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evil RAW novel - Chapter 98
99화. 비밀창고
드디어 진단을 끝낸 듯이 요마가 말했다.
“바닥은 괜찮아 보이는데요. 동굴 옆으로 선들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아무래도 기관을 작동시키는 장치인 모양입니다. 건너가려면 골치가 꽤나 아플 것 같습니다.”
천마가 요마의 얼굴을 쳐다보며 머리를 끄떡였다.
요마가 한숨을 쉬고는 철사로 벽면에 걸쳤다.
그러더니 다람쥐처럼 잽싸게 건너갔다.
바닥에 안착하는 모습을 확인하고 천마가 손을 뻗쳤다.
그의 등에서 기체가 뿜어지며 벽면에 닿는 순간이다.
천마의 몸이 허공으로 붕 떠올랐다.
요마처럼 바닥에 살짝 내려앉았다.
그런 모습을 보게 되었던 요마는 놀라고 말았다.
“이놈아! 이런 수법을 배우고 싶은 것이냐?”
요마가 자신도 모르게 머리를 끄떡거렸다.
“그렇다면 어서 앞장을 서라. 구결을 알려주겠다.”
요마가 철사로 사방을 훑고 있었다.
조심스럽게 걸음을 옮겼다.
그러다가 어느 한순간에 딱 멈추고 말았다.
“바닥이 비어 있는데 기관이 감지되지 않고 있습니다.”
요마가 철사를 들어 올리더니 앞으로 잡아당겼다.
손잡이 부분이 거미줄처럼 철사가 길게 늘어나고 있었다.
열자 정도 늘려 다시금 조심스럽게 진단하기 시작했다.
톡톡―톡톡톡!
그래도 감지가 되지 않는 모양이다.
요마가 좌우로 조금씩 이동하면서 더듬기 시작했다.
돌연 바싹 긴장하며 몸을 도사렸다.
움직이던 행동을 멈추고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톡톡―톡톡톡!
요마가 잔뜩 긴장했는지 메마른 침을 꿀꺽 삼켰다.
“꿀―꺽!”
천마의 인내심도 굉장했다.
끝까지 지켜보며 기다렸다.
“찾았습니다. 이젠 건너가도 되겠습니다.”
요마가 자랑스럽게 소리치는 순간이다.
천마가 벌써 건너갔다.
대답하는 소리가 저만큼 앞에서 들려오고 있었다.
“이놈아! 건너오지 않고 뭘 꾸물거리고 서 있느냐?”
요마가 놀라서 눈을 크게 뜨고 말았다.
천마가 어느새 앞쪽 안전지대로 건너가 있었다.
아무런 흔적도 없었다.
이렇게 빨리 움직이는 사람을 요마는 태어나서 처음이다.
무림에서 최고로 알려진 만리표풍을 능가할 정도였다.
녀석은 자신의 감각을 벗어나지 못했었다.
그런데 초라한 녀석은 달랐다.
아무런 감응도 남기지 않고 움직였다.
요마는 녀석의 존재가 의심스럽고 신비하게 보였다.
‘망할 놈의 꼽추, 등덜미의 혹으로 사람을 속이는 마술을 부리는 모양인데, 나한테 걸렸으니 어림도 없단 말이다.’
“쓸만한 놈인 줄 알았더니 아직도 행동이 형편없구나.”
천마의 말에 요마는 자존심이 상하고 말았다.
휭하니 토라져서 분을 삭이는 중이었다.
벽면이 갈라지면서 불빛이 보였다.
요마가 흠칫 놀라며 천마의 등으로 바싹 달라붙었다.
그의 몸놀림은 번개처럼 빨랐다.
아예 눈에 보이지도 않았다.
천마는 열린 문 안쪽을 자세하게 살펴보고 있었다.
거기는 동굴과는 달랐다.
열 평 남짓하게 집무실이 갖춰진 상태였다.
요마가 천마의 어깨너머로 건너다봤다.
그리고는 ‘픽’하고 실소를 터뜨리고 있었다.
“가소롭게도 천방진(千方陳)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천마의 눈에서 광채가 번뜩였다.
“지금의 구도로 봐선 설치한 놈과 승부 걸어야 합니다.”
천마가 묵묵히 천방진을 살펴보고 있었다.
“바둑에는 재주가 없어서 진법을 알아보지 못합니다.”
천마가 구조물을 둘러보며 심각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바둑은 나도 모른다. 그러나 하나는 알 수가 있다.”
“그게 뭔지를 자세하게 알려주시지요.”
“다른 곳은 먼지가 쌓여있는데 탁자에는 없단 말이다.”
요마가 살펴보니 정말 그랬다.
탁자는 유리알처럼 깨끗했다.
반면에 사방은 더러운 먼지가 두툼하게 덮여 있었다.
“누군가가 최근까지 탁자를 사용했단 말입니다.”
“여기 기관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말이지요?”
“그렇게 말하지 않았다.”
“그럼 뭡니까요. 귀신이 탁자를 사용했단 말인가요?”
“그렇다. 귀신이 등장하기 전에 이곳을 나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꼼짝없이 뒈지고 만단 말이지요?”
“그렇다.”
“그렇다면 그놈이 염라대왕이라도 된단 말입니까요?”
“그렇다. 우리를 죽음으로 몰아넣을 수문장이란 말이다.”
“그렇다면 어쩌란 말이오.”
“여기까지 들어와 놓고 빈손으로 갈 수는 없는 일이다.”
“제기랄! 그렇다면 다음을 노립시다.”
“돌아가려고 해도 이미 늦었다.”
“뭐요? 도망치지도 못한단 말이오?”
“이놈아, 네놈이 이제부터 확실하게 알아내야 한다.”
“제기랄! 왜 나만 움직여야 합니까?”
“함정이 있는지 아니면 기관인지 얼른 진단해라.”
천마의 꼽친 등덜미가 치솟아 올랐다.
요마가 놀라면서 급하게 뒤로 물러서고 말았다.
“그러니까 나보고 저곳으로 건너가란 말이지요?”
“그렇다.”
“싫소. 저긴 함정이 분명하오.”
“어째서 함정이라 단정을 내리는지 이유를 말해봐라.”
천마의 혹이 사그라들자 요마가 가슴을 쓸어내렸다.
“예감과 경험이지요.”
천마는 그의 말을 인정하듯이 머리를 끄떡였다.
“허허! 그것만이 아닐 터인데?”
천마가 손과 발을 이리저리 휘둘러 보였다.
요마가 그의 손동작을 보고는 놀라서 눈을 부릅떴다.
“뭐요? 내가 뇌옥에서 수년이나 갈고닦은 만천화우… 비법을 연성한 사실을 어떻게 알고 있었단 말이오?”
요마가 입을 딱 벌리고는 부정하듯이 머리를 흔들었다.
“그렇다. 이놈아! 네놈의 꼬챙이 수법은 천하에 둘도 없는 비술이다. 그래서 귀신도 죽일 수 있다는 사실을 나는 알고 있다. 좋게 말할 때 고집을 피우지 말고 움직이고, 어디에 함정이 있는지 진단해 보고하라!.”
요마가 신형을 날렸다.
등줄기에 땀방울이 흘러내리자 한숨을 토했다.
정말 아슬아슬한 순간이다.
바닥과 수평으로 두둥실 허공에 떠올라 있었다.
하지만 그의 체중이 무겁다.
철사가 휘어져서 거의 바닥에 닿을 정도였다.
어림잡아 백 근을 상회하는 체중이다.
바닥에 닿지 않을 정도로 그의 경공술은 정말 훌륭했다.
“어라! 요놈이 제법일세?”
“나도 도선들처럼 비천술(飛天術)을 연성했습니다.”
요마가 탁자의 모서리를 잡고서 벌떡 일어났다.
그런 다음에 철사를 회수했다.
그는 서두르지 않았다.
바둑무늬의 바닥을 강타해서 진문을 해체했다.
바람이 불어왔다.
회오리바람이다.
그리고 잠시 뒤였다.
바둑무늬의 바닥이 밑으로 서서히 가라앉음과 동시였다.
앞쪽의 벽이 열리면서 문이 드러났다.
천마가 서둘러 안으로 들어섰다.
요마를 째려보고는 씨부렁거렸다.
관솔이 밖인 주먹을 때릴 듯이 쳐들었다.
“썩을 놈! 출입문이 어디에 있는지를 알면서도 시치미를 떼다니. 네놈을 도저히 용서할 수 없으니 각오하라.”
천마의 꼽친 등덜미가 와드득 소리가 진동했다.
그와 동시에 커다란 체격이 반대로 작아지고 있었다.
괴물 꼽추로 변해버린 천마.
천마의 몸이 투명하게 변했다.
등덜미의 혹이 커졌다가 작아지기를 반복할 때였다.
요마가 비틀거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몸의 중심을 잃고 폭삭 쓰러진 요마다.
요마는 정신이 아득해지자 가슴이 덜컥 내려앉고 말았다.
뒤통수를 호되게 얻어맞은 사람처럼 두통이 밀려왔다.
귀에서 ‘윙’하는 이명(耳命) 소리가 울리고 있었다.
그래도 요마가 견딜 수 있었던 점은 따로 있었다.
땅속에서도 숨결을 멈추는 정신력이 남달랐기 때문이다.
그런 사실을 요마는 여우처럼 천마를 속였다.
살며시 눈을 뜨고 사방을 훑어보았다.
천마가 뭔가를 찾느라고 분주하다.
“히히히! 감히 네놈이 요마인 나를 기절시켰어?
혼자서 보물을 독차지하려고 하다니 어림도 없다.”
요마의 눈에 제일 먼저 눈에 띈 물체가 있었다.
바닥에 흩어진 진기한 보석과 야광주의 찬란한 빛이었다.
사방 벽면에 각종 진귀한 검과 무기들이 걸려 있었다.
더군다나 많은 무공 서책들이 벽에 가지런히 꽂혔다.
요마의 눈깔이 뒤집혔다.
가슴속에서 ‘확’하고 뜨거운 기운이 치솟자 참지 못했다.
그야말로 눈이 회까닥 뒤집히고 말았다.
신전의 내외곽 할 것도 없이 비밀창고를 털어온 그였다.
그야말로 눈이 뒤집혀 버릴 지경이었다.
요마는 참지 못하고 벌떡 일어서고 말았다.
이렇게 마냥 누워있을 수가 없었다.
요마는 우선 눈에 띄는 데로 마구 쓸어 담기 시작했다.
히히히!
이게 웬 횡재인지 몰랐다.
보석을 가득 품속에 숨겼지만 그래도 남을 정도였다.
많아도 정말 너무 많아서 탈이었다.
예전에 언제인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그러니까 벌써 수십 년이 지난 과거의 일이었다.
도선들이 기거한다는 비선암(飛仙庵)이다.
각종 신병이기와 비밀 무기들이 많다는 소문을 들었다.
두더지처럼 땅속을 파헤치고 숨어들었었다.
거기서 얻은 물건이 마왕석검이다.
욕심이 화를 부른다고 했다.
들키는 바람에 수십 년 동안 꼼짝없이 갇혀서 지냈다.
그래도 그는 포기를 몰랐다.
겨우 땅굴을 파고서 탈출에 성공한 적이 있었다.
그때를 생각하면 치가 떨렸다.
하지만 개 버릇 남 못 준다고 했다.
팔자나 고쳐 보자고 여기저기를 뒤지고 다녔다.
귀곡산장의 무영각을 알게 되었다.
지하에 숨어서 금괴를 빼돌리다가 들켜서 곤욕을 치렀다.
그리고 오늘이다.
천마총에 몰래 숨어들었는데 이런 횡재가 없었다.
보물에 눈이 뒤집힌 요마다.
그의 걸음을 멈추게 만드는 것이 있었다.
바로 무공에 관한 비책이 쌓여 있는 한쪽 구석이다.
천둔비술(天遁秘術)이라는 글자가 눈길에 잡혀 들었다.
금방 그의 입이 ‘헤’하고 벌어지고 말았다.
누가 쳐다보는 사람도 없었다.
그는 버릇처럼 사방을 훑어보며 경계했다.
그와 동시였다.
품속에 가득히 담았던 보석을 미련 없이 버렸다.
천마의 등덜미에 은근슬쩍 숨었다.
책장을 넘기다가 품속에 감추고는 시치미 뗐다.
“히히히! 이젠 저놈도 두렵지 않다.”
요마가 뱃심도 좋게 능글능글 웃는 순간이다.
보석이 바닥에 떨어지는 요란하게 울렸다.
천마가 놀란 모양새다.
얼른 몸을 도사렸다.
요마임을 확인하고 달려왔다.
발걸음에 놀란 요마가 품에 숨긴 책자를 감췄다.
하지만 그의 눈동자가 찢어질 정도로 부릅뜨고 말았다.
천마의 신형이 흐릿해진다고 생각하는 순간이다.
요마가 숨겼던 천둔비술의 책자가 들려져 있었다.
천마가 대충 훑어본 다음에 휙 집어 던져버렸다.
그리고는 미련 없이 돌아섰다.
갑자기 자신의 이마를 탁하고 치더니 능글능글 웃는다.
요마가 살펴보니 여간 수상하지가 않았다.
뭔가를 열심히 찾는 눈치였다.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여기저기를 뛰어다니며 책장을 뒤지고 다녔다.
요마의 눈도 쉬지 않고 같이 따라 움직였다.
그가 얇은 책자만을 골라서 간직하는 장면을 목격했다.
요마가 호기심이 동했다.
슬쩍 다가가서 책자 하나를 훔쳐서 살펴봤다.
오독(五毒)이란 글자가 우선 눈에 들어왔다.
절대악인
— 정원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