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evil RAW novel - Chapter 60
61화. 왕따
“눈알이 삐었군. 미남도 아닌 저런 추남을 사랑하다니―”
“자네들 들었어? 저 남자의 직업이 장의사라던데……?”
“호호호! 뭐야. 그 많은 직업 중에 하필이면 장의사야?”
“장의사에 탁발승이라면 입에 풀칠은 하고 살겠군.”
천마가 백팔마녀들에게 둘러싸여 왕따를 당하는 중이다.
여자들이 성질도 매섭고 사납다.
천마는 무조건 조지겠다던 생각은 어디로 갔는지 몰랐다.
혼이 반쯤 빠진 듯싶었다.
진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다.
한둘이면 모르는데 너무 많다.
그것도 하나처럼 미녀들이며 고수다.
그저 몸만 배배 꼬고 있을 뿐이었다.
무희가 번개처럼 다가와 천마를 감싸면서 씨부렁거렸다.
“흥? 네년들이 미쳤구나. 장차 선하게 살고 싶어 하는 새신랑이다. 그런 신랑을 놀리다니 정말 죽고 싶어서 환장들 했구나.”
“어머머! 미쳤어. 정말 노리갯감이면 몰라도 부마라니?”
무희가 등장하자 천마는 우거지상으로 진땀까지 흘렸다.
이것들을 당장에 때려죽일까 싶은 생각도 없지 않았다.
관솔이 촘촘하게 박힌 주먹을 움켜쥐는 순간이다.
저만큼 멀리 떨어진 전각에서 기합이 들리기가 무섭다.
탓!
멸절마후의 비서인 천사가 새처럼 허공을 훨훨 날아왔다.
무희와 천마 앞에 불쑥 등장하며 말했다.
“멸절마후께서 면접을 허락했으니 서둘러 들어가 봐라.”
무희는 천사가 등장하자 손을 내밀며 타이르듯이 말했다.
“좋게 말할 때 내놔라!”
“흥? 뜬금없이 뭘 내놓으라는 건지 모르겠구나. 우선 멸절마후가 기다리시니 면접을 끝내고 말하자.”
“흥? 네년이 시치미를 떼는데 어림도 없다.”
천사가 천마를 쳐다보며 코웃음을 치지 무희가 말했다.
“흥? 네년도 내 성질을 알고 있을 것이다. 한번 화가 났다고 하면 반드시 갚아준단 사실을…. 그런 사실을 잊지 말란 말이다.”
천사도 지지 않고 핏대를 올렸다.
“여긴 엄연히 약육강식이 존재하는 천마교다. 나를 족치기 전에 잃어버린 병신을 닦달할 일이야. 나한테 따질 일이 아니야. 그러니 어서 냉큼 꺼져버려라!”
무희가 한동안 천사를 노려보다가 천마를 향해서 말했다.
“가가! 소첩이 멸절마후를 면접하고 올 테니까요. 그때까지 저 망할 계집년을 반쯤 죽여놓으세요.”
애교가 뚝뚝 떨어질 정도로 아양을 떨었다.
그런 모습에 백팔마녀들의 성정을 자극한 모양이다.
오글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려고 애를 쓰고 있었다.
“어머머, 재 미쳤나 봐, 아양을 떠는 모습이 여우 같아.”
“그러게나, 제가 언제 저렇게 유치하게 변했는지 몰라.”
백팔마녀가 수군거리며 저마다 한마디씩 떠들고 있었다.
얼굴이 화끈 달아오른 천마가 걱정하지 말라듯이 말했다.
“계집들을 몽땅 개새끼처럼 두들겨 패란 말이지?”
백발마녀가 머리를 끄떡였다.
“좋다. 병신으로 만들어 놓을 테니, 얼른 다녀와라!”
천마가 큰소리를 치고 있었다.
그것이 미덥지 않은지 무희다.
귓속말로 백팔마녀들의 약점을 일일이 알려줬다.
천마는 연신 고개를 끄떡였다.
자신이 있다는 듯이 웃으면서 주먹을 움켜쥐었다.
“흥? 수비 뭘 하느냐? 어서 앞장서서 안내하지 않고…….”
생각에 잠겼다가 무희의 다그침에 화들짝 놀란 수비였다.
무희의 표정을 살피며. 앞장을 서서 안내하기 시작했다.
“흥? 군주라서 규율에 대해 일일이 설명하지 않겠습니다. 멸절마후를 만나 뵙거든 우선 큰절부터 올리세요.”
“이미 알고 있으니 개수작 떨지 말고 주둥이를 닥쳐라.”
“흥? 선물이 있다면 말없이 탁자에 조용히 올려놓고요.”
수비라는 이년은 완전히 꼴통이다.
시끄럽다고 소리쳐도 소용이 없다.
무희의 말을 들었는지 못했는지 상관이 없다는 투였다.
우선 자기가 할 말만 조잘거릴 뿐이었다.
“멸절마후께선 질문을 좋아하지 않으니 삼가세요. 그리고 하교가 있거든 되도록 상냥하게 대답하시고요.”
무희는 귀를 틀어막고 궁궐의 내실로 조용히 들어갔다.
* * *
집무실이 저녁노을이 물들기 시작할 무렵이었다.
백팔마귀의 장로인 무희가 편전에 들어섰다.
“호호호! 그래…. 오늘부로 무연공주란 딱지를 떼버리고. 교주에 도전해서 당당하고 멋지게 잘살아보는 거야.”
무희는 대전에서 멸절마후를 접견하다가 흠칫 놀랐다.
늙었으나 아직도 단단해 보였다.
여우처럼 지혜로운 눈빛을 소유했다.
눈에선 헤아릴 수가 없을 정도로 살기가 넘치고 있었다.
멸절마후가 말했다.
“눈빛이 달라진 것을 보면 기연을 만난 모양이구나?”
“크게는 아니지만 작든 깨달음은 있었습니다.”
무희는 우선 절부터 올렸다.
“할머님… 아니, 멸절마후의 덕입니다. 강녕하셨는지요.”
“오냐, 걱정해 준 덕분에 그동안 잘 지냈다.”
멸절마후가 다정하게 무희를 맞이했다.
“사내를 신랑감으로 납치했다 들었는데 괜찮은 놈이냐?”
“아닙니다. 신랑감으로 부족한 점이 제법 많습니다.”
무희가 부정하자 멸절마후는 호기심을 감추지 않았다.
“그렇다면 제법 사내답게 생긴 미남이더냐?”
“그것도 아닙니다. 그냥 평범하게 생긴 사내입니다.”
“뭐라? 그렇다면 무공이 아주 높은 편에 속하겠구나?”
“그것도 아닙니다. 소녀에게 지도를 받을 정돕니다.”
“저런 형편없는 놈을 어찌…….”
“하수에 불과하나 잘만 지도하면 천하제일…….”
무희의 긴장감은 멸절마후의 실망감과 무관하지 않았다.
“오호! 도대체 무엇에 써먹으려고 데려왔는지 모르겠다. 그래 똑똑한 네가 그냥 데려왔을 리는 없을 것이다. 무엇 때문인지 몰라도 속 시원하게 말해보아라.”
무희는 여기서 솔직해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엉뚱한 말을 꺼냈다가 축객령이 떨어지면 끝장이다.
“그는 의원이고 사체보관소를 운영합니다. 시신을 복원시키는 직업을 가지고 있지요. 재주가 아주 뛰어난 편입니다.”
“겨우 그런 아이를 신랑감으로 선택하다니 실망이 크다.”
멸절마후의 표정에 실망감이 드러냈다.
무희의 가슴이 덜커덕 내려앉고 말았다.
그녀는 멸절마후의 눈치를 살피며 생각했다.
결정적인 말로 환심을 사야 한다고 생각을 바꿨다.
“하지만 그는 무림에서 희귀한 물건을 지니고 있습니다.”
“천하에 보기 드문 기물이라면 혹시? 백발마사가 분실했다고 알려진 여의주가 최고인데… 그것을 지녔단 말이더냐.”
멸절마후가 농담으로 던졌는데 대답은 기대 이상이다.
“그렇습니다. 그는 다른 것은 몰라도 성형만큼은 아주 기막힙니다. 아주 탁월한 실력을 갖춘 뛰어난 사내입니다.”
멸절마후가 놀란 표정을 평소와 다르게 감추지 않았다.
“뭐라? 그놈이 여의주를 지니고 있단 말이지?”
“그렇습니다. 그는 실력이 좋습니다. 흉측한 얼굴을 복원하는데 탁월한 재주를 가졌지요. 그래서 여기까지 데리고 왔습니다.”
“의술이 뛰어나다? 내 얼굴을 손보려고 신랑으로 정하진 않았을 것이고. 또 무엇이 있는지 솔직히 털어놓아 보아라.”
무희는 잔뜩 긴장하고 있었다.
한 방 먹이지 않으면 오늘의 면담은 물 건너갈 터였다.
더욱이 천마의 앞날에 관한 일이다.
거절하면 망한다는 사실까지도 그녀는 내다보고 있었다.
“그는 천도비술을 연성했습니다. 할아버님의 시구를 찾아낼 수 있다고 판단되어서… 납치해 왔습니다.”
무희의 말에 멸절마후가 놀랐는지 얼굴이 변했다.
환희 마녀처럼 주름이 솟아나면서 흉하게 일그러졌다.
“수천의 시구에서 어떻게 뼛골을 찾는단 말이냐? 내 그놈을 당장에 만나서 물어봐야 하겠다.”
멸절마후의 표정에 기대감이 잔뜩 들어있었다.
무희는 일단 안도의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이마에 방울방울 치솟은 진땀을 닦아내었다.
한결 여유 있는 표정으로 말문을 열었다.
“하지만 시구를 찾으려면 사소한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무희가 심각해지자 멸절마후의 표정이 순식간에 변했다.
“사소한 문제라니 그게 무엇인지 말하면 해결해 주겠다.”
“천사가 그이가 가슴에 지니고 있던 목걸이를 훔쳤지요. 그걸 내놓지 않고 오히려 큰소리치고 있습니다.”
“저런! 여의주는 원로원의 신표인데 어쩌다가…….”
멸절마후가 얼기설기 얽힌 주름살을 펴면서 명령했다.
“밖에 수비가 있거든 당장에 천사를 불러오너라.”
“멸절마후께 아룁니다. 천사는 부군에게 두들겨 맞아 움직이지도 못합니다.”
“뭐라? 천사가 맞아서 운신하지 못한다고 말했느냐?”
“부군의 주먹질이 얼마나 강한지 모릅니다. 접근도 해보지 못하고 두들겨 맞아서 기어 다닙니다. 저대로 두면 생명에 지장이 있습니다. 어찌할지를 명령해주시기 바랍니다.”
“백발마녀들도 많은데 천사가 그렇게 당했단 말이냐?”
“말도 마십시오. 백발마녀가 두들겨 패도 끄떡없습니다.”
수비의 애절한 말에 멸절마후가 무희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 아이의 무공이 그렇게 높다더냐?”
“아닙니다. 백보신권을 펼친 겁니다. 멀찌감치 떨어져서 공격하는 수법이지요. 백발마녀들이 형편없이 당한 듯싶어 보입니다.”
“백보신권이라니? 천마교의 수석 원로인 무형마귀의 신공이 아니더냐. 그런 비술을 연성했다면… 그래, 만나보고 싶구나.”
“그럼 잠시만 기다리시지요. 소녀가 데리고 오겠습니다.”
무희가 밖으로 나섰다.
천마가 봉두난발에 옷이 갈기갈기 찢어져 엉망진창이다.
잃어버렸다는 여의주를 손가락에 끼고 빙빙 돌렸다.
휘파람을 휘휘 불면서 웃고 있었다.
백발마녀들이 두들겨 팼기 때문인데 그는 예전과 달랐다.
혼원일기공을 연성한 탓인지 벌써 상처가 아물어 있었다.
무희가 천마에게 다가섰다.
너부러졌던 천사가 꿈틀거리며 휭하니 달아나 버렸다.
무희가 싸늘한 눈초리로 고소하다는 듯이 웃었다.
백팔마녀들을 향해서 주먹을 쥐어 보였다.
천마를 바라보며 활짝 웃고는 속삭이듯이 말했다.
“가가, 많이 다치신 듯싶은데 아프진 않으셨는지요?”
“뭐, 괜찮다. 그런데 볼일은 끝냈느냐?”
“할머니께서 당신을 만나고 싶어 하니까 같이 갑시다.”
무희가 다정스럽게 팔짱까지 끼면서 대전으로 걸어갔다.
하지만 막상 멸절마후를 만나서 인사를 드리기 전이다.
천마가 철퍼덕 쓰러지며 기절했는지 인사불성이다.
“호호호! 백팔마귀의 수법에 당했는데도 죽지 않았다니. 그만하면 신랑감으로 잘 고른듯싶다.”
멸절마후가 상처에 약을 발라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무희가 조부와 아버님의 시신을 얘기했다.
멸절마후가 고개를 끄떡였다.
“그러니까 이놈의 신력은 조부님에게서 나온단 말이지?”
“그렇습니다. 조부가 저이에게 금강한옥을 남겨줬지요. 조부님의 시구를 찾으려면 반드시 수정관이 필요합니다.”
“그렇다면 별수 없구나. 내 아이들을 시켜 수정관을 가져오도록 명령을 내리겠다. 그러니 무희는 그놈의 간호나 열심히 잘하도록 해라.”
멸절마후가 자애롭게 웃으면서 밖을 향해 소리쳤다.
“수비는 들어라. 내 교전에 들 것이다. 교주와 원로들을 만날 것이니 약속 일정을 받아와라.”
“…존명.”
절대악인
— 정원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