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evil RAW novel - Chapter 46
47화. 뜻밖의 손님
그는 무형살기를 처음부터 새롭게 연성하기 시작했다.
지랄 같은 몸뚱이다.
하지만 노력한 덕분이다.
뻣뻣했던 몸뚱이가 그럭저럭 적응했다.
날렵하게 움직이는데 환영의 그림자만 가득했다.
천마는 그렇게 온몸이 땀으로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
“소린, 언제부터 저러고 있었는지 말해주겠는가?”
당과의 말을 듣게 된 소린.
그녀는 몸서리치듯이 가늘게 떨었다.
천마의 손짓에 따라서 나뭇가지를 베어내고 있었다.
그런 모습을 힐끔 쳐다본 다음의 일이다.
때마침 소린은 고개를 갸름하게 쳐들었는데 이상했다.
창백한 얼굴.
흡혈을 당했는지 목덜미에 이빨 자국이 선명하다.
“천년동자삼을 섭취한 날로부터 시작했으니까요.
달포나 곡기도 끊고 무형살기를 연마한 상태입니다.”
“소주가 흡혈귀처럼 자네의 피를 빨아먹는단 말인가…….”
“네. 소녀가 동자삼을 복용했고요. 소녀의 피를 흡혈해서 무형살기를 증대시키고 있습니다.”
“뭐야? 동자삼을 저놈이 아니라 자네가 복용했다고……?”
소린의 대답에 당과는 미간을 찌푸렸다.
천마가 살천관의 자격시험에서 살아남자 치를 떨었다.
당과는 물론이고 그녀의 아들인 소귀도 반신반의했었다.
어디까지나 확률이 영에 가까운 실험이다.
그곳에서 살아남다니 어림도 없었다.
속임수를 썼을 것이라고 심증은 가는데 증거가 없었다.
모두가 지켜봤고 수세지침이 관작을 꿰뚫었다.
그런데도 죽지 않았다니 믿을 수가 없었다.
물론 칠성판에 묶이지 않았다.
그리고 관속에 들었다는 사실이 수상했다.
곡주는 물론이고 당과도 주목하고 있었다.
‘언젠가는 밝혀지겠지만 살아남았으나 네놈은 뒈진다.’
당과가 이빨을 갈아붙이자 천마가 부관에게 명령했다.
“대원은 들어라. 지난번에 내렸던 명령이 어떻게 됐는지 보고하라. 그리고 항복문서를 받치지 않은 문파들을 선별하라. 가차 없이 처단해서 간판을 내리라고 명령을 전달하라.”
* * *
“어찌 이다지도 무섭게 변하셨소.”
소맥은 아들 소주를 찾는다는 노파를 쳐다봤다.
오 척의 단구에 처참하게 일그러진 모습이다.
외눈에 오관이 몽땅 잘렸거나 뭉그러졌다.
꼽추였으며 달리도 절고 있었다.
소맥은 무릎을 꿇고 노파와 눈높이를 맞췄다.
동그랗게 떠오르는 얼굴이 있었다.
백발마사.
천하제일 미녀이면서도 도부꾼이며 소주의 어머니다.
그런 그녀가 저렇게 변했다니 소맥은 믿을 수가 없었다.
“추사(秋蛇), 보고 있소? 소주가 저렇게 성장했다오.”
노파가 무형살기를 연성하는 소주를 쳐다보며 말했다.
“무형살기가 왜 저렇게 형편없어요?”
“이제 막 깨우치기 시작했습니다.”
“내가 낳은 아이라면 저럴 리가 없는데…….”
소맥은 노파를 쳐다보며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가까이 다가가서 살펴봐야 하겠어.”
노파가 절뚝거리며 소주를 향해 다가서고 있었다.
장자인 소주는 소곡주가 될 재목이 아니었다.
자질이나 사고력에서 뒤처졌기에 그랬다.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미련했다.
보살핌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성장했었다.
곡주가 되기 위한 훈육은 혹독했다.
가르침은 가혹했기에 견디기가 힘들었을 터였다.
모두는 그가 둔재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소맥은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믿었다.
깨우침이 늦었다
하지만 언젠가는… 그래, 그렇게 일어설 것이었다.
그 믿음에 답하듯이 소주는 해내고 말았다.
아무도 연성하지 못했던 무형살기를 소싯적에 연성했다.
그리고…….
누구나 한번은 꿈꾼다는 흑금마사다.
용사에 도전해 당당히 합격했다.
그런 소주가 곡주는 자랑스러웠다.
만약에 그가 흑금마사에 도전장을 던졌기에 그는 살았다.
그렇지 않았다면 당과의 등쌀에 견디지 못했을 터였다.
하지만 모두의 생각을 뒤엎을 정도로 소주는 대단했다.
벌써 흑금마사란 용사들의 조직을 완전히 장악했다.
소곡주란 멍에의 짐을 털어버린 다음이다.
그래서 그랬는지 몰랐다.
오늘따라 남달라 보였다.
백팔마귀가 도법을 펼치는 몸이 가볍고 날렵했다.
힘의 위주로 도법을 연성하던 시절과는 많이도 달랐다.
저런 정도면 됐다고 소맥은 생각했다.
어디에 내놔도 뒤처지지 않고 사람 구실을 할 터였다.
소귀가 또래들의 무리에서 언제나 주목을 받아왔었다.
하지만 오늘의 소주는 예전의 파락호가 아니었다.
귀공자를 뛰어넘는 용사로 거듭날 가능성이 엿보였다.
노파가 아미를 일그러뜨리고 있었다.
생각에 잠긴 소맥의 표정을 안쓰럽게 살피며 한탄했다.
“틀렸어. 무형살기를 펼치기에는 유연함이 부족해요.”
노파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다.
새파란 검기가 눈앞에서 번개처럼 번쩍였다.
어느새 머릿결이 칼날에 베여 사방으로 훑어졌다.
“어―허! 무슨 일로 왔는지는 몰라도 모가지를 조심해라.”
천마풍도에 베어진 머릿결을 무심하게 쳐다보던 노파…….
노파는 흠칫했다.
상상한 것보다 무형살기가 강했기에 그랬다.
노파가 머릿결을 들고서 살펴보기 시작했다.
잘린 단면이 너무나 깨끗했다.
노파는 놀라운 마음을 진정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바람결에 휘날리는 머릿결을 쳐다보며 몸을 떨었다.
‘도부꾼들은 사람의 모가지를 자를 때마다 원혼의 살기가 쌓여서 검기를 형성한다고 하더니 정말인 모양이구나.’
노파는 자신도 모르게 목을 자라처럼 움츠리고 말했다.
“자네가 소주란 젊은이인가?”
천마가 정중하게 인사를 하면서 아버지를 쳐다봤다.
소맥은 말없이 웃고만 있었다.
“그렇습니다만 노부인은 누구신지요?”
“백팔마귀를 연마한 지가 얼마나 되었나?”
“부끄럽지만 15년이 넘었습니다.”
“부끄럽긴… 그래, 일도양단을 깨우쳤다면서?”
천마가 소맥을 쳐다봤다.
“이제 멀지 않아 천하를 호령할 겁니다.”
“살천관을 통과했다면 천하를 훔쳐야지요.”
천마는 노파의 말에 어리둥절했다.
“네…? 무슨 말씀이신지요?”
“그러니까 자네는 내가 누군지 궁금하단 말이지?”
노파가 자신의 신분을 밝히려 하자 소맥이 말렸다.
“너무 지치신 것 같으니 안으로 드시지요.”
노파가 할 말이 많은 듯 망설이다가 안으로 사라졌다.
“소린 노파가 누군지 알고 있느냐?”
생각에 잠겼던 소린이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저었다.
“소녀는 누군지 모릅니다. 다만…….”
“알아내면 내게 알려줘라.”
“네, 알겠습니다. 귀곡산장의 터줏대감이신 소곡주님!”
“저런. 쉽게 불러도 된다고 했는데도 아직도야…….”
천마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노파는 자신을 알고 있는 눈치였다
아버지는 그런 표정을 굳이 감추지 않았다.
그렇다면 혹시……?
천마는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소주의 어머니인 백발마사는 천하가 알아주는 미인이다.
저렇게 형편없는 몰골로 변하지는 않았을 터였다.
천마가 대전으로 사라지는 순간이다.
소린은 나무 뒷등에서 서성거리는 소아를 발견했다.
서둘러 다가가 말했다.
“아니 소아 아기씨께선 여긴 어인 일로 나오셨나요?”
소아가 배시시 웃고는 쪼르르 달아나며 종알거렸다.
“난 알아요. 그분이 누군지… 하지만 말하지 않겠어요”
“이상하네. 얼굴에 생기가 돌다니 고질병이 나아졌나?”
소린이 고개만 갸웃거리며 천마를 따라서 사라졌다.
* * *
“누가 왔다고? 어머님이 아니라 소곡주가? 아니, 개새끼가 병문안을 왔단 말이냐? 그렇다면 이러고 있을 수 없지.”
소귀가 아랫배를 꿈틀거렸다.
그러자 온몸이 퉁퉁 부어오르기 시작했다.
겉모습을 보면 석 달은 앓았던 사람처럼 보였다.
부황에 들뜬 모습인데 애처롭다
그런 모습으로 침대에 쓰러지기가 무섭다.
천마가 침실로 들어섰다.
부리부리한 눈동자에서 살기가 번뜩거렸다.
골패인 상처가 씰룩거리며 인상이 차갑게 변했다.
“끄―응! 혀…형님 오셨소?”
소귀가 침대에서 힘겹게 일어서면서 고개를 숙여 보였다.
“소귀, 그렇게 지랄을 떨 필요는 없다. 네놈이 일부러 꾀병을 부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흥? 형님의 눈엔 골병이 들어버린 모습이 보이지 않소. 이것이 정말 꾀병으로 보인단 말이오?”
“난 자네가 변환신공(變幻神功)을 연성한 것도, 얼마든지 모습을 바꾼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 분근착골을 사용하기 전에 원래대로 회복시켜라. 그렇지 않으면 뒈진다.”
“흥? 병문안을 와서 무슨 개수작을 떠벌이는 것이냐?”
소귀의 표정이 우거지로 변했다.
“나를 건들면 비참한 모습을 보여줄 것이란 말이다.”
소귀가 이빨을 빠드득 갈아붙이자 천마가 피실 웃었다.
“네가 수세지침의 마지막 심지에 불붙인 것도 알고 있지. 그렇게 해주면 형으로 대접하겠다고 맹세했다고 들었다. 그런데 아니었단 말이더냐?”
“그래서 지금 형님이라 부르고 대접하고 있지를 않소.”
소귀가 씨부렁거리고는 벌떡 일어났다.
탁자에 놓인 찻잔에 차를 따랐다.
일단 한잔을 마시고는 씨부렁거렸다.
“좋소. 아우가 형님께 차를 대접하니 마시고 꺼지시오.”
천마가 차를 훌쩍 마셨다.
성이 차지 않는 눈치다.
주전자를 들고 벌컥벌컥 들이킨 천마.
그는 대소를 터뜨렸다.
“하하하! 화골산(化骨酸) 덕분에 뼛골이 부드러워졌구나.”
소귀의 안색이 순식간에 창백하게 변하고 말았다.
“무색무취인데 어…어떻게 화골산임을 알았단 말이냐?”
“하하하! 나는 네놈이 알고 있던 옛날의 형님이 아니다. 이제부턴 그런 사실을 처절하게 깨닫고 자숙해라. 그렇지 않으면 네놈은 내 손에 찢겨서 뒈진다.”
* * *
“철로 자세하게 말해봐라. 귀공자가 의식불명에다가 입에 거품을 물고 쓰러졌다고? 그렇다면 독약이라도 마셨단 말이더냐?”
“귀의의 말대로라면 화골산을 마시고 쓰러졌다고 합니다. 문제는 소곡주와 함께 마셨다는 겁니다.”
“그놈은 나를 죽이려고 화골산을 탔던 차를 내게 먹였다. 자신은 산공독을 먹었던 놈이다. 그런데 죽었어야 할 나는 멀쩡하게 살았다. 대신 좋아서 춤춰야 할 놈이었다. 그런데 어째서 죽어가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질 않는다.”
“귀공자가 수작을 부렸고 소곡주는 함정에 걸린 겁니다.”
“그래서 어찌 됐다고 하더냐?”
철로가 일도양단의 수법을 흉내 내면서 말했다.
“지금 한바탕 난리가 났습니다. 귀의는 귀공자의 신위를 지키려고 위세척까지 했답니다. 모후는 외가에 기별해 독수 전문가가 달려오는 중이고요. 곡주는 소곡주를 추방하겠다고 약속했지요. 겨우 이번 사건을 진정시키고 있답니다.”
“이번에도 귀의가 말썽이구나. 나를 살려줬기에 용서해 줬건만 아직도 변하지 않았어. 아무래도 때려죽여서 화근을 없애야 하겠다.”
“아니 소곡주는 내공을 상실당했잖아요. 비실거리는데 어떻게 귀의를 죽인다고 하시는지. 이해하지 못하겠습니다.”
“무형살기에는 내공이란 백해무익하다. 오로지 백팔마귀의 도법만 연성하면 된다. 원혼의 살기가 쌓여서 무형단기를 형성하면 그만이다. 난 이미 15년의 무형살기가 뼛골에 쌓인 상태다. 절정고수라면 몰라도 웬만한 놈들은 어림도 없다. 귀의 정도라면 기습으로 단숨에 죽일 수 있어.”
“하지만 눈치 빠른 귀의가 허점을 보이지 않을 겁니다. 사천당문에서 독살 전문가가 파견 나왔다면 소나기는 피하라는 말처럼 일단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천마와 철로가 수군거리며 상의를 하는 중이었다.
귀곡산장의 곡주가 교사들과 실내로 들어서고 있었다.
“철로의 말대로 지금은 떠나야 하는 상황이다. 당장에 외유하며 경험을 쌓은 다음에 명성을 떨쳐라.”
“축객령입니까요?”
“아니다. 자네는 흑금마사의 조직을 장악했다. 이젠 아무도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 아비는 중도노선을 걷기에 면목이 없다. 차라리 분가(分家)해 영명을 떨치도록 해라.”
절대악인
— 정원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