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evil RAW novel - Chapter 92
93화. 위기일발(危機一髮)
미끄러운 빙판에서도 팔을 벌려 그를 받으려고 시도했다.
하강하는 물체는 가속이 붙어 받기가 쉽지 않았다.
모두가 어림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어―어!
천마가 손으로 받았지만 버티지 못했다.
돌연 우당탕 넘어지고 말았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바로 넘어지는 순간이었다.
선우 공자가 떨어지던 몸을 뒤집었다.
천마를 공격한 것이었다.
퍽!
그의 몸이 다시 허공으로 치솟아 올랐다.
천마가 넘어진 상태에서 머리로 받아쳤던 덕분이었다.
“끄―응!”
반탄력의 힘을 빌려 허공으로 솟아올랐다.
그러나…….
천마가 가만히 당하지 않았다.
머리통을 감싸고 일어선 천마가 개구리처럼 펄쩍 뛰었다.
철두공을 사용했다.
선우 공자의 앞면을 받아친 것이었다.
퍼―억!
“크―억!”
신음을 터뜨린 선우 공자의 안면이 일그러졌다.
코피가 터졌다.
천마의 머리에 이빨 자국이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
“이리와!”
천마가 선우 공자의 멱살을 잡고 귀때기를 비틀었다.
“어―어!”
“개자식, 얼른 지워라!”
“무…무엇을?”
찰―싹!
천마가 머릿결로 그의 뺨을 후려쳐 허공으로 던졌다.
그런 일들이 순식간에 벌어진 상태였다.
모두가 어쩔 줄을 몰라 전전긍긍했다.
선우 공자는 피를 흘리면서 새처럼 날았다.
그가 일부러 낙하하는 것처럼 가장하고 있었다.
자신의 무공을 천마에게 자랑하려고 한 것인지 몰랐다.
다시금 비상해 올라가는데 더욱 우아하고 멋있었다.
“하하! 이것이 전설로 전해지는 어풍비행술이란 말이다.”
바람을 타고 비행한다고 알려진 어풍비행술,
그것은 경공술의 백미로 불리는 신법이었다.
백 년의 내공이 없이는 펼치기 어렵다.
그런 전설적인 비행술을 선우 공자가 펼치고 있었다.
귀영문(鬼影門)에서도 아직 연성한 자가 없었다.
꿈의 신법을 멋들어지게 펼쳐 보이니 놀랄만한 일이었다.
천마는 너무 놀라 머리통을 쓰다듬으며 입을 딱 벌렸다.
홍옥주는 한숨을 쉬면서 가슴을 내려쳤다.
심지어 침착하기로 소문난 공용수도 놀란 표정이다.
믿어지지 않았던지 두 눈을 딱 부릅뜨고 있을 정도였다.
다만 추도만이 아직 고요한 시선이었다.
상큼 올라간 머릿결에 사나운 눈빛이다.
선우 공자의 신법을 눈여겨볼 뿐이었다.
“이놈아, 진기를 일으키면 안 된다고 하더니 뻥이구나?”
홍옥주가 선우 공자를 향해 박수로 호응해 주고 있었다.
“호호호! 과연 공자의 절기는 천하제일이십니다. 아마 문관께서도 신법을 봤다면 부끄러워했을 것입니다.”
천마가 머리통을 쓰다듬으며 질문했다.
“문관이요? 그분은 재상 아니신가요?”
“그렇다. 문관께선 저런 수법을 벌써 연성한 분이시다.”
천마가 머리를 갸웃거릴 때였다.
선우 공자가 콧방귀를 뀌고 서둘러 비상해 올라갔다.
그런데 역시 얼마 날지 못하고 다시 추락하는 것이었다.
모두가 이번에도 장난친다고 생각했다.
눈을 부릅뜬 상태에서 떨어지는 광경을 구경할 뿐이었다.
휙!
처음에는 살살 내려왔다.
떨어지는 속도를 조절하기 위해서 회전도 시도했다.
그래도 여의치 않은 모양이다.
허공에 대고 물체를 끌어당기는 장력을 펼쳤다.
짧은 순간까지만 해도 그런대로 여유가 있었다.
하지만 속도가 점점 빨라지자 모두가 놀라고 말았다.
어―어!
선우 공자의 손이 바쁘게 움직였다.
하지만 구름만이 어지럽게 휘날리고 있었다.
오히려 속력에 가속이 붙었다.
추락하는 속도가 점점 빨라져 버렸다.
“어머머! 어머머!”
홍옥주가 뒤늦게 놀라서 호들갑을 떨고 있었다.
“저걸 어떡해?”
그들의 안색이 변했다.
손을 쓰려고 했을 때는 이미 늦었다.
멀뚱거리며 떨어지는 광경에 눈으로 주―욱 따라갔다.
절벽 하부에 천마가 버티고 있었다.
이번에도 손으로 받으려는 광경을 목격하게 되었다.
저런!
모두 눈을 감고 말았다.
펑―엉!
북이 터지는 소리와 날카로운 비명이 터지고 말았다.
“으―악!”
비명과 ‘펑’하는 소리!
조금 전과는 양상이 완전히 달랐다.
분명히 머리통이 터졌음이 자명할 터였다.
한데 어쩐 일인지 몰랐다.
천마가 머리통을 부여잡고 일어서며 발길질을 해댔다.
퍼―억!
“으―악!”
“이 새끼가 저 자식에게 내리는 구원의 손길이다.”
천마의 발길질에 선우 공자의 머릿결이 풀어져 휘날렸다.
퍽!
천마가 또다시 걷어찼다.
선우 공자가 벽에 달라붙었다가 미끄러졌다.
퍼―억!
“으―악!”
“이 자식이 저 새끼한테 교훈을 내렸는데도 개차반이네.”
이번에는 제기차기로 한번, 두 번째였다.
천마가 선우 공자의 엉덩이를 냅다 걷어찼다.
“끄―응!”
선우 공자의 일그러진 표정을 봐서는 틀림없다.
자세는 천마의 머리통을 후려치려 했던 것이 분명했다.
“아니 이 자식이 그래도?”
공자의 옷깃이 바람결에 휘날리며 찢어졌다.
천마가 내민 손속을 피하려는 모습이다.
그대로 피를 뒤집어쓴 선우 공자의 얼굴 모습이 보였다.
선우 공자는 천마에게 붙잡힌 옷깃의 탄력을 이용했다.
또다시 탈출을 시도한 것 같았다.
그의 몸이 허공으로 치솟는데 이게 잘못된 행동이다.
그냥 벽에 달라붙었다면 그나마 위기는 넘겼을 터였다.
하지만 자만이란 언제나 화를 부르는 법이었다.
천마가 경고를 우습게 본 일이 잘못이다.
내공을 일으켜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의 말대로 했다면 무사했을 터였다.
공연한 재주를 피웠다.
진기가 이어지지 않자 그만 추락하고 말았다.
당연한 결과였다.
천마의 손동작만 바빴다.
그때까지 선우 공자의 몸은 멈추지 못했다.
그냥 그렇게 천애의 절벽 하부로 떨어져 내렸다.
퍼―억!
“으―아―악―!”
벽에 부닥친 선우 공자의 비명이 비참하게 들려왔다.
“어어! 선우 공자!”
공용수가 화급하게 진기를 끌어모아서 일장을 펼쳤다.
바로 선우 공자가 펼쳤던 허공섭물이란 절기였다.
하지만 손길이 미치지 못했다.
선우 공자는 그대로 추락해 가고 있을 뿐이었다.
휙!
추도도 가만히 있질 않았다.
그의 검이 춤을 추기 시작했다.
검기로 선우 공자의 하부를 받치려고 시도했다.
하지만 검기에는 힘이 없었다.
사르르!
그저 검기가 허공에 발산되었다가 쓱 사라지고 말았다.
여기에 놀란 홍옥주가 몸을 떨며 비명만 터뜨렸다.
“어머나! 저걸 어쩌나!”
말과는 달리 그녀의 손속도 참으로 빨랐다.
허리에 차고 있던 채찍을 풀어 펼쳤다.
선우 공자를 잡아채려 했지만 어림도 없었다.
채찍의 그림자가 빙판만 한차례 때렸을 뿐이었다.
철―썩!
세찬 타격으로 얼음 조각이 사방으로 튀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퉁겨진 빙판 조각이 애매했다.
천마의 얼굴에 정통으로 맞고 말았다.
“어이쿠!”
코에 정통으로 맞자 피가 튀었다.
풀잎으로 틀어막아 멈췄던 코피가 흘러나왔다.
훌쩍!
흐르는 피를 막을 새도 없었다.
천마도 그냥 절벽으로 추락하고 있었다.
“어머나. 이걸 어쩌면 좋아!”
홍옥주가 방방 뜨며 어쩔 줄 몰라 했다.
도움을 준다는 것이 그만 화를 남긴 꼴이었다.
홍옥주가 절벽 하부를 쳐다보며 소리쳤다.
“야! 이 녀석아! 그래도 죽지는 말아라!”
정말 웃기는 여자였다.
절벽에서 떨어진 위기의 순간에 어찌 뼈도 성할까?
죽지 말라니?
그래도 일말의 정은 남은 모양새였다.
뒤늦게나마 천마를 걱정하고 있었다.
천마의 몸이 까맣게 점으로 비치는 순간이다.
홍옥주가 채찍을 휘둘렀다.
천마를 낚으려다가 그녀도 주르르 미끄러지고 말았다.
“에구머니나!”
그녀는 그래도 천만다행이었다.
선우 공자처럼 편견이 없었다.
가볍게 벽에 착 달라붙을 수가 있었다.
“어―휴!”
빙판에선 맘대로 움직일 수 없었다.
평지와는 엄연히 달랐다.
천애의 절벽이다.
경공술이 뛰어난 고수라도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실수란 후회를 남긴다.
후회는 아무리 빨라도 되돌릴 수 없다.
천마교의 귀재였던 선우 공자가 지옥으로 자취를 감췄다.
이어서 천마의 모습도 사라질 순간이었다.
돌연 천지를 울리는 기합 소리가 진동했다.
누군가가 허공을 가르며 솟구쳐 올라왔다.
“타―앗!”
천마교가 자랑하는 문관이란 사내였다.
그의 옆구리에 사색이 된 선우 공자를 끼고 있었다.
파랗게 질린 안색을 봐서는 구사일생한 모양새였다.
문관은 절벽에 내려서기 무섭다.
말없이 두 발을 벽에 ‘꽉’ 박고 섰다.
자존심이 강한 문관이지만 천마의 경고대로 따랐다.
조금은 안정된 자세였다.
서둘러 떨어져 내렸던 천마에게 태극선을 던졌다.
피―릿!
구원의 손길을 뻗친 모양새였다.
그런데 천마가 입었던 옷만 달랑 올라왔을 뿐이었다.
정작 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어머나! 이게 뭐야! 허깨비 같은 겉옷만 올라온 거야?”
홍옥주가 방방 뛰면서 어쩔 줄 몰라 했다.
문관이 미관을 좁혔다.
다시금 태극선을 펼쳐냈다.
풍월폭포가 몰아치는 절벽 하부로 던진 것이다.
한번, 두 번!
문관의 긁은 눈썹이 꿈틀거렸다.
“음―음! 이상하군요. 지금까지 실패한 적이 없었는데요.”
심각한 표정에 굵은 땀방울까지 맺혀있었다.
공용수가 한마디 던졌다.
“죽었을 것이니 그만 잊어버립시다.”
“내가 공자를 먼저 구하느라 진기를 많이 소비했습니다. 잠시 뒤에 다시 포진법을 펼쳐 찾을 것입니다. 그러니 걱정하지 마시고 진기나 다스리시길 바랍니다.”
문관이 말을 끝내고는 절벽에 ‘척’하니 좌정했다.
“녀석이 없다고 이렇게 있을 수는 없는 일이 아닙니까?”
선우 공자가 얼굴이 뭉그러진 만큼 사납게 소리쳤다
“서둘러 유물을 찾아 여길 떠납시다.”
선우 공자는 완전히 자신만 아는 이기주의자였다.
공용수가 문관을 가리키면서 머리를 흔들어 보였다.
“문관이 포진법으로 녀석을 찾고 있으니 기다려 봅시다.”
선우 공자도 별수가 없었던 모양이었다.
개차반으로 변해버린 모습을 살펴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에―효! 터줏대감에게 당하다니 이게 무슨 개망신이냐.’
선우 공자가 철포삼을 펼쳐 진기 조정에 들었다.
홍옥주가 한숨을 내쉬면서 울먹였다.
“에―효! 불쌍한 녀석! 조금이나마 정이 들려는 참인데 훌쩍! 어찌 절벽에서 떨어져 죽는단 말인가?”
홍옥주의 훌쩍이는 듯싶은 음성만 메아리칠 뿐이었다.
* * *
절벽으로 떨어진 천마.
그는 죽지 않았다.
오히려 살았다.
그는 알지 못하는 얼음 동굴을 한동안 헤매고 다녔다.
용하게도 문관이 던져준 태극선의 저항을 제대로 받았다.
올라타지는 못했지만 그만 떨어지던 방향이 바뀌었다.
천마가 자랑하는 환영귀보란 신법을 펼쳤던 덕분이었다.
절벽에 튀어나온 얼음덩어리에 매달릴 수가 있었다.
“휴―우! 십년감수했네!”
우선 동굴의 능선에 ‘척’하니 대롱대롱 매달렸다.
허공으로 치솟는 태극선,
천마가 안타깝게 바라보다가 주위를 둘러보게 되었다.
“어라 생전 처음 보는 동굴이 있네?”
절대악인
— 정원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