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evil RAW novel - Chapter 81
82화. 마도(魔桃)와 야청(爺聽)
세상과 단절하고 살았던 천마다.
그들이 천마교에서 죽음의 전사로 알려진 사실을 몰랐다.
다만 안심하라고 다독이던 그 표정 그대로다.
신음을 터뜨리는 여인을 쳐다보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녀가 정신없이 주절거린 말을 종합해보면 틀림없다.
누군가에게 쫓겨서 지천으로 왔다는 뜻이었다.
그들은 지금 웅덩이와 연결된 지천에 숨어 있을 터였다.
“어쩐지 처음 느꼈던 살기보다 약했더라!”
그때부터다.
천마의 주먹코가 벌름거리며 냄새를 추적하기 시작했다.
한 치도 내다 볼 수 없는 어둠 속.
그러나 그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그녀 이외에 누군가가 동굴 속에 있다는 것을 인지했다.
그는 어느 때보다도 신경이 예민하던 코가 반응했다.
코끝에서 좋지 않은 느낌이 넓적한 귀로 전해졌다.
신경계를 타고 흐르던 정보가 확연하게 밝혀졌다.
“두 놈인데, 어떤 놈에게 먼저 밥값을 변상시키지……?”
여인의 머리채를 부여잡은 천마가 가볍게 발을 굴렀다.
쿠―쿵―!
발자국이 가볍게 진동했다.
식탁에서 지글지글 타던 불꽃이 꺼진 뒤였다.
천마도 그녀도 그곳에 있지 않았다.
* * *
천마가 식사 중인 그곳과 얼마큼 동떨어진 동굴이다.
그곳에서 갑작스럽게 싸늘한 음성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흐흐흐! 등하불명이라더니, 어린 계집이 제법이다.”
신비한 사내가 등장했다.
“죽음의 웅덩이로 숨어들 줄은 미처 몰랐다.”
농도 짙은 사이한 음성이 벽면을 타고 흘렀다.
한줄기 희미한 빛이 머무는 곳으로 사내가 등장했다.
만마전의 흑백시안(黑白視眼) 마도(魔桃)란 사내였다.
그는 세인들의 생각과 다르게 눈동자가 짝짝이였다.
퉁방울처럼 툭 튀어나온 오른쪽 눈동자는 백치였다.
검은 동공만 차지한 왼쪽 눈과는 다르게 감겨 있었다.
그러나 사시(斜視)처럼 비치는 눈동자가 아주 특수했다.
하나로 합쳐지면 백 장 밖에 바늘도 찾는다고 알려졌다.
그런 그가 자신의 일생에서 최대의 위기를 겪고 있었다.
아무리 칠흑처럼 어두운 동굴이라도 그랬다.
대낮처럼 환하게 본다고 자랑하던 시력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아니다.
동굴 속으로 들어오면서부터였다.
시야가 축소되더니 아예 눈앞도 보이지 않았다.
“어휴! 이거 미치겠네.”
마도가 바짝 긴장한 것은 비단 어둠 때문만이 아니었다.
깊이를 알 수 없는 곳으로 떨어지는 폭포,
귀청이 떨어질 정도로 무엇이든 삼킬 것처럼 거센 격류,
그곳에서 아주 미세한 움직임이 눈길에 잡혀 들었다.
그것이 비록 찰나에 불과했으나 그는 확신했다.
자신의 시력이 맞는다면 틀림없다.
어둠에 신형을 숨긴 자는 제삼의 인물임을 확신했다.
“그…그렇다면, 혹시 그놈―?”
마도의 머리통이 폭발 직전까지 치닫기 시작했다.
만마전의 정보가 확실하다면 그놈이 분명했다.
어린 계집을 추적하던 자가 한둘이 아니었다.
그중에 몇몇은 자신이 제거했다.
이젠 두 부류의 추적자들이 남았을 뿐이었다.
하나는 동굴의 터줏대감인 소불알 이등병이란 놈이었다.
녀석은 용서라는 것을 모르는 놈이었다.
놈에게 걸리면 끝장날 터였다.
다행히 구역에서 벗어나지 않기 때문에 제쳐두었다.
그리고 지금이다.
자신의 눈길에 걸려들지 않았다면 한 놈이 남았다.
귀영문(鬼影門)의 비마호리(飛魔狐狸) 야청(爺聽)이다.
소매치기의 달인.
소리로서 땅속의 벌레도 구별해 낸다는 그놈.
백 대 고수에 끼지 못한 것이 서러워 울부짖던 놈이다.
그놈이라면 자신의 추적에서 벗어날 수가 있을 터였다.
그러나…….
마도는 그의 능력을 그렇게 높게 평가하지 않았다.
은둔술법(隱遁術法)의 달인이라도 그랬다.
자신의 눈길에서 결코 벗어날 수가 없다고 생각했다.
짐작이 맞는다면 녀석은 지금쯤 헤매고 있을 터였다.
폭포수 때문에 고막이 찢어져 반쯤 넋이 나갔을 터였다.
더군다나 백룡동굴의 터줏대감인 그를 만났다면…….
“흐흐흐! 안 됐다만 네놈도 이제 끝이다.”
* * *
“이건 말도 안 돼!”
비마호리 야청은 현실이 믿어 지지가 않았다.
분명 그놈보다 한발 앞선 상태였다.
화사(花蛇)란 계집의 덮친 것까지는 기억난다.
그리고 자신의 기억이 맞는다면 틀림없다.
여긴 그 계집이 뛰어들던 호수 하부가 분명할 터였다.
그런데 이것이 뭔가.
한 치 앞도 구분할 수 없는 동굴폭포라니…….
그러나 그에게는 지금 그런 것들이 문제가 아니었다.
폭포 소리가 귓속으로 파고드는 순간이다.
신경계에 고장이라도 난 것 같았다.
외부로만 향하던 청각이 순간적으로 차단이 되고 말았다.
그리고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강력한 신호가 머리통 뒤쪽에서 위험을 알려오고 있었다.
“앗, 그놈이라면 도망쳐야 살 수 있다.”
백룡동굴의 터줏대감인 소불알 이등병.
냄새 하나로 사물을 분석한다고 알려진 괴물 인간.
야청은 본능적으로 도망치려다가 멈칫거렸다.
‘앗! 그놈이 살기를 품었다.’
심각하게 표정이 일그러진 야청―!
그는 뒤늦게라도 선제공격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그의 생각이었을 뿐이었다.
훈련된 귀때기가 생각처럼 반응하지 못했다.
그런 탓에 함부로 움직일 수 없는 처지였다.
‘더럽게 생겼어……!’
하여튼 녀석이 살기를 품은 이상에는 별수 없었다.
자신도 그에 상응하는 대응을 취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는 벌써 은밀하게 도망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는 얼마가 가지도 못하고 말았다.
* * *
마도는 감각을 조정하며 서서히 품속을 뒤지기 시작했다.
한가하고 여유가 짓게 배인 동작.
눈짓 하나로 세상을 지휘하던 만마전의 두목다웠다.
그의 손끝이 품속에서 빠져나왔을 때다.
불씨가 어둠 속에서 반짝이던 순간이었다.
그 무렵에 놈이 암반으로 진격해 들고 있었다.
“흐흐흐! 쥐새끼처럼 숨지 말고 정체를 드러내실까?”
십여 장의 거리를 단숨에 진격한 야청이다.
중간지점에서 순식간에 종족을 감추며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어둠 속에서 들려온 사이한 음성.
“정말 못생긴 얼굴처럼 예의란 추호도 없군.”
야청은 아직도 은둔술법을 펼치고 있는듯했다.
그는 만마전과 쌍벽을 이루고 있는 귀전의 창시자답다.
호리호리한 체격에 검은 도포를 걸치고 있었다.
생김새는 마도가 생각하는 것과는 완전히 반대였다.
약간 검게 비치는 얼굴에 뚝 튀어나온 광대뼈.
독사처럼 송곳니가 삐죽 나온 입술.
생기다만 콧구멍에서 간간이 뿜어지는 콧김.
당나귀처럼 유난히도 길고 뾰족한 귀.
불씨가 사그라드는 순간에 마도가 파악했던 것들이었다.
그런데 정말 쳐다보면 절로 기가 질릴 정도였다.
화난 표정이어서 그는 자신도 모르게 투덜거렸다.
“염병할―! 더럽게 못생겼군.”
투덜거림 뒤에 짜증스러운 음성이 곧바로 매달려왔다.
“흐흐흐! 자네도 흉상만큼이나 주둥이도 단정치 못하군.”
마도는 만마전의 혈사도 두려워할 만큼 못생긴 얼굴이다.
그런데 비마호리 야청에 비하면 미남에 속할 정도였다.
그의 인상이 험악스럽게 구겨지고 말았다.
“만마전의 전주를 모욕하다니 살기가 싫어진 모양이군.”
야청은 인상이 험악하게 구겨졌다.
“어―흥? 뭔가 잊은 모양이군. 네놈이 아무리 괴물 딱지 같은 눈동자로 백 대 고수에 들었다고 자랑해도 어림도 없다. 내 도움 없이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못할 것이다.”
겨우 그 말 한마디에 기가 죽을 마도가 아니었다.
“호? 제법 큰소리를 치는 것을 보니 알만하다. 용형비도를 훔친 계집년의 행방이라도 잡은 모양이군.”
“흐흐! 네놈이 그년의 정보를 얻을 요량이라면, 신경을 끊고 나에게 백 대 고수란 자리를 넘겨라!”
“이―힝! 어림도 없으니 구린내 풍기는 주둥이를 치워라!”
마도의 말에 화가 난 야청은 은둔술법을 거두지 않았다.
그 상태 그대로 검은 망토로 얼굴을 가리며 소리쳤다.
“흐흐! 마도, 네놈이 연성한 섭혼도력이 최고라고 인정하겠다. 하지만 귀영전에서 자랑하다가 죽은 놈들이 있었지.”
그러자 마도도 변신을 시도했다.
살기가 짙어진 검고 투명한 눈동자가 부스스 드러났다.
“낄낄! 나도 그랬지. 천이통(天耳通)을 익혔다고 자랑하던 놈들이었지. 그놈들의 영혼을 꼭 내 손으로 거두고 싶었었다.”
“너의 호기를 도전으로 받아들여도 될까?”
야청도 그의 눈동자에서 흑백이 분리되는 현상을 보았다.
그는 심각함을 인식했는지 중얼거리듯이 말했다.
“여긴 한 치도 구분할 수 없는 곳이다. 까마귀 고기를 먹었느냐? 내게 도전장을 던질 수 있는지 모르겠다.”
“귀먹은 놈이 말이 많다. 무림에서 큰소리를 치는 자들은 지옥으로 보내 버렸다.”
“흐흐! 그들을 죽인 놈들의 목을 내가 따줬단 말이다.”
마도와 야청이 서로 콧대기를 맞대고 양보하지 않았다.
티격태격하면서 맞짱 뜰 태세로 위세를 세울 때였다.
쿠―쿵―!
아무도 없을 것 같은 어둠 속이다.
갑자기 요란스럽게 동굴 천정이 울리기 시작했다.
마도의 눈초리가 사시로 변했다.
야청의 당나귀 귀때기가 쫑긋거린 순간도 거의 동시였다.
“들었냐?”
마도의 질문에 야청이 시큰둥하게 말했다.
“들었다만, 너는 봤냐?”
“젠장! 봤다면 미쳤다고 질문할까?”
“염병, 그렇다면 그 잘난 눈알을 뽑아버려라!”
마도의 표정이 심각해지는 순간에 발자국이 재차 들렸다.
쿠―쿵!
지축마저 심하게 요동치는 소리였다.
어느 공간으로부터 나오는지 그 진원지를 알 수 없었다.
‘도…도망쳐야 살 수 있다.’
다만 백여 장에서 울렸다는 사실을 야청만이 확인했다.
쿠―쿵!
두 번째 발자국이 웅덩이에서 가깝게 울리고 있었다.
“너무… 빠르다.”
“공…공격해!”
“제기랄… 늦었다.”
그 빠름과 세기가 얼마나 강력했는지 몰랐다.
벽면이 무너질 정도로 충격이 전해졌다.
그대로 웅덩이에서 파도가 일어날 정도로 출렁거렸다.
철퍼덕―!
웅덩이의 물길이 사방으로 흩어지는 것과 동시였다.
어둠 속에서 뭔가 시커먼 물체가 불쑥 등장해 있었다.
곧바로 들려온 괴소(怪笑)에 그들은 치를 떨어야만 했다.
“흐흐흐! 어떤 놈이 먼저 밥값을 물어낼 테냐?”
득의의 음성이 끝남과 동시였다.
동굴 천정이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바로 그때였다.
희끄무레한 그림자가 웅덩이 앞으로 홀연히 등장했다.
그리고…….
마도의 목을 움켜잡고 있었다.
“케―엑! 네놈이 소불알 이등병이면 이렇게 빠르지 않다.”
천마가 흠칫거렸다.
자신의 신법이 왜 이렇게 빨라졌는지를 생각하게 되었다.
예전의 일과 비슷했다.
두타신공과 음양비술이 만나며 내공이 곱절로 증진했다.
지금도 당시와 비슷한 느낌이 들자 어깨에 힘을 줬다.
우―두둑!
꼽친 등이 불쑥 솟아올랐다.
혹이 커졌다가 작아지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그 모습이 마치 복마전의 사자 같은 느낌을 주고 있었다.
절대악인
— 정원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