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evil RAW novel - Chapter 94
95화. 칠살마군(七殺魔君)
새알처럼 생긴 야광주가 휘황찬란했다.
녹색의 빛이 얼마나 찬란한지 몰랐다.
얼굴빛이 어른거릴 정도였다.
야광주와 명주, 묘안석을 손으로 쓸어 담았다.
신발 안쪽에 있는 주머니에 소중하게 넣었을 때였다.
사라졌던 붉은 기체가 재차 등장했다.
골기가 하나로 뭉치기 시작했다.
천마의 등에 올라타려고 시도하는 순간이었다.
비천수라도가 빛을 발산했다.
천마풍도가 웅―웅 울었다.
경계경보 일급에 해당했다.
천마가 고개를 숙였다.
고인에 대한 명복을 빌어주었다.
그 바람에 혈기가 머리통을 스치고 말았다.
“관세음보살! 고인께선 극락왕생하시오!”
천마가 자신의 신발을 미련 없이 머리 위로 벗어던졌다.
퍼―엉!
불길에 어렸던 골기가 신발과 함께 물러서고 말았다.
천마는 그런 사실도 몰랐다.
서둘러 장화를 신기 위해서 발가락을 오므렸다.
천천히 발을 밀어 넣기 위해 잡아당기는 순간이었다.
장화 입구 쪽에 있던 붉은 수실이 빠졌다.
갑자기 ‘창’하고 빛나는 단검이 뽑혔다.
검기가 허공으로 치솟았다.
차―앙!
저릿한 감각이 손끝으로 전해졌다.
단순하게 손끝을 스쳤을 뿐이었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몰랐다.
살결이 베어지면서 흰빛이 한자가 넘도록 뻗쳤다.
천마가 놀라서 움직이지 않았다.
이상하게도 빛이 상처를 입게 만들다니 신묘했다.
천마가 상처를 입은 손가락을 쪽쪽 빨았다.
단검을 장화에서 하나씩 뽑아낸다.
쓱! 척! 싹!
단검은 모두 일곱 개나 되었다.
각기 다른 광채가 한 테 모이자 그야말로 휘황찬란했다.
빛무리가 섞이더니 갑자기 웅―웅대며 울기 시작했다.
뭔가가 분명히 잘못된 상태였다.
광채가 어린 붉은 혈기가 확산하며 퍼지고 있었다.
검기가 비천해서 골상형인과 싸운다는 점이 맞을 터였다.
천마가 살펴보니 너무 신기했다.
더군다나 단검이 서로 부닥치며 날뛰면서 난리를 쳤다.
세상에 검에는 생명이 없다.
검수가 내기로 이끌어서 비검이 날아야만 정상이다.
그런데 비검들이 서로 어울리며 날고 있었다.
천마는 이런 광경은 생전 처음이었다.
붉은 기체가 더욱 세차게 날뛰었다.
천마가 다칠세라 멀찌감치 떨어졌다.
비천수라도가 소도와 어울리며 비행하고 있었다.
신기한 광경에 넋을 빼앗기고 입만 벌린 상태였다.
그러다가 문득 장화 안쪽에 이상한 글씨를 발견했다.
천마가 얼른 살펴보니 이런 글귀가 적혔다.
[나는 칠살마군(七殺魔君)이다.말년에 혼까지 불어넣어서 칠살탈명도를 완성했다.
뜻있는 일에 사용하길 빌겠다.]
찰살마군은 천마교의 가장 강하다고 알렸던 교주였다.
검기만으로도 죽음을 걷어 간다는 살기로 더욱 유명했다.
동굴에 묻혀서 역사에서 사라질 뻔했었다.
천마의 발견으로 다시금 세상에 등장하는 순간이었다.
악마라 일컬어지는 골기 괴인과 대판 싸움이 붙었다.
천마는 칠살탈명도가 조화를 부리는 모습을 지켜봤다.
마냥 신기한 모양인지 구경에 넋을 잃었다.
칠살탈명도가 서로 장단을 맞춰가면서 움직이고 있었다.
마치 생명이 깃든 듯 부닥쳐서 떨어지며 날기도 했다.
묘한 일은 서로 위치를 바꾼다는 사실이었다.
그때마다 골기가 갈라지고 말았다.
움직임과 방향이 너무나 질서 정연해서 신기할 정도였다.
공격하는 각도와 방위까지 정확했다.
휙휙! 싹싹!
한순간 정지한 듯이 멈췄다.
각기 한쪽 방향씩 틀어잡고 검날이 위로 향한 채로 맴돌기까지 시도했다.
바로 북두칠성의 방위였다.
놀라 부릅떠진 천마의 몸 주위로 회전하기도 했다.
놀랍게도 비도 자체가 스스로가 흰빛을 쏟아내고 있었다.
조금 전과는 완전히 양상이 달랐다.
도가 날아서 부닥치는 것이 아니었다.
빛무리들이 스치며 ‘창’하는 청음을 들려주고 있었다.
끼―아악!
소리가 맑고 청아하면서도 심금을 울렸다.
더군다나 소리가 단전을 부글부글 끓게 만들고 있었다.
천마가 기겁해서 자신의 귀를 틀어막았지만 이미 늦었다.
후―아!
한 줄기의 기운이 임맥(任脈)을 타고 치솟아 올랐다.
천마는 요동치는 기운에 휩쓸려 혈지를 펼쳐 대항했다.
찍!
한 줄기의 핏줄기가 그의 손톱에서 뿜어졌다.
붉은 핏방울과 빛무리가 섞였다.
한동안 회전을 통해 비수와 오래도록 어울려 날았다.
혈흔이 비수에 묻히는 한순간이다.
비수들이 허공에서 피를 흡입하며 좌우로 갈라졌다.
한쪽은 세 개였고 다른 한쪽은 네 개였다.
그것이 하나로 합치면서 신음을 토했다.
우―웅! 우―웅!
천마가 조심스럽게 한 발을 내밀어 봤다.
반응이 없다.
또다시 한 걸음을 걷는데도 마찬가지였다.
천마는 안심하고 한숨을 내 쉬었다.
빛살을 뿜어대던 흰색의 단도가 혈흔을 머금고 있었다.
조금 전에 천마가 혈지로 뿜었던 피였다.
“우―히히히!”
천마가 손으로 만져 봤다.
비수가 따스하게 느껴지자 기분이 좋았다.
천마풍도가 웅―웅 울었다.
문득… 그랬다.
천마풍도의 손잡이에 끼어봤다.
딱 들어맞았다.
천마풍도에 늘어진 붉은 수술을 쓰다듬었다.
“비수야, 착하지. 앞으로 나와 친해 보자?”
천마가 장화를 신고서 척하니 일어섰다.
약간 작은 듯했지만, 발이 편하고 가뿐할 수가 없었다.
이상한 일은 저절로 몸이 떠오르고 있다는 점이었다.
마치 답설무흔의 신법을 펼치는 듯싶었다.
땅에 발자국이 생기지 않게끔 몸이 떠오른 상태였다.
천마가 너무 흡족해 허공을 향해 넙죽 절을 올렸다.
두말할 것도 없이 천마풍도를 뽑아 구덩이를 팠다.
그런 다음에 시신을 고이 묻어 주고 기도했다.
“아미타불! 극락왕생하소서.”
천마가 한동안 기도를 올렸다.
그렇게 극락왕생을 빌어준 다음이다.
다시금 절벽 쪽으로 걸어 나와 위를 쳐다봤다.
벽호공을 펼쳐서 올라갈 참이었다.
하지만 너무 높고 미끄럽다.
머리가 뒤쪽으로 넘어갈 정도라 엄두도 나질 않았다.
그렇다고 밑으로 내려가자니 공연히 무섬만 탔다.
“에―휴! 이걸 어쩌나!”
천마가 절벽 하부를 쳐다봤다.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니 악마가 현신한 모습처럼 보였다.
공연히 똥줄이 탈 정도라 눈을 감고 돌아서고 말았다.
“제기랄! 살아난 것만도 다행이지.”
천마는 망설였다.
오르자니 떨어질까 무섭다.
내려가자니 악마의 형상이 눈에 밟혀 진절머리가 쳐졌다.
예전처럼 산허리를 넘자니 시간이 걸려서 도리질을 쳤다.
홍옥주의 눈물 섞인 얼굴이 눈에 선했다.
“거기 내 말을 들리면 밧줄을 내려 주시오”
천마가 젖 먹던 힘까지 다해 소리쳤지만 허사였다.
소리는 풍월폭포의 영향으로 하부로만 들릴 뿐이었다.
위로는 소리의 방향이 끊기고 말았다.
“여보시오. 내 죽지 않고 살았으니 걱정하지 마시오.”
천마가 빙글빙글 돌며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었다.
“제기랄! 천리전음술이나 배워둘 걸 그랬어.”
천마가 돌연 자신의 발치를 쳐다보며 멈칫거렸다.
검게 비치는 먹구름처럼 뭉치기 시작했다.
벽면을 타고 내려오던 구름이다.
그것이 눈발을 휘날리는 지점에서 뭉치고 있었다.
그러다가 다시금 위로 솟구치고 있었다.
회오리를 형성하기 시작한 구름 뭉치,
천마가 장난삼아 한쪽 발을 살짝 디밀어 봤다.
푹신푹신한 느낌이 느껴졌다.
마치 양탄자처럼 탄력이 느껴지자 슬쩍 올라탔다.
그러자 몸뚱이가 서서히 허공으로 떠오르는 것이었다.
“히히히! 이게 뭐야. 손오공처럼 구름을 탈 수가 있네!”
천마는 신이나 폴짝폴짝 뛰면서 휘파람을 불었을 때였다.
멀리서 태극선이 떨어져 내려오자 손으로 덥석 잡아챘다.
그런데 이것이 잘못이었다.
회전하던 먹구름이 상승하며 속도가 빨라지고 있었다.
“아이고! 어지러워라!”
* * *
문관이 감고 있던 눈을 돌연 치떴다.
홍옥주가 조심스럽게 절벽 끝으로 나섰다.
풍월폭포가 성한 절벽 하부만 하염없이 바라볼 때였다.
천마의 모습이 그나마 보이자 홍옥주가 환호성을 질렀다.
“이놈아! 여기다 여기! 어서 이쪽으로 와라!”
홍옥주가 채찍을 휘둘러 풍월폭포를 갈라내는 순간이다.
천마가 검은 구름 속에서 회전하는 광경이 눈에 잡혔다.
홍옥주가 안심한 표정을 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문관은 태극선을 회수하기 위해서 먹구름을 잡아챘다.
회오리를 치던 구름결을 파도처럼 흐트러져 버렸다.
빙글빙글!
문관이 허공에 대고 손을 휘둘렀다.
무형이라서 그저 빛만 번쩍했을 뿐이었다.
태극선을 회수하려고 손을 내밀었다가 허탕 치고 말았다.
천마가 위쪽으로 휭하니 올라가 버리고 말았다.
모두가 문관이 천마를 구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다.
천마가 구름을 타고 저만큼 올라가 버렸다
모두가 놀라서 입을 딱 벌리고 말았다.
“뭐야? 손오공처럼 구름을 타고 올라올 수가 있었느냐?”
홍옥주가 신기하다는 듯이 구름에 냉큼 올라탔다.
“호호호! 참으로 신기하네!”
홍옥주의 말에 천마가 하는 말이 걸작이었다.
“제기랄! 아이고! 어지러워라!”
“어지럽다니 왜?”
천마가 비틀거리다가 다시 주르륵 미끄러지고 말았다.
몸의 중심을 잡지도 못할 정도로 어지러웠기 때문이었다.
“어머나!”
홍옥주가 얼른 천마를 끌어안았다.
아마도 구하려고 시도한 모양인데 또 잊은 것이 있었다.
진기가 잘 돌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천마의 힘에 밀려서 둘이 한꺼번에 미끄러지고 말았다.
보나마나였다.
다시 천애의 절벽으로 추락하고 말았다.
“어머머! 사람 살려!”
홍옥주의 비명이 날카롭게 울려 퍼졌다.
살고 싶은 몸부림에 악에 밭인 비명이었다.
미끄러지며 떨어지지 않으려고 손톱을 세우며 소리쳤다.
“이놈아! 빨리 구름을 불러라!”
홍옥주는 빙판에 손톱이 다 까지도록 긁으며 미끄러졌다.
그래도 천만다행이다.
홍옥주의 눈물겨운 손톱 때문이다.
겨우 어떻게 절벽에 붙어 있게 되었다.
그래도 위기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은 아니었다.
천마는 자신의 처지를 본능적으로 알았던 것 같았다.
발버둥을 치는 홍옥주의 발목을 잡고 늘어졌다.
하지만 천마의 몸무게만도 이백 근이 넘었다.
장신에 곰 같은 몸집만 해도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몸의 무게 중심이 하부로 쏠려 있었다.
그런 관계로 홍옥주의 손톱은 몽땅 뽑힐 지경이었다.
“아이고 나 죽네!”
홍옥주가 발버둥을 쳤다.
천마를 떨쳐내려는 몸부림이었다.
위기일발의 순간이 아닐 수 없었다.
추도가 그것을 보았다.
여태껏 살기만 드리우던 추도의 검이 허공을 갈랐다.
발버둥을 치는 천마의 발 하부에 검이 ‘척’하니 꽂혔다.
차―앙.
천마가 자신도 모르게 검을 밟고 겨우 추락을 멈췄다.
“천마, 이 죽일 놈아! 죽으려면 너나 혼자 죽을 일이지, 어찌 물귀신처럼 날 붙잡고 늘어지는 것이냐? 아이고 이놈아! 어서 붙잡은 손을 놓지 못할까?”
홍옥주가 힘겨워했다.
견디지 못하고 주룩 미끄러져 내렸다.
그런 그녀의 몸을 천마가 어느새 냉큼 안아 들었다.
위기를 넘긴 홍옥주가 가만히 있으면 사람도 아니었다.
절대악인
— 정원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