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evil RAW novel - Chapter 69
70화. 위기일발(危機一髮)
“거리가 멀어서 힘들다.”
“백 장이나 떨어진 곳이다. 어떻게 죽일 것인가?”
“지금도 어려운데…그건 불가능하다.”
“내가 죽일 수 있다면 믿겠느냐?”
“증명하면 믿겠다.”
“무형살기란 이런 것이니 잘 봐둬라.”
천마가 말이 끝나기 무섭게 몸을 움츠렸다.
그러자 꼽친 등에서 요란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우―두둑!
마의가 이상해서 혹을 쳐다보다 눈이 부릅뜨고 말았다.
혹이 커졌다가 작아지기를 반복하면서 광채가 뿜어졌다.
번―쩍!
투명한 섬광이 허공을 가르면서 쥐구멍을 베고 지났다.
찌―익!
생쥐였다.
그것도 한두 마리가 아니었다.
열 마리가 넘게 반쪽으로 뎅강 잘려서 죽었다.
마의(魔醫)는 자신도 모르게 입을 딱 벌리고 말았다.
“어…어떻게.”
천마가 넋을 놓아버린 마의를 향해서 말했다.
“마의 난 자네를 내 주치의로 임명하겠다.”
“제기랄! 알겠습니다.”
마의는 재수 없다는 표정으로 침을 뽑기 시작했다.
독침이었다.
새까만 침들이 천마의 몸에서 하나씩 뽑혔다.
쇠털에 맹독이 묻었는지 살점이 썩었다.
천마의 다부진 몸 옆이다.
검은 핏물에 번뜩이는 침들에 수북이 쌓여갔다.
“상처 따위에는 연연하지 말고 거침없이 뽑아라!”
천마는 노인을 독려하며 침을 뽑게 만들고 있었다.
다음 부위는 바로 등 뒤였다.
문제는 천마가 눈으로 볼 수 없는 사각에 있었다.
어설프게 허점을 보였다가는 급살을 당하기 쉬웠다.
천마는 우선 한번 엄포를 놓았다.
“쓰잘 것 없는 행동은 금물임을 명심해.”
천마가 등덜미 부위를 내밀었다.
마의의 가자미처럼 찢긴 눈가였다.
아무도 모르게 살기가 머물다가 사라졌다.
“어이쿠… 이거 무슨 암기이기에 이렇게 지독하죠.
부종을 생기고 살까지 썩도록 만들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천마의 등덜미 부위는 살결이 썩었다.
지독한 악취와 검게 색이 변한 핏물까지 흘러내렸다.
“가만가만, 퉤퉤!”
마의가 떨리는 손길이 등덜미를 더듬기 시작했다.
천마의 눈매가 일그러졌다.
“아니… 이 노인네가 정말…….”
마의는 손가락에 군침을 발랐다.
손끝의 감각으로 침이 박힌 부분을 찾는 듯싶었다.
지독한 냄새 때문에 자꾸만 구역질하고 있었다.
“우―엑!”
천마의 모습에는 변화가 추호도 없다.
고요한 시선 그대로다.
촛불에 일렁거리는 그림자에서다.
누워있는 여인만 응시할 뿐이었다.
그리고는 잠깐 움직임이 있었다.
겨드랑이로 검을 움직여서 마의의 목젖에 위협했다.
흠―짓!
마의는 구역질하다가 목에 상처를 입게 되었다.
“노인장, 살고 싶다면 어서 서둘러 독침을 뽑아라.”
마의는 목에 상처를 입었어도 상관이 없다는 투였다.
조금도 기가 죽지 않았다.
오히려 살기가 짙어지고 있었다.
“참으로 대단하십니다. 이런 몸으로 어떻게…….”
마의는 천마를 치료하면서 감탄하고 말았다.
“혈도에 독침이 깊숙하게 박혔습니다. 감각이 잡히지 않아 어려움이 많습니다. 하지만 한번 힘껏 해보겠습니다.”
마의는 떨리는 손길로 천마의 등덜미 혈도를 더듬었다.
왼손은 목젖에 닿은 검을 슬쩍 밀어내고 있었다.
“검을 조금만 이동하시면 쉽게 뽑을 수 있을 터인데…….”
“말이 많다. 마의는 서둘러 독침을 뽑도록 해라.”
검에서 살기가 줄어드는 순간이다.
노인의 흐릿했던 눈에서 시퍼런 살기가 떠올랐다.
“흐흐흐! 이제 끝낼 때가 되었소이다.”
“마의, 무형살기로 죽고 싶지 않으면 서둘러라!”
“독 중에서도 제일 무서운 독이 뭔지 아시오?”
“그거야 무형지독으로 알고 있다.”
“그렇습니다. 이미 죽었어야 할 놈이었지요. 그냥 살았기에 상처를 치료하면서 독을 주입했지요.”
마의의 음성에는 지독한 살기가 담겨 있었다.
천마의 골패인 상처에서 경련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허허허! 무형살기의 실체를 보고도 위축되지 않았다. 여유를 찾아 무형지독을 주입하다니 과연 마의 답도다.”
마의도 평범치 않은 고수임이 분명했다.
상처를 훑는 눈길이 얼마나 차가운지 몰랐다.
“누군지 몰라도 대단한 놈은 바로 네놈이다. 단명침이 전신에 박혔는데도 죽지 않아 오히려 놀랐다.”
마의가 애써서 살기를 증폭시키고 있었다.
“오히려 화사(花蛇)를 안고 여기까지 왔다면 틀림없다. 진기로 독기를 몰아냈다는 뜻인데 네놈은 과연 누구냐.”
천마는 말이 없다.
과묵한 표정에는 표독스러움이 담겼다.
마의의 눈길은 그의 곁에 떨어진 전대에 머물고 있었다.
“그러나… 조심성이 조금 부족한 듯싶다.”
“맹의는 어디에 있는가?”
“그걸 내가 묻고 싶었다. 화로에서 끓고 있는 약제를 보니 여기에 있을 것이다. 황제가 중독된 독을 풀려고 만드는 탕제다. 피 묻은 옷깃을 보니까 아마 살수에게 당한 모양이다.”
천마가 침구가 곱게 개어져 있는 침대를 쳐다봤다.
검붉은 핏자국은 쳐다볼 필요도 없었다.
화로에서 약제가 끓었다면 멀리 가지 않았다는 뜻이다.
맹의는 고수이긴 해도 봉사다.
그래서 행동반경은 넓지가 않았다.
이불에 희미하게 남겨진 사실로 보아서는 틀림없다.
살수들의 침공이 있었던 것처럼 가장한 것이 분명했다.
천마는 맹의가 자신들을 지켜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정보를 알려 줬으니 공주에게 전하려던 물건을 넘겨라.”
천마의 표정이 심각하게 일그러지고 말았다.
마의도 살수들처럼 자신의 물건을 노리자 허망했다.
“어느 쪽에서 파견된 살수인지 밝혀라! 그리고 내 실수를 논하기 전에 죽음을 각오했으렷다?”
천마는 마의의 위치를 가늠하고 있었다.
마의의 손길이 분명히 등을 스치고 지나가고 있었다.
하지만 거리는 분명치 않자 몸을 슬쩍 움직여 봤다.
“흐―흥? 주군의 개들이 냄새를 맡았다. 살수라는 네놈을 표적으로 삼았다. 음모를 뒤집어씌우기 위해서 함정을 만들었다.”
천마의 귀가 쫑긋 움직였다.
마의의 음성과 방향 살기를 느끼기 시작했다.
그의 손길이 등과 거리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오보추혼(五步追魂).
다섯 걸음 이내의 물체를 벤다는 무림연맹의 살수였다.
문득 그의 수법을 떠올리고 있었다.
상대에 따라서 다르겠지만 이 정도의 거리라면 충분했다.
얼마든지 상대를 순식간에 벨 수가 있을 정도였다.
그러나 문제는 단명침(短命針)에 있었다.
몸을 회전시키려면 반드시 허리를 비틀어야 성공한다.
마의가 겨냥한 손길에서 최소한의 거리를 확보해야 했다.
으―음!
마의가 일부로 단명침을 박아 넣은 모양이다.
천마의 입에서 가늘게 신음이 터졌다.
“누구냐고 물었다. 추사와 유혼은 살수로선 최고다.”
“이미 이름은 밝혔다.”
“단명침에서 살아남았다는 사람은 아직 듣지도 못했다.”
“한가지 말하지 않은 것이 있었다.”
천마의 말에 마의가 콧방귀를 켰다.
“너는 대체 누구이기에 무위가 높은지 신분을 밝혀라.”
귀의의 손길에 잔인함의 깃든 듯싶었다.
천마의 등줄기로 단명침이 깊숙하게 파고들었다.
“오―허! 알고 싶은가?”
천마의 전신에 짜릿한 감각이 느껴지는 순간이다.
입가에 싸늘한 미소가 머물다가 사라졌다.
이것은 삶과 죽음을 넘나들며 느끼는 살기였다.
“고이 죽고 싶다면 정체를 밝혀라!”
천마는 검을 잡은 손에서 힘을 뺐다.
단전에서도 진기를 뽑아내고 있었다.
뼛골이 이완되는지 키가 반자 정도 줄어들었다.
“묻지 않아도 내가 누군지 벌써 알고 있을 것이다.”
천마는 서서히 무형살기를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단명침에서 살아남을 자가 몇이나 된다고 보느냐?”
마의가 고소를 터뜨렸다.
“아직은 하나도 없었다. 하지만 호접살. 그녀만이 단명침에 적중당하고도 일주일을 버텼다. 그밖에 기억에 없다.”
천마는 호접살이란 살수의 이름이 떠올렸다.
“내가 알고 있기로는 최소한 세 명이 더 있다고 들었다.”
“단명침은 천하제일이며 암기로는 최고란 말이다.”
“틀렸다. 단명침은 넷째에 해당할 정도로 형편없다.”
“개수작 떨지 마라!”
“첫째가 단철추(鍛鐵錐)란 암기다. 둘째는 화혈도(火血刀)이며, 추혼정(追魂釘)은 바로 셋째인 호접살 다음이다.”
“얼씨구 이놈이 제법일세.”
“그리고 추혼정은 개인의 능력에 따라 위력이 다르다. 그래서 주로 폭발을 이용하지. 야비하게 공격한다고 알려진 단명침 정도란 말이다. 그러나 그것 모두가 천하제일은 아니다. 왠지 아느냐?”
천마는 암기에 대해서 손바닥 보듯 꿰고 있듯 훤했다.
천하 삼대 암기는 사용법까지 알고 있었다.
위력에 따라서 순위를 정하자 마의는 놀라고 있었다.
“썩을 놈! 이유를 왜 내게 묻느냐?”
천마의 몸이 조금 더 줄어든 상태였다.
조금씩…….
그래 조금씩 움직이고 있었다.
상대방의 손길에서 혈도를 조금씩 벌리고 있었다.
마의는 이를 눈치 차리지 못하게 정신없이 만들었다.
“흐흐흐! 네놈은 단명침의 독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마의가 걸려들었다.
그렇게 한치의 거리를 확보한 상태였다.
이제 상대가 눈치채지 않게 반 치만 떨어지면 되었다.
회전을 통한 급습을 시도해 공격할 수가 있을 것이었다.
“비록 네놈이 독을 얼려서 중독을 지연시켰다. 하지만 손의 열기로 한독이 풀렸기에 네놈은 죽는다.”
천마는 도박을 걸고 있었다.
상대가 자신의 말에 분노하기를 기다렸다.
일수를 공격해 온다면 짧은 틈에 반격할 속셈이었다.
공격은 그냥 앉은 자리에서 펼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상대방에게 타격을 주려면 손이 조금 물러서기 마련이다.
모험이지만 충분한 승기를 잡을 수가 있었다.
“허허! 나를 알고 있다니 정말 네놈에게 탄복했다.”
천마는 눈을 살며시 떴다.
감각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다.
실제로 확인을 시도한 셈이었다.
자신은 무릎을 꿇고 엎드린 상태였다.
노인은 등에서 엉거주춤 기마자세였다.
등 뒤로 손을 뻗고 있는 상태였다.
자신처럼 엎드린 상태가 아니었다.
옆구리 쪽으로 올라간 칼끝에 모가지가 걸려 있었다.
그래서 덮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확실했다.
검의 높이가 두 자 하고도 다섯 치정도 높았다.
거긴 마의의 얼굴이었다.
검을 펼치면 한자 정도의 거리는 확보할 수 있을 터였다.
결정은 순간의 선택에 좌우된다.
찰나의 순간을 이용하는 신속함은 살수들이 무기였다.
“흐흐흐! 너무 오래 걸렸다. 마의…….”
검을 떨쳤다.
마의의 목에 닿아 있던 검이 일부러 떨어뜨린 뒤였다.
마의가 움찔거렸다.
검이 바닥에서 떨어지기 직전이다.
왼손으로 검날을 잡고 신속하게 마의를 향해 튕겨냈다.
탕!
손의 감각에 닿는 느낌이 전해졌다.
가슴에 꽂히자 몸의 회전을 통해 노인의 몸을 베었다.
회전추혼(回轉追魂).
회전을 통한 검법이니 당연히 빨랐다.
이런 정도라면 노인의 할아비라도 피할 수 없을 터였다.
파―직!
손에 감각이 왔다.
마의가 이렇게 약골이라니…….
어느 정도 피해낼 것을 예상했었다.
약간 깊숙이 검을 휘둘렀다.
검날의 앞쪽을 통해서 목을 베어낸 상태였다.
“커―억!”
절대악인
— 정원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