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expert on non-regular workers RAW novel - chapter 243
최민태는 또 누군가 싶었다. 타코야마는 자신도 모르게 흘러내리는 땀을 닦을 생각을 못 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먼저 정리해야 했다. 설마 대한민국 정부가, 아니 최순진이 자신들의 말을 안 듣고 이성진을 압박할 줄은 몰랐다. 너무 쉽게 생각했다. 권력과 돈을 잡은 사람은 언제든지 돌변할 수 있는데.
“최민태는 한일합방 때…….”
“일제강점기입니다.”
“핫! 죄송합니다. 일제강점기 때 이완용의 시동이었습니다.”
1910년 8월 29일 경술국치가 일어났으니 최소 100살이 넘었다. 천마 정철이 1천 년을 살아왔으니 100년 넘게 살았어도 그리 놀랍지 않다. 또한, 음양술사라면 귀신의 힘을 빌려 살아남을 수 있었다.
“본산에서 음양술을 배워 조선…… 아니, 대한민국에 돌아와 자체적으로 음양술사와 닌자를 키웠습니다.”
“그것을 일본이 지원해 줬고요.”
“…….”
타코야마는 대답하지 못했다. 사실이었기 때문이었다.
“들어보니 일본 연수까지 갔다고 하던데요.”
“지난 일은 용서해 주십시오!”
또 무릎을 꿇으려 했다. 이번에는 막지 않았다. 쿵 소리가 나며 울릴 정도로 강하게 무릎을 꿇었다.
“이 모든 것을 되돌릴 기회를 주십시오. 최정예만을 데리고 왔습니다. 이성진 님께서는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아니요.”
아니란 대답에 타코야마가 고개를 들었다. 다 죽었다고 생각했다. 이성진이라면 35대 카무도, 자신도 귀신을 잃고 음양술사로서 죽임을 당한다. 그뿐만 아니었다. 일본의 음지를 지탱하며 지켜왔던 카무가 없다면 흑룡방을 막을 수 없었다.
“제 목숨으로 죄를 갚겠습니다. 그러니…….”
“누가 타코야마 당신을 죽인다고 그랬나요?”
“그러시면…… 왜…….”
“직접 가려고요. 최순진은 타코야마 당신 손에 넘길 수가 없네요.”
타코야마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냥 있을 수는 없었다.
“그렇다면 무림 왕 이성진 님의 앞길을 여는 영광을 내려 주십시오! 간청합니다!”
최순진에게 가는 길에 있는 닌자와 음양술사를 먼저 정리하겠다는 것이다.
“일본에서 전해준 것이니 일본이 거두어 가는 것도 괜찮은 것 같기는 하네요.”
“핫! 감사합니다. 길을 확실하게 열어드리겠습니다.”
“하지만 최순진은 제 몫입니다.”
“핫! 알겠습니다.”
온갖 비열한 짓도 모자라 부모님까지 노렸다.
“언제 갈 겁니까?”
“청와대에 통보하면 바로 들어오라고 할 것입니다. 그때 같이 가시면 됩니다.”
“그럼 통보하세요.”
“핫!”
타코야마는 바로 핸드폰을 꺼내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최순진을 돕기 위해 대한민국에 왔다는 식으로 거짓말을 했다. 최순진을 만나야 한다고 하자 상대방이 다시 연락하겠다는 답변을 주고 끊었다.
“곧 연락이 올 것입니다.”
“알았어요.”
만약 연락이 안 오고 최순진이 타코야마를 만나기 싫다고 하면 혼자 갈 생각이다. 혼자 가면 그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고 청와대에 들어갈 수 있다. 저녁이 지나고 새벽이 되도록 연락이 안 왔다. 타코야마는 초조하게 이성진의 눈치를 살피며 전화가 오기만을 기다렸다. 그런데 강민수의 핸드폰이 진동했다. 강민수는 문자를 보더니 다가왔다.
“총괄 회장님 북한이 또 미사일 쐈다고 합니다.”
“또요?”
천진 교주의 말대로 진짜 쐈다. 하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달랐다.
“사정거리가 하와이를 넘어갈 수 있다고 합니다. 재진입 기술을 확보한 것 같다는 의견입니다. 지금 뉴스는 물론 미국까지 난리가 났습니다.”
“알았어요.”
어차피 이건 보여주기 쇼였다. 대한민국 증권 시장을 건드릴 수 없게 미국 증시를 흔들려는 계획이다. 최순진만 제거하고 상황이 정리되면 다 해결될 문제였다.
“타코야마.”
“죄송합니다. 다시 연락해 보겠습니다!”
타코야마가 이성진이 화내기 전에 연락하려고 핸드폰을 들었다. 그때 마침 전화가 왔다. 타코야마는 전화를 받더니 불같이 화를 냈다.
“최순진, 네년이 감히 나를 기다리게 해? 뭐? 치료를 받고 있어서 연락이 늦은 것이 변명인가?”
듣고 있다 보니 웃겼다. 타코야마 따위에게 욕이나 얻어먹는 사람이 청와대에서는 그렇게 힘을 줬다.
“그래서 내가 어디 도와줄 수 있겠나! 어디에 있나?”
청와대에 있는 것을 알면서 아주 자연스럽게 묻고 있었다.
“알았다, 바로 찾아가지.”
전화를 끊은 타코야마는 바로 공손하게 말했다.
“청와대에 가기로 했습니다. 같이 가시면 될 것 같습니다.”
시계를 보니 새벽 3시였다. 최순진의 생각이 빤히 보였다. 타코야마도 자신 있어 하는 것이 보였다. 새벽은 귀신들의 시간이니까.
“강 비서님은 연락 오면 바로 반격할 수 있게 준비해 주세요.”
“저도 따라가겠습니다.”
“그럼 근처에서 대기해 줘요. 음양술사나 닌자가 아닌 사람이 같이 가면 의심받을 수 있어요.”
강민수는 입술을 깨물었다. 이성진의 말이 맞았다.
“그러면 반격할 준비를 해 놓겠습니다.”
“네.”
명령을 내리는 최순진만 없다면 충분히 반격할 수 있었다. 최순진의 음양술에 걸려 제정신이 아닌 사람이 많다. 약점을 이용한 협박도 안 통한다. 음양술을 건 최순진의 음양술을 깨야 사람들이 음양술에서 벗어났을 때 부작용이 적다. 다 바보로 만들 수는 없다.
타코야마와 코다 히데오가 타고 온 일본 대사관 차를 타고 청와대로 향했다. 강민수는 다른 차로 따라왔다. 미리 이야기되어 있었는지 일본 대사관 차는 아무런 제지 없이 청와대 정문을 통과했다. 그리고 관저로 갔다. 하지만 관저 앞에서 멈추지 않았다. 관저 뒤편으로 갔다. 차가 멈추고 모두 내리자 마중 나온 사람이 있었다.
“타코야마 상! 오래간만에 뵙습니다. 이렇게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반가워할 틈이 있나! 바로 최순진에게 안내해라!”
“넵, 따라오십시오.”
음양술사들 틈에 있었다. 마중 나온 사람은 자세히 살펴보지도 않고 관저 뒤편의 지하로 내려가는 문을 열었다. 모두 따라서 지하로 내려갔다. 지하실에는 귀신의 기운이 밖으로 새어 나가지 않게 하는 부적들이 줄에 매달려 있었다. 지하실 곳곳에 닌자들이 숨어 있는 것이 느껴졌다.
“바로 열겠습니다.”
지하실 한쪽 구석에 와인을 가득 놔둔 책장이 있었다. 그것에 손을 대고 주문을 외우듯 중얼거렸다. 그러자 스르륵 하고 와인장이 돌아가며 통로가 나타났다. 일정한 주문과 등록된 귀신이 아닌 이상 통로를 열 수 없게 해놨다. 뭐, 부수면 그만이긴 했다.
다시 뒤를 따라 통로 안으로 들어갔다. 전등 대신 귀신 불이 통로를 밝히고 있었다. 하지만 모두 통로 안으로 따라 들어간 것은 아니다. 맨 뒤에 따라오던 닌자와 음양술사가 자연스럽게 통로 안으로 들어가지 않았다. 곧 와인장이 다시 제자리로 돌아갔다. 입구를 지키는 최순진의 닌자들은 같은 편이라고 생각한 야마구치 구미 닌자에게 기습당했다.
한참을 따라 들어가면서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이 긴 통로에 수많은 귀신과 닌자가 숨어 있었다. 타코야마도 놀라는 것 같았다. 생각보다 많은 닌자와 귀신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곧 통로의 끝이 나왔다. 꽤 큰 광장이었다. 그곳에 최순진이 보였다. 그리고 200명이 넘는 닌자와 50명의 음양술사도 보였다.
마중 나온 것이 아니다.
“호호! 함정에 제 발로 걸어 들어오다니.”
지나온 통로에서도 닌자와 음양술사가 나타났다. 완전히 포위됐다. 타코야마가 버럭 소리쳤다.
“최순진! 뭐하는 짓이냐!”
“뭐하는 짓이기는 배신자를 죽이는 짓이지.”
“배신자? 네년이 미쳤구나. 최민태는 어디 있느냐? 네년의 죄를 최민태에게 묻겠다!”
타코야마가 화를 내도 최순진은 웃었다.
“호호. 내가 모를 줄 알았어? 타코야마 당신이 이성진하고 붙어먹은 것은 이미 알고 있었어.”
최순진은 예전부터 의심하고 있었다. 이성진을 압박하던 일본이 갑자기 태도를 바꿨다. 서로 주고받는 이익이 생겨서 압박을 풀라는 명령을 받았다. 그때는 그런가 싶었다. 하지만 타코야마가 대한민국에 들어와 바로 이성진을 찾아간 것을 알았다. LSJ 글로벌은 24시간 감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타코야마가 LSJ 글로벌에서 전화를 했다는 것을 알았을 때 확실하게 배신당한 것을 알았다. 그래서 준비하느라 타코야마에게 늦게 연락한 것이다.
“나는 타코야마 당신만 잡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이성진까지 데리고 오다니 이거 닭 잡으려다가 봉황 잡게 생겼네. 호호호호!”
타코야마는 어이가 없었다. 자신과 코다 히데오만 있었다면 위험한 상황이 맞다. 하지만 이성진이 있다. 신처럼 여긴 35대 카무도 굴복한 사람이 이성진이다. 이곳에 있는 닌자와 음양술사 전부를 합쳐도 35대 카무를 이길 수 없다. 그런데 이성진을 죽이겠다고 말한다.
“진짜 미쳤구나. 이성진 님이 어떤 존재인지 모르고 이렇게 설쳐대다니……. 쯧.”
“이성진이 대단한 것은 인정해. 무당파와 친한 생사문 사람이라 도술에도 능하다는 것은 지난번에 겪어봤거든. 하지만 이곳은 나와 내 아버지의 영역! 그 누구도 이 안에서는 나와 내 아버지를 이길 수 없어!”
최순진이 손을 들자 땅에서 벽에서 수많은 귀신이 나왔다. 모두 원한을 가진 귀신이었다. 하지만 조금 이상했다. 원한이 누군가에게 죽임을 당해 억울한 것보다 이룰 수 없어서 삶이 힘들어서 원한이 생긴 귀신이 더 많았다. 그리고 더 문제인 것은 광장 끝에 있는 문에서 흘러나오는 기운이다. 억제한다고 했지만, 꽤 농도가 짙은 귀신의 기운이었다. 카무를 만났을 때와 비슷했다.
“이곳에는 대한민국에서 자살한 영혼과 억울한 영혼을 모아 놓은 곳이지. 대한민국에서 1년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자살하는지 아나 모르겠어.”
영혼이라고 말했다. 억지로 영혼을 데려다가 귀신으로 만든 것이다. 도저히 용서가 안 된다.
“타코야마.”
“핫!”
타코야마가 옆으로 비켜섰다. 앞으로 나가며 손을 내밀었다.
“왜 손을…….”
“카무에게서 받은 몽둥이 좀 줘요.”
“핫!”
타코야마의 허리에는 익숙한 나무가 있었다. 영혼 상태의 카무들을 두들겨 패던 벼락 맞은 대추나무로 만든 몽둥이다. 35대 카무가 신물이라고 타코야마에게 내려 준 것이다. 타코야마는 이 벼락 맞은 대추나무로 만든 몽둥이가 엄청난 위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어지간한 귀신은 닿기만 해도 소멸한다. 타코야마가 몽둥이를 바로 두 손으로 받쳐서 이성진에게 줬다.
“귀신들만 정리할 테니까 나머지는 알아서 해요.”
“핫!”
엄청난 숫자의 귀신만 정리된다면 최순진과 200명의 닌자쯤은 자신 있었다. 저들은 귀신이 없어 음양술을 사용 못 하지만 이쪽은 음양술을 사용할 수 있으니까.
“모두 잠들어라!”
하지만 한 가지 몰랐던 것이 있었다. 벼락 맞은 대추나무에서 이성진이 뿜어낸 오행의 순수한 기운이 모든 귀신을 잠재웠다. 타코야마의 귀신까지도.
“억! 이성진 님.”
“잘 정리해요.”
타코야마는 왜 자신의 귀신까지 잠재웠냐고 말할 수 없었다. 그리고 이성진이 귀신을 잠재우는 것을 보고 놀랐다. 원한을 가진 귀신을 너무 쉽게 잠재웠다. 한두 마리도 아니고 셀 수 없는 숫자를.
그냥 소멸시키기가 더 쉽다.
“어떻게 이럴…… 수가…….”
최순진은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었다. 귀신이 소멸하지 않았기 때문에 타격을 입지는 않았다. 하지만 아무리 부르고 명령을 내려도 귀신은 대답하지 않았다.
“최순진 씨? 나하고 면담 좀 하시죠.”
최순진을 향해 걸어가자 최순진은 악을 쓰며 뒤로 물러섰다.
“막아! 막으란 말이야!”
200명의 닌자들이 일제히 움직였다. 하지만 이성진에게 다가가기도 전에 쓰러지는 닌자가 더 많았다. 코다 히데오와 부하 닌자들이 표창을 던지며 이성진에게 달려드는 닌자를 막았기 때문이었다.
“아버지! 도와주세요!”
최순진은 등을 돌려 문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일부러 막지 않았다. 최순진이 문에 도착해 두 손으로 활짝 열었다. 그곳에는 20명 정도의 사람이 피를 흘리며 천장에 매달려 있었다. 그리고 중앙에는 백발의 남자가 눈을 감고 앉아 있었다. 피는 뚝뚝 떨어져 중앙의 남자에게 몰려들었다. 피를 흡수한다. 천장에 매달려 있는 사람 중 낯익은 얼굴이 있었다.
“송병준 단장님!”
오행의 기운을 담아 소리쳤다. 하지만 송병준 단장은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대신 중앙의 남자가 눈을 떴다.
“클…… 네가 이성진이라는 애송이냐?”
최민태가 분명했다. 그런데 최민태가 눈을 뜨자 하나의 귀신이 나타났다. 분명 잠들었어야 할 귀신인데 아무렇지 않았다. 그리고 잠들었던 귀신들이 깨어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최민태가 깨운 것은 귀신들뿐만 아니었다. 이성진의 뒤에 두 사람이 모습을 드러냈다.
무당학사 이성진과 천마 정철이었다.
청산과 새로운 시작
“이거 나만큼이나 미친놈이 존재했네.”
천마 정철이 나오자마자 한 말이었다. 무당학사 이성진은 혀를 찼다.
“이 원한과 원망을 모아 신이 되려고 하다니.”
“사부님! 정철 님!”
어떻게 내면세계에서 나온 것인지 모르겠다. 나올 수 있는 힘이 없는 두 사람이었다. 천마 정철이 그것을 잘 아는지 바로 말했다.
“내가 힘 좀 썼다. 마신이지 않느냐.”
천마 정철의 말에 무당학사 이성진이 무슨 소리냐는 듯 말했다.
“내 도움이 없었으면 못 나왔을 거면서.”
“하하, 그것도 맞는 말이다. 친구 도움 없었으면 이렇게 나올 수도 없었겠지.”
두 사람의 표정을 보니 이건 정상이 아니었다.
“설마 두 분!”
무당학사 이성진이 다가와 어깨에 손을 올렸다.
“하늘의 뜻은 그물 같아서 촘촘하기 그지없다고 하더니 이때를 위해서 나와 정철 이 친구를 지금까지 영혼의 상태로 살려 둔 것 같다.”
무당학사 이성진과 천마 정철이 나타나자 모든 귀신은 벌벌 떨고 있었다. 최민태의 귀신 역시 똑같았다. 영혼의 격이 다르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었다. 천마 정철이 나와서 처음 한 말처럼 마신과도 같은 존재가 천마 정철이었다. 천마 정철의 위압감에 떨고 무당학사 이성진의 기운에 소멸당할까 봐 떨었다.
“사부님 무슨 소리세요!”
“성진아! 너도 알지 않느냐. 그래서 고민하지 않았느냐.”
“아니요, 고민 안 하렵니다.”
무당학사 이성진은 한숨을 푹 쉬었다.
“이곳에 있는 모든 영혼을 소멸시킨다면 그것은 곧 대한민국의 힘을 소멸시키는 것과 같다. 이들은 다시 태어나 대한민국을 위해 살아가야 할 백성들이다.”
무당학사 이성진의 말대로 귀신들을 소멸시키지 않고 잠재운 이유가 있었다. 원한을 가진 상태로 귀신이 된다. 그리고 소멸당하면 환생할 수 없었다.
“어차피 환생하지 못할 두 영혼이 모든 것을 안고 간다면 저들은 다시 대한민국이란 나라에 환생해 열심히 살아갈 것이다. 이 또한 좋은 일이 어디 있겠느냐. 그리고 그것이 내 소원인 것을.”
천마 정철도 옆에서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친구를 다시 만나 좋았다. 내 소원 역시 이루어졌으니 친구 따라 강남 간다고 하던가? 1천 년 넘게 쌓아온 빚을 내 친구와 성진이 너를 위해 사용하니 좋구나.”
이미 두 사람은 결심한 것 같았다. 막을 수 없었다.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지 알고 있다.
“그런데 진짜 많이도 모았다. 얼추 봐도 100만은 넘어갈 것 같은데?”
천마 정철이 질렸다는 듯이 고개를 흔들었다.
“이 친구야, 100만에다가 원념은 또 왜 이렇게 모아 놨는지. 이거 잘못했으면 나라 망할 뻔했어.”
무당학사 이성진의 말에 천마 정철은 최민태의 귀신을 향해 손가락질 했다.
“저놈 때문이지. 저놈이 원념을 먹고 신이 되고 싶어 했거든. 그런데 어디서 많이 본 놈인데……. 야! 너 나 알지.”
천마 정철의 말에 최민태의 귀신이 벌벌 떨면서 고개를 조아렸다.
“너 이름이…… 이완용! 맞다.”
천마 정철이 기억났다는 듯 손뼉을 쳤다. 그러자 귀신 이완용이 털썩 주저앉았다. 덕분에 간신히 버티고 있던 최민태와 최순진이 충격을 받고 기절했다. 이 둘의 힘은 귀신 이완용에게 나오기 때문이었다.
“저 귀신이 이완용이에요?”
“맞다. 나하고 한번 만난 적이 있다. 저놈 신이 되고 싶다고 했었는데 이런 미친 짓을 할 줄은 몰랐네. 신이 되기는커녕 원념에 잡아먹히는 것을…….”
“원념에 잡아먹히면 어떻게 되는지 몰라서 저런 것이겠지.”
무당학사 이성진은 측은하게 귀신 이완용을 쳐다봤다.
“하여간 저런 놈이 나라 망하게 한다니까. 원념에 먹혀 이 나라의 백성들에게 희망을 빼앗는 존재가 되는 줄도 모르고.”
천마 정철은 이완용을 만나기만 했지 이미 나라 한번 팔아먹은 줄은 모르는 것 같았다. 구제해서는 안 되는 것 같았다. 그런데 무당학사 이성진의 입에서 바라던 말이 나왔다.
“저놈의 원한과 업은 가져갈 수 없겠는데?”
“나도 동감이다. 저놈 것 가져가려다가 여기 있는 모든 영혼을 구하지 못한다. 이런 것이 대를 위한 소의 희생이겠지. 클클.”
“좋기도 하겠다. 영혼 하나 못 구하는데.”
“그럼 좋지.”
무당학사 이성진과 천마 정철이 희미해지기 시작했다. 이 안에 있는 엄청난 원념의 기운을 빌려 밖으로 나온 것이다. 한계가 있는 것 같았다.
“친구! 제자 잘 뒀으니까 이제 걱정하지 말고 가자고.”
천마 정철이 두 팔을 올렸다. 하지만 무당학사 이성진은 올리지 않았다.
“성진아! 이제 내가 할 일은 다한 것 같다. 이 땅의 백성을 돌보지 못했다는 괴로움 때문에 시작한 일이었다. 하지만 너와 함께 있으면서 내 생각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았다.”
“무슨 소리세요?”
무당학사 이성진 때문에 이 모든 일을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잘못되었다고 말한다. 이해할 수가 없었다.
“나는 내 능력으로만 모든 것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잘못된 생각이었지. 내가 안배한 모든 것들은 성진이 네가 아니었다면 제대로 이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 아느냐?”
고개를 저었다.
“나와는 다르게 성진이 너는 모든 사람과 함께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성진이 네가 이루는 것을 보면서 이 땅은 누구 한 사람의 힘으로 지켜지고 바뀌는 것이 아니란 것을 알았다. 모두가 힘을 합쳐 조금씩 바꿔 나가는 것이 진짜 바뀌는 것이지. 그래서 나는 조금의 미련도 없다. 네 덕분에 마지막으로 도움을 줄 수 있지 않느냐! 하하하하!”
무당학사 이성진도 두 팔을 높게 들었다. 그러자 천마 정철의 몸에서 검은색 기운이 솟구쳐 올라갔다. 무당학사 이성진의 몸에서도 오색찬란한 기운이 솟구쳤다. 두 기운은 서로 뒤엉키며 하나로 합쳐졌다. 그리고 폭죽 터지듯 터졌다. 터진 기운이 귀신이 가진 원한을 풀고 이곳에 모인 원념을 정화하기 시작했다.
무당학사 이성진과 천마 정철의 모습은 사라졌다.
[크아아악! 안 돼!]귀신 이완용은 처음으로 비명을 질렀다. 자신의 근원인 원념이 불타올라 소멸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기절한 최민태의 몸도 같이 불타올랐다. 100년 넘게 살 수 있었던 것도 원념 때문이었다.
“사부님! 정철 님!”
이성진은 무릎을 꿇고 사라져가는 무당학사의 오색찬란한 기운과 천마 정철의 검은색 기운을 향해 절을 했다. 자신들의 영혼까지 희생해 가며 사람들의 영혼을 구하고 대한민국을 구했다.
이성진은 절을 하느라 조그마한 오색 기운과 검은색 기운이 눈송이처럼 하나씩 자신에게 떨어진 것을 몰랐다. 모든 귀신이 원한을 풀고 사라졌다. 그리고 원념도 모두 불타 사라졌다. 그제야 이성진은 일어났다. 그리고 천장에 매달린 송병준과 사람들을 풀어 땅에 내려놨다. 모두 죽지 않았다. 무당학사 이성진의 기운이 이들을 어느 정도 치료했기 때문이었다.
밖의 정리도 끝난 것 같았다. 코다 히데오가 들어왔다.
“이성진 님! 끝났습니다.”
타코야마는 자신이 부리던 귀신 역시 승천했기 때문에 밖에서 정신 줄을 반쯤 놓고 있었다.
“여기 있는 사람들을 밖으로 옮겨 주세요.”
“알겠습니다.”
코다 히데오는 부하 닌자들에게 송병준과 사람들을 옮기도록 지시했다. 그리고 아직도 기절해 있는 최순진을 가리켰다.
“저년은 어떻게 할까요?”
죽이고 싶다는 표정이었다. 하지만 고개를 흔들었다.
“모든 것이 사라진 지금 살아 있는 것이 더 괴로운 삶이 될 겁니다. 그냥 둬요.”
평생을 꿈꿔 오던 것이 한순간에 사라졌다. 미칠 것 같은 심정이 될 것이다. 그렇다고 복수할 힘도 없다. 더는 음양술을 사용할 수 없을 정도로 망가졌다. 이제 평범한 사람이 되었다.
“이곳을 폐쇄할 겁니다. 최순진은 청와대 마당에 옮겨 버려요.”
“알겠습니다.”
코다 히데오는 옮겨 버리라는 말을 그대로 실천했다. 마당에 버려뒀으니까.
코다 히데오가 최순진을 데리고 나가고 이 안에는 아무도 없게 되었다. 이성진은 진법을 설치하기 시작했다. 누군가 이 진법을 깨는 순간 이 안의 모든 것은 무너지게 해 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