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219)
절대회귀-219화(219/424)
제219회 이런 꼴 안 당하려고.
지생이 억지로 독을 삼키는 모습을 보며 대호는 내심 안도감이 들었다.
자기와 같은 신세가 된 사람이 한 명 더 늘어난 것이다.
‘사도맹 이인자 야율한의 수하를 이렇게 다룬다고?’
정말이지 보면서도 믿기 힘든 광경이었다.
그러면 자연히 또 궁금해진다. 대체 이들이 누구길래?
검무극이 지생에게 말했다.
“매일 해약을 복용하지 않으면 오장육부가 녹아서 죽게 될 거다. 아마 인간이 겪을 수 있는 최대한의 고통을 겪겠지. 그러니까 소리치고 싶으면 소리 질러봐.”
검무극이 지생의 아혈을 풀어주었다. 조개처럼 다물어진 지생의 입은 열리지 않았다.
지생은 너무나 놀라고 당황해서 머릿속이 텅 비어버린 것만 같았다. 그 역시 대호와 같은 생각뿐이었다.
‘대체 이자들은 누구기에 나를?’
다음 순간 그의 머릿속을 스치는 한 가지 생각.
‘앗! 혹시 충성심 시험인가?’
그렇게 생각하니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맹의 기밀을 불어라, 고문하고 자신의 충성심을 시험할 것이다.
하지만 다음 순간 그의 시선이 싸늘하게 죽어있는 네 명의 수하들을 향했다.
‘저들을 희생하면서까지 시험한다고?’
그럴 리는 없었다. 그렇다면 대체 왜?
그때 검무극이 다가와서 생각지도 못한 상자를 내밀었다.
“열어봐.”
지생이 상자를 열자 그 안에는 최상품 야명주 세 개가 들어 있었다. 이 야명주는 과거 검무극이 황금장주와 그의 딸과 손자를 구하고 받았던 그 야명주였다.
지생은 이게 뭔 상황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바로 그때 검무극이 말했다.
“가져다줘. 진짜 지생에게. 네 마부가 진짜 지생인 것 알고 있다.”
가짜 지생은 너무 놀라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우릴 죽이고 이걸 뺏으려고 한 거잖아? 아니야?”
그렇긴 하지만 그걸 이렇게 받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우리가 시키는 대로 그냥 이걸 가져다주든지, 아니면 이걸 주면서 지금 있었던 일을 다 밝히든지. 선택은 네가 해.”
“대체 왜 이러는 거요?”
왜 자신에게 선택권을 주는 것일까?
“이건 알고 선택해. 네가 먹은 독은 그 어디서도 해약을 구할 수 없다. 해약은 오직 저분만이 가지고 계신다.”
독왕은 원래 자리에 앉아 살랑살랑 부채질만 하고 있었다. 그는 이쪽 일은 신경도 쓰지 않았다.
“아, 또 한 가지, 과연 사실을 밝히면 네 주인이 어떻게 나올지를 생각해 봐. 과연 널 구하기 위해서 위험을 무릅쓰고 우릴 찾아와서 협상을 할까? 이 세 개의 야명주를 되돌려주는 것은 물론이고, 다른 것들도 내놓아야 한다고 생각할 텐데.”
지생은 이야기를 듣는 내내 표정이 굳어 있었다. 그가 제일 잘 안다. 진짜 지생이 어떤 선택을 할지는.
“충성을 바치고 죽거나, 야명주를 주고 살거나. 그를 죽이라는 게 아니야. 그냥 야명주만 주라는 거야.”
“어르신을 해치려는 것 아니오?”
“그럼 네게 더 좋은 일 아닐까? 아마 상부에서는 널 지생을 대신해서 그 자리에 앉힐 테니까.”
“!”
이런 상황을 지금껏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최악의 상황에서 온 기회이기 때문일까? 그 말이 더욱 솔깃하게 들렸다.
“고민은 돌아가면서 해.”
검무극은 그에게 시간을 주지 않았다.
‘날 살려준다고? 야명주를 어르신에게 준다고? 대체 왜?’
당황한 지금은 그의 머리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았다.
지생이 내쫓기듯 건물로 나와서 마당에 있는 마차로 걸어갔다. 진짜 지생은 언제나처럼 마부석에 앉아 멍하니 밤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가짜 지생이 마차에 올라탔다.
“가자!”
마차가 출발했다. 진짜 지생은 평소 따라다니던 직속 수하들이 보이지 않는 것을 신경 쓰지 않았다. 남아서 철검사호의 시체를 처리한다고 여겼다.
진짜 지생의 전음이 날아들었다.
-어떻게 되었나?
-잘 해결되었습니다.
지생이 마부석으로 통한 작은 창으로 상자를 주었다.
지생은 안다. 진짜 지생은 결코 자신을 살리기 위해 재산을 손해 보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백 년을 그의 밑에서 일해도 그건 바뀌지 않는 진실이리라.
마부석의 지생이 야명주가 든 상자를 열어보더니 환한 웃음을 지었다. 그의 두 눈이 야명주 속으로 빨려들어 갈 것만 같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가짜 지생은 고민하고 있었다.
‘대체 저들의 의도가 뭘까?’
야명주를 이렇게 줘버린다고? 대체 왜?
하지만 잘 해결되었다는 말을 내뱉은 순간, 이 일은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되었다.
뒤늦게 진실을 밝혀봤자, 아주 잠깐이라도 배신할 마음을 먹었다는 이유로 자신은 죽게 될 것이다.
그렇게 두 지생의 상반된 마음을 싣고 마차는 그들의 거처로 돌아갔다.
* * *
지생이 마부에서 진짜 지생으로 돌아오는 순간이 있다.
야율한을 만났을 때가 그렇고 바로 지금이 그렇다.
마구간 지하에 마련된 비밀 장소.
십여 평 남짓한 공간에 자신의 모든 것이 있었다.
방 가운데 작은 의자가 있었고, 사방 장식장에 수십여 개에 달하는 최고급 야명주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그가 평생 모은 재산이었다.
지생이 그 수집품에 세 개의 야명주를 더했다. 그의 손이 떨리고 있었다. 이렇게 많은 돈을 모았으면 이제 무덤덤할 만도 했는데, 그는 이 순간이 너무 좋았다.
하나의 야명주가 더해질 때마다 그는 살아있다는 희열을 느꼈다. 그 어떤 일도 자신에게 이만큼의 기쁨을 주지 않았다. 특히 등불을 끄고 어둠 속에서 빛나는 야명주를 볼 때면, 그는 미친놈처럼 괴성을 지르기도 했다.
이 기쁨을 위해 그는 무자비한 삶을 살았다. 야율한에게 돈을 바쳐야 했기에 더 지독하고 잔인해져야만 했다. 양심의 가책? 단 한 번도 가져본 적 없는 것 같다. 누가 가책을 말하면 이 생각부터 들었다. 누가 그렇게 병신처럼 살라고 했나? 억울하면 너도 이렇게 살든지.
오늘도 황홀한 기쁨에 빠져들고 있던 그때 지생은 뒤쪽에서 인기척을 느꼈다.
놀란 그가 벼락처럼 빠르게 돌아섰을 때, 문 앞에 누군가 서 있었다. 가짜 지생이었다.
가짜 지생은 이제야 비로소 알 수 있었다.
그들이 왜 야명주를 진짜 지생에게 준 것인지. 그 야명주를 이곳에 가져오는 순간을 노린 것이다. 이 비밀창고가 어디에 있는지를 알아내기 위해서. 대체 야명주를 수집하고 있었다는 것은 어떻게 알아낸 걸까?
진짜 지생은 지생대로 너무 놀랐다.
낡고 허름한 마구간 아래 이 비밀 공간은 그 누구도 짐작하지 못하는 곳이었다. 세상 누가 이런 곳에 보물이 숨겨져 있다고 짐작이나 하겠는가?
게다가 이곳에 들어오려면 마구간 곳곳에 은밀히 설치된 비밀장치를 연속해서 올바르게 작동해야만 문이 열렸다.
물론 지생은 들어오기 전에 몇 번이고 주위를 살피고 또 살폈다. 분명 아무도 없었다. 저 가짜 지생의 실력으로 그렇게 가깝게 접근할 수 없었을 텐데. 밤눈이 짐승처럼 좋은 사람이 아니라면, 본다고 해도 뭘 하는지 알 수 없었을 텐데.
‘젠장! 빌어먹을!’
너무 오랜 세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서 자신도 모르게 방심했다는 자책감이 휘몰아쳤다.
어쨌든 한 가지는 확실했다.
배신!
자신의 재산을 노리고 오랫동안 준비했다면 어쩌면 이 비밀스러운 곳에 침입할 수도 있었겠지.
어떻게 이곳에 들어올 수 있었느냐, 왜 들어왔느냐는 질문 대신.
쉭!
지생의 손에서 기습적으로 비수가 날았다. 그는 비도술의 고수였다. 검이나 도를 차지 않아도 되었기에 마부 행세가 더 쉬웠던 그였다.
가짜 지생의 목을 노리고 날아간 비수가 허공에 멈췄다.
누군가 그의 뒤에서 손을 내밀어 날아든 비수를 붙잡은 것이다. 그는 바로 검무극이었다.
가짜 지생은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십수 년을 그를 위해서 충성을 다 바쳤는데. 한마디 질문조차 없이 죽이려 하다니. 하다못해 왜 나를 배신했냐는 질문은 하고 죽여야지.
가짜 지생의 뒤에서 검무극이 모습을 드러냈고, 그 뒤로 서대룡과 대호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 쳐죽일 놈들이!”
대호를 보자 지생은 등장한 이들이 철검사호라고 착각했다. 이 상황에서는 당연히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이 가짜 지생과 철검사호가 짜고 자신의 재산을 훔치러 왔다고.
쉭쉭쉭쉭쉭쉭!
다시 그의 손에서 비수들이 날았다.
하지만 백발백중을 자랑하던 그의 비수는 전부 검무극의 손에 잡혔다.
지생은 경악했다. 철검사호 따위가 막을 수 있는 공격이 아니었는데.
검무극은 그가 다음 비수를 날릴 기회를 주지 않았다. 명왕보로 파고들면서 지생의 마혈을 제압해 버린 것이다. 번쩍하는 순간 몸이 굳었고, 지생은 어느새 자신의 눈앞에 서 있는 검무극을 보며 공포에 휩싸였다.
“철검사호가 아니구나!”
“당연히 아니지. 철검사호 따위가 당신을 어떻게 상대하나?”
검무극이 그를 지나쳐서 뒤쪽 장식장을 구경했다.
“많이도 모았구나.”
“너 누구냐? 누구냐고!”
검무극이 대답하지 않자 분노의 불똥이 가짜 지생에게 튀었다.
“이 병신 같은 놈! 머저리 같은 놈!”
가짜 지생도 맞받아 소리쳤다.
“십오 년을 널 위해서 개처럼 충성했다! 한데 이유도 묻지 않고 비수를 날려? 먼저 물었어야지. 너 협박받고 끌려왔냐고, 이…… 이 개 같은 놈아!”
평소 그렇게 좋았던 관계는 한순간에 박살 났다. 어르신으로서 품위와 여유도 사라졌다.
“넌 이곳에 있으면 안 되니까!”
“왜 안 되는데? 뺏고 속이고 죽여서 모아온 더러운 재산인데. 내가 이깟 곳에 왜 못 오냐고!”
“그 짓을 내가 했냐? 다 네가 저질렀지.”
“그걸 말이라고!”
두 사람이 목에 핏대를 높였다.
“이 한심한 놈아. 저들이 너를 살려줄 것 같으냐?”
“나는 당신 자리를 대신하게 될 거야.”
“본맹이 그렇게 어수룩할 줄 알고? 저들이 널 살려둘 리도 없지만, 살아남는다고 하더라도 본맹에서 너를 살려두지 않을 거다. 내가 죽은 마당에 왜 굳이 찝찝하게 널 남겨서 일을 계속하게 하겠느냐? 싹 정리하고 새롭게 판을 깔면 되는데. 우리가 신선채를 새로 만들 듯이.”
가짜 지생은 뭐라 반박하지 못했다. 그의 마음속 깊은 곳에 애써 모른 척 묻어두었던 두려움을 끄집어낸 것이다.
“결국 잡아먹히고 마는구나. 이런 꼴 안 당하려고 그렇게 조심했는데.”
지생의 탄식에 이제 검무극이 나섰다.
“정말 불안했다면 조심성을 늘릴 게 아니라 욕심을 줄였어야지.”
검무극이 연속해서 지풍을 날렸다. 이제 가짜 지생과 대호까지 모두 마혈과 아혈을 제압했다. 이제부터 모두 닥치고 들으라는 의미였다.
“오늘 이곳에선 이런 일이 벌어질 거야. 넌 신선채를 위해 철검사호를 고용했어. 한데 이놈들이 배신해 버린 거지. 애초에 네 재산을 노린 놈들이었던 거지.”
검무극이 지생과 대호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물론 너희들 간에는 무공 차이가 나지. 한데 그 문제는 이걸로 해결할 수가 있어.”
검무극이 지생의 코앞에서 작은 병을 열었다.
스스스스.
병에서 나온 연기가 강제로 지생의 코로 들어갔다.
“넌 마비산(痲痹散)에 당한 거야. 알지? 너희 사파들이 주로 쓰는 거잖아. 나중에 검시하면 몸에 남는 독이기도 하고. 중독된 너는 비틀거리며 쓰러지고.”
검무극이 마혈이 제압당한 그를 인형 움직이듯 움직였다.
“이때 대호가 등에 검을 찔러.”
서대룡도 마찬가지로 대호의 몸을 움직였다. 대호의 손에 검을 쥐여준 후, 그의 몸을 움직였다. 대호의 검이 지생의 등을 찔렀다.
지생이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었지만, 아혈을 제압당했기에 비명조차 내지를 수 없었다.
“중독되고 검에도 찔렸지만, 그냥 당할 네가 아니지. 비수를 던져서 반격하지.”
이번에는 검무극이 지생의 품에서 비수를 꺼내 던졌다.
비수는 대호의 심장에 정확히 박혔다. 그가 그대로 절명해서 쓰러졌다.
“넌 대호를 죽이는 데 성공하지만, 등을 찔린 상처가 치명적이었어. 결국 여기 쓰러져서 죽음을 맞이하지. 누군가 네가 평생 모은 재산을 훔쳐 가는 것을 보면서 말이지.”
실제로 서대룡이 그곳에 있는 모든 야명주를 가져온 자루에 챙기기 시작했다.
“네겐 죽는 것보다 더 싫은 일이겠지?”
지생의 두 눈이 붉게 충혈되어 있었다. 그러지 말라며 그가 고개를 내저으려고 애썼다.
“다들 네게 이렇게 빼앗겼다.”
이것으로 신선채로 고통당한 수많은 젊은이의 원한이 풀리지는 않겠지만, 줄 수 있는 최대한의 괴로움을 주려 했다.
“네 죽음에 야율한이 사람을 보내겠지. 결국 흉수는 철검사호라고 밝혀질 거다. 그들을 고용하려 했었다는 수하들의 증언이 있을 거고 대호의 시체를 여기 남겨둘 거니까.”
지생은 뭔가 하고 싶은 말이 많은 듯 보였지만 검무극은 아혈을 풀어주지 않았다.
“네가 평생 모았던 것은 우리가 가져간다. 너 대신 우리가 잘 쓸게! 고마워!”
지생은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죽어가는 그는 분노와 억울함만이 가득했다. 검무극은 그가 그렇게 죽기를 바랐다.
이제 검무극의 시선이 가짜 지생을 향했다. 그는 절대 오늘 일을 누설하지 않겠다는 눈빛으로 검무극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의 얼굴에는 살 수 있다는 희망과 진짜 지생이 될 수도 있다는 기대감이 가득했다.
하지만 검무극은 그 기대를 산산이 부수었다.
“한데 이 계획에는 문제가 하나 있어. 사도맹에서는 지생이 철검사호 따위에게 당했다고 생각하지 않을 거란 점이야. 그래서 그럴듯한 배후가 필요해. 그의 정체를 알면서, 마비산으로 중독시킬 수도 있고, 비밀창고 정도는 알아낼 수 있을 그런 배후가. 어떻게 생각해? 십오 년을 함께 한 오른팔님은?”
가짜 지생의 얼굴에 당혹감과 분노가 피어올랐다. 하지만 이어지는 말은 그에게 더욱 절망적인 말이었다.
“그래, 맞아. 이 야명주를 들고 튄 사람은 네가 될 거다. 그리고 그들은 널 영원히 못 찾을 거야.”
검무극의 주먹이 그의 가슴을 강타했고, 일격에 그의 내부가 박살 나며 절명했다. 검무극은 애초에 갖은 악행을 저질러 온 그를 살려줄 생각이 없었다. 그는 영원히 찾을 수 없는 곳에 묻히게 될 것이다.
죽어가던 지생이 꼴 좋다는 표정으로 가짜 지생의 시체를 보며 웃었다. 입에서 피를 흘리며 웃는 그의 모습은 기괴했다. 하지만 그는 웃으면서 죽을 운명은 결코 아니었다.
그때 야명주를 다 회수한 후 한쪽에 서서 대기하고 있던 서대룡이 짐짓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오른팔의 최후는 언제나 이런 건가요?”
“내 오른팔은 똑똑해서 이렇게 안 당할 것 같은데?”
“이렇게 자꾸 기분 좋은 말을 해주시면 이 위험천만한 오른팔을 그만둘 수가 없잖아요?”
“거기에 넘어가서 다들 이렇게 당하지.”
그렇게 너스레를 떤 후 서대룡이 죽어가는 지생에게로 다가갔다.
“근데 너는 왜 자꾸 저길 쳐다봤냐? 이렇게 죽기도 바쁜 마당에?”
순간 지생이 당황했다. 그가 입에서 왈칵 피를 토해냈다.
“이러니까 진짜 수상한데?”
그냥 봤다면 별생각 안 했을 것이다. 한데 지생은 너무 아쉬운 눈빛으로 벽을 쳐다보았다. 마침 그 모습이 서대룡의 눈에 띄었던 것이다.
검무극과 서대룡이 서로 고개를 한 번 끄덕인 후, 벽을 살피기 시작했다.
천천히 벽을 살피던 검무극의 손끝에 무엇인가 걸리는 순간, 철컥하는 경쾌한 쇳소리가 들렸다.
순간 지생은 하늘이 무너지는 것처럼 절망했다. 앞서 야명주를 빼앗길 때보다 더 큰 절망이었다.
아혈을 제압당해 말은 나오지 않았지만, 그의 입 모양은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그것만은 안 돼.’
지이이이잉.
벽 앞쪽 바닥이 열리면서 무엇인가가 올라오기 시작했다.