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evil RAW novel - Chapter 50
51화. 생사고투(生死苦鬪)
솜씨가 아주 능수능란한 게 보통이 아니었다.
‘흥? 그렇다고 내가 너를 그냥 놔두면 사람이 아니다.’
남궁태기가 무희의 얼굴에 상처를 내려고 몸을 도사렸다.
무희는 위기에 처한 사실도 몰랐다.
무조건 천마를 도왔다.
할아버님의 상처를 지혈시키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산전수전을 몽땅 겪은 노련한 살수였다.
할아버지의 몸에 가해진 상처의 방향을 추적했다.
살수가 어디에 숨었는지를 깨달았다.
위치를 파악하기 무섭다.
전력을 다해서 백팔마귀의 도법을 펼쳤다.
때마침 남궁태기도 그녀의 얼굴을 향해서 공격했다.
무섭게 무적검법으로 내려치고 있었다.
창―창!
허공에서 섬광이 마주치며 번뜩이는 순간이다.
무희가 천정에 올라붙었다.
가볍지 않은 상처를 입은 무희는 오히려 놀라고 말았다.
남궁태기의 신법이 얼마나 빠른지 몰랐다.
눈을 뜬 상태로 그녀의 종족을 놓치고 말았다.
뒤늦게 ‘앗’하고 소리치며 뒤를 쫓았으나 때늦은 뒤였다.
무희가 뒤늦게 사체보관소의 밖으로 뛰쳐나왔다.
굵은 빗줄기가 억수처럼 쏟아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서는 벌써 싸움이 벌어진 모양이다.
남궁태기를 둘러싸고 섬광이 번뜩이는 순간이었다.
칼날이 허공을 가르고 있었다.
창창―창창창!
싸움은 결렬하도록 치열했다.
서로가 한 치의 양보도 없었다.
광풍 폭우 속에서 싸움은 계속 이어졌다.
고수들이 성난 이리처럼 이리저리 날뛰고 있었다.
그들 모두는 구주(九州)를 대표하는 용사들이다.
이들이 생사고투(生死苦鬪)를 벌이는 이유는 하나다.
천고에 보기 드문 비서(祕書)를 차지하기 위해서다.
천하제일의 고수로 등극할 수 있다고 전해져서였다.
그랬기에 모두가 목숨을 걸고 치열하게 싸우고 있었다.
“유령교주(幽靈敎主), 네놈이 말년에 우화등선하고 싶어 화장했구나. 혼원일기공을 차지하려고 미쳤지만 어림도 없다.”
“우―헤헤헤! 그렇다면 별수 없다. 독차지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 그러나 실력이 되면 얼마든지 가져가라!.”
“유령교주, 네놈이 악마임을 인정하겠다. 불승에게서 훔친 혼원일기공의 내놓지 않으면 죽는다. 여기서 살아 떠날 생각은 일찌감치 버리는 것이 좋다.”
“만리표풍, 개소리 떨지 마라. 네놈이 소매치기에 달인이지만 아직 멀었다. 풋내가 가시지 않았으니 젖이나 처먹고 오너라.”
“아미타불! 내가 살았으니 일찌감치 포기하는 것이 좋다.
네놈들이 아무리 까불어봐야 소용없다. 백팔나한이 개입했으니까 물러가라!”
“무량수불! 혼원일기공은 금정원에서 소실한 물건이다. 되찾고자 하니까 동도들은 양보하라!”
“지랄하고 자빠졌네. 잃어버린 주제에 말들이 많구나.”
“유령교주, 네놈을 죽이고 비서를 빼앗아주마.”
유령교주는 무림의 악마다.
그가 펼치는 유령신공(幽靈神功)은 무림의 일절이었다.
진기를 끌어올리면 전신이 투명해 눈에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거의 무적이 가깝다.
그런 그가 유령신공을 펼치면서 빗속을 누비기 시작했다.
그러자 구주의 용사들은 무조건 덤볐다.
오악검파(五嶽劍波)의 용사들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검진을 형성하면서 집요하게 공격하고 있었다.
그렇게 비바람이 몰아치는 산성에서 싸움이 일어났다.
섬광이 번뜩이며 살육전이 무자비하게 펼쳐지고 말았다.
“우―악!”
“커―억!”
빗속에서 단말의 비명이 연속적으로 터졌다.
유령교주의 손속은 그만큼 잔혹했다.
격렬한 대결에 휩쓸린 고수들은 힘없이 쓰러져 갔다.
하지만 뒤쪽의 사람들은 굴하지 않았다.
앞사람의 시신을 밟고서 미친 듯이 공격하며 덤벼들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사람들의 숫자는 점점 줄어들었다.
반면에 피투성이로 변한 시신은 하나씩 늘어났다.
유령교주의 몸도 성하지 않았다.
피투성이가 되었다.
마치 지옥에서 뛰쳐나온 악귀처럼 날뛰었지만 지쳤다.
점차 휘청이는 횟수가 많아졌다.
유령신공을 펼친 그는 진정으로 누구보다도 강했다.
숨결이 거칠어지고 비틀거렸으나 끝까지 버티고 있었다.
시신을 쌓여가고 있었다.
이윽고 산성에는 두 사람만이 남았다.
흑의 복면을 뒤집어쓴 무사와 유령교주.
복면인은 횃불처럼 빛나는 눈초리는 싸늘하게 변했다.
유령교주는 절정고수들과의 접전으로 지쳐 버렸다.
온몸이 피투성이로 변해 뒤로 물러서기 바빴다.
“헉헉―헉헉!”
흑의 복면인은 아직도 여력이 남았는지 앞으로 다가섰다.
유령교주는 거친 숨결을 몰아 쉬면서 뒤로 물러섰다.
복면인은 음침하게 웃으면서 짓쳐 들어갔다.
마침내 흐느적거리던 유령교주가 몸을 곧추세웠다.
마지막 공격으로 진기를 극한으로 끌어올리는 중이었다.
그런데 거긴 천 길이 넘는 낭떠러지라서 위험천만이다.
“호호호! 유령교주, 어떤가요. 이제 우리만 남았으니까 같이 손잡죠. 절기를 연마하는 것이 서로가 좋지 않겠어요?”
“네년은 누군지 신분을 밝혀라. 그러면 생각해 보겠다.”
“호호호! 유령교주, 우리가 어렵게 싸웠어요. 그런데 내가 누군지 모르다니 실망했어요. 나는 말이죠. 무림연맹의 맹주인 남궁태기라고 하는데 들어 봤지요?”
“무림연맹이 이번 일에 개입했다면 함정이 틀림없구나.”
“호호호! 그래요. 혼원일기공의 비서로 함정을 팠지요. 지난 싸움에서 악마들을 죽이지 못해서 환장했거든요.”
“맹주는 지모가 뛰어나 상대하기가 어렵다더니 과연… 하지만 비서를 취득하도록 가만히 두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까 건방지게 개수작 떨지 말고 어서 덤벼라.”
유령교주는 무공이 말해주듯이 그는 상당히 건방졌다.
어린 계집에게 농락을 당했다는 생각에 몸서리쳤다.
그는 치솟는 화기를 참을 수가 없었다.
적들을 물리치느라고 상당히 지쳤으나 근성이 남았다.
아직까진 계집에게 기가 죽을 정도는 약하진 않았다.
“호호호! 축하주를 마다하고 벌주를 원하다니 안타깝다. 그렇다면 본 맹주의 무정함을 원망하지 말아라.”
남궁태기가 호기롭게 말하면서 무적검법을 펼쳤다.
유령교주의 몸뚱이가 투명해지면서 사라졌다.
그 대신에 그가 섰던 자리에서 회오리가 일어났다.
섬광이 번뜩였다.
그런 순간을 기다렸는지 남궁태기가 힘차게 받아쳤다.
꽈―꽝!
벼락이 떨어지듯이 폭발음이 격렬하게 울려 퍼졌다.
“우―욱!”
유령교주의 입에서 핏빛 분수가 뿜어졌다.
동시에 남궁태기의 입에서도 신음이 터졌다.
“커―억!”
그의 일격을 견디지 못하고 비명을 터뜨리면서 쓰러졌다.
서로가 양패구상을 당한 상태였다.
유령교주가 마지막 고비를 넘기지 못했다.
절벽으로 떨어지는 순간이었다.
바위에 매달린 그의 몸으로 투명한 영상이 다가왔다.
골상형인.
신체가 없었다.
뼛골만 조금 보일 뿐이었다.
그런 괴인의 손에는 비서가 들려 있었다.
책자를 읽으면서 발길로 유령교주를 걷어찼다.
“아―악!”
신음이 어둠에 묻혀버린 뒤였다.
남궁태기는 죽었는지 살았는지 움직일 줄을 몰랐다.
그렇게 비바람이 몰아치는 언덕에 사람들이 등장했다.
남궁태기를 찾으려는 무사들이다.
천둥 벼락이 내려치는 곳으로 몰려들었다.
그런데 싸우는 광경을 끝까지 지켜본 사람들이 있었다.
바로 천마와 무희였다.
‘저놈은 못 보던 놈인데 누구지요?’
‘흐흐흐! 누구든 비책을 봤다면 걸려들 것이다.’
둘은 서로 마주 바라보며 고개를 끄떡였다.
그런 다음에 그림자도 남기지 않고 사라져 버렸다.
* * *
천마가 급히 출장을 떠날 도구를 챙기자 무희가 물었다.
“지금 곧바로 출장을 떠나야 한단 말이지요?”
“아… 아마도 달포는 걸릴 것이다.”
“그렇게나 오랫동안 떠나면 장례식은 언제 치르고요?”
“두 분을 수정관에 모셨으니까 당분간은 괜찮을 것이다.”
“내 말은 그게 아니라… 그래 치료할 사람이 누군데요?”
“귀의(鬼醫)라고 당신도 알고 있는 사람이다.”
“귀의가 이번 기서정란(奇書正亂)에 참가했단 말이에요?”
“아마도 크게 다친 모양이야. 중이 제 머리를 깎지 못한다고 했다. 나도 몽유병을 치료하려면 그의 도움을 받아야…. 어떻게든 살려 진단을 받을 요량이니까 그렇게 알라고.”
“귀의의 상처도 중요겠으나 유령교주는 어쩔 참이고요?”
“일단 고비를 넘겼으니까 출퇴근하며 치료할 참이다.”
“그래도…….”
“다녀올 테니 그렇게 알고 기다리지 마라!”
천마가 대기하던 마차를 타고 떠났다.
무희는 갑자기 외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슴이 허전했다.
어젯밤과 다르게 무서운 전율이 느껴졌다.
이것이 외로움인가 싶어서 가슴을 감쌌다.
불현듯 자신을 공격했던 복면 살수를 떠올렸다.
분명히 칼날의 방향이 자신의 얼굴이었다.
급습을 가한 살수치고는 평범하기 그지없었다.
상대를 척살하려면 급소인 목과 가슴인데 아니었다.
얼굴이라면 자신을 알고 있다는 생각을 떨치지 못했다.
무희는 그녀가 천마의 첫사랑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만약에 그녀라면 용서할 생각이 추호도 없었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선 무희가 유령교주에게 다가갔다.
붕대로 칭칭 동여진 자세를 확인하던 그녀가 중얼거렸다.
“틀림없어. 그년이야. 내 얼굴을 공격했던 수법도 할아버지의 몸에 가한 상처도 유령교주와 똑같아. 그렇다면 망할 계집이 사용하던 무적검법이 틀림없어. 다행히 급하게나마 피했기에 다행이었어. 그렇지 않으면 꼼짝없이 당할 뻔했잖아…….”
무희는 몸서리를 쳤다.
그리고 천마가 이를 모를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알면서도 출장을 떠났다면 그녀가 불렀다는 뜻이었다.
이는 그녀가 치명적인 상처를 입었다는 뜻이기도 했다.
그런 생각을 떨치지 못한 무희가 벌떡 일어섰다.
사실인지 아닌지는 확인하면 그만이다.
“호호호! 네년은 분명히 나를 잘못 건드렸어. 나는 빚지고는 못사는 여자야. 알겠어? 기다려. 복수할 테니 기다리란 말이야. 말할 놈의 계집애야. 내가 얼마나 무서운 여자인지를 꼭 보여줄 거야.”
무희는 자신도 모르게 광기에 물들었을 때였다.
유령교주가 중얼거리는데 무희는 알아듣지 못했다.
* * *
천마를 태운 마차가 천향원의 후원별궁에 도착했다.
그곳에서 오보추혼이 초조하게 서성거리고 있었다.
이윽고 마차가 도착했다.
문까지 열어주며 천마를 맞이했다.
“형님, 신수가 훤하니 재미가 좋았던 모양입니다.”
천마가 오보추혼의 환대에 의아심을 가졌다.
“아니, 대주께선 여긴 어쩐 일로…….”
“이번에도 부탁할 일이 있어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대주께서 직접 나섰다면 보통 일이 아닌듯싶은데…….”
“별궁에 들어가시면 아시게 될 겁니다. 기서정란의 영웅이시지요. 형님을 위기에서 구출하고자 애를 쓰시던 분이시죠. 기다리고 계시니 안으로 들어가 보시지요.”
“나는 귀의를 치료하기 위해서 방문한 것인데…….”
천마는 말은 그렇게 했으나 입을 다물었다.
험상궂은 오보추혼의 싸늘한 표정에 찔끔 놀라서다.
안내를 받아 별궁 안으로 들어섰다.
절대악인
— 정원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