘은 용사는 아무도 없었지요.”
“여태껏 한 명도 없었기에 전설로 남았단 말이지요.”
“그렇습니다. 모두가 스스로 운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살천관의 통과하면 부귀영화를 거머쥘 수는 있다고요.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확률적으로 영에 가깝습니다.”
유혼의 말에 천마가 찔끔 놀라고 말았다.
“뭐요? 확률적으로 영에 가까운데 왜들 도전하지요?”
“살기 싫어서입니다. 자살하느니 차라리 도전해 영광을 안고 싶어서지요. 운이 좋아 통과하면 용사로 대우를 받게 된답니다.”
“무슨 대우를 받습니까?”
“흑금마사로 등극하여 부귀영화를 누릴 수가 있습니다.”
유혼의 의미심장한 말에 천마가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부리부리한 눈동자에선 살기가 짙어졌다.
그러나 안색은 반대로 창백하게 변했다.
안면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뭐요? 흑금마사란 백팔마귀의 용사들에게 매타작을 당해 살아남아야 용사가 된다고 하질 않았습니까?”
“소관이 언제 그렇게 말했습니까요?”
“뭐요? 아니, 이 사람이 정말…….”
“물론 매타작에서 살아나면 흑금마사가 되기도 합니다.”
“나는 이미 흑금마사란 말이다.”
“하지만 배짱과 행운도 따라주는지 실험해야지요. 맷집만 가지고는 어림도 없지요. 지금 당장 도전해서 흑금마사가 되어보세요.”
“이런 우라질! 그런 사실을 진즉에 말했다면 무모하게 흑금마사에 도전장을 던지진 않았을 것이다.”
“그럼, 도전 정신도 없이 어떻게 금강불괴의 신체를 최고의 고수로 등극할 수 있단 말인가요.”
“네놈이 감히 나를 가지고 놀다니 용서하지 않겠다.”
“이미 소곡주는 천년동자삼을 복용했습니다. 살아남게 되면 귀곡산장의 용사들이… 한둘이 아닙니다. 소곡주를 중심으로 천하를 도모하게 되어있답니다. 무슨 말인지 알아들었는가요?”
유혼이 말을 끝내기가 무섭다.
천마가 물러선 만큼 백팔마귀의 용사들이 다가섰다.
그리고 용사들이 미친 듯이 천마를 둘러싸기 시작했다.
“이런 제기랄! 일도양단으로 목을 날리기 전에 물러서라. 그렇지 않으면 네놈들을 몽땅 죽이겠다.”
유혼은 당황해 뒤로 물러서는 천마에게 징그럽게 말했다.
“요람에서 죽음까지라고 했습니다. 소곡주… 용사들은 협박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도전을 포기하면 집단으로 자살하니까 알아서 하세요.”
“뭐라? 집단 자살?”
유혼이 말을 끝내고 손가락을 튕기며 휘저었다.
그러자 벽에서 돌연 찡하는 소리가 진동했다.
“남아일언 중천금입니다. 관작에 들어가세요. 그러면 저절로 칠성판에 묶이게 됩니다. 검투장의 표적이 움직여 수세지침이 장착될 겁니다.”
벽에서 찡하고 울리는 것이 신호인 모양이다.
가면을 뒤집어쓴 용사들이다.
그들이 천마를 주시하며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잠시 침묵이 흐르다가 갑자기 ‘와’하는 함성이 일어났다.
모두가 천마를 향해 일제히 절을 올리고 있었다.
“흑금마사에 도전장을 던진 소곡주께 감사를 드립니다.”
“백 년이나 진정한 용사를 모시지 못했습니다.”
모두가 천마를 향해서 포권을 취했다.
절대악인
— 정원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