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evil RAW novel - Chapter 93
94화. 행운(幸運)
동굴 입구는 좁았으나 안쪽은 넓었다.
그런 사실을 벌써 소리의 반향으로 감지한 뒤였다.
천마가 동굴로 들어서는데 천마풍도가 웅―웅 울었다
그러다가 붉은 기체가 천마의 몸을 감싸기 시작했다.
동시에 손잡이에서 비천수라도가 반쯤 뽑혔다.
어둠이 일시에 물러갔다.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성큼 안으로 기어들었다.
역시 생각한 대로였다.
조금 기어들자 안은 이상할 정도로 아늑했고 넓었다.
“뭐야? 왜 이렇게 몸이 가벼워지는 것이야?”
천마는 몸을 사렸다.
몸이 두둥실 떠올랐다.
저절로 움직이는데 동굴 깊숙한 곳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천마는 이상한 일이 벌어지자 호기심을 느꼈다.
어어!
이대로 허공으로 떠오를 수만은 없었다.
겨우 석총을 붙잡고 휘말림을 멈췄다.
여전히 몸은 동굴 속으로 당겨지자 별수 없었다.
망토를 훌러덩 벗어 버렸다.
옷은 무형의 기체에 쌓여서 동굴 내부로 날았다.
깊은 지점에서 ‘펑’하는 불길과 함께 타들고 말았다.
그런 순간이다.
비천수라도가 비상하면서 사방을 날아다니고 있었다.
분명 뭔가에 반응하고 있다는 증거였다.
천마가 눈을 부릅뜨고 놀란 가슴을 진정하지 못했다.
조심스럽게 잔상법술을 펼쳐서 동굴 내부를 훑었다.
천마의 눈에 고서로 쓰인 글씨가 보였다.
염라귀전(閻邏鬼殿).
이곳은 천마교의 초대 교주가 살았던 교전(敎殿)이었다.
신비에 가려진 교전이 천마에 의해서 세상에 드러났다.
천마는 석총(石塚)에 몸을 숨기고 동굴을 살펴봤다.
저만큼 멀리다.
붉고 투명한 기체가 보였다.
팔이 먼저 보였다.
다리가 생성되더니 해골이 골상을 이루기 시작했다.
골상형인(骨相刑人).
전설로 전해지는 해골이 눈길에 잡혀 들자 서둘렀다.
천마가 혈지(血指)를 사용해 최대한 많은 피를 살포했다.
치―익!
해골에 구멍이 뻥뻥 뚫리면서 퍽하고 사라짐과 동시였다.
비천수라도가 허공을 날며 골기를 공격하고 있었다.
끼―야야!
골기가 허공으로 떠올랐다.
빨랐다.
천마를 공격했다.
퍽!
해골이 천마의 이마를 받아친 것이다.
쿠―웅!
천마가 가만히 당하지 않았다.
부채처럼 큰 손으로 골기의 따귀를 후려친 것이다.
퍼―럭!
천마의 신력이면 골기의 해골이 박살 나야 정상이다
그런데 아니었다.
손에 뭔가가 걸리는 듯싶었다.
하지만 그만 헛손질을 하고 말았다.
그와 동시였다.
해골의 뒤쪽에서 뼈다귀 손바닥이 불쑥 튀어나왔다.
그리고 천마의 뺨을 후려쳤다.
찰―싹!
천마가 통증이 느껴지자 더욱 세차게 공격했다.
퍼―럭!
찰―싹!
천마는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눈동자가 돌았고 입에는 거품이 일어났다.
비틀거리는 모습을 보니 손해를 본 모양새였다.
천마는 안 되겠다 싶은 모양이다.
혈지를 열 손가락으로 뿜어냈다.
피―릿!
핏빛이 어린 지풍이 동굴 내부를 파괴했다.
파―박!
천마의 얼굴이 창백하게 변했다.
최대한 혈지를 펼쳤음이 분명했다.
그래도 혹여 모를 일이었다.
다시금 핏물을 분사하고는 거친 숨결을 토해냈다.
“헉헉! 좋다. 이놈아, 나하고 무슨 원한이 깊은지는 모르지만 어림없다. 비술을 펼쳤으니 제발 이젠 떠나라!”
천마가 중얼거리고 난 뒤였다.
일순간에 성기를 꺼내서 오줌을 갈겨버렸다.
쏴―아아!
오줌 줄기가 불을 끄듯이 무지막지하게 갈겨댔다.
파―다다다다!
얼음이 쪼개지고 종유석이 부러지며 엉망으로 변했다.
결국엔 골기가 천마의 오줌에 버티지 못한 모양새다.
끼―야야!
귀화가 일어나더니 사방으로 ‘확’하고 퍼져버렸다.
“흐흐흐! 음양의 오수엔 아무도 버티지 못한다.”
천마가 능글능글 중얼거리고는 움직이지 않았다.
잔상법술로 동굴을 살피다가 멈췄다.
깊숙한 지점에서 살벌한 기운이 느껴지고 있었다.
등덜미에 짊어진 천마풍도가 들썩거렸다.
천마가 이상한 느낌과 감촉에 눈동자가 도르르 굴렀다.
호기심이 느꼈지만 애써 참는 눈치였다.
혹시 모를 일이다.
낯선 동굴!
몸을 사리고 우선 조심하고 볼 일이다.
벌써 눈길은 호랑이처럼 찢어졌다.
코는 벌렁거리면서 냄새를 맡았다.
귀는 쫑긋하면서 소리의 방향을 찾아 연신 움직였다.
그만큼 꼼꼼한 면도 없지 않았다.
“험험! 거기 아무도 없으시오?”
천마가 호랑이처럼 소리를 크게 내질렀다.
조용히 눈까지 감아 반향 된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천마가 돌연 머리를 끄덕였다.
아무도 없다는 사실을 인지한 뒤였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가슴이 두근거렸다.
천마는 조심스럽게 한발 두발 안으로 기어들어 갔다.
동굴은 태고의 신비를 간직한 옛 모습 그대로였다.
풍월폭포의 영향을 그나마 조금 제어를 받은 모양새다.
종유석이 즐비하게 늘어져 있었다.
신비 지역이라 당연했다.
자연과 동화된 석총들이 찬란하게 빛나고 있었다.
천마가 여기저기 넋을 잃고 한동안 구경하며 걸었다.
그러다가 막다른 벽에 막혀서 멈춰서고 말았다.
저만큼 멀지만 가까운 곳이다.
십여 장 정도의 장방형 석실이 보였다.
천마가 조심스럽게 고개를 내밀고 안쪽을 살펴봤다.
환한 빛이 쏟아져서 실내는 밝았다.
어둠과 빛―!
천마의 입가에 미소가 씩 걸렸다.
이건 두말하지 않아도 야광주임을 눈치로 때려잡았다.
조심스럽게 벽 위로 올라가 박쥐처럼 거꾸로 매달렸다.
살짝 안을 쳐다보다가 멈칫했다.
사방에 늘어진 종유석 부근이었다.
아직도 타고 있는 옷가지의 불빛에 번쩍거렸다.
그곳을 비천수라도가 비행하고 있었다.
잔상법술로 사방을 훑으며 다시금 혈기를 봤다.
그렇다면 한가하게 지켜볼 일이 아니었다.
서둘러 천정에 움푹 들어간 구멍 속으로 몸을 감췄다.
그러다가 또다시 놀라고 말았다.
바로 코앞에서다.
시신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것도 골기와 비슷하게 생긴 해골이었다.
아―코!
천마가 놀랐지만 피할 곳이 없었다.
퍽!
머리통으로 해골을 받아 버린 뒤였다.
해골이 퉁겨졌다.
붉은 기체가 머물러 있는 곳이다.
골기의 부근에서 와르르 부서져 버렸다.
그런데 좀 이상했다.
해골이 부서지는 순간이었다.
붉은 기체의 골기가 한순간에 싹 사라지고 말았다.
천마는 호기심이 일었으나 단순히 눈만 껌벅였다.
주위를 살핀 다음이다.
인내한 상태 그대로 기다릴 줄도 알았다.
일각이 그렇게 덧없이 흘러갔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생각에 비천수라도를 움켜쥐었다.
비수를 허공에 대고 확 휘둘러봤다.
위장 공격이다.
당연히 왕방울 일등병의 술법이었다.
그리고…….
몸은 벌써 환영을 일으켜 피신했다.
쌍방울 상등병의 비장 술법인 환영술이었다.
검은 검대로 허공에 머물러 움직였다.
몸은 몸대로 다른 쪽으로 피신한 뒤였다.
석실 건너편에 있는 시신 뒤쪽이다.
천마가 슬쩍 등장했다.
그리고 한동안 기다렸다.
천천히 시신을 향해 돌아서며 불호를 외웠다.
“아미타불!”
천마가 고인에 대한 명복을 빌어준 셈이다.
마음의 짐을 덜어서 그런지 안심된 눈초리였다.
쓱!
천마가 손으로 회전하고 있던 비천수라도를 받아냈다.
살기가 담긴 부리부리한 눈으로 해골을 살펴봤다.
전신이 썩어 문드러진 시체였다.
강시처럼 삐쩍 마른 모습이다.
그런데 특이한 점이 눈에 띄었다.
전신은 시골인데 이상하게 신발만은 새것이었다.
흔히 무사들이 신는 그런 신발이 아니었다.
전투 때에 신는 갑족(鉀足)이다.
가만히 살펴보니 이게 보통 가죽이 아니었다.
검은 바탕에 하얗게 보이고 바닥에 관정이 박혀있었다.
쇠가 아니라 반짝이는 금강석이다.
무릎까지 올라오는 긴 장화였다.
정강이 부분에 불룩 솟아오른 것이 예사롭지 않았다.
발꿈치까지 연결되어 고풍스러웠다.
입구 쪽에는 붉은 수술까지 달려 있었다.
천마의 눈이 금방 확 뒤집혀 버렸다.
요즘에는 영웅의 시대였다.
긴 장화를 신지를 않았다.
짧고 간단하게 개조해서 편리하게 신고 다녔다.
연대를 측정해보니 전대의 선대가 신었음이 분명했다.
제자들이 선대의 유물을 이어받아서 신는 경우가 있었다.
하지만 흔히 사슴 가죽으로 만든 것이 대부분이었다.
천마는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쩝―쩝!
입맛을 다시고 슬쩍 좌우로 몸을 회전시켜 휭 돌렸다.
사방에 골기 이외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런 사실을 알면서도 눈치를 살피는 행동이었다.
“히히히!”
천마가 자신의 신발과 시신의 장화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결심이 섰는지 슬쩍 장화를 벗겨 냈다.
의외로 쉽게 빠졌다.
몸은 썩고 뼈만 남았다.
신발 속에 있던 발만은 달랐다.
아직도 살이 매끄럽고 탱탱했다.
작고 하얀 발, 발가락이 작은 것을 봐서는 죽은 이는 여자가 분명했다.
그리고 신발은 남성의 것이었다.
큰 신발에 비해 발이 작았기 때문이다.
천마가 어렵지 않게 추측할 수가 있었다.
“어허! 참으로 이상하다. 어찌 발이 썩지 않았을까?”
이유는 모르지만 찜찜한 모양인지 눈치를 살폈다.
내용물을 쏟아낼 요량으로 장화를 거꾸로 흔들어 대었다.
쫘르르!
쏟아지고 떨어지는 내용물이 있었다.
장화 안쪽에 작은 주머니가 몇 개 보였다.
뚜껑이 열리면서 쏟아졌다.
천마는 무심코 떨어진 내용물을 살피다가 깜짝 놀랐다.
금방 두꺼비 같은 그의 눈이 확 뒤 집혀지고 말았다.
“대―환―단!”
천마는 기겁하게 놀라 눈을 부릅떴다.
후다닥!
꿈에서도 찾고 싶은 귀중한 대환단이 하나가 아니다.
왕창 많았다.
그것도 무더기였다.
천마는 자신의 두 눈을 의심했다.
사타구니에 간직했던 대환단을 꺼내 대조해 봤다.
모양도 크기도 부피도 똑같았다.
심지어 냄새도 똑같아 그만 입이 쩍 벌어지고 말았다.
“히히! 허허! 하하!”
웃음인지 울음인지 묘한 감탄사였다.
손으로 환약을 가리고 좌우로 회전하듯이 돌았다.
한동안 웃다가 주위를 둘러보며 경계도 늦추지 않았다.
누군가가 가로챌 것 같아서였다.
하지만 아무도 없다는 사실을 그도 안다.
확인하는 손동작에 기막히다.
손가락에 대환단만 걸러서 들려졌다.
그래도 혹시 모를 일이었다.
악마가 머무는 집이다.
벌써 발길은 도망치는 자세였다.
몸이 움직였을 때는 나머지 한쪽 장화도 손에 들었다.
정말 기막힌 수법이 아닐 수 없었다.
슬쩍!
아직도 혈기가 빗겨 간 막다른 곳에 은밀하게 숨었다.
벌써 해골이 있던 부근을 살피고 있었다.
그의 뒤편에서 ‘확’하고 붉은 기체가 솟구쳐 올랐다.
하지만 천마는 힐끔거렸을 뿐 움직이지 않았다.
고요 속의 침묵,
숨결도 멈춘 상태였다.
잠시 그렇게 시간이 지났다.
골기의 영상이 희미해지더니 사르르 사라졌다.
그때야 천마가 한숨을 내쉬었다.
“휴―우! 참으로 이상한 놈이다.
사람도 아니고 그렇다고 귀신도 아닌 놈이구나.
그런 놈이 어째서 여기에 등장했는지 모르겠구나.”
천마가 한동안 눈치를 살폈다.
그러다가 다른 신발도 흔들면서 탁탁 털어봤다.
그런데…….
이게 완전히 보물단지였다.
도깨비방망이처럼 신기했다.
보석들이 마냥 우르르 쏟아져 나왔다.
절대악인
— 정원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