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11)
절대회귀-11화(11/424)
제11회 하루면 충분.
잘린 쇠공에서 나온 단약이 무엇인지 확인한 나는 깜짝 놀랐다.
마정단(魔精丹)!
마정단은 본교에서 십 년에 딱 한 알씩 연단(鍊丹)하는 영약으로, 마공을 익힌 마인이 복용하면 상당한 양의 공력을 얻을 수 있는 신단이었다. 얻을 수 있는 내공의 양은 복용자의 체질과 그가 익힌 심법에 따라 달라진다.
나는 진정으로 감탄했다. 마정단도 마정단이지만 그보다 더 놀란 것은 구체의 절묘함 때문이었다.
만약 구체를 검강으로 자르면 그 열로 인해서 단약이 숨겨진 통로가 막혀 버려서 마정단이 나오지 않게 만들어 둔 것이다.
오직 검강이 아닌 검으로 자른 사람에게만 주어지는 보상.
현재 내가 가장 부족한 것이 내공인 상황에서 마정단은 정말이지 하늘이 내린 선물이 아닐 수 없었다.
“반갑다, 마정단아! 감사합니다, 아버지!”
나는 망설이지 않고 그 자리에 앉아서 곧장 마정단을 복용했다.
마정단은 알싸한 향을 내며 입 안에서 녹은 후 온몸으로 퍼져나갔다.
강대한 기운이 전신 혈맥을 타고 돌았다. 나는 심법에 몰두하면서 모든 기운을 흡수하기 시작했다.
회귀 전 인생에서 여러 차례 영약을 복용한 적이 있었기에 영약을 녹여 흡수하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천무지체의 신체적 특성 때문에 보통 사람들보다 더 많은 기운을 흡수할 수도 있었고.
그렇게 난 무아지경에 빠져 운기조식을 했고, 두 시진이 지나고 나서야 눈을 떴다.
마정단의 영기는 가뭄 끝에 내린 단비처럼 온몸의 혈맥으로 흡수되었고, 여러 번의 정성이 깃든 운기조식을 통해 정순한 내공으로 단전에 갈무리되었다.
자리에서 일어나 진기를 끌어올렸다.
쇄애애액! 퍼엉!
내질러진 주먹에서 나는 소리부터가 달랐다. 공기를 가르는 소리는 더 경쾌했고, 터뜨리는 타격음은 귀청을 터뜨릴 것만 같았다.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이 강력한 위력에 날아갈 듯한 기쁨을 느꼈다.
“하하하하하!”
감출 수 없는 기쁨의 웃음소리가 쩌렁쩌렁 석굴에 울려 퍼졌다.
‘아, 어쩌면?’
사냥에서 기발출을 알려주신 것이 이곳에서 쇠공에 난 절단선을 파악하라는 것이 아니었을까? 어쩌면 아버지도 같은 방법으로 잘라내는 데 성공했기 때문에?
하지만 이내 나는 고개를 내저었다. 아무리 아버지가 특별하더라도, 혈천도마로 인해 내가 소천동에 들어갈 것까지 예상하진 못했을 테니까. 아니지, 나중에라도 갈 것을 생각하시고…….
내가 마정단을 얻기를 바라서든, 혈천도마의 체면을 챙겨주기 위해서든, 어쨌든 아버지 덕분에 큰 기연을 얻었다.
‘아버지, 감사합니다.’
진기를 일주천해서 몸과 마음을 다스린 후 다음 단계를 향해 걸어갔다.
그렇게 세 번째 관문에 도착했다.
一, 생사(生死)를 구분하라.
二, 성공하지 못하면 오 일 후 다시 기회가 주어진다.
三, 준비된 자는 붉은 원에 서라.
생사를 구분하라고? 대체 무슨 관문일까?
그리고 재도전 기일이 오 일로 줄었다. 왠지 좋아할 일이 아니란 느낌이 들었다.
붉은 원에 서자 바닥에서 탁자가 올라왔다.
탁자에 놓인 것을 보는 순간 내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그곳에는 열 개의 약초가 놓여 있었다. 이번 관문은 약초와 독초를 구분해 내는 관문이었다.
무림에서 조심해야 할 것이 노인과 아이와 여인이란 말이 있지만, 실제로 가장 조심해야 하는 것은 독이다. 남이 주는 술과 음식은 함부로 먹어선 안 되며, 어쩔 수 없이 먹게 되면 반드시 은침으로 독을 확인해야 한다.
그래서 다들 독에 대한 경각심은 있었지만, 독초 구분법을 공부한 적이 있었을까? 공부한 사람은 쾌재를 불렀을 것이고 아닌 도전자들은 모두 난감해했을 것이다.
나는 전자에 속했다. 회귀 전에 귀령자에게 했던 말이 있다.
―자부하건대 산타기, 수영, 잠수, 야영은 내가 절대 고수요. 눈 감고도 중원의 지도를 그려낼 수 있을 거요.
만년화리를 찾아 중원 방방곡곡을 돌아다닌 나다. 어디 수영, 잠수만 능숙하겠는가? 온갖 종류의 약초와 독초를 구분할 줄도 알았고 그 효능까지 자세히 알고 있었다. 어지간한 약초꾼이 내게 이름을 내밀면 저리 가서 도라지나 캐시오 해도 될 정도다.
그랬기에 아버지가 남긴 글은 지금 볼 필요가 없었다.
나는 자신 있게 그중 하나를 집어 들었다. 열 개의 독초 중 유일하게 독초가 아닌 약초였다.
그러자 탁자가 아래로 내려가더니 다시 새로운 약초가 놓인 탁자가 올라왔다.
이번에도 열 개의 약초가 놓여 있었는데 앞서 올려진 약초와 다른 약초들이었다.
“아!”
운 좋게 뽑아서 관문을 통과하는 것을 막으려고 두 번을 연속해서 맞춰야 했다.
나는 이번 시험이 얼마나 어려웠을지 상상이 갔다.
생각해 보라.
두 번 다 정확히 맞춰야 하는데, 그 숫자가 각각 열 개나 된다. 과연 두 번 연속해서 맞출 가능성이 얼마나 되겠는가?
그냥 이것과 저것, 대충 감으로 때려 맞추려다간 운 나쁘면 평생 독초나 고르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결국 이 시험은 먹어서 알아내야 한다.’
그것이 정답이라는 듯 독초의 양은 죽지 않을 정도만 놓여 있었다. 물론 독에 중독되면 며칠간 끙끙 앓았을 거다.
그래도 이 방법이 최선이다. 운이 좋아 약초를 빨리 찾으면 빨리 나갔을 테고, 운이 나쁘면 시간이 오래 걸렸겠지.
난 두 번째 약초 중에서 독초가 아닌 것을 뽑았다. 혹시나 세 번째 약초들이 나올까 살짝 기대했는데, 그렇게까지 가혹하지는 않았다.
두 번째도 정확히 약초를 골라내자 다음 단계로 가는 문이 열렸다.
나처럼 단번에 독초가 아닌 것을 연속해서 찾아낸 사람이 있었을까? 독공을 좋아하는 도전자라면 한 번에 찾았겠지만, 대부분은 많은 시간을 이곳에서 고생했을 것이다.
나는 아버지가 남긴 글이 궁금해서 도전자들이 글을 남긴 벽으로 가보았다.
―젠장! 이러다 독인(毒人)이 되고 말겠다.
―어떤 멍청이가 이런 시험을 생각해낸 것일까? 평소 우리가 이런 독초를 얼마나 접한다고.
―분명 약초를 찾아낼 단서가 있을 거다. 그것을 연구해야 한다.
―몇 번이나 실패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차라리 저 독을 다 먹고 죽어버릴까? 이제 벽곡단이 독초처럼 느껴진다.
―처음부터 잘 계산했어야 했는데. 내 감을 믿은 것이 원망스럽다.
―아흔여섯 번 만에 성공이다. 눈물이 앞을 가린다!
―독을 너무 먹어서 머리털이 많이 빠졌다.
맨 아래 아버지가 남긴 글이 있었다.
―멍청이들! 운 따윈 믿지 마라.
나는 알 수 있었다. 아버지는 첫 시도부터 하나씩 하나씩 기억해가며 독초를 복용했다는 것을. 운에 맡겨서 뽑는 것은 결국 시간 낭비라는 것을 단번에 파악하셨던 거다.
아버진 두 달 만에 나오셨다고 했으니.
운을 믿지 말라고 하셨어도, 이번 관문에서 아버지는 상당히 운이 좋으셨던 것 같다. 아니면 평소 독초에 관한 지식이 있으셔서 몇 가지 약초는 제외했을 수도 있고.
“다행히 우리 부자, 머리털은 지켜냈네요.”
* * *
네 번째 관문이 마지막 관문이었다. 비석에 최종관문이라고 적혀 있었다.
一, 생사환영진(生死幻影陣)에서 살아남아라.
二, 진법에서 죽으면 실제로도 죽는다.
二, 준비된 자는 붉은 원에 서라.
놀랍게도 실패하면 죽는 관문이 나온 것이다.
생사환영진.
진법 내에서 죽으면 진짜 죽는 진법.
이번에 조상들이 남긴 글귀는 살아남은 사람들의 글이었다.
―정말 너무 힘든 싸움이었다. 언젠가 천마가 되면 생사환영진을 만든 자를 찾아내서 죽여버릴 거다.
―너무 두렵고 힘들었다.
―빌어먹을! 대체 누가 이딴 진법을 만든 거냐?
―앞으로 살면서 두 번 다시 생사환영진에 발을 딛는 일은 없을 것이다.
이곳 역시 아버지의 글이 있었다. 이번에는 욕은 없었고 한마디 충고만 남겨두었다.
―쉬지 마라.
당연히 이번 관문의 실마리로 남겨주신 말씀이었지만, 앞으로 내 인생을 두고 해주신 말씀처럼 느껴졌다. 마지막 관문이어서 그럴 것이다.
‘네, 쉬지 않고 쭉쭉 나아가겠습니다.’
차분히 운기를 해서 내공을 가득 채운 후 붉은 원을 향해 걸어갔다.
원 안에 서자 생사환영진이 발동하면서 주위의 경관이 바뀌기 시작했다.
잠시 후 나는 황무지에 서 있었다.
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리는 모래도, 마른 잎 앙상한 나무도, 바위에 붙은 벌레도 모두 진짜였다. 아니, 진짜처럼 느껴졌다.
“최상위 진법은 정말 대단하구나.”
신비함을 넘어서 경이로움을 느낄 수 있었다. 어떻게 이렇게 실감 나는 현실을 구현할 수 있을까? 정말이지 세상에는 진짜 천재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실감한다.
그때였다.
모래를 실어 오는 바람과 함께 무인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얼굴에 눈코입이 없는 그들은 진법이 만들어낸 환영이었다.
숫자는 모두 삼십.
환영은 환영인데 실체가 있는 환영이었다. 조금 전에 만져봤던 바위처럼, 그들의 검도 진짜일 것이다.
환영이 내 주위를 둘러싸며 살기를 내뿜었다. 상승의 무공을 익힌 자라도 실전 경험이 부족하면, 지금 이 순간 몸을 움츠리게 된다. 등이 찔릴지도 모를 불안감, 다수의 적이 주는 압박감은 생각보다 크다.
물론 나야 더 많은 상대와 싸워본 경험이 있다. 게다가 상대가 인간이 아니었기에 오히려 마음이 편했다.
난 획하고 몸을 날려서 그들 사이로 빠르게 내려섰다.
푹! 푹!
좌측과 우측 환영의 가슴을 연속해서 찌르는 것을 시작으로, 싸움은 시작되었다.
인정사정 봐주지 않고 그들의 목과 배를 찔렀고, 팔을 부러뜨렸으며, 머리통을 박살 냈다. 어차피 인간이 아니었기에 양심의 가책을 느낄 필요가 없었다.
공격을 피하기도 했고, 맞받아치기도 했다. 하나의 초식을 내력을 사용하지 않고 공격하기도 했고, 내력을 실어서 하기도 했다. 상대는 지치지 않았기에 여러 시험을 해볼 수 있었다.
그것들이 죽을 때면 펑, 소리를 내며 터졌는데, 그 소리를 들을 때마다 속이 시원해졌다.
첫 번째 등장한 삼십 명을 모두 쓰러뜨리자 잠시 시간이 주어졌다.
재빨리 운기조식을 하려던 그때, 나는 아버지가 남긴 글귀를 떠올렸다.
쉬지 마라.
‘아, 이거였구나.’
중간에 이렇게 운기할 시간을 주는데 내공을 채우지 말고 싸우라는 아버지의 조언이었다. 가진 내공을 잘 활용해서 실전처럼 싸워보라는 조언.
원래 실전이라면 이렇게 내공을 채우고 있을 여유는 없을 테니까. 이건 실전에서 내공 조절을 해볼 수 있는 다시 없을 기회였다.
‘아무리 그래도 말이죠, 죽느냐 사느냐 하는 생사환영진인데. 쉬지 말라니요? 정말 아버지다운 조언이십니다.’
나는 아버지의 뜻대로 내공을 회복하지 않고 기다렸다.
진기를 일주천할 시간이 지나자 다음 환영이 등장했다.
이번에는 이십 명이었는데, 숫자는 줄었지만 앞서보다 훨씬 강한 놈들이었다. 움직임은 더 빨랐고, 사용하는 무공 역시 상위 것이었다. 게다가 이번에는 다양한 병장기를 사용했는데 도검은 물론이고 멀리서 활을 쏘기도 했으며, 암기를 사용하기도 했다.
까닥하다간 목숨을 잃을 위험한 싸움이 계속되고 있었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신이 났다. 회귀한 후 처음으로 실전다운 실전을 경험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늦어! 더 빨리 와라!’
놈들의 어깨를 밟고 넘어 다녔고, 날아드는 수십 개의 암기를 허공에서 다 쳐내기도 했다. 환영을 제압해 방패 삼아 싸우기도 했고, 눈을 감고 놈들을 상대하기도 했다.
그렇게 두 번째 싸움이 끝나고 나서도 나는 운기조식을 하지 않았다. 몇 단계까지 있을지 모르겠지만 남은 내공의 반만 사용하겠다는 마음으로 싸웠다.
세 번째 환영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번에는 열 명.
나는 그들이 마지막일 것이라 확신했다. 이번에 등장한 환영의 기세로 볼 때, 여기까지가 도전자들이 감당할 수 있는 한계였다.
여기서 많은 도전자가 죽었으리라.
과연 이번에 등장한 적들은 앞서 두 번의 그것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했고 빨랐다.
반대로 나는 아쉬웠다.
‘벌써 끝이구나!’
더 싸우고 싶었는데.
난 환영들의 공격을 피하는 연습을 하며 그들 사이를 누볐다.
그리고 이만 끝을 내야겠다고 생각했을 때, 화끈하게 끝냈다.
어차피 마지막 싸움이라 확신했기에 공력을 모두 쏟아부었다.
내 검은 현란한 검선을 만들어냈다. 지난 경험상 비천검술은 상대에 따라 평가가 달라졌다. 결국 무공도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었기에 상대가 하수일수록 겉만 화려한 검법이란 야박한 평가가 내려졌고, 고수일수록 그 현란함을 구성하는 일곱 가지 검식(劍式)이 무궁무진한 변화와 깊이를 지닌 검법임을 알아차리고 경악했다.
비천검술의 절기들이 연이어 펼쳐지자, 열 개의 환영들이 잇달아 휩쓸렸다. 진법에서 가장 강한 환영들이었는데, 가장 빠르고 화끈하게 소멸되었다. 펑, 펑 터져나가는 적들의 모습은 마치 불꽃놀이처럼 보였다.
그렇게 마지막 환영이 사라지면서 생사환영진이 깨어졌다.
내 경지가 너무 높아서 아버지가 원한 급박한 상황은 연출되지 않았다. 하지만 속이 후련해지는 싸움이었고 가슴속에 맺혀 있던 화가 뻥 뚫리는 기분이었다.
그래, 이것으로도 내겐 충분한 의미가 있다.
생사환영진이 사라지자 밖으로 나가는 문이 열리고 그 옆에 비석이 세워져 있었다.
一, 나가려면 이 비석을 옆으로 밀어라.
二, 무사히 관문을 통과한 것을 축하한다. 그대의 힘을 천마신교의 발전과 부흥을 위해 쓰길 바란다.
이렇게 소천동의 관문이 끝났다.
놀랍게도 나는 단 하루 만에 이곳 소천동의 관문을 통과한 것이다.
이 소식이 전해지면 아마 본교가 난리가 날 것이다. 아버지가 두 달 걸렸는데, 단 하루 만에 나왔다? 찬사보다는 불신이 가득할 거다.
나와 비무를 했던 구평호는 꼼수를 써서 조작했을 거라고 입에 거품을 물겠지. 아버지나 팔마존 역시 내가 어떻게 하루 만에 나올 수 있었는지 어떻게든 밝히려 들 테고. 여러 골치 아픈 일들이 한둘이 아닐 것이다.
결국 나는 나가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그래, 수련하자.
여기서 수련하는 거다. 아버지 체면도 살려드려야 하니, 딱 백 일만 채우고 나가자.
다행히 해야 할 수련은 많고 징글징글한 벽곡단은 더 많이 쌓여 있었으니까.
수련하자! 고독도 씹고 벽곡단도 씹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