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evil RAW novel - Chapter 55
56화. 천룡도(天龍刀)
그런데 상태가 좋지 않았다.
전신을 바들바들 떨면서 피를 토해내고 있었다.
그것을 보면 천룡도의 비법을 탐했던 것 같았다.
귀녀는 곁에 노승이 있다는 사실도 모르는 모양이었다.
만도를 들어 올려서 천룡도를 내려치고 있었다.
차―앙―!
천룡도에서 번쩍하고 섬광이 일어났다.
귀녀가 놀라서 뒤로 물러서고 있었다.
천룡도가 울리면서 울기 시작했다.
끼―야야―!
만도가 일순간에 천마에게 날아왔다.
귀녀의 몸은 천룡도의 탄력으로 밖으로 퉁겨져 날아갔다.
천마가 천룡도를 손에 쥐고 얼른 도기를 안정시켰다.
“귀녀가 천룡도의 신기를 깨우다가 내상을 입었구나.”
천마가 길게 한숨을 쉬며 곁에 있던 노승을 바라보았다.
노승은 그런 사실도 자각하지 못한 모양이었다.
하늘을 올려다보며 손짓으로 뭔가를 열심히 그려댔다.
스님의 손짓을 따라서 허공을 올려다보던 천마.
그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니 참으로 이상한 스님이시다. 울창한 대나무와 둥근 보름달만 보이지 않는데…? 대체 허공에다가 무엇을 그리는지 알 수가 없구나?”
천마는 스님의 행동이 수상쩍다.
대머리 중의 모습을 자세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스님은 호걸선풍(豪傑仙風)의 선인이 분명해 보였다.
칠 척에 달하는 거구의 장신이다.
굵직한 목에는 투명한 염주가 걸려 있었다.
밤송이처럼 자란 수염과 서글서글한 눈동자…….
누구도 감히 마주 대할 수 없는 광채가 번뜩거렸다.
더군다나 몸에 걸치고 있는 법의(法衣)는 남달랐다.
눈에 보일 듯 말듯 은은한 광채가 비치고 있었다.
몸을 움직일 때마다 법의의 색채가 변했다.
그런 사실을 천마는 놓치지 않았다.
“오―허!”
천마는 멋지고 아름다운 법의에 탄사를 터뜨리고 있었다.
틀림없이 평범한 땡땡이 돌중은 아닌듯싶었다.
허리에 검을 찼으니 검을 쓰시는 스님이 분명했다.
목에 걸린 염주에 백팔마귀의 형상이 새겨져 있었다.
스님은 귀녀처럼 법력이 대단한 고승이 분명했다.
천마는 제법 관찰력이 뛰어났다.
스님의 법의를 보고 법계까지 단번에 알아본 천마였다.
스님은 천마가 관찰하고 있다는 사실도 모르는 눈치였다.
천천히 죽진 사이를 왔다 갔다 움직였다.
몸놀림이 얼마나 빠른지 몰랐다.
신형을 옮기면 하늘을 날아다니는 듯싶었다.
하룻밤에 천 리를 달리는 준마처럼 바람이 일기도 했다.
몸을 멈출 때마다 죽림이 쫙 갈라졌다.
길이 훤하게 보이는데 좀처럼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
스님이 돌연 바닥에 앉아서 운기조식에 들었다.
스님의 좌상은 천마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방식이었다.
턱은 치켜들었고 손은 하늘과 땅을 가리키고 있었다.
다리는 비틀어 깔고 앉아서 입을 딱 벌렸다.
스님의 입안에서 빛나는 물체가 불쑥 튀어나왔다.
천마의 눈동자가 호기심을 넘어서 부릅떠지고 말았다.
스님이 토해낸 것은 투명한 광채가 서린 검이었다.
그런 검이 사방으로 소리도 없이 날았다.
허공을 헤집고 날다가 천룡도와 정면으로 부닥쳤다.
챙!
섬광이 번뜩였다.
투명한 소도가 웅―웅 신음을 토했다.
천마의 얼굴에서 딱 멈춰서 움직일 줄을 몰랐다.
얼른 엎드려서 칼날을 피했다.
그래도 코앞이다.
손가락으로 살짝 밀어서 방향을 옆으로 틀어버렸다.
소도가 빠른 속도로 스님의 입으로 쏙 들어가 버렸다.
어―휴!
천마는 이런 사실을 하나도 빠짐없이 지켜보고 있었다.
이번에는 스님이 허리에 찬 검을 뽑아 들었다.
차―앙!
청색과 홍색의 빛줄기를 머금은 광채가 번뜩였다.
청색은 오른쪽으로 홍색은 왼쪽으로 회전하기 시작했다.
쏴―아아!
공기를 가르는 소리는 천마의 귀청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그렇게 요란스럽게 허공을 날고 있었다.
비검술(飛劍術).
천마는 말로만 듣던 비검술을 목격했을 때였다.
“히히! 드디어 진법을 깨뜨렸다.”
천지를 울리는 소리가 귀청을 때렸다.
천마는 그야말로 넋이 빠질 지경으로 놀랐다.
그런 천마를 발견한 스님이 자신을 소개했다.
“하하하! 노승은 당사이며 장안사의 주지로 있소이다.”
천마는 다른 것은 몰라도 장안사라는 절은 알고 있었다.
“소승은 천룡사의 불승…….”
천마는 말을 끊었다.
당사(唐史)란 노승의 표정이 변했기 때문이다.
“무형살기를 연성하셨소?”
“그렇다.”
“그런데 어찌 탁발승으로 이곳까지 오신 것이오?”
“백팔마귀의 마지막 수법을 깨닫기 위해서다.”
“저기 백팔개의 석상을 두고 말하는 것이오?”
“그렇다.”
“아직도 저런 허접스러운 무공에 매달리시오?”
“허접스럽다니. 말이 너무 과한 듯하군.”
“세상은 변했소.”
“나도 알고 있다.”
“그럼 무공도 변해야지요.”
천마는 어이가 없어서 너털웃음이 터질 지경이었다.
“따라오시오.”
천마가 노승을 졸래졸래 따라간 곳은 천룡도의 앞이었다.
“이것이 뭔지는 알고 계시오?”
“알고 있다.”
“그럼 전설에 대해서도 알고 있단 말이지요.”
‘물론이다.’
“천룡도를 사용할 수 있겠소?”
“힘들다.”
“그렇다면 해가 어디서 뜨지요?”
스님의 질문에 천마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야 해는 동쪽에서 뜨지요.”
“그 동쪽이 어느 쪽이냐는 것이지요.”
“지금 보름달이 이쪽으로 기울었다면 저쪽이 분명하다.”
“우―헤헤! 과연 탁발승은 천룡사의 보물이십니다.”
노승이 쪼르르 달려가 석호의 정면에 딱 버티고 섰다.
검을 뽑아 와우산정(蝸牛山亭)의 품새를 취했다.
천마가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쳐다봤다.
노승이 검을 등에 숨기고 미동도 없이 움직이지 않았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흘렀는지 몰랐다.
천마가 조금 지루한 느낌이 들었을 무렵이다.
노승이 대웅보전으로 솟아오르는 태양을 마주하고 섰다.
그리고는 기도를 하듯이 주문을 외움과 동시였다.
천룡도에서 붉은빛이 지글지글 타오르기 시작했다.
천마는 그것이 하도 신기해 천룡도를 쳐다볼 때였다.
노승이 기합을 터뜨리면서 입을 딱 벌리는 것이었다.
“갈(喝)!”
천마가 이상해서 노승을 쳐다봤다.
노승이 붉게 타오르기 빛을 아귀처럼 삼키기 시작했다.
천마는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자신도 모르게 군침을 삼키게 되었다.
꿀―꺽!
천마는 자신이 뭘 먹고 있는지 몰랐다.
그냥 노승의 모습을 흉내를 내면서 빛을 먹었다.
한창 입맛을 다시는데 돌연 천룡도가 울기 시작했다.
석호가 들썩거리면서 어흥 하고 울부짖었다.
끼―야야!
천마의 안색이 창백하게 변했다.
“어―어!”
천마가 더욱 놀라서 입을 딱 벌리고 말았다.
그런 와중에 광채가 천마의 입으로 넘실대며 들어왔다.
천마는 그것이 뭔지 몰랐다.
노승이 먹기에 그도 따라서 배가 터지도록 삼켰다.
맛도 없고 향기도 없었다.
그래서다.
한없이 먹을 수가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배가 터질 것처럼 부풀어 올라 몸을 가눌 수도 없었다.
천마는 그게 하도 이상하다 싶었다.
노승을 쳐다봤다.
배가 맹꽁이처럼 불쑥 솟았다.
그런데도 아주 열심히 흰빛을 먹고 있었다.
‘에라! 모르겠다.’
천마도 배가 터지도록 먹고 또 먹었다.
세상에 태어나서 처음이다.
그것도 음식이 아닌 빛을 먹었다.
이게 배부르다니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우―욱! 이젠 못 먹겠다.’
노승의 배에는 거지가 들었음이 분명했다.
배가 남산처럼 부풀었다.
그런데도 미친 듯이 먹으면서도 멈출 줄을 몰랐다.
그러던 노승이 입을 꾹 다물고 ‘우―욱’ 용을 썼다.
뱃속에 머물던 빛무리가 밑으로 출렁거리며 내려왔다.
천마는 저렇게 먹는 것인가 싶어서 몸을 비틀었다.
그런데 노승과는 달리 불룩했던 배가 위로 솟구쳤다.
그야말로 맹꽁이 형상이 되고 말았다.
“아이고, 너무 욕심을 부려서 창자가 터진 모양이구나!”
천마가 당황스러워 발밑을 쳐다봤다.
몸이 두둥실 허공으로 떠올라 있었다.
배가 너무 불러서 겨우 발끝만 보였다.
그 발과 석호의 두상과 똑같은 선상에 있는 것이다.
“어라! 이건 또 왜 이러지?”
그때였다.
노승이 목청이 터지라고 기합을 터뜨렸다.
검을 휘두르기 시작하고 있었다.
허공에 떠오른 자신의 몸을 향해 베고 찌르고 쳐올렸다.
이젠 완전히 미쳤다.
무지막지한 검기 속으로 뛰어들었다.
치―적!
천마도 검기의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검기가 전신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천마는 무의식적으로 일도양단을 펼치기 시작했다.
번쩍!
검과 도가 부닥치면서 섬광이 번뜩거렸다.
창―창!
천마의 몸에 걸친 가사가 누더기가 될 정도로 갈라졌다.
맹꽁이처럼 부풀어 올랐던 뱃속에서다.
뜨겁고 차가운 기체가 마구 요동을 치기 시작했다.
으―악!
천마가 석상과 석상 사이를 날면서 천마풍도를 휘둘렀다.
노승과 접전을 벌이다가 힘이 소진했는지 밀리고 있었다.
동시에 석상에 여기저기 부닥쳐서 비명을 터뜨렸다.
끝내는 정신을 놓고 말았다.
그리고 얼마의 시간이 흘렀는지 몰랐다.
천마가 비명을 지르면서 깨었을 무렵이다.
노승이 대소를 터뜨리고 있었다.
“우―헤헤헤! 선연이란 원래 임자가 따로 있기 마련이지.”
노승은 서운한 모습이다.
천마의 곁에 쪼그리고 앉았다.
허름한 책자를 들춰보면서 천마의 몸을 주물럭거렸다.
그런 노승의 백회혈에서는 흰색의 기체가 솟아났다.
천마의 몸속으로 스며들고 있었다.
천마는 정신이 들었어도 움직이지 않았다.
한동안 그대로 있었다.
사지백해(四肢百骸)로 흘러들던 기운이 단전에 머물렀다.
노승이 책자를 넘겨보면서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었다.
“허허! 어렵고도 신기하도다.”
천마는 주위를 가만히 둘러보았다.
석호와 천룡도, 그리고 대나무 숲도 모든 그대로였다.
단지 변한 것이 있다면 노승의 행동이었다.
노승이 자신의 몸에 뭔가를 주입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대체 책자가 무엇이기에 저토록 쳐다보며 히히거릴까?’
천마가 곁눈질로 가만히 책자를 쳐다봤다.
[북두칠성 진해(陣解)]이란 글자가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책 속에는 무수히도 많은 선이 그려져 있었다.
그 문양이 꼭 바둑판처럼 생겼다.
천마가 이상하다 싶었다.
한참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바둑판무늬가 꽃처럼 변했다가 사르르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사라진 곳에 엉뚱하게도 별의 모양이 나타났다.
그것은 바로 하늘의 북두칠성이었다.
‘오라, 스님께서 북두칠성을 바라보고 계셨구나!’
천마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북두칠성의 모양새가 그새 변했다.
별자리가 옆으로 이동했다.
좌우로 움직이며 천변만화의 변화가 생성되고 있었다.
“하! 이것 참 재미없는데…….”
노승이 투덜거리면서 교차한 선을 이리저리 움직였다.
물론 북두칠성의 근본은 변하지 않았다.
이번에는 천마의 몸에서 변화가 일어나고 있었다.
우두둑!
천마의 몸에서 뼛골이 이완되는 소리가 요란스럽다.
돌연 팔다리가 작게 변했다가 길어졌다.
몸이 허공으로 두둥실 떠오르고 있었다.
엉덩이가 하늘로 향하고 머리가 밑으로 떨어져 내렸다.
천변만화를 일으키던 별자리가 천마의 입으로 들어왔다.
“어어! 이게 뭐야? 퉤퉤!”
절대악인
— 정원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